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P 발행액
2,050억원
정부 유동성 공급
50조원+α (2022.10.23)
AA- 회사채 금리
5.736% (2022.10.21)
강원도 상환액
2,049억 1,400만원 (2022.12.12)

01 · 핵심 요약 · 90초

2,050억원짜리 증권 하나가 만기에 상환되지 않았다. 한 달 뒤 정부는 50조원이 넘는 유동성 공급을 발표했고, 한국은행은 6조원 규모 환매조건부채권 매입에 나섰다. 발행액의 240배가 넘는 금액이 움직인 이유를 아는 것이 이 사건의 전부다.

2020년 강원중도개발공사는 춘천 중도의 레고랜드 주변 기반조성 사업 자금을 마련하려고 특수목적회사 아이원제일차를 통해 2,050억원 규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했다. 자산을 담보로 잡고 짧은 만기로 돈을 빌리는 증권이다. 금리는 연 4.8%였고 강원도가 지급을 보증했다. 신용등급은 단기등급 최상위인 A1이었다. 2022년 9월 28일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이 회사에 대한 기업회생 신청 방침을 밝혔다. 증권 만기는 다음 날인 9월 29일이었고, 증권은 10월 초 부도 처리됐다.

얼마나 큰 사건인가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증권이 만기에 상환되지 않은 첫 사례였다. 시장은 그때까지 지자체 보증을 사실상 정부 신용으로 취급해 왔다. 그 전제가 무너지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기초로 발행된 유동화증권 전반의 차환이 막혔다. 신용등급 AA-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2022년 10월 21일 5.736%까지 올랐다. 연초 2.460%의 두 배가 넘는다. 회사채 발행 규모는 8월 5조원대에서 10월 1조원대로 줄었다. 정부는 10월 23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50조원+α 규모 유동성 공급을 발표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 20조원 재가동, 회사채·기업어음 매입 프로그램 8조원에서 16조원 확대, 증권사 지원 3조원, PF 사업자 보증 10조원이 들어갔다. 한국은행도 10월 27일 6조원 규모 환매조건부채권 매입과 적격담보증권 확대를 결정했다.

왜 지금 중요한가

강원도는 2022년 12월 12일 보증채무 2,049억 1,400만원을 전액 상환했다. 도의회가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킨 뒤였다. 사건 자체는 종결됐지만 두 가지가 남았다. 첫째, 만기 3개월짜리 증권으로 몇 년짜리 개발사업을 지탱하는 부동산 PF 자금조달 구조는 그대로다. 2023년 이후 부동산 PF 부실 정리 과정에서 같은 구조가 다시 문제가 됐다. 둘째,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채무를 언제 어떤 절차로 이행하는지가 이 사건 전까지 검증된 적이 없었다. 2025년 10월 국정감사에서도 당시 회생 신청 방침 발표 경위와 채권자 협의 여부를 두고 공방이 이어졌다. 유동화증권 정보를 공개하는 제도는 2024년에야 시행됐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8

만기 하루 전에 나온 발표

강원중도개발공사는 강원도가 최대주주인 회사다. 춘천 중도의 레고랜드 테마파크 주변 41만여㎡ 부지의 기반조성을 맡았다. 2020년 이 회사는 BNK투자증권 주관으로 특수목적회사 아이원제일차를 세우고 2,050억원을 조달했다. 금리는 연 4.8%였다. 담보는 중도 토지였고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섰다.

토지 매각이 예정대로 되지 않았다. 회사는 만기에 자력으로 갚을 수 없는 상태였다. 원래대로라면 보증인인 강원도가 대신 갚으면 되는 구조였다.

2022년 9월 28일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강원중도개발공사에 대해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ABCP 만기는 다음 날인 9월 29일이었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채무 상환은 그 절차 안에서 처리된다. 시장은 이를 보증인이 보증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었다. 증권은 10월 초 부도 처리됐다.

