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핵심 요약 · 90초
돈을 맡기면 연 20%를 준다는 곳이 있으면, 물어야 할 질문은 하나다. 그 20%는 누가 벌어서 주는 돈인가. 테라의 답은 '아무도 벌지 않았다'였다.
테라(UST)는 1개의 가치를 1달러에 고정하겠다고 설계된 코인이었다. 다만 달러나 국채를 담보로 잡은 것이 아니라, 같은 생태계 안에서 발행되는 루나(LUNA)와 서로 교환되게 하는 알고리즘으로 가격을 유지했다. 여기에 연 19.5%의 이자를 주는 예치 서비스 앵커프로토콜이 붙어 자금이 몰렸다. 2022년 5월 7일부터 대규모 인출이 시작되자 닷새 만에 구조 전체가 무너졌다.
붕괴 직전 UST 유통 규모는 약 180억 달러였고 그중 약 160억 달러가 앵커에 예치돼 있었다. 5월 12일 UST는 0.22달러, LUNA는 31달러에서 0.01달러가 됐다. LUNA 발행량은 4억 개에서 320억 개로 80배 늘었다. 미국 법무부가 인정한 투자자 손실은 400억 달러를 넘고, 재판부는 피해자를 최대 100만 명으로 봤다. 국내 보유자는 금융위원장이 2022년 5월 17일 국회에서 약 28만 명, 보유량 약 700억 개로 답변했다. 국내 5개 원화 거래소는 5월 16일부터 6월 3일 사이에 모두 거래를 종료했다.
권도형은 2025년 8월 12일 미국에서 유죄를 인정했고 12월 11일 징역 15년과 1,900만 달러 초과 몰수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국내 재판은 다르다. 대법원은 2025년 1월 23일 루나가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하급심 판단을 확정했다. 미국 법원은 증권으로 봤고 한국 법원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 그리고 2026년 8월 현재, 스테이블코인을 규율할 국내 법률은 아직 국회에 제출되지 않았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약 9분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이름은 하나가 아니다. 무엇으로 가치를 받치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물건이다.
담보형
발행한 만큼 달러 예금이나 단기 국채를 보관한다. 1개를 가져오면 1달러를 준다. 검증의 핵심은 준비자산이 실제로 있는지, 누가 감사하는지, 얼마나 자주 공시하는지다.
→알고리즘형
준비자산 없이 다른 토큰과의 교환 규칙만으로 가격을 유지한다. 테라가 여기에 해당한다. 가격이 오를 때는 작동하지만, 내릴 때는 담보 토큰의 가치가 함께 무너져 되돌릴 수단이 사라진다.
→예치 이자가 붙으면
예치 서비스가 결합되면 사람들은 그것을 은행 예금처럼 인식한다. 그러나 예금자보호도, 준비금 규제도, 이자 출처 공시 의무도 없었다.
→손실은 회복되지 않는다
국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원화 예치금만 보호한다. 가상자산 자체의 가치 하락은 어떤 제도로도 보전되지 않는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이 사건의 구조적 원인은 '스스로를 담보로 삼은 것'이다. 담보가 외부 자산이면 담보 가격과 코인 가격이 따로 움직이지만, 담보가 같은 생태계 토큰이면 둘이 같은 방향으로 무너진다. 이 성질은 처음부터 설계에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설계의 취약함을 감춘 것은 2021년의 인위적 방어와 그에 대한 허위 설명이었다. 시장은 '한 번 흔들렸지만 알고리즘이 스스로 회복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신뢰를 키웠다. 그 근거가 조작된 것이었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2023년 7월 18일 공포돼 2024년 7월 19일 시행됐다. 원화 예치금 분리 예치, 가상자산의 80% 이상 콜드월렛 보관, 핫월렛 보관분의 5% 이상 보험 또는 준비금, 이상거래 상시감시와 통보 의무, 미공개정보 이용·시세조종·부정거래 금지가 들어갔다. 부당이득 50억원을 넘으면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다만 발행·공시 규제와 스테이블코인 규율은 이 법에 없다.
