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핵심 요약 · 90초
이자를 주는 가상자산 예치서비스는 예금처럼 보이지만 예금이 아니다. 고파이 이용자들은 그 차이를 출금이 막힌 뒤에 알았다. 지급이 멈춘 지 3년이 넘었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고파이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가 운영한 예치서비스다. 이용자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맡기면 이자를 주는 상품이었다. 화면에는 예치 수량과 연 이자율이 표시됐다. 다만 맡은 자산의 운용은 고팍스가 아니라 미국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털이 했다. 2022년 11월 FTX 파산으로 제네시스가 출금을 중단하자 고파이의 원리금 지급도 그대로 멈췄다. 이용자는 국내 거래소에 자산을 맡겼다고 알고 있었지만, 위험이 있던 곳은 미국 회사였다. 이 상품에는 예금자보호도 적용되지 않았다.
출금이 중단된 예치자산은 566억원 상당이었고, 이용자는 약 3,000명으로 알려졌다. 이후 두 차례 부분 지급이 이뤄졌다. 2023년 초 1차로 25%, 2023년 8월 2차로 37%가 지급돼 누적 약 60%가 나갔다. 첫 지급까지 몇 달, 두 번째까지 9개월이 걸렸다. 남은 40%는 비트코인 775개, 이더리움 5,766개, USDC 70만 6,184개다. 고팍스는 2026년 1월 29일 이 자산을 회사 자금과 분리해 제3자에게 맡겨 보관 중이라고 공개했다. 당시 시세로 약 1,300억원 규모다. 출금이 멈춘 뒤 3년 3개월이 지난 시점이었고, 그동안 이용자는 이 자산을 팔 수도 옮길 수도 없었다. 상환 지연의 이유로는 코인을 법정화폐로 바꿨다가 다시 코인으로 되돌려야 하는 절차와 외화 반입 금액 제한이 거론된다.
상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23년 2월 바이낸스가 고팍스 지분 67%를 인수하면서 고파이 상환을 돕겠다고 밝혔지만, 금융정보분석원에 낸 임원 변경 신고가 오래 수리되지 않았다. 고팍스는 2023년 3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세 차례 신고서를 냈다. 수리는 2025년 10월 16일에야 이뤄졌다. 최초 신고로부터 2년 7개월이 지난 뒤다. 그사이 이용자들은 금융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2023년 12월 법원은 손해배상 소송의 주체가 이용자가 아니라 고팍스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예치·운용 서비스를 직접 규율하는 법은 지금도 없다. 이자를 약속하는 가상자산 상품이 다시 나와도 이용자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약관뿐이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약 8분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예금과 예치서비스의 차이는 이름이 아니라 돈이 어디로 가는지에 있다.
이용자가 코인을 맡기고 이자를 약속받는다
거래소 화면에는 예치 수량과 연 이자율이 표시된다. 이용자는 은행 예금과 비슷한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이 계약에는 예금자보호가 적용되지 않는다.
→거래소가 제3자에게 운용을 맡긴다
고파이의 경우 미국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털이 운용을 맡았다. 이용자는 이 사실을 알 수 있어도, 그 회사의 재무 상태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운용사가 무너지면 지급이 멈춘다
이자의 재원이 운용 수익이므로, 운용사가 자산을 돌려주지 못하면 지급도 멈춘다. 거래소가 자기 돈으로 메울 의무는 계약상 명확하지 않다.
→이용자는 계약 상대방에게만 청구할 수 있다
이용자의 계약 상대는 거래소다. 운용사에 직접 청구할 근거는 없다. 2023년 12월 법원도 손해배상 청구의 주체를 거래소로 봤다. 이용자는 거래소의 회수 결과를 기다리는 위치에 놓인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첫째, 예치·운용 서비스는 규제의 사이에 있었다. 특정금융정보법은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와 자금세탁 방지를 다루고, 2024년 7월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이용자 예치금 보관과 불공정거래를 다룬다. 이자를 지급하는 예치·운용 상품 자체를 규율하는 규정은 지금도 없다.
둘째, 위험이 국경 밖에 있었다. 이용자는 국내 거래소와 계약했지만 실제 위험은 미국 운용사에 있었다. 국내 감독당국이 그 회사의 건전성을 들여다볼 권한은 없다. FTX 파산이 국내 이용자에게 전달된 경로가 이것이다.
셋째, 회복 절차가 행정 절차에 묶였다. 인수자가 정해진 뒤에도 임원 변경 신고 수리가 2년 7개월 걸렸다. 그동안 상환 협의는 진척되기 어려웠다. 감독 절차의 지연 자체가 이용자 손실 기간을 늘린 사례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2024년 7월 19일 시행됐다. 사업자는 이용자 예치금을 은행에 맡기고, 이용자 가상자산의 80% 이상을 인터넷과 분리된 지갑에 보관해야 한다. 이상거래 상시감시와 사고 대비 보험·준비금도 의무가 됐다. 다만 이는 거래 계정에 있는 자산에 관한 규정이고, 이자를 지급하는 예치 상품을 직접 다루지는 않는다.
