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5월물 최저가
배럴당 -37.63달러
개인 순매수
2조 5,000억원 (2020년 1~4월)
최대 가격 왜곡
지표가치의 8배 초과
기본예탁금 도입
1,000만원 (2020년 9월)

01 · 핵심 요약 · 90초

이 상품의 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여덟 배 비싸다는 사실은 거래소가 매일 공개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매수는 이어졌다. 2020년 4월 원유 상장지수증권 시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국제유가가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한 그 달이다.

2020년 4월 20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 인도분 선물이 배럴당 -37.63달러로 마감했다. 원유를 받아갈 곳이 없어 돈을 얹어 넘기는 가격이 나온 것이다. 국내에서는 유가가 곧 반등할 것으로 본 개인 투자자들이 원유 선물에 연동되는 상장지수증권(ETN)에 몰렸다. 발행 증권사가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은 한정돼 있었고, 사려는 사람만 늘자 시장가격이 상품의 실제 가치인 지표가치보다 크게 높아졌다. 이 차이가 괴리율이고, 그만큼 비싸게 산 돈은 유가가 올라도 돌아오지 않는다.

얼마나 큰 사건인가

2020년 1월부터 4월까지 국내 상장 원유 ETF와 ETN에 들어온 개인 순매수는 2조 5,000억원이다. 한국거래소 집계 기준 일부 종목은 시장가격이 지표가치의 8배를 넘었다. 언론 보도 기준으로는 괴리율이 1,000% 가까이 벌어진 종목도 있었다.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은 2020년 1월 최고 1만 5,510원이었으나 4월 말 300원대까지 떨어졌다. 금융감독원은 2020년 4월 9일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에 소비자경보 최고 등급인 위험을 발령했다. 소비자경보 제도 도입 이후 첫 최고 등급이었다. 한국거래소는 투자유의종목 지정과 단일가매매, 거래정지를 차례로 적용했고 발행 증권사들은 추가 발행으로 물량을 늘렸다. 그래도 매수 수요는 줄어들지 않았다.

왜 지금 중요한가

이 사건 이후 레버리지 ETF·ETN에는 기본예탁금 1,000만원과 사전교육 의무가 생겼다. 그런데 괴리율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 2022년 3월 러시아 관련 ETF와 니켈 ETN에서 같은 현상이 나타났고, 금융감독원은 2022년 3월 17일 원자재 연계 ETF·ETN에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2026년에도 특정 종목에 집중된 상장지수상품의 괴리율 확대와 퇴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상품 이름이 바뀌어도 수급이 한쪽으로 몰리면 같은 결과가 나온다. 발행사와 운용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은 2022년 모두 원고 패소로 끝났다. 손실을 되찾을 법적 통로가 사실상 없다는 뜻이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8

유가가 마이너스가 된 날

2020년 4월 20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 5월 인도분 선물이 배럴당 -37.63달러로 마감했다. 하루 만에 305.9% 하락이다. 원유 선물은 만기가 되면 실물을 받아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수요가 사라지고 저장 공간이 차면서 받아갈 곳이 없었다.

같은 날 6월물은 20.43달러였다. 5월물과 6월물의 가격 차이가 58달러를 넘었다. 원유 선물에 투자하는 상품은 만기가 오면 다음 달 선물로 갈아타는데, 이 차이만큼 손실이 난다. 이것을 롤오버 비용이라고 한다.

5월물 미결제약정은 63만 계약으로 평소보다 약 40% 많았다. 만기가 다가와도 청산하지 않은 계약이 그만큼 남아 있었다는 뜻이다. 그중 12만 4,512계약은 미국 원유 ETF 한 종목이 보유하고 있었다.

국내 상장 원유 ETN도 이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삼는다. 원유 실물을 사서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선물 계약을 사고 만기마다 다음 달로 옮긴다. 4월의 가격 붕괴는 그 갈아타기 비용으로 상품 가치에 그대로 반영됐다.

지표가치와 시장가격이 갈라졌다

ETN은 증권사가 발행하는 상품이다. 기초지수를 그대로 따라가겠다고 약속하고 그 약속의 현재 가치를 매일 지표가치로 공표한다. 지표가치가 그 상품의 실제 가치다. 시장가격이 지표가치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것이 괴리율이다.

정상적으로는 발행 증권사가 유동성공급자로서 지표가치 근처에 매도 호가를 낸다. 그런데 2020년 3~4월 매수 수요가 급증하면서 유동성공급자가 갖고 있던 물량이 빠르게 소진됐다. 팔 사람이 사라지자 시장가격만 올라갔다.

한국거래소 집계 기준 일부 종목은 시장가격이 지표가치의 8배를 넘었다. 지표가치가 100원인 상품을 800원 넘게 주고 산 것이다. 유가가 오르더라도 그 차이만큼은 되찾을 수 없다. 그 차액은 상품이 청산될 때 사라진다.

