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핵심 요약 · 90초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진다. 2018년 금융감독원이 9개 은행을 검사했더니 대출자의 소득을 실제보다 낮게 입력해 가산금리를 올린 사례가 1만 건 넘게 나왔다. 그런데 은행법에는 이를 제재할 조항이 없었다.
금융감독원은 2018년 2월부터 5월까지 9개 은행의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검사했다. 대상은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IBK기업·SC제일·한국씨티·부산은행이다. 검사 결과 대출자의 소득을 실제보다 낮게 입력하거나 담보를 빠뜨린 채 금리를 계산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소득이 낮게 잡히면 신용위험이 크게 계산되고 가산금리가 올라간다. 금융감독원은 2018년 6월 21일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조직적이고 고의적인 조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세 개 은행이 잘못을 인정하고 환급 절차에 들어갔다.
부당하게 산출된 대출은 1만 2,279건, 과다 수취된 이자는 약 26억 7,000만 원이다. 이 가운데 94%가 한 은행에서 나왔다. 경남은행은 최근 5년간 취급한 가계자금대출 약 1만 2,000건에서 연소득 입력 오류로 이자를 더 받았다. 전체 가계자금대출의 약 6%에 해당하고 환급 추정액은 최대 25억 원, 건당 평균 약 63만 원이었다. KEB하나은행은 2012년부터 2018년 5월까지 취급한 대출 690만 건을 점검해 252건의 적용 오류를 확인했고 환급액은 1억 5,800만 원이다. 한국씨티은행은 2013년 4월부터 2018년 3월까지의 담보부 중소기업대출 27건에서 신용원가 적용 오류를 확인했고 고객 25명, 1,100만 원이었다. 세 은행은 2018년 6월 26일 환급 계획을 발표하고 7월 중 환급했다.
이 사건에서 은행에 대한 행정제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은행법이 열거한 불공정 영업행위에 대출금리 부당산정이 들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2019년 1월 22일 이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제재 근거 마련을 개선방안에 넣었다. 대출금리 산정내역서 제공은 2019년 은행연합회 모범규준 개정으로 도입됐으나 이는 자율규제다. 법률 차원의 정비는 그 뒤로도 이어져 2025년 12월 13일 지급준비금과 예금보험료를 대출금리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문제가 확인된 2018년부터 법률 정비까지 7년이 걸린 셈이다. 그 사이 대출금리 산정은 은행권 자율규제인 모범규준에 맡겨져 있었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약 8분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대출금리가 어떻게 계산되는지 알면 어디를 건드리면 금리가 올라가는지도 알 수 있다.
기준금리를 정한다
코픽스나 금융채 금리 같은 지표를 기준금리로 삼는다. 이 부분은 시장에서 정해지므로 은행이 임의로 바꿀 수 없다.
→차주 정보를 입력한다
소득, 직업, 담보, 신용등급 같은 정보를 전산에 넣는다. 이 단계가 사람의 손을 거친다. 입력값이 틀리면 뒤의 계산이 전부 틀린다.
→가산금리를 계산한다
업무 원가, 신용원가, 목표 이익률, 법적비용을 더해 가산금리가 나온다. 소득이 낮게 잡히면 신용원가가 커지고 가산금리가 올라간다.
→우대금리를 뺀다
거래 실적에 따른 우대금리를 빼서 최종 금리가 정해진다. 이 항목의 조정 폭도 은행의 재량에 달려 있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고객이 계산 과정을 볼 수 없었다. 2018년 당시 은행은 최종 금리만 알려줬다. 어떤 소득이 반영됐고 담보가 어떻게 계산됐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확인할 수 없으면 잘못을 발견할 수도 없다.
입력 단계에 검증이 없었다. 소득을 실제보다 낮게 넣어도 시스템은 계산을 진행했고 담보를 빼도 마찬가지였다. 한 은행에서 1만 2,000건이 나온 것은 개별 직원의 실수라기보다 그 입력값을 걸러 내는 장치가 없었다는 뜻이다.
규제가 자율에 맡겨져 있었다. 대출금리 산정은 2012년 은행연합회가 만든 모범규준으로 다뤄졌다. 모범규준은 자율규제여서 어겨도 행정제재를 부과할 근거가 되지 않는다. 잘못이 확인돼도 환급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금융위원회는 2019년 1월 22일 대출금리 산정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대출금리 산정내역서 제공 의무화, 모범규준 개정을 통한 내부통제 강화, 비교공시 개선, 은행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제재 근거 마련이 담겼다. 금리는 차주에게서 확인받거나 신용정보시스템에서 조회한 기초정보에 근거해 산출하도록 명시됐다.
2025년 12월 13일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동안 자율규제인 모범규준에 근거해 가산금리에 반영되던 항목 가운데 지급준비금과 예금보험료를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고, 금리 산정 체계를 법률에 규정했다. 2018년 사건에서 제기된 문제가 법률로 정리되기까지 7년이 걸렸다.
산정내역서를 받아도 항목별 계산 근거까지 검증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2018년 사건에서 은행에 대한 행정제재는 끝내 없었다. 잘못이 확인된 시점에 쓸 수 있는 제재 수단이 없으면 시정은 사후 환급에 그친다.
최종 부담예금자·차주·은행 건전성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대출을 받을 때와 받은 뒤에, 금리가 제대로 계산됐는지 확인할 방법이 있다.
지금 확인할 것
- 대출을 받을 때 대출금리 산정내역서를 요구한다. 2019년부터 은행은 이를 제공한다.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우대금리가 각각 얼마인지 적혀 있다.
