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사업비
2조 7,000억원
전체 PF 대출
1조 7,800억원 (15개 금융기관)
BNK 계열 약정
1조 1,500억원 (64.6%)
부산은행 과태료
1억 5,000만원

01 · 핵심 요약 · 90초

지방은행 한 곳이 단일 부동산 사업에 1조원 넘게 걸었다. 금융감독원은 그 위험을 미리 알고 경영진에게 책임 확약서까지 받았다.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해운대해수욕장 앞 6만 5,934제곱미터 부지에 101층 랜드마크타워 한 개 동과 85층 주거타워 두 개 동을 짓는 사업이 엘시티다. 총사업비는 2조 7,000억원, 공사비만 1조 4,730억원이었다. 시행사는 자금이 부족했고 부산은행이 2015년 1월 3,800억원을 먼저 빌려줬다. 같은 해 9월 부산은행, 경남은행, BNK캐피탈이 1조 1,5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약정했다.

얼마나 큰 사건인가

전체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은 15개 금융기관이 참여한 1조 7,800억원이었고 그중 64.6%가 BNK 계열이었다. 금융감독원은 2015년 11월 경영실태 점검에서 특정 업체 한 곳에 거액 대출이 쏠린 점을 확인하고 부산은행에 확약서를 요구했다. 나중에 문제가 되면 경영진이 책임진다는 내용이었다. 2018년 4월 금융감독원은 부산은행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신규영업 3개월 정지와 과태료 1억 5,000만원을 부과했다. 문제가 된 대출 규모는 브릿지론 3,800억원과 프로젝트파이낸싱 1조 1,500억원을 합쳐 1조 5,300억원이었다.

왜 지금 중요한가

형사 절차는 시행사 쪽에서만 결론이 났다.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은 회삿돈을 빼돌리고 정관계 인사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2016년 11월 구속기소돼 2018년 8월 대법원에서 징역 6년이 확정됐다. 현기환 전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은 2018년 3월 29일 징역 3년 6개월이, 배덕광 전 의원은 2018년 5월 11일 징역 5년이 확정됐다. 반면 부산은행의 대출 자체를 다툰 재판에서는 무죄가 나왔다. 유령법인을 통한 300억원 대출을 배임으로 본 공소사실에 대해 1심과 2심이 모두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은 2021년 11월 이를 확정했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8

돈이 먼저 나갔다

엘시티는 2009년 이후 여러 차례 사업이 멈췄던 곳이다. 2015년 4월 포스코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고 7월 공사 계약이 체결됐다. 공사비는 1조 4,730억원이었다.

시공사가 정해지기 전인 2015년 1월, 부산은행은 자금난을 겪던 시행사에 3,800억원을 빌려줬다. 프로젝트파이낸싱 본대출이 나오기 전에 임시로 내주는 브릿지론이었다.

2015년 9월 BNK금융지주는 부산은행, 경남은행, BNK캐피탈을 통해 1조 1,5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약정했다. 15개 금융기관이 참여한 전체 1조 7,800억원 가운데 64.6%였다. 지방은행 한 곳의 계열이 단일 사업에 이만큼을 건 사례는 드물다.

감독당국은 알고 있었다

2015년 11월 금융감독원은 경영실태 점검에서 특정 업체 한 곳에 거액 대출이 쏠려 있는 점을 확인했다.

당국의 조치는 확약서였다. 나중에 문제가 되면 경영진이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문서를 부산은행에서 받았다. 대출을 줄이라거나 중단하라는 조치는 없었다.

제재는 2018년 4월에 나왔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신규영업 3개월 정지와 과태료 1억 5,000만원이었다. 문제가 된 대출은 1조 5,300억원이었다.

그 사이 2017년 3월 검찰은 성세환 당시 BNK금융지주 회장의 집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엘시티 대출과 주가 시세조종 혐의가 함께 거론됐다.

700억원이 빠져나갔다

검찰이 밝힌 이영복 회장의 혐의는 회삿돈을 빼돌린 것이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규모는 700억원대였고, 정관계 인사에게 건넨 금품은 5억 3,000만원 상당이었다. 2016년 11월 28일 구속기소됐다.

