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핵심 요약 · 90초
회사를 쪼개고 붙이는 일은 이사회가 결정한다. 그런데 그 결정이 주주마다 다른 결과를 낳을 때, 무엇이 기준이 되는지는 오랫동안 정해져 있지 않았다. 2024년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은 그 빈칸을 드러냈고, 결국 법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2024년 7월 11일 두산에너빌리티·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이사회는 사업구조 재편안을 승인했다. 두산에너빌리티를 인적분할해 두산밥캣 지분 46.06%를 신설법인으로 떼어낸 뒤 두산로보틱스에 합병하고, 이어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만드는 구조였다. 그룹은 클린에너지·스마트머신·반도체 및 첨단소재 3대 부문 재편이라고 설명했다.
옮겨지는 회사와 받는 회사의 규모 차이가 논란의 핵심이었다. 2023년 두산밥캣은 매출 9조 7,000억원, 영업이익 1조 3,000억원이었고 두산로보틱스는 매출 530억원, 영업손실 158억원이었다. 처음 제시된 두산밥캣 1주당 두산로보틱스 0.63주라는 교환비율에 주주들이 반발하자 회사는 2024년 8월 29일 포괄적 주식교환을 철회했다. 10월 21일에는 분할합병비율을 1대 0.031에서 1대 0.043으로 올렸다. 금융감독원은 7월 24일부터 정정을 요구했고 증권신고서는 여섯 차례 고쳐진 뒤 11월 22일 효력이 발생했다.
12월 12일 임시주주총회를 이틀 앞둔 12월 10일, 두산에너빌리티는 주주총회를 철회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이 1주당 2만 890원인데 주가가 1만 7,000원대로 떨어져 매수 한도 6,000억원을 넘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개편은 무산됐지만 남은 것은 제도다. 금융위원회는 2024년 12월 2일 일반주주 이익 보호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방향을 발표했고, 개정안은 2026년 5월 14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상법도 2025년 7월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까지 넓히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약 8분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합병비율이 무엇을 근거로 정해지는지 알면, 이 사건이 왜 법 개정으로 이어졌는지도 알 수 있다.
주가로 비율을 정했다
당시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상장회사 사이의 합병가액을 일정 기간 주가의 가중평균으로 산정하도록 정하고 있었다. 회사의 자산이나 이익이 아니라 시장가격이 기준이었다.
→주가는 기업 규모와 다르게 움직인다
두산로보틱스는 2023년 10월 상장한 뒤 성장 기대가 주가에 반영돼 있었고 두산밥캣은 실적 대비 낮은 주가에 거래되고 있었다. 그 결과 매출 9조원대 회사와 매출 500억원대 회사가 비슷한 크기로 평가됐다.
→이사회가 결정하고 주주총회가 승인한다
분할과 합병은 이사회 결의 뒤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확정된다. 지배주주 측 지분이 많으면 일반주주가 반대해도 통과된다. 이 사건에서는 주주총회 이전에 회사가 스스로 철회했다.
→반대 주주에게는 매수청구권만 남는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매수가격도 주가를 기준으로 정해지고, 회사가 정한 매수 한도를 넘으면 거래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이번에는 그 한도가 6,000억원이었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지주회사 체제에서 계열사끼리 자산을 옮길 때 비율은 이사회가 정한다. 그런데 회사 전체에 이익이 되는 거래가 특정 계열사 주주에게는 손해가 되는 경우가 있다. 당시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는 회사에 대한 것이었고 주주에 대한 것으로 명시돼 있지 않았다.
합병가액 산정 규정이 주가만을 기준으로 삼은 것도 원인이었다. 이 방식은 계산이 명확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성장 기대가 크게 반영된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를 붙일 때 실제 규모와 어긋난 결과를 만든다.
일반주주가 쓸 수 있는 수단은 사후적이었다.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는 정보의 양을 늘릴 뿐 비율 자체를 바꾸지 못한다. 주식매수청구권도 주가가 떨어지면 회사가 감당할 금액이 커져 거래가 무산될 뿐, 주주가 원하는 가격을 보장하지 않는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금융위원회는 2024년 12월 2일 일반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방향을 발표했다. 계열사 사이 합병에도 적용되던 획일적 합병가액 산정 기준을 없애고, 이사회가 합병의 목적과 기대효과, 가액의 적정성에 관한 의견서를 작성해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상법 1차 개정안은 2025년 7월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7월 22일 공포·시행됐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어졌다. 2차 개정안은 2025년 8월 25일 통과해 9월 9일 공포됐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2026년 5월 14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합병가액을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함께 고려한 공정가액으로 산정하고 순자산가치를 하한으로 두며, 외부 평가기관 참여와 이사회 의견서 공시를 법에 명시하는 내용이다.
