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 규모
5조 7,000억원
투입된 공적자금
7조 1,000억원
채무재조정 대상
1조 5,500억원
국민연금 확정 배상액
441억 9,000만원

01 · 핵심 요약 · 90초

회사채를 살 때 사람들은 회사의 재무제표와 신용등급을 본다. 이 사건은 그 두 가지가 동시에 틀렸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준다. 투입된 공적자금은 7조 1000억원이었고, 첫 배상 확정 판결이 나오기까지 8년이 걸렸다.

대우조선해양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해양플랜트 공사에서 늘어난 원가와 자회사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았다. 검찰이 기소하며 밝힌 규모는 5조 7,000억원이다. 2015년 5월 정성립 사장이 취임한 뒤 누적 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하면서 그해 2분기 영업손실이 3조원대로 나왔고, 2015년 연간 영업손실은 5조 5,051억원이었다. 그 이전까지 회사는 이익을 내는 회사로 공시돼 있었다. 신용등급은 투자적격으로 유지됐고, 그 재무제표를 근거로 회사채와 기업어음이 팔렸다.

얼마나 큰 사건인가

국민연금은 2014년 4월부터 2015년 3월까지 대우조선해양이 발행한 회사채와 기업어음 3,600억원어치를 매입했다. 정부와 공무원연금공단, 하나은행, 증권사들도 같은 시기에 샀다. 2017년 3월 채무재조정 방안이 발표되자 회사채 값은 하루에 20% 넘게 떨어졌다. 4월 17일과 18일 열린 사채권자집회에서 회사채 1조 3,500억원과 기업어음 2,000억원에 대해 50%를 주식으로 바꾸고 나머지 50%는 만기를 미루는 안이 가결됐다. 주식은 2016년 7월부터 2017년 10월 30일까지 1년 3개월간 거래가 정지됐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투입한 자금은 신규자금 4조 2,000억원과 신용공여 2조 9,000억원을 합쳐 7조 1,000억원이다.

왜 지금 중요한가

대법원은 2025년 8월 14일 국민연금공단에 441억 9,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2023다294180). 소송을 낸 지 8년 만이고, 이 사건 회사채 투자자 소송 가운데 첫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원은 거짓 기재로 비싸게 산 이상 손해는 매입 시점에 이미 발생했고, 그 뒤의 매도나 출자전환은 손해를 줄이는 요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같은 취지의 소송이 정부와 공무원연금공단, 은행, 증권사, 개인투자자 명의로 계속 진행 중이다. 투입된 공적자금 7조 1,000억원의 회수 문제도 끝나지 않았다. 회사는 2023년 한화오션으로 바뀌었지만 배상 책임은 법인에 그대로 남았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9

이익을 내는 회사로 보였다

조선사는 배와 해양플랜트를 몇 년에 걸쳐 만든다. 회계에서는 공사가 얼마나 진행됐는지를 계산해 그만큼 매출과 이익을 나눠 인식한다. 진행률은 지금까지 쓴 원가를 전체 예상 원가로 나눠 구한다.

여기서 전체 예상 원가를 실제보다 낮게 잡으면 진행률이 높아지고 이익이 늘어난다. 반대로 원가가 늘어난 사실을 반영하면 손실이 즉시 잡힌다.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에서 원가가 늘어난 것을 반영하지 않았고, 자회사 손실도 재무제표에서 빠졌다.

2015년 5월 정성립 사장이 취임했다. 6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해양플랜트 손실을 취합 중이며 2분기 실적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7월 29일 발표된 2015년 2분기 영업손실은 3조원대였다.

2016년 3월 회사는 2013년과 2014년 재무제표를 고쳐 각각 7,5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냈다고 정정했다. 이익을 내던 회사가 계속 적자였던 회사로 바뀌었다.

그 재무제표를 보고 산 사람들

국민연금은 2014년 4월부터 2015년 3월까지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와 기업어음 3,600억원어치를 샀다. 회사의 신용등급은 투자적격 수준이었고, 최대주주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라는 점도 안전하다는 판단의 근거가 됐다.

정부와 공무원연금공단, 하나은행, 여러 증권사도 같은 시기에 회사채를 매입했다. 만기가 짧게 남은 채권은 개인도 증권사 창구에서 살 수 있었다.

2017년 3월 23일 정부는 채무재조정 방안을 내놨다. 회사채와 기업어음의 절반을 주식으로 바꾸고 나머지 절반은 만기를 미루는 내용이었다. 발표 다음 날 4월 만기 회사채 가격은 22.38% 떨어졌다.

4월 17일과 18일 다섯 차례 열린 사채권자집회에서 이 안이 모두 가결됐다. 국민연금이 먼저 찬성 의사를 밝히자 다른 기관들이 따랐다. 개인투자자 일부는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법원에 항고했으나 재조정은 그대로 진행됐다.

