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핵심 요약 · 90초
주가조작에 쓰인 계좌의 상당수는 조작 세력의 것이 아니었다. 수익률 광고를 보고 휴대전화와 증권계좌를 맡긴 일반인의 것이었다. 그리고 그 계좌에는 손실뿐 아니라 증권사에 갚아야 할 빚이 남았다.
2023년 4월 24일 개장 직후 삼천리, 서울가스, 대성홀딩스, 세방, 다우데이타, 하림지주, 다올투자증권, 선광 8개 종목이 동시에 하한가로 떨어졌다. 하락은 4월 26일까지 사흘 연속 이어졌다. 매도 창구 상당분이 프랑스계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이었다. 국내 개인이 증권사를 통해 맺은 차액결제거래(CFD) 계약의 실제 주문이 외국계 창구로 나가는 구조 때문이었다.
언론 보도 기준 8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2023년 4월 21일 대비 4월 28일에 약 7조 8,000억원 줄었다. 검찰은 라덕연 씨 등 56명을 적발해 기소했고 이 가운데 14명이 구속됐다. 검찰이 공소장에 적은 부당이득은 7,305억원이다. 1심 법원은 2025년 2월 13일 라 씨에게 징역 25년, 벌금 1,465억 1,000만원, 추징금 1,944억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2025년 11월 25일 징역 8년으로 감형했으나, 대법원은 2026년 5월 20일 이를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파기환송으로 라 씨에 대한 재판은 다시 진행 중이다. 확정된 형은 아직 없다. 쟁점은 CFD 계좌를 통한 주문도 시세조종에 해당하는지였고, 대법원은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이 판단은 장외파생상품을 통한 주식 주문 전반에 적용된다. 한편 2023년 9월 1일 시행된 CFD 규제 강화 이후에도 CFD 잔고는 다시 늘고 있어, 레버리지 거래의 청산 위험은 그대로 남아 있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약 8분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이 사건의 구조는 세 가지가 겹친 결과다. 남의 계좌, 레버리지, 그리고 통계에서 보이지 않는 거래다.
투자자를 모아 계좌를 받는다
높은 수익률을 내세워 투자자를 모은 뒤 휴대전화와 증권계좌를 넘겨받는다. 자금과 계좌 명의가 분산되므로 한 사람이 대량으로 사들이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등록 없이 남의 돈을 운용하는 것은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여러 계좌로 서로 사고판다
같은 조직이 관리하는 계좌들끼리 같은 가격에 사고파는 통정매매를 반복한다. 실제 소유자는 바뀌지 않지만 체결 가격은 계속 올라간다. 거래량이 적은 종목일수록 적은 돈으로 가격을 올릴 수 있다.
→CFD로 노출 규모를 키운다
CFD는 증거금만 넣고 그 배수의 가격 변동에 노출되는 계약이다. 국내 증권사는 이 위험을 외국계 증권사에 넘긴다. 그 결과 실제 주문자는 국내 개인인데 거래 통계에는 외국인 매매로 표시된다. 시장은 외국인이 사들이는 종목으로 읽는다.
→증거금이 부족해지면 강제 청산된다
주가가 내려가 증거금이 기준에 못 미치면 증권사가 계약을 강제로 정리한다. 이때 나오는 매도는 가격을 더 떨어뜨리고, 다시 다른 계좌의 청산을 부른다. 청산 뒤 남은 부족분은 고객의 채무가 된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첫째, 거래의 실제 주체가 통계에서 가려져 있었다. 개인의 CFD 주문이 외국인 매매로 집계되는 구조에서는 시장 참여자도 감독당국도 그 종목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기 어려웠다. 종목별 CFD 잔고도 공시되지 않았다.
둘째, 개인전문투자자 문턱이 낮아졌다. 2019년 11월 지정 요건 완화 이후 개인전문투자자 수가 크게 늘었다. 전문투자자는 위험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고 전제되므로 설명의무와 적합성 원칙의 보호를 상당 부분 받지 못한다.
