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핵심 요약 · 90초
주가가 1년 동안 14배 올랐는데 회사에는 그럴 만한 일이 없었다. 오른 이유는 계좌 330여 개를 나눠 쓰며 서로 사고판 주문 23만여 건이었다. 그리고 그 거래에는 증권사가 빌려준 돈이 섞여 있었다.
2022년 10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약 1년 동안 영풍제지 주가가 조작됐다. 검찰 수사 결과 증권계좌 330여 개가 동원됐고, 통정매매와 고가매수 주문 등 시세조종성 주문이 약 23만 4,000회 제출됐다. 주가는 2022년 10월 25일 3,484원에서 2023년 10월 17일 48,400원까지 올랐다. 2023년 9월 8일에는 장중 54,200원을 기록했다. 2023년 10월 17일 검찰이 체포영장을 집행하면서 조작이 멈췄고, 주가는 그 뒤 연속 하한가로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가 대신 결제해 준 미수금이 회수되지 않았다.
검찰이 2024년 2월 14일 발표한 중간수사결과에서 부당이득은 6,616억원으로 산정됐다. 단일 종목 사건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2023년 11월 3일 첫 구속기소 시점에 산정된 금액은 2,789억원이었으나 수사가 진행되며 늘었다.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16명으로, 시세조종 혐의 12명과 범인도피 혐의 4명이다. 주범으로 지목된 이모씨는 2024년 1월 25일 서귀포 해상에서 밀항을 시도하다 검거됐다. 피해는 조작 세력에 그치지 않았다. 키움증권은 2023년 10월 20일 이 종목에서 미수금 4,943억원이 발생했다고 밝혔고, 그 발표 이후 키움증권 주가가 23.93% 떨어졌다. 거래는 2023년 10월 19일 정지됐다가 26일 재개됐고, 그때부터 11월 2일까지 7거래일 연속 하한가가 이어졌다.
형사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민사 쪽에서는 판단이 갈리고 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025년 12월 18일 선고한 2024가합100092 사건에서 증권사의 미수금 청구를 받아들여 투자자에게 7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같은 시기 다른 사건에서는 증권사의 책임을 30% 인정했다. 유사 소송 100건 이상이 1심에 계류돼 있어 책임 비율은 확정되지 않았다. 한편 2024년 1월 19일 시행된 개정 자본시장법은 불공정거래에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했다. 이 사건은 그 이전 행위여서 새 제도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회사는 2025년 10월 14일 사명을 블루산업개발로 바꿨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약 9분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시세조종은 돈이 아니라 주문으로 가격을 만든다. 이 사건에서는 그 주문에 증권사 돈이 섞였다.
계좌 330여 개를 모은다
한 사람이 대량으로 사면 감시망에 걸린다. 그래서 여러 사람의 계좌를 빌려 나눠 쓴다. 계좌를 빌려준 사람은 수익 배분을 약속받지만, 나중에 미수금 채무자가 되는 것도 그 사람이다.
→서로 사고팔아 가격을 만든다
같은 편끼리 정해진 가격에 팔고 사는 통정매매를 반복하면 거래량과 가격이 함께 오른다.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에 사겠다는 주문을 계속 넣으면 호가가 올라간다. 이 사건에서 그런 주문이 약 23만 4,000회 나왔다.
→미수거래로 자기 돈 이상을 쓴다
증거금률 40%면 자기 돈의 2.5배까지 살 수 있다. 조작에 필요한 매수 규모를 자기 자금 없이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결제일까지 갚으면 증권사는 손실을 보지 않지만, 그 전에 가격이 무너지면 미수금이 남는다.
→수사가 알려지면 매수가 사라진다
가격을 떠받치던 주문이 멈추는 순간 남는 것은 매도뿐이다. 하한가가 이어지면 강제 매도조차 체결되지 않는다. 회수되지 못한 금액이 증권사 미수금 4,943억원으로 남았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첫째, 위험 신호에 대한 대응이 회사마다 달랐다. 증거금률은 각 증권사가 자율로 정한다. 같은 종목인데 회사별 판단이 갈리면 기준이 느슨한 쪽으로 물량이 이동한다.
둘째, 계좌를 빌려주는 행위가 손실의 출발점이 됐다. 미수거래 채무는 명의자에게 청구된다. 계좌를 넘기는 순간 채무도 함께 넘어온다.
셋째, 적발 이후 회복 수단이 부족했다. 부당이득 6,616억원은 이미 다른 투자자의 돈으로 흘러간 뒤였다. 개인투자자가 실제로 다툴 수 있는 상대는 조작 세력이 아니라 증권사였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2023년 6월 30일 국회를 통과한 개정 자본시장법이 2024년 1월 19일 시행됐다. 미공개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에 대해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고, 부당이득을 산정하기 어려우면 40억원 이하로 부과한다. 부당이득은 위반행위로 얻은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뺀 금액으로 법에 명시됐다. 자진신고자에 대한 감면 제도도 도입됐다.
