01 · 이 제도는 무엇을 정하는가
규칙의 내용
전자금융거래법은 사람을 만나지 않고 전자적 장치로 이뤄지는 금융거래를 다룬다. 이 법의 중심에는 접근매체가 있다. 접근매체는 거래 지시를 하거나 이용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쓰는 수단이다. 통장, 현금카드, 인증서, 비밀번호, 생체정보가 모두 여기에 들어간다.
법은 접근매체를 남에게 넘기거나 빌려주는 행위를 금지한다. 양도와 양수, 대가를 주고받으면서 하는 대여·보관·전달·유통, 질권 설정이 모두 금지 대상이다. 이를 알선하는 행위도 함께 금지된다.
사고가 났을 때의 책임은 금융회사가 먼저 진다.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 제1항은 세 가지를 든다. 제1호는 접근매체의 위조나 변조로 생긴 사고, 제2호는 계약 체결이나 거래 지시가 전자적으로 전송·처리되는 과정에서 생긴 사고, 제3호는 전자적 침해행위로 얻은 접근매체가 쓰여 생긴 사고다. 이 사고들은 금융회사가 이용자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이용자가 자기 잘못이 없음을 증명해야 하는 구조가 아니다.
다만 이용자에게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책임이 이용자에게 넘어갈 수 있다. 이때도 금융회사가 마음대로 정하지 못한다. 면책하려면 그 내용을 약관에 미리 정해 두어야 하고, 어떤 경우가 중대한 과실인지는 시행령이 따로 열거하고 있다.
02 · 왜 만들어졌는가
이 규칙이 없던 시절
종이 통장과 창구 도장으로 거래하던 시절에는 누가 무엇을 했는지가 눈에 보였다. 거래는 사람이 사람에게 했고, 서명과 도장이 증거로 남았다. 전자금융거래에는 그 장면이 없다. 이용자가 진짜 본인인지, 지시가 정말 본인의 뜻인지를 기계가 판단한다.
이 구조에서 손해의 원인을 이용자가 밝히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버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인증 과정에 어떤 결함이 있었는지는 금융회사만 알 수 있다. 그래서 전자금융거래법은 시스템을 운영해 이익을 얻는 쪽이 사고 위험도 지도록 정했다. 2006년 제정 당시의 핵심 설계다.
그 뒤 사고의 모습이 바뀌었다. 초기에는 접근매체 위조가 문제였지만, 이후에는 이용자의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노리는 방식이 늘었다. 시행령은 2013년에 고의와 중대한 과실의 범위를 다시 정리했다. 금융회사가 보안강화를 위해 요구한 추가 인증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한 경우가 이때 포함됐다.
통장 대여를 처벌하는 규정은 다른 이유에서 만들어졌다. 남의 명의로 된 계좌는 보이스피싱과 자금세탁에 쓰인다. 계좌를 빌려준 사람은 대가를 조금 받지만, 그 계좌를 거쳐 간 피해금은 훨씬 크다. 계좌를 빌려주는 행위 자체를 막지 않으면 사기 구조가 유지된다.
03 ·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가
적용 요건과 예외
책임 분담은 세 단계로 갈린다. 금융회사가 원칙적으로 배상하고, 이용자에게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약관에 정한 범위에서 책임이 넘어가며, 도난·분실은 통지 시점을 기준으로 나뉜다.
거래 지시를 하거나 이용자와 거래 내용의 진실성을 확보하는 데 쓰는 수단이다. 통장, 카드, 인증서, 비밀번호, 등록된 휴대전화가 모두 접근매체다. 하나라도 남에게 넘어가면 그 계좌 전체가 노출된다.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 제1항이 정한 원칙이다. 접근매체의 위조·변조로 생긴 사고가 제1호, 계약 체결이나 거래 지시가 전자적으로 전송·처리되는 과정에서 생긴 사고가 제2호, 해킹 같은 전자적 침해행위로 얻은 접근매체가 쓰여 생긴 사고가 제3호다.
이용자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생긴 사고는 금융회사가 책임을 면할 수 있다. 다만 그 내용을 약관에 미리 정해 두어야 한다. 사고가 난 뒤에 금융회사가 새로 주장하는 사유로는 면책되지 않는다.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 제8조가 네 개 호로 열거하고 있다. 접근매체를 제3자에게 빌려주거나 사용을 맡긴 경우, 제3자가 무단으로 쓸 수 있음을 알거나 쉽게 알 수 있었는데도 누설·노출·방치한 경우, 금융회사가 요구한 추가 보안조치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한 경우 등이다.