경고는 있었고 매수는 계속됐다

금융감독원은 2020년 4월 9일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에 소비자경보 위험을 발령했다. 소비자경보 제도 도입 이후 첫 최고 등급이었다. 금융위원회는 같은 시기 5거래일 연속 괴리율이 30%를 넘으면 거래를 정지하기로 했다.

한국거래소는 투자유의종목 지정, 단일가매매 전환, 거래정지를 차례로 적용했다. 발행 증권사들은 추가 발행으로 물량을 늘렸다. 거래정지가 기존 투자자의 매도 기회까지 막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4월 말에는 3거래일 정지 뒤 1거래일 단일가매매 방식으로 바뀌었다. 발행사가 물량을 늘려도 매수 수요가 더 빨리 늘면 괴리율은 다시 벌어졌다.

그래도 매수는 이어졌다. 2020년 1~4월 국내 상장 원유 ETF·ETN에 들어온 개인 순매수는 2조 5,000억원이다. 5월 24일 기준으로도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의 괴리율은 55.66%,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은 47.63%였다.

규제가 바뀌고 소송은 졌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2020년 5월 17일 레버리지 ETF·ETN 투자자에게 기본예탁금 1,000만원을 예치하도록 하고 사전 온라인 교육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신용거래 대상에서도 제외했다. 법령 개정과 전산 개발이 필요한 부분은 2020년 9월부터 시행됐다.

괴리율 관리 기준도 강화됐다.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되면 3거래일간 단일가매매로 바뀌고, 그 기간에 괴리율이 국내 기초자산 9%, 해외 기초자산 18%를 넘으면 1매매일간 거래가 정지된다.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발행사와 운용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삼성자산운용에 이어 신한금융투자도 2022년 6월 승소했다. 법원은 발행사와 운용사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다했다고 판단했다. 괴리율은 공개돼 있었고 매수 결정은 투자자가 했다는 것이 판단의 전제였다. 다만 이 판단은 발행사의 책임 범위에 관한 것이고, 투자자가 잃은 돈이 회복된 것은 아니다.

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ETN은 주식처럼 거래되지만 주식이 아니다. 가격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알면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도 알 수 있다.

01 · 단계

증권사가 지수를 따라가겠다고 약속한다

ETN은 증권사가 발행하는 채무증권이다. 특정 지수의 수익률을 그대로 지급하겠다는 약속이고, 그 약속의 현재 가치를 매일 계산해 공표하는 것이 지표가치다. 발행 증권사가 파산하면 지표가치와 상관없이 돈을 받지 못한다.

02 · 단계

레버리지는 하루 수익률의 배수다

레버리지 ETN은 기초지수의 일간 수익률에 2배로 연동된다. 누적 수익률의 2배가 아니다. 지수가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면 원지수가 제자리로 돌아와도 레버리지 상품에는 손실이 쌓인다.

03 · 단계

선물은 만기마다 갈아탄다

원유 ETN의 기초자산은 원유 실물이 아니라 원유 선물이다. 만기가 오면 다음 달 선물로 옮겨야 한다. 다음 달 가격이 더 비싸면 그 차이만큼 손실이 난다. 2020년 4월 20일 5월물과 6월물의 차이는 58달러를 넘었다.

04 · 단계

가격은 수급으로 정해진다

지표가치는 계산으로 나오지만 시장가격은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으로 정해진다. 유동성공급자의 물량이 소진되면 그 둘이 갈라진다. 이 차이가 괴리율이고, 비싸게 산 만큼은 기초자산이 회복돼도 돌아오지 않는다.

누가 내고 누가 최종 손실을 부담했는가
정보누가 무엇을 언제 알았고 설명했는가
책임계약·공시·통제·감독의 빈틈은 어디였는가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상품 구조와 투자자의 이해 사이에 거리가 컸다. 많은 투자자가 원유 가격이 오르면 원유 ETN도 그만큼 오른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는 선물 롤오버 비용, 레버리지의 일간 복리 효과, 괴리율이라는 세 가지가 동시에 작용했다.

유동성공급자 제도가 급격한 수요 앞에서 작동하지 못했다. 유동성공급자는 발행 증권사가 겸한다. 보유 물량이 소진되면 팔 수가 없고, 추가 발행에는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다.

위험을 알리는 정보는 이미 공개돼 있었다. 지표가치와 괴리율은 매일 공시됐고 금융감독원은 최고 등급 경보를 냈다. 그럼에도 매수가 이어졌다는 사실은 정보 공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규제가 진입 요건 쪽으로 옮겨간 이유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감독당국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2020년 5월 17일 레버리지 ETF·ETN 투자자에게 기본예탁금 1,000만원 예치와 사전 온라인 교육을 의무화하고 신용거래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법령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2020년 9월부터 시행됐다. 괴리율 관리도 강화돼, 투자유의종목 지정 후 3거래일간 단일가매매를 적용하고 그 기간 괴리율이 국내 9%, 해외 18%를 넘으면 거래를 정지한다.

