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핵심 요약 · 90초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불법사금융 피해 상담과 신고는 2019년 5,468건에서 2025년 11월 기준 1만 6,540건으로 늘었다. 그 안에서 빠르게 늘어난 것이 내구제대출이다. 돈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이름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내구제대출은 나를 구제하는 대출이라는 뜻의 은어다. 돈이 급한 사람이 자기 이름으로 고가 휴대전화를 할부로 개통해 단말기나 유심을 넘기면 그 대가로 현금을 받는 방식이다. 가전제품을 임대해 넘기는 형태도 있다. 넘긴 물건은 장물업자를 거쳐 국내외로 팔리고, 명의자에게는 할부금과 통신요금이 남는다. 대출로 불리지만 대부업 등록이나 최고금리 규제와는 무관한 거래다. 이자가 없으므로 이자율 규제도 적용되지 않는다. 형식은 대출이지만 실질은 물건을 외상으로 사게 한 뒤 헐값에 되사가는 거래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2023년 11월 23일 이 방식으로 활동한 조직 관련자 57명을 검거하고 4명을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2022년 6월부터 2023년 8월까지 대출 희망자 명의로 1대당 130만~250만원 상당의 최신 휴대전화 461대를 24~36개월 약정 할부로 개통해 넘겼다. 총액은 약 8억원이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받은 돈은 기종에 따라 40만~100만원이었다. 2026년 5월 14일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불법사금융 사범 1,500명이 검거됐고 20~30대가 절반을 넘었다. 울산경찰청은 내구제대출 광고로 모집한 저신용자 명의로 가전제품을 임대해 판 대출 브로커 등 82명을 검거해 14명을 구속했다. 2013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휴대전화 326대를 개통해 6억 6,700만원을 챙긴 일당 9명이 검거된 적이 있다.
정부는 2026년 7월 6일부터 휴대전화 신규 개통과 번호이동에 안면인증을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2026년 10월에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을 고쳐 이동통신사가 내구제대출의 불법성을 고지하도록 의무화하고, 고가 단말기를 여러 대 할부로 개통한 이용자의 신규 개통을 제한한다. 11월부터는 가입제한서비스가 기본 제공된다. 그러나 이미 개통된 명의로 만들어진 회선은 그대로 유통되고 있고, 명의를 빌려준 사람은 채무와 처벌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023년 6월 21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대리입금과 내구제대출 광고가 확산되고 있다며 소비자 피해경보를 발령했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약 8분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내구제대출은 돈을 빌려주는 거래가 아니다. 물건을 외상으로 사게 한 뒤 그 물건을 헐값에 사가는 거래다.
광고로 모집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와 인터넷 광고로 신용조회 없음, 당일 지급을 내걸고 급전이 필요한 사람을 찾는다. 대상은 주로 저신용자와 사회초년생이다. 2026년 5월 경찰청 발표 기준 관련자의 절반 이상이 20~30대였다.
→본인 명의로 개통한다
브로커가 지정한 판매점에서 최신 고가 단말기를 24~36개월 할부로 개통한다. 개통 시점에 내는 돈은 거의 없다. 이동통신사와의 계약 당사자는 명의자다.
→단말기와 유심을 넘긴다
단말기는 장물업자를 거쳐 국내외로 팔린다. 유심이 살아 있는 회선은 대포폰이 된다. 명의자가 받는 돈은 단말기 값의 3분의 1 이하다.
→채무와 책임만 남는다
할부원금과 통신요금은 명의자가 낸다. 동의하지 않은 소액결제가 붙기도 한다. 명의를 넘긴 행위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 대상이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수요가 있다.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 피해 상담과 신고는 2019년 5,468건, 2020년 8,043건, 2021년 9,918건, 2022년 1만 913건으로 늘었고 2025년 11월 기준으로는 1만 6,540건이다. 대출 총량 규제가 강해질수록 이 수요는 제도 밖으로 옮겨간다.
휴대전화 할부는 신용조회 없이 즉시 실행되는 사실상의 신용거래다. 단말기는 현금화가 쉽고 국외로 넘기기도 쉽다. 이 두 가지가 결합해 돈이 급한 사람의 이름을 담보처럼 쓰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명의자를 처벌 대상으로 만드는 법 구조가 신고를 막는다. 명의 양도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이다. 브로커는 이 점을 이용해 신고하면 본인도 처벌받는다고 압박한다. 그 결과 피해가 통계에 잡히지 않고, 통계에 잡히지 않는 피해는 대책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6년 7월 6일부터 휴대전화 신규 개통과 번호이동에 안면인증을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대체 수단으로 모바일신분증과 주민등록초본을 쓸 수 있고, 9월부터는 주민등록초본의 위조와 변조를 자동으로 확인한다. 10월에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을 고쳐 이동통신사가 내구제대출의 불법성을 고지하도록 하고, 고가 단말기를 여러 대 할부로 개통한 이용자의 신규 개통을 제한한다. 11월부터는 가입제한서비스가 기본 제공된다. 법인 명의 회선은 180일 동안 최대 4회선으로 묶인다.
경찰청은 2026년 7월 연간 불법사금융 사건이 20건 이상인 105개 경찰관서에 전담수사관을 지정해 수사와 피해 상담, 범행수단 삭제와 차단을 함께 맡기기로 했다. 경찰과 금융감독원, 지방자치단체 특별사법경찰이 가진 피해 정보를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개통 단계의 인증을 강화해도 이미 개통된 회선과 남은 할부채무는 그대로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처벌받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신고는 계속 억제된다. 속아서 명의를 넘긴 사람을 피해자로 다루고 채무를 조정할 통로를 만드는 일이 남아 있다.