접근매체를 잃어버리거나 도난당했을 때는 통지한 시점이 기준이 된다. 금융회사는 통지를 받은 때부터 제3자가 그 접근매체를 사용해 생긴 손해를 배상한다. 그래서 분실 사실을 안 즉시 알려야 한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은 접근매체의 양도·양수와 대가를 주고받는 대여·보관·전달·유통을 금지하고, 제49조 제4항은 이를 어긴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 아르바이트로 통장을 빌려준 사람도 처벌 대상이 되고, 동시에 중대한 과실로 취급돼 사고 손해를 스스로 부담하게 된다.
이용자가 법인인 경우에는 금융회사가 사고를 막기 위해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했다면 책임이 달라질 수 있다. 개인 이용자와 같은 기준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04 · 나에게 어떻게 적용되는가
상황별로 본다
- 01
인증서가 털려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갔다
먼저 금융회사에 신고해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사고 사실을 서면으로 남긴다. 전자금융거래법상 원칙은 금융회사의 배상이다. 금융회사가 면책을 주장하려면 이용자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을 들어야 하고, 그 사유가 약관에 미리 적혀 있어야 한다.
- 02
높은 수익을 준다기에 통장을 빌려줬다
대가를 받고 접근매체를 빌려주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이 금지하는 행위이고, 제49조 제4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다. 그 계좌로 사고가 나면 시행령 제8조 제1호의 중대한 과실에 해당해 손해를 스스로 부담하게 된다. 계좌 지급정지와 금융거래 제한도 함께 따라온다.
- 03
금융회사가 추가 인증을 하라는데 번거로워 껐다
보안강화를 위해 금융회사가 요구한 추가 보안조치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한 상태에서 사고가 나면 중대한 과실로 본다. 시행령 제8조 제3호가 정한 사유다. 불편하더라도 추가 인증은 켜 두는 편이 안전하다.
- 04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는데 이틀 뒤에 알았다
분실·도난은 통지 시점이 기준이다. 금융회사는 통지를 받은 때부터 제3자의 사용으로 생긴 손해를 배상한다. 통지 전에 벌어진 거래는 다른 기준으로 따진다. 분실을 안 즉시 금융회사에 알리고 알린 시각을 남겨야 한다.
- 05
05 ·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
이 규칙이 막지 못하는 것
규칙이 있다고 해서 다 막히는 것은 아니다.
- 01
중대한 과실인지 아닌지를 다투는 부담은 결국 이용자에게 온다. 금융회사가 면책을 주장하면 이용자는 자기가 접근매체를 방치하지 않았음을 설명해야 하는데, 그 근거가 되는 접속 기록은 대부분 금융회사가 가지고 있다.
- 02
법은 금융회사와 이용자 사이의 책임만 나눈다. 실제로 돈을 가져간 사람에게서 돈을 되찾는 문제는 별도의 피해구제 절차이고, 회수되는 금액은 계좌에 남아 있는 잔액을 넘지 못한다.
- 03
통장 대여 처벌은 빌려준 사람에게 집중된다. 구조를 설계하고 이익을 가져가는 조직은 국외에 있는 경우가 많아 처벌이 어렵고, 국내에서는 생계가 어려운 사람이 명의를 빌려주고 전과와 금융거래 제한을 함께 떠안는 일이 반복된다.
- 04
이용자가 스스로 속아 직접 이체한 경우는 이 법의 배상 구조에 잘 들어맞지 않는다. 접근매체가 위조된 것도, 전송 과정에 오류가 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 피해의 상당 부분이 여기에 걸린다.
- 05
추가 보안조치의 종류와 강도는 금융회사가 정한다. 이용자가 어디까지 지켜야 중대한 과실을 면하는지 미리 알기 어렵고, 회사마다 기준도 같지 않다.
이 제도로 다투려면
절차와 기한
이 제도가 적용되는 상품
상품에서 어떻게 나타나나
보통예금
언제든 넣고 뺄 수 있는 대신 이자를 사실상 포기하는 계약이다. 돈을 불리는 상품이 아니라 결제와 이체를 위해 돈을 대기시켜 두는 계좌다. 큰 금액은 예금자보호 한도를 따로 계산해야 한다.
체크카드
연결된 예금계좌의 잔액 범위에서만 결제되고 대금이 곧바로 빠져나가는 카드다. 빚이 생기지 않는 대신 잔액이 없으면 승인이 나지 않는다. 계좌 잔액보다 더 쓸 수 없다.
신용카드
카드사가 물건값을 가맹점에 먼저 내주고 나중에 회원에게 청구하는 여신계약이다. 결제하는 순간 카드사에 대한 빚이 생기고, 결제일에 그 빚을 갚는다.
선불전자지급수단
돈을 미리 넣어 두고 나중에 물건값으로 쓰는 수단이다. 넣은 돈은 예금이 아니라 발행사에 대한 청구권이고, 발행사가 무너지면 돌려받기 어렵다.
