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 규모
1조 5,587억원
MMF 유출
17조~20조원 (2003년 3월)
브리지론
5조원 (2003.4.3 대책)
카드채 증가
17.8조원에서 3년 만에 4배 이상

01 · 핵심 요약 · 90초

머니마켓펀드는 예금 대신 잠깐 돈을 넣어두는 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2003년 3월, 한 회사의 회계 부정이 드러나자 이 펀드에서 한 달 사이 17조원이 넘게 빠져나갔다. 먼저 돈을 뺀 사람은 손해를 보지 않았고, 늦게 뺀 사람이 남은 손실을 떠안는 구조였다.

2003년 3월 SK글로벌, 지금의 SK네트웍스에서 대규모 회계 부정이 드러났다. 검찰 수사에서 확인된 규모는 채무를 줄이는 방식으로 1조 5,587억원의 이익을 부풀린 것이다. SK글로벌이 발행한 채권과 기업어음을 편입하고 있던 머니마켓펀드에서 환매 요구가 몰렸다. 자산운용사들은 채권을 팔아 현금을 마련해야 했고, 채권 금리가 급등하며 시장 전체가 흔들렸다.

얼마나 큰 사건인가

언론 보도 기준으로 2003년 3월 한 달 사이 머니마켓펀드에서 17조원에서 20조원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한국은행은 연기금과 금융기관에 환매 자제를 요청하고 2조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을 매입했다. 정부는 2003년 4월 3일 대책을 내놨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회사가 공동으로 5조원 규모의 브리지론을 조성해 4월부터 6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카드채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최태원 회장과 손길승 회장 등이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고, 2005년 6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이 판결은 2008년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왜 지금 중요한가

이 사건은 회계 부정이 어떻게 자본시장 전체의 자금 흐름을 끊는지 보여준 사례다. 머니마켓펀드의 장부가 평가 문제, 즉 먼저 환매하는 사람이 유리해지는 구조는 이후에도 반복 지적됐고 법인용 펀드에는 시가평가 방식이 도입됐다. 회계 부정에 대한 투자자 구제 수단인 증권관련 집단소송법도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카드채 문제는 그해 11월 LG카드 유동성 위기로 다시 나타났고, 그 내용은 별도로 다룬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9

2003년 3월, 회계 부정이 드러났다

SK글로벌은 SK그룹의 무역과 유통을 맡던 회사다. 2003년 검찰 수사에서 이 회사가 갚아야 할 채무를 재무제표에 적게 적는 방식으로 이익을 부풀린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이 밝힌 규모는 1조 5,587억원이다.

회계 부정은 숫자를 고치는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재무제표는 그 회사가 발행한 채권의 값을 정하는 근거다. 이익이 부풀려져 있었다면 그 채권은 실제보다 비싸게 팔렸다는 뜻이다.

최태원 회장, 손길승 회장, 그리고 그룹 구조조정추진본부와 재무 담당 임원들이 기소됐다. 1심은 실형을 선고했다.

돈이 머니마켓펀드에서 빠져나갔다

머니마켓펀드는 만기가 짧은 국공채, 기업어음, 양도성예금증서 같은 자산에 투자해 수시로 넣고 뺄 수 있게 만든 펀드다. 예금 대신 단기 자금을 두는 곳으로 쓰인다. 기업과 연기금, 금융기관의 돈이 여기에 들어와 있었다.

이 펀드들이 SK글로벌 채권과 기업어음을 갖고 있었다. 회계 부정이 알려지자 그 자산의 값을 신뢰할 수 없게 됐고, 가입자들이 환매를 요청했다.

운용사는 환매 요청을 받으면 펀드 안의 자산을 팔아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여러 운용사가 동시에 채권을 팔면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는 올라간다. 그러면 남은 가입자의 손실이 커지고 다시 환매가 늘어난다.

언론 보도 기준으로 그해 3월 한 달 사이 머니마켓펀드에서 17조원에서 20조원 규모가 빠져나갔다. 한국은행은 연기금과 금융기관에 환매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고 2조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을 매입해 시장에 자금을 공급했다.

카드채가 다음 문제가 됐다

당시 채권시장의 다른 축은 신용카드회사가 발행한 채권, 즉 카드채였다. 1999년 말 17조 8,000억원이던 카드채 발행 규모는 3년 만에 네 배 이상으로 늘어 있었다. 카드회사는 이 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해 카드 대출과 현금서비스를 운영했다.