셋째, 계좌를 맡기는 행위가 규제 밖에 있었다. 등록된 투자일임업자가 아닌 사람에게 계좌와 인증수단을 넘기면 거래 기록상 본인이 직접 거래한 것이 된다. 손실도 남은 채무도 본인이 진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금융위원회는 2023년 6월 'CFD 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9월 1일부터 시행했다. 실제 투자자 유형을 거래 통계에 반영해 개인의 CFD 거래가 외국인으로 잡히지 않게 했다. 전체 CFD 잔고는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포털에 매일 공시하고 종목별 잔고는 증권사 거래 화면에 표시하도록 했다. 최소 증거금률 40%는 행정지도에서 규정으로 올렸고, CFD 잔고를 증권사 신용공여 한도에 합산했다. 개인전문투자자 지정 요건은 최근 5년 중 1년 이상 주식·파생상품 등의 연말 평균 잔고 3억원 이상으로 강화했고, 2년마다 자격을 재확인하며, 증권사의 전문투자자 전환 권유를 금지했다.
2023년 6월 30일 국회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시세조종·미공개정보 이용·부정거래에 대해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 산정이 어려우면 40억원까지 가능하다. 부당이득 산정방식을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뺀 금액'으로 법에 명시했고 자진신고 감면 제도도 도입했다.
제도개선은 CFD의 표시와 문턱을 다뤘지만 계좌와 인증수단을 타인에게 넘기는 행위 자체를 막지는 못한다. 무등록 투자일임의 적발은 여전히 사후에 이뤄진다. 손실을 본 개인 다수는 형사 재판이 끝나지 않아 배상 절차를 시작하지도 못했다. 부당이득 추징이 피해자에게 돌아가는 통로도 없다.
최종 부담투자자·시장가격·신뢰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이 사건에서 개인이 실제로 통제할 수 있었던 지점은 계좌를 넘기기 전과 레버리지 계약을 맺기 전 두 곳이다.
지금 확인할 것
- 돈을 맡기려는 상대가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회사인지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의 제도권 금융회사 조회에서 확인한다. 등록되지 않은 개인이나 법인이 자금을 대신 운용하면 무등록 투자일임업이다.
- 증권계좌 아이디, 비밀번호, 공동인증서, 휴대전화를 타인에게 넘기지 않는다. 넘긴 계좌의 거래는 기록상 본인 거래이며 손실과 채무도 본인에게 귀속된다.
- CFD 계약을 권유받으면 증거금률, 강제청산 기준선, 최대 손실 가능액을 계약 전에 숫자로 확인한다.
- 본인이 개인전문투자자로 지정돼 있는지 거래 증권사에 확인한다. 전문투자자가 되면 설명의무와 적합성 원칙 등 일반투자자용 보호가 상당 부분 줄어든다.
- 관심 종목의 CFD 잔고를 증권사 거래 화면이나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포털(freesis.kofia.or.kr)에서 본다.
일이 생겼을 때
- 시세조종으로 손해를 입었다면 자본시장법 제177조에 따라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청구권은 위반행위가 있었던 사실을 안 때부터 2년, 행위가 있었던 때부터 5년이 지나면 소멸한다.
- 부정한 수단을 쓴 거래로 손해를 입었다면 제179조에 따른 배상청구도 가능하다. 두 조항 모두 인과관계를 청구인이 밝혀야 하므로 매매내역과 권유 자료를 확보한다.
- 증권사와의 분쟁, 미수채권 상환 조건, 강제청산 절차에 관한 다툼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을 신청한다. 신청만으로 채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 무등록 투자일임에 자금을 맡겼다면 계약과 송금 기록, 대화 내용을 보존하고 계좌를 넘긴 경위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둔다.
어디에 신고하나
- 금융감독원 1332로 상담하고, e-금융민원센터(fcsc.kr)에 민원과 분쟁조정을 접수한다.
- 불공정거래는 금융감독원 홈페이지(fss.or.kr)의 증권 불공정거래 신고와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신고 창구로 제보한다.