- 산정내역서에 적힌 본인 소득과 담보가 실제와 같은지 확인한다. 소득이 실제보다 낮게 적혀 있으면 그만큼 금리가 높아진 것이다.
-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portal.kfb.or.kr)에서 은행별 대출금리를 비교한다. 같은 조건에서 차이가 크면 이유를 물어본다.
-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에서 본인의 대출 현황과 금융거래 정보를 확인한다.
- 취업, 승진, 소득 증가, 신용점수 상승이 있었는지 점검한다. 해당하면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일이 생겼을 때
- 금리인하요구권은 은행법에 근거한 법정 권리다. 은행 앱이나 영업점에서 신청하면 은행은 수용 여부와 사유를 정해진 기간 안에 알려야 한다.
- 금리가 잘못 계산됐다고 판단되면 은행에 산정 근거 자료를 서면으로 요구한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28조의 자료열람요구권을 쓸 수 있다.
- 은행이 자료 제공이나 정정을 거부하면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한다.
어디에 신고하나
- 금융감독원 1332 또는 e-금융민원센터(fcsc.kr)에 민원과 분쟁조정을 신청한다.
- 여러 사람에게 같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민원에 그 사실을 적어 개별 민원이 아닌 검사로 이어질 수 있게 한다.
- 은행이 산정내역서 제공 자체를 거부하면 그 사실을 금융감독원에 신고한다.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 01
대출 계약서를 받을 때 금리 산정내역서를 함께 받았는가.
- 02
산정내역서에 적힌 내 소득이 실제 소득과 같은가.
- 03
담보를 제공했는데 담보 항목이 비어 있지 않은가.
- 04
소득이 늘었는데도 금리인하요구권을 한 번도 써 보지 않았는가.
- 05
우대금리 조건이 무엇이고 언제 사라지는지 확인했는가.
상설 확인 창구
- 금융민원·분쟁조정금융감독원 1332 · fcsc.kr
- 내 계좌 조회·일괄 지급정지어카운트인포 payinfo.or.kr
- 내 명의 휴대전화 조회엠세이퍼 msafer.or.kr
- 내 보험 전체 조회내보험 찾아줌 cont.insure.or.kr
- 기업 공시 확인전자공시시스템 dart.fss.or.kr
- 금융소비자 정보포털파인 fine.fss.or.kr
05 · 필자의 결론
이 사건에서 돌려준 돈은 약 26억 7,000만 원이다. 금액만 보면 크지 않다. 문제는 그 금액이 확인된 만큼일 뿐이라는 데 있다. 검사 대상은 9개 은행이었고 검사 기간은 최대 6년이었다. 그 밖의 기간과 그 밖의 금융회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더 중요한 것은 잘못이 확인된 뒤에도 은행을 제재할 조항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금융위원회는 2019년 1월 이를 인정했다. 규제는 문제가 생긴 다음에 만들어졌고 법률 차원의 정비는 2025년 12월에야 이뤄졌다. 대출금리는 은행이 계산하고 고객은 결과만 받는다. 계산 과정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사건이 남긴 최소한의 요구다. 산정내역서를 받아 본인 소득과 담보가 맞는지 확인하는 일은 지금 바로 할 수 있다.
이 사건과 관련된 금융상품
- 주택담보대출 — 변동금리형집을 담보로 잡히고 돈을 빌리는 계약이다. 금리가 일정 주기마다 지표금리를 따라 다시 정해지므로, 계약을 고치지 않아도 매달 갚을 금액이 저절로 올라갈 수 있다.
- 주택담보대출 — 고정금리형집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만기까지 같은 금리로 갚는 계약이다. 금리가 오르든 내리든 상환액이 그대로이므로, 금리변동 위험을 은행이 대신 진다.
- 주택담보대출 — 혼합형·주기형일정 기간만 금리를 고정하고 그 뒤에는 금리가 다시 정해지는 주택담보대출이다. 혼합형은 고정기간이 끝나면 변동으로 넘어가고, 주기형은 정해진 주기마다 다시 고정된다.
- 일반 전세자금대출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낼 전세보증금을 은행에서 빌리는 대출이다. 담보는 집이 아니라 보증기관의 보증서이고, 갚을 돈은 계약이 끝날 때 집주인이 돌려주는 보증금이다.
- 주택담보 생활안정자금대출이미 가진 집을 담보로 맡기고 집을 사는 것 말고 다른 용도로 쓸 돈을 빌리는 대출이다. 목적이 주택 구입이 아니라는 이유로 별도의 한도와 약정이 붙는다.
- 신용대출담보나 보증 없이 갚을 능력만 보고 돈을 빌리는 계약이다. 잡힐 물건이 없다는 뜻이지 책임이 가볍다는 뜻이 아니며, 못 갚으면 재산 전체가 집행 대상이 된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
- 뉴스투데이, [대출금리 조작 태풍] 경남은행 부당 대출금리 1만2000건 (2018.6.27)
- 조선비즈, 대출금리 부당산출 경남·KEB하나·씨티은행, 7월 중 더 받은 이자 26억 환급 (2018.6.26)
- 한국일보, [단독] 경남은행 대출금리 오류, 법령 미비로 제재 못 한다 (2019.1.7)
- 조선비즈, [일문일답] 금융위 '경남은행 대출금리 조작, 은행법으로 제재 불가능' (2019.1.22)
- 아이뉴스24, 대출금리 산정기준 공개 의무화, 코픽스 바꿔 이자 낮춘다 (2019.1.22)
- 마이데일리, '지급준비금·예보료 대출금리 반영 금지' 은행법 개정안 통과 (2025.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