제재와 형사판결

증권선물위원회는 2017년 2월 23일 임시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에 과징금 45억 4,500만원을 부과했다. 3월 24일에는 외부감사를 맡았던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이 분식을 묵인하고 방조했다고 보고 신규 감사 업무정지 1년을 의결했다.

금융위원회는 4월 5일 정례회의에서 이를 확정하고 안진회계법인에 과징금 16억원을 함께 부과했다. 업무정지 기간에는 주권상장법인과 증권선물위원회 감사인 지정회사, 금융회사에 대한 신규 감사를 맡을 수 없었다.

형사 재판에서는 고재호 전 사장이 2017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9년을 확정받았고, 김갑중 전 최고재무책임자는 징역 6년이 확정됐다. 남상태 전 사장도 별도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됐다. 수사와 재판은 2019년에 마무리됐다.

배상까지 8년

회사채를 산 기관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2023년 12월 증권사들이 낸 소송에서 1심은 51억원 배상을 인정했다. 2024년 2월 22일 서울고등법원은 정부와 공무원연금공단, 하나은행에 대한 항소심에서 회사 책임을 인정하되 원고 쪽 사정도 참작해 배상 범위를 정했다.

2025년 8월 14일 대법원은 국민연금 사건에서 441억 9,000만원 배상을 확정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1심은 516억원을 인정했고 항소심에서 금액이 조정된 뒤 대법원이 이를 유지했다. 대법원은 거짓 기재된 재무제표를 보고 비싸게 산 순간 손해가 이미 발생했고, 이후의 매도나 출자전환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를 줄이는 요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회사는 2019년 한화그룹에 매각 논의가 시작돼 2023년 한화오션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분식회계를 저지른 법인의 배상 책임은 회사를 인수한 쪽이 그대로 떠안았다.

8년은 소송을 감당할 수 있는 기관에게도 긴 시간이다. 개인투자자에게는 소송비용과 입증 부담이 더 크다. 이 사건에서 개인 명의 소송은 기관보다 훨씬 늦게 결론이 나고 있다.

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회사채는 회사가 돈을 빌리면서 발행하는 증서다. 살지 말지를 정하는 근거가 재무제표와 신용등급이다.

01 · 단계

손실을 재무제표에 넣지 않는다

공사가 진행되는 만큼 매출과 이익을 나눠 인식하는 방식에서는 전체 예상 원가를 얼마로 잡느냐가 이익을 결정한다. 원가가 늘어난 사실을 반영하지 않으면 이익이 그대로 남는다. 자회사 손실을 연결 재무제표에서 빼는 방법도 함께 쓰였다.

02 · 단계

신용등급이 유지된다

신용평가회사는 회사가 제출한 재무제표를 기초로 등급을 매긴다. 재무제표가 좋으면 등급이 높게 유지되고, 등급이 높으면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 잘못된 숫자가 그대로 등급에 반영된다.

03 · 단계

투자자가 그 등급을 보고 산다

연기금과 은행, 증권사는 내부 규정으로 일정 등급 이상만 살 수 있게 정해 둔다. 등급이 유지되는 한 매입은 계속된다. 개인도 증권사 창구에서 남은 만기가 짧은 채권을 산다.

04 · 단계

실제 손실이 드러나면 값이 무너진다

숨겨둔 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하면 회사는 갚을 능력을 잃는다. 그때부터는 채무재조정이 시작되고, 채권자는 원금의 절반을 주식으로 받거나 만기를 미루게 된다. 주식으로 바꾼 뒤 주가가 더 내려가면 손실은 더 커진다.

누가 내고 누가 최종 손실을 부담했는가
정보누가 무엇을 언제 알았고 설명했는가
책임계약·공시·통제·감독의 빈틈은 어디였는가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외부감사가 걸러내지 못했다. 회계법인은 감사 대상 회사가 직접 고르고 보수도 회사가 낸다. 딜로이트안진은 이 사건에서 분식을 묵인하고 방조했다고 판단돼 신규 감사 업무정지 1년과 과징금 16억원을 받았다.

최대주주가 국책은행이라는 점이 판단을 흐렸다. 산업은행은 대주주이면서 채권자였고, 부실이 드러나면 자기 책임도 함께 드러나는 위치에 있었다. 투자자들은 정부가 결국 책임질 것이라고 봤다.

손해를 증명하는 부담이 투자자에게 있다. 거짓 기재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것 때문에 얼마를 손해 봤는지 계산해야 한다. 그 계산을 두고 다투다 보니 첫 대법원 판결까지 8년이 걸렸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감독당국

이 사건을 계기로 회계제도가 바뀌었다. 2017년 10월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 전부개정돼 2018년 11월 1일 시행됐다. 회사가 6년간 감사인을 자유롭게 고르면 그다음 3년은 증권선물위원회가 감사인을 지정하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도입됐고, 표준감사시간 제도와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도 함께 들어갔다. 상장회사에는 2020년 사업연도부터 적용됐다.