- 원금 보장과 고수익을 함께 내세우는 권유는 유사수신 소지가 있다. 불법사금융 신고는 1332, 사기 피해는 경찰청 ecrm.police.go.kr에 접수한다.
- 종목의 공시 이력은 전자공시시스템(dart.fss.or.kr)에서 확인한다. 최대주주 지분 변동과 대량보유 보고가 올라온다.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 01
수익률을 보장하거나 손실을 대신 메워주겠다는 말을 듣고 있지 않은가.
- 02
증권계좌와 휴대전화를 대신 관리해 주겠다는 요구를 받고 있지 않은가.
- 03
내가 개인전문투자자로 지정돼 있는지, 그래서 어떤 보호가 줄어드는지 알고 있는가.
- 04
지금 맺으려는 계약이 최악의 경우 원금을 넘는 채무를 남기는 구조인지 확인했는가.
- 05
거래량이 적고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종목이 오랫동안 조용히 오르는 것을 실적 개선으로만 설명하고 있지 않은가.
상설 확인 창구
- 금융민원·분쟁조정금융감독원 1332 · fcsc.kr
- 내 계좌 조회·일괄 지급정지어카운트인포 payinfo.or.kr
- 내 명의 휴대전화 조회엠세이퍼 msafer.or.kr
- 내 보험 전체 조회내보험 찾아줌 cont.insure.or.kr
- 기업 공시 확인전자공시시스템 dart.fss.or.kr
- 금융소비자 정보포털파인 fine.fss.or.kr
05 · 필자의 결론
이 사건은 세 가지를 남겼다. 첫째, 거래의 실제 주체를 통계에서 가리는 제도는 시장 전체의 판단을 흐린다. 개인의 주문이 외국인 매매로 집계되는 동안 아무도 그 종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다. 둘째, 전문투자자라는 이름은 보호의 축소를 뜻한다. 요건을 낮추는 결정은 곧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을 늘리는 결정이다. 셋째, 사후 처벌만으로는 돈이 돌아오지 않는다. 1심의 추징금 1,944억원은 국고로 들어가는 돈이지 피해자에게 돌아가는 돈이 아니다. 형이 확정되기까지 3년이 넘게 걸리는 동안 배상은 시작되지도 않았다. 불공정거래 제재를 강화하는 것과 피해 회복 통로를 만드는 것은 다른 일이다.
이 사건과 관련된 금융상품
- 주식담보대출보유한 주식을 팔지 않고 담보로 맡긴 뒤 그 평가액의 일부를 빌리는 계약이다. 주가가 일정 선 아래로 떨어지면 금융회사가 내 동의 없이 주식을 팔아 대출금을 회수한다.
- 스탁론자기 돈의 몇 배에 해당하는 주식 매수자금을 저축은행 등에서 빌리는 대출이다. 주가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주식이 강제로 팔리고, 그래도 모자라면 빚이 남는다.
- 종합위탁계좌증권사에 매매를 맡기기 위해 여는 계좌다. 계좌 자체는 수익을 내지 않고, 그 안에 무엇을 담느냐와 빌려서 사느냐에 따라 원금을 넘는 손실까지 가능해진다.
- 신용거래융자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그 돈으로 주식을 사고, 산 주식을 그대로 담보로 잡히는 대출이다. 담보가치가 기준 아래로 내려가면 증권사가 투자자 동의 없이 주식을 팔아 빚부터 회수한다.
- 예탁증권담보융자이미 갖고 있는 주식과 펀드를 담보로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 대출이다. 주식을 팔지 않고 현금을 쓰는 대신, 주가가 내려가면 그 주식이 강제로 팔려 빚부터 갚는 데 쓰인다.
- 미수거래계좌에 있는 돈보다 많은 금액의 주식을 먼저 사고 모자란 대금을 2영업일 안에 채워 넣기로 하는 거래다. 채우지 못하면 그 다음 영업일 아침에 주식이 강제로 팔리고 계좌는 30일간 동결된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