최종 부담피해자·가족·생계 기반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아직 명의를 넘기지 않은 경우와 이미 넘긴 경우에 할 일이 다르다.
지금 확인할 것
- 엠세이퍼(msafer.or.kr)에서 본인 명의로 개통된 이동전화 회선을 전부 조회한다. 모르는 회선이 있으면 명의도용이다.
- 통신요금 청구서에서 소액결제 내역을 확인한다. 동의하지 않은 결제가 있으면 이동통신사에 이의를 제기한다. 소액결제 기능 자체를 차단하는 것도 가능하다.
- 신용조회 없이 당일 지급한다는 광고를 보면 등록된 대부업자인지 먼저 확인한다.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에서 조회할 수 있다.
- 본인 명의로 개통한 회선이나 임대한 물건을 남에게 넘기라는 요구는 그 자체가 불법이다. 대출 조건으로 제시되면 응하지 않는다.
일이 생겼을 때
- 이미 명의를 넘겼다면 즉시 이동통신사에 해당 회선의 해지나 이용정지를 요청한다. 회선이 살아 있는 동안 범죄에 계속 쓰인다.
- 엠세이퍼(msafer.or.kr)에서 가입제한서비스를 신청해 추가 개통을 막는다.
- 경찰에 신고한다. 신고 사실은 이후 할부금과 요금을 다툴 때 자료가 된다.
- 채무가 감당할 수 없으면 신용회복위원회(ccrs.or.kr, 1600-5500)에 채무조정을 상담한다. 법률 지원은 대한법률구조공단(132)에서 받는다.
어디에 신고하나
-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는 1332로 접수한다.
- 경찰 신고는 112 또는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ecrm.police.go.kr)을 이용한다.
- 보이스피싱 등과 결합된 피해는 통합신고대응센터(counterscam112.go.kr)에 접수한다.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 01
대출 조건으로 휴대전화나 가전제품을 본인 명의로 개통하거나 임대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지 않은가.
- 02
빌리는 돈이 개통하는 물건 값보다 훨씬 적다는 것을 계산해 봤는가.
- 03
명의만 빌려주면 요금은 우리가 낸다는 말을 들었는가. 계약 당사자는 본인이다.
- 04
본인 명의로 몇 개의 회선이 개통돼 있는지 확인해 본 적이 있는가.
- 05
신고하면 본인도 처벌받는다는 말을 상대방이 하고 있지 않은가.
상설 확인 창구
- 금융민원·분쟁조정금융감독원 1332 · fcsc.kr
- 내 계좌 조회·일괄 지급정지어카운트인포 payinfo.or.kr
- 내 명의 휴대전화 조회엠세이퍼 msafer.or.kr
- 내 보험 전체 조회내보험 찾아줌 cont.insure.or.kr
- 기업 공시 확인전자공시시스템 dart.fss.or.kr
- 금융소비자 정보포털파인 fine.fss.or.kr
05 · 필자의 결론
내구제대출에는 이자율이 없다. 그래서 법정 최고금리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40만원을 받고 250만원짜리 할부를 떠안으면 실질 부담은 어떤 고금리 대출보다 크지만, 이 거래는 형식상 대출이 아니라 물건 매매다. 정부는 개통 단계에 안면인증을 넣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이미 명의를 넘긴 사람은 채무와 처벌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어 신고하지 않는다. 잡히지 않는 피해는 대책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 속아서 이름을 빌려준 사람을 피해자로 다룰 통로를 만드는 일이 남아 있다. 명의를 넘긴 순간 채무자이면서 피의자가 되는 지금의 구조에서는 그 통로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 사건과 관련된 금융상품
- 비상금대출소득증빙 없이 짧은 심사로 수백만원 이내를 빌리는 소액 신용대출이다. 금액이 작아 부담이 가벼워 보이지만 금리 구간은 일반 신용대출보다 높은 자리에 있다.
- 사잇돌 중금리대출보증보험회사가 보증을 서주는 조건으로 중신용자에게 공급하는 정책성 중금리 대출이다. 은행권 금리와 대부업 금리 사이의 빈 구간을 메우려고 만들어졌다.
- 새희망홀씨은행이 자기 재원으로 저소득·저신용자에게 공급하는 서민금융 대출이다. 보증기관이 끼지 않고 은행이 위험을 직접 떠안는 구조여서 소득과 신용 요건이 까다롭다.
- 오토론(자동차 할부금융)캐피탈사가 차값을 판매점에 먼저 치러 주고 구매자가 매달 나누어 갚는 대출이다. 차는 내 이름으로 등록되지만 그 차에 저당권이 함께 잡힌다. 연체하면 차량과 남은 채무를 함께 잃을 수 있다.
- 대부업 개인신용대출대부업법에 따라 등록한 대부업자가 담보 없이 내주는 대출이다. 법정 최고금리 연 20%가 천장이고, 등록하지 않은 곳에서 빌리면 그것은 대출이 아니라 불법사금융이다.
- 대부중개돈을 빌리려는 사람과 대부업자를 연결해 주는 등록 영업이다. 중개업자는 대부업자에게서 수수료를 받으며, 이용자에게는 어떤 명목으로도 돈을 받을 수 없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