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판매건수
896만 건 (2016~2020년 상반기)
2019년 한 해
402만 건
25회차 유지율
54.6~57.7%
중도해지 환급금
0원 (무해지형)

01 · 핵심 요약 · 90초

보험을 끝까지 유지하는 사람은 절반 남짓이다. 그런데 2015년부터 팔린 어떤 상품은 중도에 해지하면 낸 돈을 한 푼도 돌려주지 않는다. 그 상품이 5년 반 동안 896만 건 팔렸다.

보험료를 깎아주는 대신 납입기간 중에 해지하면 환급금을 주지 않거나 적게 주는 상품이 있다. 무해지환급형과 저해지환급형이다. 생명보험사는 2015년 7월, 손해보험사는 2016년 7월부터 팔았다. 종신보험, 치매보험처럼 보험료를 20년 이상 내야 하는 상품에 이 구조가 붙었다. 보험료가 싸다는 점이 앞세워졌고 해지 시 환급금이 없다는 점은 뒤에 놓였다.

얼마나 큰 사건인가

국회 정무위원회 이정문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판매건수는 2016년 30만 건, 2017년 77만 건, 2018년 171만 건, 2019년 402만 건, 2020년 상반기 214만 건이다. 합치면 896만 건이고 생명보험이 495만 건, 손해보험이 400만 건이다. 유지율은 낮았다. 같은 자료에서 삼성생명이 5년간 판 81만 건의 25회차 유지율은 54.6%, DB손해보험이 판 55만 건의 25회차 유지율은 57.7%였다. 절반 가까이가 2년 안에 계약을 놓았다는 뜻이다. 금융감독원이 2019년 6월 낸 안내자료 기준으로 무해지환급형의 보험료는 표준형보다 21.9%, 환급금을 절반만 주는 저해지형은 9.8% 쌌다.

왜 지금 중요한가

이 상품은 사라지지 않았다. 2021년 1월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으로 만기 환급률이 표준형을 넘지 못하게 됐지만 판매 자체는 계속됐다. 2024년 1월부터 11월까지 생명보험사의 무·저해지환급형 초회보험료는 8,54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6.0% 늘었고, 손해보험사는 3,990억원으로 31.1% 늘었다. 규제 시행을 앞두고 서둘러 파는 절판마케팅이 반복됐다. 문제의 무대도 옮겨갔다. 보험사들이 이 상품의 해지율을 실제보다 높게 가정해 이익을 크게 잡아왔다는 지적이 나왔고, 금융당국은 2024년 11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8

보험료를 깎아준 대가

이 상품의 계산은 단순하다. 보험사는 계약자 일부가 중간에 해지할 것을 전제로 상품을 설계한다. 해지한 사람에게 환급금을 주지 않으면 그만큼 재원이 남는다. 그 재원으로 보험료를 낮춘다.

금융감독원이 2019년 6월 20일 배포한 안내자료 기준으로 같은 보장을 받으면서 무해지환급형은 보험료가 21.9% 싸다. 환급금을 표준형의 50%만 주는 저해지형은 9.8% 싸다.

대신 납입기간 중에 해지하면 무해지형은 환급금이 0원이다. 한 소비자 매체가 2022년 3월 소개한 사례에서는 20년납 상품을 5년 만에 해지할 경우 표준형은 1,116만원을 돌려받았고, 저해지형은 558만원, 무해지형은 0원이었다.

보험계약대출도 막힌다. 환급금이 없으면 담보가 없기 때문이다.

5년 반 동안 896만 건

판매는 계단식으로 늘었다. 2016년 30만 건, 2017년 77만 건, 2018년 171만 건이었다가 2019년 한 해에만 402만 건이 팔렸다. 2020년은 상반기에만 214만 건이었다.

팔린 상품은 대부분 납입기간이 긴 것이었다. 종신보험, 치매보험처럼 20년 이상 보험료를 내야 하는 상품에 무·저해지 구조가 붙었다. 20년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내야 환급금이 정상적으로 나온다.

그런데 국내 생명보험 계약의 유지율은 그 기간을 버티지 못한다. 삼성생명이 5년간 판 무·저해지 상품 81만 건의 25회차 유지율은 54.6%, DB손해보험 55만 건은 57.7%였다. 25회차는 보험료를 25번, 약 2년간 냈다는 뜻이다.

2020년 10월 23일 국정감사에서 이정문 의원은 이 상품이 중소형사의 영업 핵심이 됐다고 지적했다. 윤석헌 당시 금융감독원장은 불완전판매를 줄이는 방안을 금융위원회와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당국은 네 번 개입했다

첫 번째는 안내였다. 2019년 6월 금융감독원은 해지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보험상품의 유의사항을 배포했다. 그러나 판매는 더 늘었다.