머니마켓펀드와 투자신탁회사가 이 카드채를 대량 보유하고 있었다. 환매 사태로 이들이 자산을 팔기 시작하자 카드채가 우선 매도 대상이 됐다. 카드채 금리가 오르면 카드회사의 조달 비용이 오르고 만기 상환이 어려워진다.

정부는 2003년 4월 3일 대책을 발표했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회사가 공동으로 5조원 규모의 브리지론을 조성해 4월부터 6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카드채를 지원하는 내용이었다. 민간 금융회사의 자금을 모아 급한 만기를 넘기는 방식이다.

이 대책으로 급한 불은 정리됐지만 카드회사의 부실 자체는 남았다. 그해 11월 LG카드의 유동성 문제가 다시 불거졌고, 8개 은행이 참여해 처리했다.

누가 책임졌나

형사 절차는 이렇게 정리됐다. 1심은 최태원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2005년 6월 항소심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감형했다. 손길승 전 회장에게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다. 이 판결은 2008년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회사는 SK네트웍스로 이름을 바꿔 채권단 관리를 거쳐 정상화됐다. 분식회계 당시 재무 담당 임원 가운데 일부는 이후 같은 회사의 경영진으로 선임돼 논란이 됐다.

머니마켓펀드에서 손실을 본 가입자들에 대한 구제는 개별적으로 이뤄졌다. 환매 시점에 따라 손실 크기가 달라진 구조 자체는 당시 법으로 다투기 어려웠다.

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회계 부정이 어떻게 펀드 환매로, 그리고 채권시장 전체의 자금 경색으로 이어지는지 단계별로 보면 이 사건의 구조가 드러난다.

01 · 단계

기업이 단기 채권을 발행한다

기업은 은행 대출 외에 회사채와 기업어음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이 채권의 값과 금리는 그 기업의 재무제표를 근거로 정해진다. 재무제표가 사실과 다르면 채권 값 자체가 잘못 매겨진다.

02 · 단계

머니마켓펀드가 그 채권을 편입한다

머니마켓펀드는 만기가 짧은 채권과 기업어음을 모아 담는다. 개인뿐 아니라 기업, 연기금, 금융기관의 단기 자금이 들어온다. 개별 가입자는 자기 돈이 어느 회사 채권에 들어가 있는지 일일이 알기 어렵다.

03 · 단계

장부가로 평가한다

당시 머니마켓펀드는 편입 자산을 살 때의 가격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시장에서 그 채권 값이 떨어져도 펀드의 기준가는 바로 반영하지 않는다. 기준가가 안정되어 보이는 장점이 있지만, 실제 가치와 벌어진 차이가 쌓인다.

04 · 단계

먼저 환매한 사람이 유리해진다

부실이 알려지면 기준가는 아직 높은 상태다. 이때 환매하면 실제 가치보다 많이 받는다. 남은 자산의 실제 가치는 더 떨어지고, 늦게 환매하는 사람이 그 차이를 떠안는다. 그래서 환매가 한꺼번에 몰린다.

누가 내고 누가 최종 손실을 부담했는가
정보누가 무엇을 언제 알았고 설명했는가
책임계약·공시·통제·감독의 빈틈은 어디였는가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첫째, 재무제표가 시장의 기초 자료라는 점이다. 회계 부정은 그 회사 주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회사 채권을 담고 있던 모든 펀드의 가입자, 그리고 같은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던 다른 기업 전부에 영향이 간다. 2003년 3월 SK글로벌 한 곳의 문제가 카드회사 전체의 자금 조달 문제로 번진 이유다.

둘째, 평가 방식이 환매를 부추기는 구조였다. 장부가 평가는 평상시에는 기준가를 안정시키지만 부실이 생기면 반대로 작동한다. 손실이 기준가에 반영되기 전에 나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계산이 서면 모두가 동시에 나가려 한다.

셋째, 단기 자금 조달에 대한 의존이다. 카드회사는 만기 몇 달짜리 채권을 계속 새로 발행해 자금을 돌리고 있었다. 이 구조는 시장이 정상일 때는 문제가 없지만 한 번 막히면 곧바로 상환 불능으로 간다. 그래서 정부가 5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해 만기를 넘기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감독당국

머니마켓펀드의 편입 자산 신용등급과 잔존만기에 제한이 도입됐고, 이후 법인용 펀드에는 자산을 시장 가격으로 평가하는 시가평가 방식이 적용됐다. 개인용 펀드의 장부가 평가는 유지되지만 시장 가격과의 차이가 일정 범위를 넘으면 조정하도록 하는 장치가 있다.

