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송금 규모
122억 6,000만 달러(약 15조 9,000억원)
검사 대상 금융사
13곳
관련 업체
82개사
최대 영업정지
6개월(우리은행 3개 지점)

01 · 핵심 요약 · 90초

국내 코인 가격이 해외보다 몇 퍼센트 비싼 시기가 있었다. 그 차이를 현금으로 바꾸려면 돈을 해외로 보내야 하는데, 코인 구입 목적으로는 송금할 수 없다. 그래서 무역대금이라는 이름이 쓰였고, 그 통로를 열어준 곳은 은행 창구였다.

2021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국내 은행 창구를 통해 무역대금 명목의 거액 외화송금이 이어졌다. 자금의 대부분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나온 돈이었다. 거래소에서 코인을 팔아 만든 원화가 무역법인 계좌로 모였고, 수입대금 명목으로 해외에 송금됐다. 실제 물건은 오가지 않았다. 은행은 계약서와 물품 명세서인 인보이스를 받았지만 거래의 실체를 확인하지 않았다. 국내 코인값이 해외보다 비싼 차이를 현금으로 바꾸는 것이 목적이었다.

얼마나 큰 사건인가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확인된 규모는 계속 늘었다. 2022년 7월 27일 우리·신한 두 은행에서 33억 7,000만 달러(약 4조 1,000억원)로 시작해, 8월 14일 65억 4,000만 달러, 9월 22일 72억 2,000만 달러가 됐다. 이때 관련 업체는 82개사였다. 최종 확인 규모는 13개 금융사에서 122억 6,000만 달러, 약 15조 9,000억원이다. 2023년 12월 5일 금융위원회는 우리은행 3개 지점에 외국환 지급 신규업무 6개월 정지와 과징금 3억 1,000만원, 신한·하나·NH농협은행 각 1개 지점에 2개월 18일 정지를 의결했다. 과징금은 KB국민은행 3억 3,000만원, SC제일은행 2억 3,000만원, 기업은행 5,000만원, 광주은행 100만원이었다. NH선물은 본점 외국환업무가 5개월 6일 정지됐다.

왜 지금 중요한가

형사재판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국제범죄수사부는 2023년 1월 18일까지 20명을 기소했고, 기소된 송금 규모는 4조 3,000억원대다. 그런데 2024년 2월 6일 1심은 피고인 14명에게 외국환거래법 위반, 업무방해, 특정금융정보법 위반을 모두 무죄로 선고했다. 2024년 7월 23일 항소심은 업무방해만 유죄로 보고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특정금융정보법 위반은 무죄로 유지했다. 등록된 은행을 통해 송금하면 무등록 외국환업무가 되는지, 특정 고객만 상대하면 가상자산사업자가 아닌지가 쟁점으로 남아 있다. 이 판단이 확정돼야 같은 구조의 다음 사건에 적용할 기준이 생긴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8

국내 코인값이 해외보다 비쌌던 시기

2021년 국내 가상자산 시세는 해외 거래소보다 높게 형성되는 일이 잦았다. 이 가격 차이를 김치프리미엄이라고 부른다. 국내에서 코인을 팔고 해외에서 같은 코인을 사면 그 차이만큼 이익이 남는다.

문제는 해외에서 코인을 사려면 달러를 해외로 보내야 한다는 점이다. 외국환거래법상 가상자산 구입을 목적으로 한 송금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무역대금이라는 이름이 쓰였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김치프리미엄이 3~5%일 때 범행이 이뤄졌고, 약 1,200억~2,100억원의 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차익의 크기는 작아 보이지만 규모가 그것을 보완한다. 3%의 차이라도 1조원을 돌리면 300억원이 된다. 같은 자금을 여러 번 돌릴수록 이익은 반복해서 쌓인다. 그래서 송금 규모가 커졌다.

돈이 지나간 경로

금융감독원이 파악한 흐름은 단순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나온 자금이 무역법인 계좌로 모였고, 그 계좌에서 해외로 송금됐다. 일부 거래는 거래소 자금과 일반 상거래 자금이 섞인 상태로 나갔다.

무역법인 계좌를 거치는 이유는 은행이 송금 목적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개인이 가상자산 구입을 목적으로 송금하겠다고 하면 처리되지 않는다. 수입대금이라는 이름이 붙어야 창구를 지날 수 있었다.

송금을 받은 곳은 해외에 세워둔 회사였다. 그 돈으로 해외 거래소에서 코인을 사서 국내로 보내 팔면 원화가 다시 만들어졌다. 이 과정이 반복됐고, 한 번 돌 때마다 김치프리미엄만큼 원화가 늘었다.