충실의무가 주주까지 넓어졌다고 해서 어떤 비율이 위법인지가 자동으로 정해지지는 않는다. 기준을 만드는 것은 결국 법원의 판단과 축적된 사례다. 그때까지 일반주주가 쓸 수 있는 수단은 여전히 반대의사 통지와 주식매수청구권에 머물러 있다.
최종 부담투자자·시장가격·신뢰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보유한 상장회사가 분할이나 합병을 공시했을 때, 주주총회 전에 확인하고 행사할 수 있는 것들이다.
지금 확인할 것
- DART(dart.fss.or.kr)에서 주요사항보고서와 증권신고서를 찾아 합병비율, 분할비율, 외부평가기관의 평가의견서를 확인한다. 정정신고서가 여러 차례 제출됐다면 무엇이 바뀌었는지 비교한다.
- KIND(kind.krx.co.kr)에서 해당 종목의 공시 이력과 매매거래 정지 여부를 확인한다.
- 주식매수청구권의 행사가격, 행사기간, 회사가 정한 매수 한도 금액을 확인한다. 한도를 넘으면 거래가 취소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어 있는지도 본다.
- 주주총회 소집통지서에서 의안 내용과 전자투표 가능 여부를 확인한다.
일이 생겼을 때
- 반대의사 통지: 합병이나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주주총회 전에 회사에 서면으로 반대 의사를 통지해야 매수청구권이 생긴다(상법 제522조의3). 통지 없이 총회에서 반대표만 던지면 권리가 생기지 않는다.
-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주권상장법인은 자본시장법 제165조의5에 따라 주주총회 결의일부터 20일 이내에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가격에 합의하지 못하면 법원에 매수가격 결정을 청구할 수 있다.
- 의결권 행사: 전자투표가 도입된 회사라면 총회에 가지 않고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위임장 권유가 들어오면 누가 권유하는지, 어떤 의안에 찬성을 요청하는지 확인한다.
어디에 신고하나
- 증권신고서 기재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되면 금융감독원 1332 또는 e-금융민원센터(fcsc.kr)에 신고한다.
- 시세조종이나 미공개정보 이용이 의심되면 금융감독원 증권 불공정거래 신고 창구에 제보한다. 포상금 제도가 있다.
-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에서 본인이 보유한 계좌와 증권을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다.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 01
합병비율이 두 회사의 매출과 이익 규모와 얼마나 어긋나는지 직접 계산해봤는가.
- 02
외부평가기관 의견서가 누구의 의뢰로 작성됐는지 확인했는가.
- 03
회사가 밝힌 재편 목적이 재편 이후 실제 자금 흐름과 연결되는지 설명돼 있는가.
- 04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이 현재 주가보다 높은가, 낮은가. 매수 한도 조건이 붙어 있지 않은가.
- 05
정정신고서가 여러 차례 제출됐다면 무엇이 바뀌었고 무엇이 그대로인가.
상설 확인 창구
- 금융민원·분쟁조정금융감독원 1332 · fcsc.kr
- 내 계좌 조회·일괄 지급정지어카운트인포 payinfo.or.kr
- 내 명의 휴대전화 조회엠세이퍼 msafer.or.kr
- 내 보험 전체 조회내보험 찾아줌 cont.insure.or.kr
- 기업 공시 확인전자공시시스템 dart.fss.or.kr
- 금융소비자 정보포털파인 fine.fss.or.kr
05 · 필자의 결론
이 사건은 위법으로 결론이 난 사안이 아니다. 회사는 절차를 밟았고 감독당국은 서류를 고치게 했으며 주주는 주가로 답했다. 남은 문제는 그 과정에서 어느 단계에도 계열사 사이 비율이 공정한지 판단하는 장치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주가로 비율을 정하는 규정은 계산을 쉽게 하지만 규모가 크게 다른 회사를 붙일 때 실제 가치와 어긋난다. 2024년 12월 발표된 개정방향과 2025년 상법 개정, 2026년 5월 정무위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모두 이 지점을 겨냥한다. 다만 새 기준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는 다음 사건에서야 확인된다. 제도는 무산된 거래가 아니라 성사된 거래에서 시험된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