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핵심 요약 · 90초
저축은행 창구에서 연 8%대 상품을 권유받은 사람들이 있었다. 창구 직원이 팔았고, 만기가 있었고, 이자율이 정해져 있었다. 예금과 다른 점은 하나였다. 저축은행이 문을 닫으면 이 돈은 마지막 순서로 밀린다는 것. 그 한 가지가 8,571억원의 차이를 만들었다.
후순위채는 발행한 회사가 문을 닫으면 예금자와 일반 채권자에게 모두 갚은 뒤 남는 것이 있어야 받을 수 있는 채권이다. 저축은행은 이 채권을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아 건전성 지표를 올릴 수 있었다. 2011년 5월까지 저축은행은 이 채권을 증권사를 거치지 않고 자기 창구에서 직접 팔 수 있었고,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앞세워 예금 고객에게 권유했다. 2011년 부산저축은행을 시작으로 저축은행이 잇따라 영업정지되면서 투자자들은 원금 대부분을 잃었다.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2012년 10월 집계한 저축은행 사태 피해액은 5,000만원 초과 예금 5,131억원, 후순위채 투자손실 8,571억원으로 모두 1조 3,702억원이다. 금융위원회는 2011년 6월 기준으로 42개 저축은행이 1조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2012년 5월 6일 영업정지된 솔로몬·한국·미래·한주저축은행 4곳만 해도 후순위채가 2,246억원, 투자자가 7,200명이었다.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2011년 10월 28일 부산·부산2저축은행 후순위채에 대해 평균 42%의 손해배상을 결정했고, 2013년 1월까지 약 1만명에 대한 분쟁조정이 마무리됐다. 배상비율은 20~40% 수준이었다.
이 사건 뒤 저축은행의 후순위채 창구 판매는 금지됐다. 그러나 손실이 큰 상품을 예금과 같은 창구에서 파는 구조는 이후에도 반복됐다. 2013년 동양그룹 회사채와 기업어음, 2019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2019년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 2024년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이 같은 문제로 이어졌다. 배상비율도 비슷한 범위에 머물렀다. 저축은행 후순위채 평균 30%대, 동양 15~50%, 홍콩 ELS 30~65%다. 창구에서 팔린 원금비보장 상품의 손실을 사후에 어떻게 나눌 것인가라는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약 8분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후순위채가 왜 저축은행에 필요했고 왜 개인에게 위험했는지는 같은 이유에서 나온다.
변제 순위가 뒤에 있다
회사가 청산되면 채권자에게 갚는 순서가 정해져 있다. 후순위채는 이름 그대로 순위가 뒤다. 예금자와 일반 채권자에게 모두 갚고 남는 재산이 있을 때만 받는다. 부실이 커진 회사에서는 남는 재산이 거의 없다.
→그래서 자기자본으로 인정된다
변제 순위가 뒤라는 점 때문에 후순위채는 회계상 자기자본의 일부로 인정된다.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채권을 팔아 자기자본비율을 올릴 수 있다. 건전성 지표가 나빠질수록 이 채권을 발행할 유인이 커진다.
→위험이 큰 곳이 더 많이 팔았다
재무 상태가 나쁠수록 자기자본을 늘려야 하고, 그래서 후순위채를 더 발행하게 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위험이 가장 큰 회사의 가장 위험한 채권을 사는 셈이다. 금리가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손실은 두 번 줄어든 뒤 돌아온다
불완전판매가 인정되면 배상비율이 정해진다. 그러나 발행사가 파산한 상태이므로 그 배상액은 파산채권이 된다. 실제 수령액은 배상비율에 파산배당률을 곱한 금액이다. 두 비율이 모두 100%가 아니므로 원금 회수는 크게 낮아진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첫째, 판매 창구와 발행 주체가 같았다. 저축은행이 자기가 발행한 채권을 자기 창구에서 팔았다. 상품의 위험을 가장 잘 아는 쪽이 판매자였고, 그 위험을 알릴 유인은 없었다. 증권사를 통한 판매였다면 최소한 인수 심사 단계가 하나 더 있었을 것이다.
둘째, 창구가 만드는 기대가 있었다. 예금을 맡기던 곳에서 직원이 권하는 상품은 예금과 비슷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부산저축은행 피해자의 75.1%가 60세 이상이었다는 사실은 이 기대가 어떤 집단에 작용했는지 보여준다.
셋째, 사후 배상은 원금을 돌려주지 못한다. 배상비율 42%도 파산배당률을 곱하면 실제 수령액은 크게 줄어든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011년 6월 1일 저축은행 후순위채권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해 저축은행 창구에서의 직접 판매와 일반인 대상 사모 발행을 금지했다. 공모 발행 자격도 강화해 당시 105개 저축은행 중 57개사가 공모 발행을 할 수 없게 됐다. 예외적으로 창구 판매가 허용되는 경우에는 경영지표 핵심설명서를 교부하고 서명으로 증빙하도록 했으며, 광고에 예금자보호 여부와 이자율을 명확히 표기하게 했다.
2011년 10월 발표된 상호저축은행법 개정 방향은 후순위채를 원칙적으로 전문투자자와 대주주 대상 사모 발행만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재무건전성 요건을 충족하는 저축은행에 한해 증권사를 통한 공모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판매 경로 자체를 바꾼 조치다.