이 제도가 문제가 된 사건
실제로 벌어진 일
20년째 진화하는 전화 한 통
보이스피싱
2006년 106억원으로 시작해 2025년 1조 2,578억원이 됐다. 건당 피해액은 862만원에서 5,384만원으로 늘었다.
브리핑 읽기'엄마 나야' 문자 한 통, 한 해 피해 927억원
메신저피싱·스미싱 결합 금융사기
가족을 사칭한 메신저피싱 피해액은 2018년 216억원에서 2022년 927억원으로 늘었다. 문자사기 탐지 건수는 2024년 219만 6,469건이다.
브리핑 읽기모르는 돈 1원이 들어오면 계좌 전체가 멈춘다
통장협박과 지급정지 악용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보호하려고 만든 지급정지 제도가 협박 수단이 됐다. 지급정지 계좌는 2023년 2만 7,652건에서 2024년 3만 2,409건으로 늘었다.
브리핑 읽기근거와 검증
무엇을 어떻게 확인했는가
본문에 쓴 조문 번호와 기한, 금액은 아래 등급으로 대조했다. 대조하지 못한 항목은 본문에서 숫자를 빼고 확인할 곳만 적었다. 기준일은 2026.08.06이다.
원문 대조 · 8건
- 접근매체의 양도·양수, 대가를 수수·요구·약속하는 대여·보관·전달·유통, 질권 설정 금지한국법제연구원 영문법령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원문 확인. 본문에는 조문 번호를 쓰지 않고 내용만 서술했다
- 접근매체 위조·변조 사고와 전자적 전송·처리 과정의 사고에 대해 금융회사가 손해를 배상한다영문법령 제9조 제1항 원문 확인
- 이용자의 고의·중과실 면책은 약관에 미리 정한 경우에 한한다영문법령 제9조 제2항·제3항에서 사전 약정과 약관 기재 요건 확인
- 분실·도난 통지를 받은 때부터 제3자 사용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한다영문법령 제10조 제1항 원문 확인
- 법인 이용자에 대해서는 금융회사가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한 경우 책임이 달라진다영문법령 제9조 제2항의 법인 특례 확인
-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 제8조가 고의·중대한 과실의 범위를 4개 호로 열거한다(대여·사용위임·양도, 누설·노출·방치, 추가 보안조치 거부, 추가 보안조치 매체의 누설·대여)한국법제연구원 대한민국영문법령의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 제8조 조문 인쇄 화면에서 원문을 대조했다. 제3호와 제4호는 모두 법 제9조 제1항 제3호의 사고를 전제로 한다. 본문에 조문 번호를 되살렸다
- 제6조 제3항을 어긴 접근매체 양도·양수, 대여·차용, 보관·전달·유통은 제49조 제4항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한국법제연구원 대한민국영문법령의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벌칙) 조문 인쇄 화면에서 원문을 대조했다. 제4항 각 호가 제6조 제3항 제1호부터 제4호까지의 위반을 열거하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정한다. 본문에 조문 번호와 법정형을 되살렸다
-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 제1항 제3호는 전자적 침해행위로 얻은 접근매체가 쓰여 생긴 사고를 금융회사의 배상 대상으로 정한다전자금융거래법 제9조 조문 인쇄 화면에서 원문을 대조했다. 제1항 제1호는 위조·변조 사고, 제2호는 전자적 전송·처리 과정의 사고, 제3호는 전자적 침해행위로 얻은 접근매체 이용 사고다. 제2항 제1호는 이용자의 고의·중과실과 사전 약정을, 제3항은 고의·중과실의 범위를 약관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본문에 호 번호를 되살렸다
기관 자료로 확인 · 2건
- 시행령 고의·중과실 범위 개정 2013년 11월 22일개정 표기로 확인. 본문에는 연도만 썼다
- 전자금융거래법 제정 2006년영문법령 표제부의 법률 제7929호 표기로 확인. 정확한 공포일과 시행일은 원문 대조가 남아 있다
확인 창구
- 한국법제연구원전자금융거래법 영문법령
- 금융감독원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
- 금융감독원금융감독원 통합 누리집
참고 자료
- 한국법제연구원 대한민국영문법령 —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 제8조(고의나 중대한 과실의 범위) 조문 원문
- 한국법제연구원 대한민국영문법령 —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의 책임) 조문 원문
- 한국법제연구원 대한민국영문법령 —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벌칙) 조문 원문
- 한국법제연구원 대한민국영문법령 — 전자금융거래법(제6조·제9조·제10조)
- 한국법제연구원 대한민국영문법령 —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
-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 제8조 고의나 중대한 과실의 범위 전문
- 금융감독원 —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운영 가이드라인 마련(KDI 게재)
이 설명은 제도에 대한 일반적 정보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니다. 법령은 자주 바뀌므로 실제로 권리를 행사하기 전에 해당 기관에 최신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