2022년 9월 22일 중간 집계 기준으로 신한은행이 23억 6,000만 달러, 우리은행이 16억 2,000만 달러, 하나은행이 10억 8,000만 달러였다. 금융감독원은 상위 6개 은행을 현장검사하고 나머지 6개 은행은 서면검사했다.

규모는 검사할수록 늘었다. 처음에는 우리·신한 두 은행에서 33억 7,000만 달러였다. 모든 은행이 자체 점검을 마치자 65억 4,000만 달러가 됐고, 다시 72억 2,000만 달러로 늘었다. 최종 확인 규모는 122억 6,000만 달러다. 처음 발표의 세 배가 넘는다.

은행은 무엇을 확인했나

외국환은행은 송금 전에 거래의 원인이 되는 계약서와 증빙을 확인할 의무가 있다. 서류 자체는 갖춰져 있었다. 계약서도 있었고 인보이스도 있었다.

그러나 신설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법인이 짧은 기간에 수천억원을 반복해 송금하는 흐름, 자금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곧바로 들어오는 흐름은 서류만으로 걸러지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이를 은행의 확인 절차와 내부통제 문제로 봤다.

2023년 4월 금융감독원은 13개 금융사 가운데 9곳에 제재를 사전 통지했고 4곳은 자체 조치했다고 밝혔다. 대상은 은행 12곳과 NH선물 1곳이었다.

대상 은행은 우리, 신한, 하나, KB국민, NH농협, SC제일, 기업, 광주, 수협, 부산, 경남, 대구은행이다. 특정 은행의 문제가 아니라 은행권 전체의 확인 절차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제재는 확정됐고 재판은 남았다

2023년 12월 5일 금융위원회가 제재 수위를 확정했다. 지점 단위 영업정지가 함께 부과된 것이 특징이다. 우리은행 3개 지점은 외국환 지급 신규업무가 6개월 정지됐고, 신한·하나·NH농협은행은 각 1개 지점이 2개월 18일 정지됐다.

형사 쪽은 다른 방향으로 갔다. 2024년 2월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5단독은 피고인 14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은행에 송금 사무를 맡긴 것과 송금 자체는 구별되고,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반복 영업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2024년 7월 23일 항소심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만 유죄로 인정했다.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특정금융정보법 위반은 무죄가 유지됐다. 이 사건에서 해외 유령회사 계좌로 나간 금액은 454억 8,010만여원이다.

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외환송금은 은행이 거래의 실체를 확인한다는 전제 위에서 자유화돼 있다.

01 · 단계

국내에서 코인을 팔아 원화를 만든다

국내 거래소에서 코인을 매도해 원화를 확보한다. 이 단계는 합법적인 거래다. 다만 자금의 출처가 가상자산이라는 사실은 이후 송금 심사에서 중요한 정보가 된다.

02 · 단계

무역법인 계좌로 모은다

여러 곳에서 나온 자금이 무역업 등록을 한 법인의 계좌로 모인다. 법인은 실제 수출입 실적이 거의 없거나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03 · 단계

수입대금 명목으로 송금한다

은행에 계약서와 인보이스를 내고 수입대금으로 송금한다. 서류가 갖춰져 있으면 창구에서 처리된다. 물건이 실제로 들어오는지는 별도로 확인되지 않았다.

04 · 단계

해외에서 코인을 사서 국내로 보낸다

송금받은 돈으로 해외 거래소에서 코인을 사서 국내 지갑으로 옮긴다. 국내에서 팔면 김치프리미엄만큼 원화가 늘어난다. 그 원화가 다시 첫 단계로 들어간다.

누가 내고 누가 최종 손실을 부담했는가
정보누가 무엇을 언제 알았고 설명했는가
책임계약·공시·통제·감독의 빈틈은 어디였는가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확인의 대상이 서류였고 흐름이 아니었다. 은행은 개별 송금 건마다 증빙을 봤다. 그러나 같은 법인이 짧은 기간에 반복해 송금하는 패턴, 자금이 특정 경로로만 들어오는 패턴은 건별 심사로 잡히지 않는다.

성과가 실적으로 잡혔다. 외환송금은 은행 지점의 수수료 수익이다. 거액을 반복 송금하는 법인은 지점 실적에 도움이 되는 고객이었다. 확인을 강하게 할 유인이 창구에 없었다.