법원

대법원은 2025년 8월 14일 거짓 기재로 비싸게 산 시점에 이미 손해가 발생했고, 이후의 매도나 출자전환은 손해를 줄이는 요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2023다294180). 분식회계 사건에서 손해액을 어떻게 계산할지에 대한 기준이 생겼다.

남은 과제

판결이 나오기까지 8년이 걸렸다. 개인투자자가 같은 기간을 버티기는 어렵다. 증권 관련 집단소송 제도가 있지만 요건이 까다로워 실제 이용은 많지 않다. 투입된 공적자금 7조 1,000억원의 회수 방안도 정리되지 않았다.

최종 부담투자자·시장가격·신뢰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재무제표가 거짓이면 개인이 미리 알아내기는 어렵다. 그래도 확인할 수 있는 신호는 있다.

01

지금 확인할 것

  • 전자공시시스템 DART(dart.fss.or.kr)에서 감사보고서의 감사의견과 핵심감사사항을 본다. 핵심감사사항에 공사 원가 추정이나 수익 인식이 해마다 올라오면 그 부분에 판단의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 회사채를 살 때 신용등급뿐 아니라 등급 전망을 함께 본다. 등급이 같아도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면 시장은 먼저 움직인다.
  •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의 투자위험요소 항목을 읽는다. 회사가 스스로 밝힌 위험이 여기에 적혀 있다.
  • 감사인이 자주 바뀌었는지, 증권선물위원회가 감사인을 지정한 회사인지 DART 공시에서 확인한다.
  • 회사와 회계법인의 제재 이력은 금융위원회(fsc.go.kr)와 금융감독원(www.fss.or.kr) 보도자료로 확인한다.
02

일이 생겼을 때

  •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의 거짓 기재로 손해를 입었다면 자본시장법 제162조에 따라 회사와 이사, 감사인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청구 기간은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해당 서류가 제출된 날부터 3년이다.
  •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의 거짓 기재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 제125조가 발행인과 인수인, 공인회계사의 배상책임을 정하고 있다.
  • 사채권자집회 소집 통지를 받으면 반드시 안건을 확인하고 의결권을 행사한다. 가결되면 반대한 사람에게도 효력이 미친다.
  • 보유 채권이 출자전환되면 주식으로 바뀐 시점의 가격과 취득가를 기록해 둔다. 나중에 손해액 계산의 기초가 된다.
03

어디에 신고하나

  • 투자 관련 분쟁은 금융감독원 1332 또는 e-금융민원센터(fcsc.kr)에 접수한다.
  • 회계부정은 금융감독원(www.fss.or.kr)에 신고할 수 있고, 신고자에게는 포상금이 지급된다.
  • 상장회사의 공시 위반과 불공정거래가 의심되면 한국거래소 KIND(kind.krx.co.kr)에서 공시를 확인한 뒤 금융감독원에 제보한다.
스스로에게 물을 질문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1. 01

    같은 업종의 다른 회사들은 모두 손실을 내는데 이 회사만 이익을 내고 있지 않은가.

  2. 02

    감사보고서의 핵심감사사항에 원가 추정과 수익 인식이 반복해서 올라오지 않는가.

  3. 03

    신용등급은 그대로인데 회사채 유통금리만 오르고 있지 않은가.

  4. 04

    회사채 만기와 내가 돈이 필요한 시점이 맞는지 확인했는가.

  5. 05

    최대주주가 국책은행이니 정부가 결국 책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 않은가.

상설 확인 창구

05 · 필자의 결론

이 사건은 회계가 왜 규제의 대상인지 보여준다. 재무제표는 회사가 만들지만 그것을 보고 돈을 내는 사람은 밖에 있다. 5조 7,000억원이 가려진 동안 국민연금과 정부, 은행과 증권사, 개인이 이 회사에 돈을 빌려줬고, 공적자금 7조 1,000억원이 들어갔다. 제재는 2017년에 끝났고 형사판결도 2019년에 마무리됐지만, 회사채 투자자가 첫 대법원 판결을 받은 것은 2025년이다. 숫자를 고치는 데는 몇 달이 걸리고 되돌리는 데는 10년이 걸린다. 감사인을 회사가 고르는 구조를 바꾸는 데 이만한 사건이 필요했다는 사실도 함께 기록해 둘 만하다. 다음 사건을 막으려면 그때까지 걸린 시간을 줄이는 일부터 해야 한다.
사실과 판단의 구분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확인된 사실, 감독당국의 판단, 법원의 판단과 필자의 해석은 각각 다른 기준으로 쓴다. 위 결론은 필자의 판단이며, 앞의 서술은 감독당국 발표와 판결, 공시자료를 근거로 한다. 진행 중인 절차는 확정된 것으로 쓰지 않는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