국회와 정부

회계 부정으로 손해를 본 투자자가 집단으로 소송할 수 있게 하는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이 2003년 12월 제정돼 2005년부터 시행됐다. 회사 내부에서 회계 처리를 통제하는 내부회계관리제도도 이 시기 외부감사법 개정으로 법에 들어왔다.

남은 과제

단기 자금 시장이 한 번 막히면 감독당국이 민간 자금을 모아 만기를 넘기는 방식은 2003년 이후에도 반복됐다. 2022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자금시장 경색 때도 같은 방식이 쓰였다. 개별 기업의 부실이 시장 전체의 자금 경색으로 번지지 않게 하는 상시 장치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최종 부담투자자·시장가격·신뢰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머니마켓펀드를 포함한 채권형 펀드에 가입할 때,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확인할 수 있다.

01

지금 확인할 것

  • 가입한 펀드의 편입 자산은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dis.kofia.or.kr)와 운용사가 보내는 자산운용보고서에서 확인한다. 어떤 회사의 채권과 기업어음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가 나온다.
  • 펀드 비교는 금융투자협회 펀드다모아(fundamoa.kofia.or.kr)에서 할 수 있다. 수익률뿐 아니라 편입 자산의 신용등급 구성을 본다.
  • 편입된 채권을 발행한 회사의 재무제표와 감사보고서는 전자공시시스템 DART(dart.fss.or.kr)에서 확인한다. 감사의견이 적정이 아닌 한정, 부적정, 의견거절이면 그 자체가 경고 신호다.
  • 머니마켓펀드는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 예금자보호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예금과 다른 상품이라는 점을 계약서에서 확인한다.
02

일이 생겼을 때

  • 사업보고서나 증권신고서의 거짓 기재로 손해를 입었다면 자본시장법에 따라 회사와 임원, 감사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청구권은 거짓 기재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해당 서류 제출일부터 3년 안에 행사해야 한다.
  • 같은 피해를 본 투자자가 여럿이면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에 따른 집단소송이 가능하다. 소송을 시작하려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 외부감사인이 감사를 소홀히 해 손해가 발생한 경우,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감사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 펀드 판매 과정에서 위험을 제대로 설명받지 못했다면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설명의무 위반을 근거로 분쟁조정을 신청한다.
03

어디에 신고하나

  • 펀드 관련 분쟁조정과 민원은 금융감독원 1332 또는 e-금융민원센터(fcsc.kr).
  • 회계 부정과 부실 감사 제보는 금융감독원 회계 관련 신고 창구 또는 1332.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 제도가 운영된다.
  • 불공정거래와 미공개정보 이용 제보는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krx.co.kr) 또는 금융감독원.
스스로에게 물을 질문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1. 01

    가입한 펀드에 어떤 회사의 채권이 들어 있는지 한 번이라도 확인해봤는가.

  2. 02

    머니마켓펀드를 예금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예금자보호 대상인지 확인했는가.

  3. 03

    펀드의 기준가가 거의 변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받았는가.

  4. 04

    편입 채권 발행회사의 감사의견이 적정인지 확인했는가.

  5. 05

    시장이 불안할 때 남들보다 먼저 환매해야 유리한 구조라면, 그 구조 자체가 위험 신호가 아닌가.

상설 확인 창구

05 · 필자의 결론

2003년 3월에 무너진 것은 SK글로벌 한 회사가 아니라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였다. 그 신뢰가 흔들리자 그 회사 채권을 담고 있던 펀드가 흔들렸고, 그 펀드가 함께 갖고 있던 카드채가 흔들렸고, 카드회사의 자금 조달이 막혔다. 마지막에는 금융회사들이 5조원을 모아 만기를 넘겨야 했다. 회계 부정을 기업 하나의 범죄로 보면 이 연결이 보이지 않는다. 재무제표는 그 회사만의 문서가 아니라 시장 전체가 값을 매기는 기준이다. 그래서 회계 감독은 투자자 보호 문제인 동시에 금융안정 문제다. 2003년의 판결은 집행유예로 끝났고, 그 뒤로도 회계 부정은 반복됐다.
사실과 판단의 구분SK글로벌 분식회계와 MMF 환매

확인된 사실, 감독당국의 판단, 법원의 판단과 필자의 해석은 각각 다른 기준으로 쓴다. 위 결론은 필자의 판단이며, 앞의 서술은 감독당국 발표와 판결, 공시자료를 근거로 한다. 진행 중인 절차는 확정된 것으로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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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