2025년 10월 24일 국정감사에서 김 지사는 지급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회생절차를 밟으려던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자리에서 발표에 앞서 채권자 측과 공식 협의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50억원이 왜 시장 전체를 멈췄나

이 증권의 신용등급 A1은 사업성 때문에 나온 것이 아니다. 강원도의 지급보증 때문에 나온 등급이다. 투자자는 사업이 아니라 강원도의 신용을 보고 샀다.

지방자치단체의 보증은 그때까지 이행되지 않은 사례가 없었다. 시장은 이를 정부 신용에 준하는 것으로 취급했다. 그 전제가 하루 만에 흔들렸다.

문제는 같은 구조가 시장 전체에 퍼져 있었다는 점이다. 부동산 개발사업은 완공까지 몇 년이 걸리는데 자금은 만기 3개월짜리 유동화증권으로 조달하는 경우가 많다. 만기마다 새 증권을 발행해 이전 증권을 갚는다. 이 차환이 건설사나 증권사, 지방자치단체의 신용보강에 기대고 있었다. 보강 제공자의 이행 의지를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지자 차환 자체가 멈췄다.

지표로 나타났다. 신용등급 AA-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10월 21일 5.736%를 기록했다. 연초 2.460%에서 두 배 넘게 올랐다. 회사채 발행 규모는 8월 5조원대에서 10월 1조원대로 줄었다. 높은 금리를 제시해도 사겠다는 곳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두 달 동안 투입된 금액

2022년 10월 23일 정부는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유동성 공급 규모를 50조원+α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구성은 네 갈래다. 채권시장안정펀드 20조원을 재가동해 10월 24일부터 시공사 보증 PF-ABCP 매입을 재개한다.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의 회사채·기업어음 매입 프로그램을 8조원에서 16조원으로 늘린다. 한국증권금융이 자체 재원 3조원으로 증권사에 환매조건부채권 거래와 증권담보대출을 제공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주택금융공사의 부동산 PF 사업자 보증을 10조원 규모로 확대한다.

한국은행은 10월 27일 6조원 한도의 환매조건부채권 매입을 결정했다. 동시에 은행채와 한국전력채 등을 적격담보증권에 포함시켰다. 은행이 보유 국채를 시장에 팔지 않고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하려는 조치였다.

불안은 다른 곳으로도 번졌다. 11월 1일 흥국생명이 5억달러 규모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권을 예정대로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해외 시장에서 한국 금융회사가 발행한 같은 종류 증권의 가격이 함께 떨어졌다. 흥국생명은 11월 7일 결정을 되돌려 예정대로 조기상환권을 행사한다고 발표했다.

상환, 그리고 바뀐 제도

강원도는 2022년 11월 도의회에 보증채무 상환용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했다. 12월 12일 김진태 지사는 보증채무 2,049억 1,400만원을 전액 상환했다고 밝혔다.

부도 처리 시점부터 상환까지 약 두 달이 걸렸다. 그 두 달 사이에 투입되거나 약속된 공적 자금은 발표 기준 50조원을 넘는다.

제도가 바뀌었다. 2024년 1월 12일 개정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유동화증권을 만들어 판 쪽이 그 증권의 5% 이상을 만기까지 직접 보유하도록 하는 위험보유규칙이 도입됐다. 금융위원회에 등록하지 않고 발행한 유동화증권도 발행 정보를 공시하도록 했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유동화증권 통합정보시스템을 운영한다. 발행 내역과 공시, 신용평가 정보를 한곳에서 조회할 수 있다. 예탁결제원이 밝힌 2024년 말 기준 참여 기관은 증권사 25곳, 은행 4곳 등 46곳이고 등록된 발행 내역은 3,341건이다.

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이 사건은 증권 한 종목의 부도가 아니라 단기자금시장의 차환 구조에서 벌어진 일이다.