예치·운용 서비스에 대한 별도 규율이 없다. 운용을 어디에 맡기는지, 재무 상태를 어떻게 공시하는지, 지급이 멈췄을 때 이용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법에 정해져 있지 않다. 고파이 이용자가 3년 넘게 기다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업자 변경 신고의 처리 기간을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것도 과제다. 신고가 수리되지 않는 동안 이용자 자산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처리 지연이 곧 이용자 손실 기간이라는 점이 이 사건에서 드러났다.
최종 부담이용자·소비자·공적 구제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이자를 주는 가상자산 상품에 가입하기 전, 돈이 어디로 가는지 확인할 수 있는 항목들이다.
지금 확인할 것
- 그 상품이 예금인지 아닌지 확인한다. 가상자산 예치서비스에는 예금자보호가 적용되지 않는다. 예금보험공사(www.kdic.or.kr)에서 보호 대상 상품을 확인할 수 있다.
- 맡긴 자산을 누가 운용하는지 약관에서 확인한다. 운용을 제3자에게 맡긴다면 그 회사 이름과 소재 국가를 확인한다.
- 지급이 멈췄을 때 거래소가 자기 자금으로 메울 의무가 있는지 약관에 적혀 있는지 본다. 이 조항이 없으면 위험은 이용자에게 있다.
- 그 거래소가 금융정보분석원(www.kofiu.go.kr)에 신고된 사업자인지, 신고 사항에 변경이 있는지 확인한다.
-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예치금 은행 보관과 콜드월렛 보관 비율을 사업자가 공시하는지 확인한다.
일이 생겼을 때
- 출금이 지연되기 시작하면 공지 원문과 시각, 잔고 화면을 즉시 저장한다. 나중에 채권액을 증명할 때 필요한 자료다.
- 부분 지급이 이뤄지는 경우 지급 비율과 기준일을 기록한다. 고파이의 경우 1차 25%, 2차 37%로 나눠 지급됐다.
- 손해배상 청구의 주체가 누구인지 먼저 확인한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운용사에 대한 청구 주체를 거래소로 봤다. 이용자가 직접 소송을 낼 수 있는 상대와 근거를 따져야 한다.
- 금융감독원 e-금융민원센터 fcsc.kr을 통해 민원을 접수하고 진행 상황을 기록으로 남긴다.
어디에 신고하나
- 금융감독원 1332 또는 e-금융민원센터 fcsc.kr에 상담·민원을 접수한다.
-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 사항 위반이 의심되면 금융정보분석원(www.kofiu.go.kr)에 제보한다.
- 사기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경찰청 통합신고대응센터 counterscam112.go.kr 또는 경찰 ecrm.police.go.kr에 신고한다.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 01
예금과 비슷한 화면에 이자율이 표시되지만 예금자보호 문구가 없지 않은가.
- 02
맡긴 자산을 실제로 운용하는 회사가 어디인지 약관에서 찾을 수 있는가.
- 03
이자의 재원이 무엇인지 설명돼 있는가, 아니면 이자율만 표시돼 있는가.
- 04
출금이 지연됐을 때 회사가 원인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는가.
- 05
지금 맡겨둔 자산을 당장 빼지 못해도 생활에 문제가 없는가.
상설 확인 창구
- 금융민원·분쟁조정금융감독원 1332 · fcsc.kr
- 내 계좌 조회·일괄 지급정지어카운트인포 payinfo.or.kr
- 내 명의 휴대전화 조회엠세이퍼 msafer.or.kr
- 내 보험 전체 조회내보험 찾아줌 cont.insure.or.kr
- 기업 공시 확인전자공시시스템 dart.fss.or.kr
- 금융소비자 정보포털파인 fine.fss.or.kr
05 · 필자의 결론
고파이 이용자는 국내 거래소와 계약했다. 그런데 자산이 묶인 곳은 미국 회사였고, 상환은 대주주 변경 신고가 수리되기를 기다려야 했다. 계약 상대와 위험 소재와 해결 권한이 모두 다른 곳에 있었다는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다. 566억원 가운데 60%가 지급되기까지 9개월, 나머지가 아직 남은 채 3년이 넘었다. 그 기간에도 이용자는 자산을 처분할 수 없었으므로 손실은 지급 지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거래 계정의 자산을 보호하도록 했지만, 이자를 약속하는 예치 상품은 여전히 규율 대상이 아니다. 감독 절차의 지연이 그대로 이용자의 손실 기간이 됐다는 점이 이 사건이 남긴 기록이다.
이 사건과 관련된 금융상품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