법원은 미수거래 약정을 현금 주식거래와 별개의 계약으로 보고 실명확인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산상황과 변제능력 확인을 생략한 점, 유통주식의 74%가 한 회사 계좌에 몰린 상황을 감지하지 못한 점도 지적됐다. 증권사의 위탁증거금 운용과 이상거래 감지 체계가 소송의 직접 쟁점이 됐다.
책임 비율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 사건에서는 증권사 청구가 전부 인용됐고 다른 사건에서는 증권사 책임 30%가 인정됐다. 100건 이상이 1심에 남아 있다. 상급심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미수거래에서 증권사와 투자자가 각각 무엇을 책임지는지는 확정되지 않는다.
최종 부담투자자·시장가격·신뢰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시세조종을 개인이 미리 알아내기는 어렵다. 다만 휘말릴 통로를 줄일 수는 있다.
지금 확인할 것
- 종목이 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 종목으로 지정됐는지 확인한다.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 KIND(kind.krx.co.kr)와 각 증권사 화면에서 볼 수 있다.
- 주가가 급등한 회사의 공시를 직접 읽는다. 전자공시시스템 DART(dart.fss.or.kr)에서 최대주주 변경, 유상증자, 전환사채 발행 내역을 확인한다. 실적 변화 없이 주가만 오르면 근거가 무엇인지 따져야 한다.
- 내 계좌의 증거금률과 미수거래 가능 여부를 확인한다. 증거금률은 종목별로, 증권사별로 다르다. 같은 종목인데 회사마다 다르다면 그 자체가 위험 평가가 갈린다는 뜻이다.
- 미수거래를 쓰고 있다면 결제일과 반대매매 시점을 정확히 안다. 미수금은 이틀 뒤 갚아야 하고, 못 갚으면 증권사가 임의로 매도한다.
일이 생겼을 때
- 누가 대신 운용해 주겠다며 계좌 정보나 인증서를 요구하면 응하지 않는다. 미수거래 채무는 계좌 명의자에게 청구된다. 2025년 12월 판결에서 명의자가 7억원과 지연이자를 부담하게 된 근거가 포괄적 거래 권한 위임이었다.
- 거래 통지 문자를 확인하지 않고 두지 않는다. 통지를 받고도 대응하지 않은 사실이 위임을 인정하는 근거로 쓰였다.
- 시세조종이 의심되면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www.krx.co.kr)나 금융감독원에 신고한다.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신고에는 포상금 제도가 있다.
- 이미 손실이 발생했다면 거래내역, 증권사 안내문, 증거금률 변경 통지를 모두 확보한다. 증권사 책임을 다투는 소송에서 이 자료가 쟁점이 된다.
어디에 신고하나
- 금융감독원 1332 또는 금융감독원 홈페이지(www.fss.or.kr)에서 증권 불공정거래를 신고한다.
-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www.krx.co.kr)에 이상거래를 제보한다.
- 금융감독원 e-금융민원센터 fcsc.kr에서 증권사 관련 분쟁조정을 신청한다.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 01
실적이나 사업 내용에 변화가 없는데 주가만 계속 오르고 있지 않은가.
- 02
누군가 계좌를 맡기면 대신 굴려주겠다고 제안하고 있지 않은가.
- 03
내가 쓰는 증권사만 그 종목의 증거금률이 낮은 것은 아닌지 확인했는가.
- 04
미수거래로 산 주식이 이틀 안에 갚아야 할 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 05
반대매매가 걸렸을 때 손실이 원금을 넘을 수 있다는 점을 계산해 봤는가.
상설 확인 창구
- 금융민원·분쟁조정금융감독원 1332 · fcsc.kr
- 내 계좌 조회·일괄 지급정지어카운트인포 payinfo.or.kr
- 내 명의 휴대전화 조회엠세이퍼 msafer.or.kr
- 내 보험 전체 조회내보험 찾아줌 cont.insure.or.kr
- 기업 공시 확인전자공시시스템 dart.fss.or.kr
- 금융소비자 정보포털파인 fine.fss.or.kr
05 · 필자의 결론
이 사건에서 가장 자주 반복된 설명은 '개인투자자가 욕심을 냈다'는 말이다. 그 말로는 4,943억원이 설명되지 않는다. 미수금은 개인의 돈이 아니라 증권사가 결제일까지 대신 치러준 돈이다. 다른 증권사들이 증거금률을 100%로 올려 미수거래를 막은 동안 한 곳이 40%를 유지했고, 그 결과 유통주식의 74%가 한 회사 계좌에 몰렸다. 시세조종은 계좌와 주문으로 이뤄지지만, 그 규모를 키운 것은 신용의 공급이었다. 부당이득 6,616억원은 이미 시장에 흩어졌고, 남은 것은 누가 얼마를 책임지느냐는 소송 100여 건이다. 개정 자본시장법은 부당이득의 두 배까지 과징금을 물릴 수 있게 했다. 다음 사건에서는 그 조항이 실제로 적용되는지가 관건이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