돈이 어디로 갔는지는 재판에서 일부만 드러났다. 현기환 전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은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2018년 3월 29일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과 추징 3억원이 확정됐다. 배덕광 전 의원은 2018년 5월 11일 징역 5년, 벌금 1억원, 추징 9,100여만원이 확정됐다.

이영복 회장은 2018년 8월 대법원에서 징역 6년이 확정됐고 2022년 11월 출소했다.

부산은행 대출 자체를 다툰 재판은 결론이 달랐다. 2015년 12월 유령법인을 세워 부산은행에서 300억원을 대출받은 사건에서 성세환 전 회장 등 5명이 배임 혐의로 기소됐으나 2020년 2월 7일 부산지법이 무죄를 선고했고, 2021년 2월 17일 부산고법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출이 규정을 위반해 부당하게 이뤄졌지만 회수 가능성이 없다거나 손해 발생 가능성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2021년 11월 이를 확정했다.

분양 명단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검찰은 이영복 회장이 지인과 가족에게 43세대를 특혜분양했다고 밝혔다. 부산참여연대는 2017년 11월 특혜분양이 의심되는 4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2020년 10월 공소시효 만료를 사흘 남기고 대부분을 불기소 처분했다. 주택법 위반의 공소시효는 5년이다.

2021년 3월에는 현직 정치인, 법조인, 전직 언론사 대표 등 100여명이 적힌 특혜분양 명단이 있다는 진정이 부산경찰청에 접수됐다. 경찰은 수사를 벌인 뒤 2021년 8월 특혜와 불법이 없다는 결론을 냈다.

인허가 단계의 문제는 재판에서 확인됐다. 2009년 12월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는 회의 30분 만에 이 부지의 중심지 미관지구를 폐지했다. 환경영향평가는 면제됐고, 민간 건물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부동산투자이민 대상 구역으로 지정됐다. 건물은 2019년 12월 준공됐다.

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은 짓기 전의 건물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그래서 심사가 다르다.

01 · 단계

브릿지론이 먼저 나간다

본대출이 나오기 전에 토지 확보와 인허가에 쓸 돈을 임시로 빌려준다. 2015년 1월 부산은행이 내준 3,800억원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단계에서는 담보가 토지뿐이고 사업이 무산되면 회수가 어렵다.

02 · 단계

먼저 빌려준 쪽이 계속 빌려준다

브릿지론을 회수하려면 본대출이 성사돼야 한다. 이미 3,800억원을 넣은 은행은 사업이 멈추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2015년 9월 BNK 계열이 1조 1,500억원을 약정한 배경에 이 구조가 있다.

03 · 단계

한 곳에 쏠린다

전체 1조 7,800억원 가운데 64.6%가 한 금융그룹에 몰렸다. 사업이 어그러지면 손실이 특정 은행에 집중된다. 금융감독원이 2015년 11월 지적한 것이 이 지점이다.

04 · 단계

제재는 뒤에 온다

2018년 4월 부과된 조치는 영업 3개월 정지와 과태료 1억 5,000만원이었다. 대출 실행은 2015년에 끝났고 건물은 2019년에 준공됐다. 제재 시점에는 되돌릴 것이 남아 있지 않았다.

누가 내고 누가 최종 손실을 부담했는가
정보누가 무엇을 언제 알았고 설명했는가
책임계약·공시·통제·감독의 빈틈은 어디였는가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지방은행은 지역 대형 사업을 거절하기 어렵다. 영업 기반이 한 지역에 묶여 있어 대형 시행사, 지역 정치권, 지방자치단체와 관계가 겹친다. 이 관계는 여신심사 기준보다 먼저 작동한다.

확약서는 심사를 대신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은 위험을 확인하고도 대출 축소를 요구하는 대신 경영진 책임 확약서를 받았다.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물을 근거는 됐지만 쏠림 자체를 줄이지는 못했다.

배임죄로는 부당대출을 처벌하기 어렵다. 법원은 대출이 규정을 어겼다고 인정하면서도 손해 발생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사업이 성공해 대출이 회수되면 심사 절차를 어겨도 형사책임이 성립하지 않는 구조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감독당국

2018년 4월 부산은행에 대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신규영업 3개월 정지와 과태료 1억 5,000만원을 부과했다. 이후 금융당국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에 대해 사업장별 위험 분류와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해 왔다.