가상자산과 외환의 경계가 규정에 없었다. 가상자산 거래에서 나온 자금이 무역대금으로 나갈 때 어떤 확인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명시적 기준이 당시에는 없었다. 법 해석이 갈린 결과가 1심 무죄와 항소심의 일부 무죄로 나타났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감독당국

금융감독원은 2022년 7월부터 12개 은행과 NH선물을 검사했고, 모든 은행에 2021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의 유사 거래를 자체 점검하도록 요청했다. 2023년 12월 5일 금융위원회는 지점 단위 외국환 신규업무 정지와 과징금을 함께 부과했다. 지점 영업정지를 부과한 것은 창구 단위의 확인 절차를 겨냥한 조치다.

남은 과제

형사 판단이 정리되지 않았다. 등록된 은행을 통해 송금해도 무등록 외국환업무가 되는지, 특정 관계자만 상대한 자금 중개가 가상자산사업자에 해당하는지가 1심과 항소심에서 다르게 판단됐다. 이 부분이 확정돼야 다음 사건의 기준이 생긴다.

금융회사

확인의무를 서류 확인에서 거래 흐름 감시로 옮기는 일은 개별 창구가 아니라 본점 시스템의 문제다. 신설 법인의 급격한 송금 증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유입된 자금의 즉시 해외 이전 같은 신호를 자동으로 걸러내는 장치가 필요하다.

최종 부담예금자·차주·은행 건전성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이 사건에서 일반 국민이 노출되는 위험은 대부분 명의 대여다. 계좌나 법인 이름을 빌려주는 순간 당사자가 된다.

01

지금 확인할 것

  • 본인 명의로 열려 있는 계좌가 몇 개인지 어카운트인포(payinfo.or.kr)에서 확인하고, 쓰지 않는 계좌는 해지한다.
  • 본인 명의 휴대전화와 명의로 설립된 법인이 있는지 확인한다. 명의도용 방지는 엠세이퍼(msafer.or.kr)에서 가입 사실을 조회할 수 있다.
  • 해외 송금을 대행해 주면 수수료를 준다는 제안, 법인 명의만 빌려달라는 제안은 거절한다. 항소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죄명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였다.
  • 실제 물건이 오가지 않는데 무역대금이라는 이름으로 자금이 오간다면 그 거래에 관여하지 않는다.
02

일이 생겼을 때

  • 본인 계좌가 다른 사람의 자금 이동에 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즉시 거래 은행에 알리고 지급정지를 요청한다.
  • 접근매체인 통장, 카드, 인증서를 대가를 받고 넘기는 것은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위반이다. 빌려준 쪽도 처벌 대상이다.
  • 이미 명의를 빌려준 상태라면 금융감독원 1332에 상담하고, 관련 서류와 연락 기록을 보관한다.
03

어디에 신고하나

  • 금융감독원 1332 또는 e-금융민원센터(fcsc.kr)에 신고한다.
  • 보이스피싱·명의도용 등이 얽혀 있으면 통합신고대응센터(counterscam112.go.kr)에 신고한다.
  • 사기 피해가 발생했으면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ecrm.police.go.kr)에 신고한다.
스스로에게 물을 질문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1. 01

    통장이나 법인 명의만 빌려주면 수수료를 준다는 제안을 받고 있지 않은가.

  2. 02

    실제 수출입 실적이 없는 회사가 내 이름으로 등록돼 있지 않은가.

  3. 03

    국내와 해외의 코인 가격 차이를 근거로 자금 이동을 권유받고 있지 않은가.

  4. 04

    송금 서류에 적힌 거래 내용이 실제로 일어난 일과 같은지 확인했는가.

  5. 05

    송금 목적을 사실과 다르게 적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는가.

상설 확인 창구

05 · 필자의 결론

이 사건에서 은행은 서류를 받았다. 계약서도 있었고 인보이스도 있었다. 그런데 15조 9,000억원이 나갔다. 확인의 대상이 서류였고 거래의 실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지점 단위 영업정지를 부과한 것은 이 지점을 겨냥한 조치로 읽힌다. 다만 제재는 확정됐어도 형사 판단은 남아 있다. 등록된 은행을 통해 보낸 돈이 무등록 외국환업무인지에 대해 1심과 항소심의 결론이 달랐다. 규제의 문장이 새로운 자산과 만나는 지점에서 해석이 갈리면, 그 사이에 통로가 열린다. 가상자산과 외환의 경계에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규정으로 적어두지 않으면 다음에도 서류는 갖춰져 있을 것이다.
사실과 판단의 구분은행권 이상 해외송금

확인된 사실, 감독당국의 판단, 법원의 판단과 필자의 해석은 각각 다른 기준으로 쓴다. 위 결론은 필자의 판단이며, 앞의 서술은 감독당국 발표와 판결, 공시자료를 근거로 한다. 진행 중인 절차는 확정된 것으로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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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