두 번째는 경보였다. 2019년 10월 2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무·저해지환급금 보험에 대한 소비자보호 방안을 발표했고, 27일 금융감독원은 소비자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했다. 2019년 12월 1일부터 가입 시 자필서명을 받게 했고, 2020년 1월 1일부터는 경과기간별 환급금 안내를 강화했다. 2019년 11월에는 금융감독원, 보험개발원, 협회, 업계가 참여하는 상품구조개선 태스크포스가 꾸려졌다.

세 번째는 규정이었다. 2020년 12월 보험업감독규정이 개정돼 2021년 1월 1일부터 무·저해지 상품의 만기 환급률이 표준형을 넘지 못하게 됐다. 만기에 더 준다는 점을 내세워 저축성 상품처럼 파는 방식을 막은 것이다. 규정 시행을 앞둔 2020년 12월에는 지금 가입하지 않으면 못 산다는 절판마케팅이 벌어졌다.

네 번째는 공문이었다. 2021년 7월 금융감독원은 모든 보험사에 공문을 보내 환급금을 10%만 주는 유형의 판매를 중단하도록 권고했다. 회사별로 8월 13일부터 17일 사이에 판매가 멈췄다. 같은 해 8월 25일에는 체증형 종신보험에 대해 소비자경보 '주의'가 발령됐다. 이 상품 역시 무·저해지 구조와 결합해 팔리고 있었다.

문제는 회계로 옮겨갔다

2023년 새 보험회계기준인 IFRS17이 도입되면서 이 상품은 다른 성격의 문제가 됐다. 보험사는 미래에 얼마나 많은 계약자가 해지할지를 스스로 가정해 이익을 계산한다. 해지율을 높게 잡으면 환급금을 안 줘도 되는 계약이 많아지므로 이익이 커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이 가정이 낙관적으로 설정되고 있다고 봤다. 2024년 11월 4일 제4차 보험개혁회의에서 IFRS17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이 논의됐고, 무·저해지 상품의 납입 완료 시점 해지율을 0.1%로 두는 내용이 포함됐다. 2024년 연말 결산부터 적용됐다.

가정이 보수적으로 바뀌면 상품의 예상 수익이 줄고 보험료가 오른다. 2025년 4월부터 해지율 산정 방식이 현실화되면서 보험료 인상이 예고됐고, 그 직전인 2025년 2월에도 지금이 마지막이라는 절판마케팅이 다시 나타났다.

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이 상품이 싼 이유는 누군가 돈을 덜 받기 때문이다.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가 핵심이다.

01 · 단계

해지할 사람을 미리 계산한다

보험사는 상품을 설계할 때 계약자 중 몇 퍼센트가 중도에 해지할지를 가정한다. 해지한 사람에게 환급금을 주지 않으면 그 돈이 남는다. 이 재원을 전체 보험료 인하에 쓴다.

02 · 단계

보험료가 21.9% 싸진다

같은 보장을 받으면서 보험료가 낮아진다. 창구와 설계사는 이 숫자를 앞세운다. 소비자가 비교하는 것은 매달 나가는 돈이므로 이 지점에서 선택이 갈린다.

03 · 단계

납입기간에 해지하면 0원이다

20년납 상품을 5년째에 해지하면 그때까지 낸 보험료는 돌아오지 않는다. 보험계약대출도 되지 않는다. 급전이 필요해 해지를 택한 사람이 가장 큰 손실을 본다.

04 · 단계

가정과 현실이 어긋난다

실제 25회차 유지율은 54.6~57.7%였다. 설계 단계의 가정이 현실에서 그대로 나타났고, 그 결과 낸 돈을 전부 잃은 계약이 대량으로 발생했다.

누가 내고 누가 최종 손실을 부담했는가
정보누가 무엇을 언제 알았고 설명했는가
책임계약·공시·통제·감독의 빈틈은 어디였는가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판매 유인과 소비자 이익이 반대 방향이었다. 보험료가 싸면 같은 예산으로 더 큰 보장을 팔 수 있고 계약 건수가 늘어난다. 회사에는 유리하고 계약을 유지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불리한 구조가 판매 현장에서 그대로 작동했다.

상품이 저축으로 오인됐다. 만기까지 유지하면 환급률이 표준형보다 높게 설계된 상품이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소비자가 고금리 저축성 보험으로 오해해 가입하는 사례를 지적했고, 2021년 1월 감독규정 개정으로 이 설계를 막았다.

규제가 판매 이후에 왔다. 생명보험사가 2015년 7월 판매를 시작한 뒤 소비자경보는 2019년 10월에, 환급률 제한은 2021년 1월에 나왔다. 그 사이에 팔린 계약은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감독당국

2019년 10월 27일 소비자경보 '주의' 발령, 2019년 12월 1일 가입 시 자필서명 의무화, 2020년 1월 1일 경과기간별 환급금 안내 강화, 2021년 1월 1일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에 따른 만기 환급률 제한이 순서대로 시행됐다. 2021년 7월에는 공문으로 환급금 10% 유형의 판매 중단을 권고했다.