2단계 입법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은 2026년 8월 현재 국회에 제출되지 않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 컨소시엄으로 할지,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어디까지 제한할지를 두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은 2024년 6월 30일부터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적용해, 준비자산 보유와 상시 액면 상환권을 의무화했다. 준비자산 없이 알고리즘만으로 가치를 유지하는 형태는 사실상 발행할 수 없다. 미국은 2025년 7월 제정된 법률로 1대 1 이상 준비금, 월간 공시와 독립 회계법인 검증을 의무화하고, 발행자가 보유자에게 이자를 주는 것을 금지했다. 앵커의 연 20% 모델은 미국법에서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최종 부담이용자·소비자·공적 구제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가상자산은 원금이 보전되지 않는다. 그 전제 위에서, 최소한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지금 확인할 것
-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여부를 금융정보분석원(kofiu.go.kr) 공개 현황에서 확인한다. 미신고 사업자를 이용하는 것 자체가 위험이다.
-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여부를 한국인터넷진흥원(isms.kisa.or.kr)에서 조회한다.
- 백서에서 세 가지를 본다. 이 토큰을 무엇이 받치고 있는가(외부 자산인가, 같은 생태계 토큰인가), 발행량 상한과 추가 발행 조건은 무엇인가, 준비금의 규모·구성·감사 주체·공시 주기는 어떻게 되는가.
- 예치 이자를 준다면 그 돈의 출처를 확인한다. 대출이자나 수수료 같은 실제 수익원이 없고 재단 준비금이나 신규 유입금으로 지급된다면, 새 자금이 멈추는 순간 끝난다.
- '무위험 고수익'이라는 표현이 쓰이고 있는지 본다. 앵커는 연 19.5%를 무위험 예치금리라고 불렀다.
일이 생겼을 때
- 출금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면 그 시점의 화면과 공지를 저장한다. 거래소가 유의종목으로 지정하는 시점과 거래지원 종료 시점 사이가 짧다.
- 손실이 확정된 뒤에도 형사 절차와 파산 절차는 별도로 진행된다. 관련 공지를 계속 확인한다.
- 파산관재인이나 배당기관을 사칭해 지갑 연결이나 시드구문 입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정식 절차는 어떤 경우에도 시드구문을 요구하지 않는다.
어디에 신고하나
- 금융감독원 가상자산 불공정거래·투자사기 신고센터에 신고한다. 시세조종, 미공개정보 이용, 부정거래, 투자사기가 대상이다.
- 유사수신이나 불법 자금모집은 금융감독원 불법금융신고센터 1332.
- 형사 고소는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ecrm.police.go.kr).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 01
이 이자는 누가 벌어서 주는 돈인지 설명을 들었는가.
- 02
가치를 받치는 자산이 이 프로젝트 바깥에 있는가, 안에 있는가.
- 03
'예금'이나 '무위험'이라는 단어가 쓰이고 있는데, 예금자보호 대상인지 확인했는가.
- 04
과거에 같은 문제가 있었는지, 그때 어떻게 해결됐는지 확인해 봤는가.
- 05
지금 넣으려는 금액을 전부 잃어도 생활에 지장이 없는가.
상설 확인 창구
- 금융민원·분쟁조정금융감독원 1332 · fcsc.kr
- 내 계좌 조회·일괄 지급정지어카운트인포 payinfo.or.kr
- 내 명의 휴대전화 조회엠세이퍼 msafer.or.kr
- 내 보험 전체 조회내보험 찾아줌 cont.insure.or.kr
- 기업 공시 확인전자공시시스템 dart.fss.or.kr
- 금융소비자 정보포털파인 fine.fss.or.kr
05 · 필자의 결론
이 사건은 새로운 기술의 실패가 아니라 오래된 구조의 반복이다.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은데도 높은 이자를 계속 지급했고, 한 번 무너졌을 때 그 사실을 감췄으며, 감춘 만큼 다음 붕괴가 커졌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규제가 도달하지 못한 자리에서 벌어졌다는 것이다. 미국 법원은 이것을 증권으로 보고 사기죄를 물었고, 한국 법원은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으로 보지 않았다. 같은 상품에 대해 나라마다 다른 답이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규칙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 사이의 손실은 전부 개인이 부담한다.
이 사건과 관련된 금융상품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5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