창구에서 원금비보장 상품을 파는 구조는 이후에도 반복됐다. 사후 배상은 부분 배상에 그친다. 후순위채 20~40%, 동양 15~50%, 홍콩 ELS 30~65%였다. 발행사가 파산한 경우에는 배상 인정액에 파산배당률을 곱해야 하므로 회수율이 더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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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저축은행이나 은행 창구에서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받았을 때, 서명 전에 확인할 것들이다.
지금 확인할 것
- 상품설명서에서 예금자보호 대상 여부를 찾는다. 예금보험공사가 보호하는 것은 예금과 적금이며 채권과 펀드는 대상이 아니다.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문구가 있으면 회사가 문을 닫을 때 원금이 돌아오지 않는다.
- 그 상품이 예금인지 채권인지 확인한다. 후순위채는 회사가 청산될 때 예금자와 일반 채권자보다 뒤에 받는다. 이 순서가 설명서에 적혀 있어야 한다.
- 저축은행의 자기자본비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을 확인한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fisis.fss.or.kr)에 분기마다 공개된다.
- 예금보험공사(kdic.or.kr)에서 보호 한도를 확인하고, 한도를 넘는 금액은 금융회사를 나눠 맡긴다.
일이 생겼을 때
- 청약철회권: 일정한 금융투자상품은 계약서류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서면이나 이메일, 문자로 철회 의사를 보내면 수수료 없이 전액 돌려받는다(금융소비자보호법 제46조). 보낸 시점에 효력이 생긴다.
- 위법계약해지권: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를 위반한 계약은 위반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이내에 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제47조).
- 손실이 발생했다면 금융감독원 1332에 분쟁조정을 신청하고, 판매 당시 설명 자료와 가입신청서를 함께 낸다.
- 발행 금융회사가 파산한 경우 배상 인정액은 파산채권이 된다. 예금보험공사가 안내하는 파산배당 절차에 따로 참여해야 실제 지급을 받는다. 예금보험공사 콜센터는 1588-0037이다.
어디에 신고하나
- 금융감독원 1332, e-금융민원센터(fcsc.kr).
- 예금보험공사 1588-0037, kdic.or.kr.
- 저축은행 경영지표 확인은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fisis.fss.or.kr),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 01
예금을 맡기러 갔는데 다른 상품을 권유받고 있지 않은가.
- 02
상품설명서에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문구가 있는지 직접 확인했는가.
- 03
손해 볼 일이 없다거나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다는 설명을 듣고 있지 않은가.
- 04
이 회사가 문을 닫으면 내 돈이 몇 번째 순서로 돌아오는지 알고 있는가.
- 05
높은 금리의 이유를 직원이 숫자로 설명했는가, 아니면 안전하다는 말만 했는가.
상설 확인 창구
- 금융민원·분쟁조정금융감독원 1332 · fcsc.kr
- 내 계좌 조회·일괄 지급정지어카운트인포 payinfo.or.kr
- 내 명의 휴대전화 조회엠세이퍼 msafer.or.kr
- 내 보험 전체 조회내보험 찾아줌 cont.insure.or.kr
- 기업 공시 확인전자공시시스템 dart.fss.or.kr
- 금융소비자 정보포털파인 fine.fss.or.kr
05 · 필자의 결론
이 사건에서 반복해서 확인되는 것은 판매 창구의 문제다. 저축은행은 자기가 발행한 채권을 자기 창구에서 팔았다. 상품의 위험을 가장 잘 아는 쪽이 판매자였고, 그 위험을 알릴 유인은 없었다. 예금을 맡기러 온 사람이 그 자리에서 변제 순위가 맨 뒤인 채권을 샀다. 부산저축은행 피해자의 75.1%가 60세 이상이었다. 2011년 6월 창구 직접 판매가 금지되면서 이 경로는 막혔다. 그러나 창구에서 원금비보장 상품을 파는 구조 자체는 이후에도 이어졌고, 배상비율은 여전히 20~50% 사이에 머문다. 사후 배상으로는 원금이 돌아오지 않는다. 특히 발행사가 파산한 경우에는 배상비율에 파산배당률을 다시 곱해야 한다. 판매를 막는 것과 손실을 나누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금융상품
- 회전식 정기예금만기는 길게 잡되 정해진 주기마다 그 시점의 이율로 다시 매기는 정기예금이다. 이미 채운 주기는 중도해지해도 약정이율을 인정받는다. 회전 때마다 다음 적용이율이 새로 정해진다.
- 환매조건부채권(은행 RP)은행이 갖고 있는 채권을 팔면서 정해진 기간 뒤 정해진 가격에 되사기로 약속하는 계약이다. 형식은 채권 매매지만 실질은 채권을 잡히고 돈을 빌리는 거래이며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다.
- 저축은행 정기예금상호저축은행에 정해진 기간 돈을 맡기고 약속한 이자를 받는 계약이다. 구조는 은행 정기예금과 같고, 다른 것은 돈을 갚아야 할 상대방의 건전성이다.
- 저축은행 적금매달 일정액을 나눠 맡기고 만기에 원금과 이자를 받는 예금 계약이다. 상대방이 은행이 아니라 상호저축은행일 뿐, 예금자보호 1억원은 똑같이 적용된다.
- 저축은행 파킹통장언제든 넣고 뺄 수 있으면서 하루 단위로 이자가 붙는 수시입출금식 예금이다. 금리가 정해져 있지 않고 저축은행이 언제든 바꿀 수 있다는 점이 정기예금과 다르다.
- 조합예탁금(비과세 예탁금)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의 조합원이나 회원이 맡기는 예탁금이다. 1인당 3,000만원까지 이자소득세를 물리지 않는 것이 핵심이고, 이 혜택은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줄어든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