남은 과제

이미 가입한 계약에 대한 구제 수단은 없다. 규제는 앞으로 팔 상품의 설계를 바꿨을 뿐이고, 2015년부터 2020년 사이에 팔린 896만 건은 원래 약관대로 유지된다. 중도에 해지한 사람이 낸 돈을 돌려받는 절차도 마련되지 않았다.

금융회사

2024년 1~11월 생명보험사 초회보험료가 전년 대비 46.0% 늘어난 데서 보이듯 규제 시행 직전의 절판마케팅이 반복되고 있다. 규제 도입 예고 자체가 판매 수단으로 쓰이는 상황을 회사 스스로 관리하지 않으면 같은 민원이 다시 쌓인다.

최종 부담계약자·보험금·장기 신뢰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이 상품은 지금도 팔린다. 가입 전에 확인할 것과 이미 가입했을 때 쓸 수 있는 권리를 나눠 정리한다.

01

지금 확인할 것

  • 상품명에 '무해지환급형', '저해지환급형', '해지환급금 미지급형'이 붙어 있는지 본다. 이 표시가 있으면 납입기간 중 해지 시 환급금이 없거나 적다.
  • 청약서와 상품설명서에서 경과기간별 해지환급금 표를 찾아 5년차, 10년차 금액을 확인한다. 2020년 1월부터 이 표를 제공하도록 강화됐다.
  • 보험료 납입기간이 몇 년인지 확인한다. 20년납이면 20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아야 환급금이 정상적으로 나온다.
  • 보험계약대출이 가능한지 묻는다. 무해지형은 담보가 없어 대출이 안 되거나 한도가 매우 낮다.
  • 이미 가입한 보험은 '내보험찾아줌'(cont.insure.or.kr)에서 계약 목록을 조회하고,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에서 상품 정보를 확인한다.
02

일이 생겼을 때

  • 청약철회: 보장성 보험은 청약한 날부터 30일, 보험증권을 받은 날부터 15일 중 먼저 오는 날까지 철회할 수 있다. 이 기간 안에는 낸 보험료를 전액 돌려받는다.
  • 품질보증해지: 약관과 청약서를 받지 못했거나, 자필서명을 하지 않았거나, 중요 사항을 설명받지 못했다면 계약 성립일부터 3개월 이내에 해지하고 낸 보험료를 돌려받을 수 있다.
  • 위법계약해지권: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를 위반한 계약은 위반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이내, 계약체결일부터 5년 이내에 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금융소비자보호법 제47조).
  • 해지 전에 감액완납이나 납입유예를 먼저 검토한다. 해지하면 무해지형은 0원이지만, 보장 규모를 줄여 계약을 유지하는 방법이 있는 상품도 있다.
03

어디에 신고하나

  • 금융감독원 1332 또는 e-금융민원센터(fcsc.kr)에 분쟁조정을 신청한다.
  •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주장을 하려면 모집인 이름, 가입 일자, 상담 기록, 해피콜 녹취를 먼저 확보한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28조에 따라 금융회사가 보유한 자료의 열람을 요구할 수 있다.
  • 허위·과장 광고를 봤다면 금융감독원에 신고한다. 당국은 온라인 매체의 보험 광고를 정기 점검한다고 밝혔다.
스스로에게 물을 질문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1. 01

    설계사가 매달 내는 보험료가 얼마나 싼지만 말하고 있지 않은가.

  2. 02

    '만기까지 유지하면 낸 것보다 많이 받는다'는 설명을 저축 상품처럼 듣고 있지 않은가.

  3. 03

    이 계약을 20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낼 수 있다고 스스로 답할 수 있는가.

  4. 04

    '다음 달부터 못 판다', '보험료가 오른다'는 이유로 가입을 서두르고 있지 않은가.

  5. 05

    5년 뒤 해지하면 얼마를 돌려받는지 그 금액을 서류에서 직접 확인했는가.

상설 확인 창구

05 · 필자의 결론

이 상품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보험료를 아끼는 선택이 된다. 문제는 유지할 수 없는 사람에게도 같은 논리로 팔렸다는 데 있다. 국내 보험계약의 25회차 유지율이 절반 남짓이라는 사실은 판매 이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그 숫자를 알고 설계한 상품이 그 숫자대로 결과를 냈다. 감독당국은 2019년 경보, 2021년 환급률 제한, 2024년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으로 세 번에 걸쳐 대응했지만 모두 판매가 끝난 뒤였다. 상품을 승인하는 단계에서 유지율 통계를 근거로 판매 대상을 제한했어야 한다. 896만 건은 그 단계가 없었다는 기록이다.
사실과 판단의 구분무·저해지환급형 보험 판매

확인된 사실, 감독당국의 판단, 법원의 판단과 필자의 해석은 각각 다른 기준으로 쓴다. 위 결론은 필자의 판단이며, 앞의 서술은 감독당국 발표와 판결, 공시자료를 근거로 한다. 진행 중인 절차는 확정된 것으로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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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