01 · 단계

사업 자금을 3개월씩 빌린다

부동산 개발사업은 완공까지 몇 년이 걸린다. 그런데 자금은 만기 3개월짜리 유동화증권으로 조달하는 경우가 많다. 만기가 짧을수록 금리가 낮기 때문이다. 만기가 오면 새 증권을 발행해 이전 증권을 갚는다. 이것을 차환이라고 한다.

02 · 단계

신용보강이 등급을 만든다

사업 자체의 신용만으로는 증권이 팔리지 않는다. 그래서 건설사, 증권사,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지급보증이나 매입확약을 붙인다. 신용등급은 사업이 아니라 이 보강을 제공한 쪽의 신용으로 매겨진다. 레고랜드 ABCP의 A1 등급은 강원도의 등급이었다.

03 · 단계

보강이 흔들리면 차환이 멈춘다

투자자가 보강 제공자의 이행 의지를 의심하면 새 증권을 사지 않는다. 만기는 3개월마다 돌아온다. 사겠다는 곳이 없으면 보강 제공자가 대신 갚아야 하고 그 부담이 한꺼번에 몰린다.

04 · 단계

한 종목이 시장 전체로 번진다

투자자에게는 개별 사업장을 하나씩 검증할 정보가 없다. 그래서 한 종목에서 사고가 나면 같은 구조 전체를 피한다. 사업성이 멀쩡한 곳까지 자금을 구하지 못한다. 이 단계에서 개별 신용 문제가 시장 전체의 유동성 문제로 바뀐다.

누가 내고 누가 최종 손실을 부담했는가
정보누가 무엇을 언제 알았고 설명했는가
책임계약·공시·통제·감독의 빈틈은 어디였는가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정보가 없었다. 2022년 당시 등록하지 않고 발행된 유동화증권은 발행 사실과 조건이 공개되지 않았다. 투자자도 감독당국도 시장에 부동산 PF 유동화증권이 얼마나 있고 만기가 언제 몰려 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려웠다. 정보가 없으면 사고가 났을 때 멀쩡한 것과 위험한 것을 구분할 수 없다. 구분할 수 없으면 전부 피하게 된다.

만든 쪽과 위험을 지는 쪽이 분리돼 있었다. 유동화증권을 설계하고 판 쪽은 그 증권을 계속 보유하지 않았다. 팔고 나면 위험은 매수자에게 넘어간다. 설계한 쪽이 위험을 함께 지지 않는 구조에서는 기초자산 심사가 느슨해진다. 개정 자산유동화법의 5% 위험보유규칙은 이 지점을 겨냥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보증채무의 이행 절차가 정리돼 있지 않았다. 보증채무를 갚으려면 예산이 필요하고 예산에는 의회 의결이 필요하다. 실제로 강원도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거쳐 12월에 상환했다. 이 시간차를 시장은 알지 못했고, 단체장의 회생 신청 발언을 이행 거부로 해석했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감독당국

2024년 1월 12일 개정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유동화증권을 발행한 쪽이 그 증권의 5% 이상을 만기까지 보유하도록 하는 위험보유규칙이 도입됐고, 등록하지 않은 유동화증권도 발행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유동화증권 통합정보시스템에서 발행·공시·신용평가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남은 과제

만기 3개월짜리 증권으로 몇 년짜리 사업을 지탱하는 조달 방식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2023년 이후 부동산 PF 부실 정리 과정에서 같은 구조가 다시 문제가 됐다. 증권의 만기를 사업 기간에 맞추도록 유도하는 장치는 아직 없다.

국회와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보증을 서는 시점의 심사 기준과, 이행이 필요할 때 걸리는 예산 절차와 기간을 미리 공개해 두어야 한다. 이번처럼 단체장의 한 문장이 이행 거부로 읽히는 해석 차이를 줄이는 방법은 절차를 사전에 명시하는 것뿐이다.

최종 부담이용자·소비자·공적 구제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개인이 유동화증권을 직접 사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머니마켓펀드나 채권형 펀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유하는 경우는 많다.