남은 과제

괴리율 확대는 그 뒤로도 반복됐다. 2022년 3월 러시아 관련 ETF와 니켈 ETN에서 같은 일이 일어났고, 금융감독원은 3월 17일 원자재 연계 상품에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당시 개인의 원자재 ETF·ETN 거래 가운데 원유 상품이 71.5%, 레버리지 상품이 46.8%였다. 기본예탁금 제도는 진입을 늦출 뿐 수급 쏠림 자체를 막지는 못한다.

금융회사

발행 증권사가 유동성공급자를 겸하는 구조는 그대로다. 자기가 발행한 상품의 호가를 자기가 대고, 물량이 소진되면 가격 왜곡이 그대로 남는다. 유동성공급자를 발행사와 분리하는 방안은 아직 제도로 정리되지 않았다.

최종 부담투자자·시장가격·신뢰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을 사기 전에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01

지금 확인할 것

  • 매수 전에 그 종목의 실시간 지표가치와 괴리율을 확인한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data.krx.co.kr)과 증권사 앱에 표시된다.
  • 괴리율이 양수라는 것은 지금 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비싸다는 뜻이다. 그 차이만큼은 기초자산이 올라도 돌려받지 못한다.
  •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돼 있는지, 단일가매매 중인지 확인한다. 한국거래소가 종목별로 공시한다.
  •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인지 확인한다. 원유와 천연가스, 농산물은 대부분 선물 기반이고 매달 갈아타는 비용이 든다.
  • 레버리지 상품은 일간 수익률의 배수다. 보유 기간이 길수록 기초지수 수익률과 차이가 벌어진다.
02

일이 생겼을 때

  • 레버리지 ETF·ETN을 거래하려면 기본예탁금 1,000만원을 예치하고 사전 온라인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2020년 9월부터 적용되고 있다.
  • 보유 종목이 거래정지되면 정지 사유와 재개 예정일을 한국거래소 공시에서 확인한다. 정지 기간에는 매도할 수 없다.
  • 상장폐지나 조기청산이 결정되면 지표가치를 기준으로 상환된다. 시장가격이 지표가치보다 높았다면 그 차액은 회수되지 않는다.
  • ETN은 발행 증권사의 신용에 문제가 생기면 지표가치와 무관하게 손실이 날 수 있다. 발행사의 신용등급을 확인한다.
03

어디에 신고하나

  • 괴리율 확대나 유동성공급 문제는 금융감독원 1332와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에 신고한다.
  • 불완전판매나 부당권유가 있었다면 금융감독원 e-금융민원센터(fcsc.kr)에 분쟁조정을 신청한다.
  •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에서 소비자경보 발령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스스로에게 물을 질문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1. 01

    지금 사려는 가격이 지표가치보다 얼마나 높은지 숫자로 확인했는가.

  2. 02

    유가가 이미 많이 떨어졌으니 오를 일만 남았다는 이유로 사고 있지 않은가.

  3. 03

    이 상품이 원유 자체가 아니라 원유 선물을 따라간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4. 04

    레버리지 상품을 며칠 이상 들고 있을 계획인가.

  5. 05

    거래가 정지되거나 상장폐지되면 어떻게 되는지 확인했는가.

상설 확인 창구

05 · 필자의 결론

이 사건에서 발행 증권사와 운용사는 소송에서 이겼다. 지표가치와 괴리율을 매일 공시했고, 거래소는 거래를 정지시켰으며, 금융감독원은 최고 등급 경보를 냈기 때문이다. 정보는 모두 공개돼 있었다. 그럼에도 2조 5,000억원이 들어왔고 일부 투자자는 실제 가치의 여덟 배를 주고 샀다. 이 사건이 남긴 것은 공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감독당국은 그래서 기본예탁금과 사전교육으로 규제 방식을 바꿨다. 그러나 2022년에도 2026년에도 같은 형태의 괴리율 확대가 반복되고 있다. 상품 이름이 원유에서 니켈로, 다시 다른 종목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이름만 바뀐 상품에서 같은 손실이 반복된다.
사실과 판단의 구분WTI 원유 ETN 괴리율 사태

확인된 사실, 감독당국의 판단, 법원의 판단과 필자의 해석은 각각 다른 기준으로 쓴다. 위 결론은 필자의 판단이며, 앞의 서술은 감독당국 발표와 판결, 공시자료를 근거로 한다. 진행 중인 절차는 확정된 것으로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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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