남은 과제

부당대출에 대한 제재 수위가 대출 규모와 연동되지 않는다. 1조 5,300억원 규모 여신에 대한 과태료가 1억 5,000만원이면 억지력이 되기 어렵다. 배임죄 성립이 손해의 현실화에 좌우되는 한, 심사 절차 위반 자체를 규율할 수단은 행정 제재뿐이다.

국회와 정부

특혜분양 의혹은 주택법 위반의 공소시효 5년에 걸려 대부분 불기소로 끝났다. 개발 이익이 분양 단계에서 배분되는 사업에서 시효가 짧으면 사후 규명이 어렵다는 문제가 이 사건에서 확인됐다.

최종 부담예금자·차주·은행 건전성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개인이 은행의 대출 결정을 막을 수는 없다. 다만 내가 돈을 맡긴 금융회사가 어디에 얼마나 걸고 있는지는 공개 자료로 확인할 수 있다.

01

지금 확인할 것

  • 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익스포저는 금융통계정보시스템(fisis.fss.or.kr)과 각 은행 홈페이지의 경영공시에서 확인한다. 분기별로 공시된다.
  • 상장 금융지주는 전자공시시스템 DART(dart.fss.or.kr)의 사업보고서에서 대출 구성과 부실채권 비율을 볼 수 있다.
  • 제재 이력은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의 제재 공시에서 회사명으로 조회한다. 과태료와 영업정지 내역이 공개된다.
  • 예금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1인당 원금과 이자를 합해 5,000만원까지 보호된다. 예금보험공사(kdic.or.kr)에서 보호 대상 상품을 확인한다.
02

일이 생겼을 때

  • 분양을 받을 때는 시행사의 자금 조달 구조를 확인한다. 분양공고와 입주자모집공고에 대출 금융기관과 신탁 여부가 표시된다.
  • 부동산 개발사업의 인허가 과정은 지방자치단체 도시계획위원회 회의록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정보공개포털(open.go.kr)에서 정보공개를 청구한다.
  • 금융회사 임직원의 부당한 대출 취급을 알게 됐다면 금융감독원 1332로 제보한다.
  • 공직자가 개입된 정황이 있다면 국민권익위원회 부패신고 1398로 신고한다. 부패신고자는 공익신고자 보호법과 부패방지권익위법의 보호를 받는다.
03

어디에 신고하나

  • 금융감독원 1332, e-금융민원센터 fcsc.kr.
  • 국민권익위원회 부패·공익신고 1398, 국민신문고 epeople.go.kr.
  • 정보공개포털 open.go.kr에서 인허가 관련 회의록과 심의자료를 청구한다.
스스로에게 물을 질문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1. 01

    내가 거래하는 은행이 특정 개발사업 한 곳에 자기자본 대비 큰 비중을 걸고 있지 않은가.

  2. 02

    분양받으려는 사업의 시행사가 본대출 전 단계의 임시 대출로 버티고 있지 않은가.

  3. 03

    인허가가 통상보다 빠르게 처리된 정황이 회의록에 남아 있는가.

  4. 04

    감독당국이 위험을 지적한 뒤에도 대출이 계속 늘어난 기록이 공시에 있는가.

상설 확인 창구

05 · 필자의 결론

이 사건에서 형사책임이 확정된 사람은 시행사 회장과 정치권 인사들이다. 돈을 빌려준 쪽에서는 아무도 대출을 이유로 처벌받지 않았다. 법원이 무죄로 본 이유는 명확하다. 규정을 어겼지만 손해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건물이 완공되고 분양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심사 절차를 지키는 이유는 무엇인가. 절차는 결과가 나쁠 때를 대비한 장치다. 결과가 좋았다는 이유로 절차 위반이 면책되면 다음 사업에서도 절차는 지켜지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이 2015년 11월 확약서를 받은 것은 위험을 알고 있었다는 기록이다. 알고도 막지 않은 감독의 책임은 어디에서도 다뤄지지 않았다.
사실과 판단의 구분엘시티 특혜대출 사건

확인된 사실, 감독당국의 판단, 법원의 판단과 필자의 해석은 각각 다른 기준으로 쓴다. 위 결론은 필자의 판단이며, 앞의 서술은 감독당국 발표와 판결, 공시자료를 근거로 한다. 진행 중인 절차는 확정된 것으로 쓰지 않는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