01

지금 확인할 것

  • 가입한 머니마켓펀드(MMF)나 채권형 펀드의 자산운용보고서에서 편입 자산 목록을 확인한다. 기업어음과 자산유동화증권의 비중, 발행회사 이름이 적혀 있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dis.kofia.or.kr)에서도 볼 수 있다.
  • 유동화증권의 발행 조건과 신용보강 내용은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or.kr)에서 확인한다. 2024년 1월 개정 자산유동화법 시행 이후에는 등록하지 않은 유동화증권도 공시 대상이다.
  • 신용등급이 사업 자체의 등급인지 보증인의 등급인지 구분한다. 등급이 높다는 것은 보증인이 우량하다는 뜻이지 사업이 안전하다는 뜻이 아니다.
  • 고금리 단기상품은 기초자산과 만기, 차환 실패 시 갚을 주체를 확인한다. 지방자치단체의 보증채무 규모는 지방재정365(lofin.mois.go.kr)에서 볼 수 있다.
02

일이 생겼을 때

  • 편입 자산에 부실이 생겼다면 운용사에 자산운용보고서와 수시공시 자료를 요구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집합투자업자는 자산운용보고서를 교부해야 한다.
  • 판매 과정에서 원금 손실 가능성을 설명받지 못했다면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7조의 위법계약해지권을 검토한다. 위반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계약체결일부터 5년 이내다.
  • 분쟁조정이나 소송을 준비한다면 같은 법 제28조 제3항에 따라 판매 당시 녹취와 설명서의 열람을 요구한다.
03

어디에 신고하나

  • 금융감독원 1332 또는 e-금융민원센터(fcsc.kr)에 분쟁조정을 신청한다.
  • 금융회사의 제재 이력은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에서 확인한다.
  • 미등록 업체의 부동산 개발사업 투자 권유는 통합신고대응센터(counterscam112.go.kr)에 신고한다.
스스로에게 물을 질문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1. 01

    가입한 펀드가 어떤 자산에 투자하는지 발행회사 이름 단위로 확인했는가.

  2. 02

    높은 신용등급이 사업의 등급인지 보증인의 등급인지 구분했는가.

  3. 03

    만기 3개월짜리 증권으로 몇 년짜리 사업에 자금을 대고 있지 않은가.

  4. 04

    차환에 실패하면 누가 갚는지, 그 주체가 실제로 갚을 능력과 절차를 갖췄는지 확인했는가.

  5. 05

    예금보다 금리가 높은 단기상품을 권유받으면서 그 금리 차이가 어디서 나오는지 설명을 들었는가.

상설 확인 창구

05 · 필자의 결론

이 사건에서 최종적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는 없다. 강원도가 두 달 뒤 2,049억원을 전액 갚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사건이 남는 이유는 2,050억원과 50조원의 격차에 있다. 시장이 의심한 것은 강원도가 갚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갚을 것인가였다. 신용은 상환 능력과 상환 의지 두 가지로 이뤄지는데, 두 번째가 흔들리면 첫 번째는 확인되기 전에 이미 가격에 반영된다. 개정 자산유동화법이 도입한 정보 공개와 위험보유규칙은 첫 번째 문제를 다룬다. 두 번째는 제도가 아니라 절차의 문제다. 보증을 선 주체가 이행을 미루거나 되돌릴 수 있다는 인식이 한 번 생기면 그 뒤로 모든 보증의 값이 달라진다. 그 비용은 자금을 빌리는 기업 전체가 나눠 낸다.
사실과 판단의 구분레고랜드 ABCP 사태

확인된 사실, 감독당국의 판단, 법원의 판단과 필자의 해석은 각각 다른 기준으로 쓴다. 위 결론은 필자의 판단이며, 앞의 서술은 감독당국 발표와 판결, 공시자료를 근거로 한다. 진행 중인 절차는 확정된 것으로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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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