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핵심 요약 · 90초
신용등급 BBB에 금리 연 6~7%. 이 조합을 보고 개인투자자들이 STX팬오션 회사채를 샀다. 넉 달 뒤 회사는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채권은 그 자리에서 동결됐다. 회수율은 약 20%였다.
STX그룹은 2013년 4월 1일 STX조선해양이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어 ㈜STX와 STX엔진, STX중공업이 자율협약에 들어갔고 STX건설과 STX팬오션은 법정관리로 갔다. 산업은행이 2,000억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 지원을 거부하자 STX팬오션은 2013년 6월 7일 이사회에서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결정했다. 신청과 동시에 채권과 채무가 동결됐고,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산 개인투자자는 만기가 와도 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STX팬오션의 회사채 잔액은 1조 1,000억원이었고 이 가운데 9,000억원가량이 개인을 포함한 일반투자자에게 팔려 있었다. 신용등급은 BBB, 금리는 연 6~7% 수준이었다. 2013년 1분기 말 개별재무제표 기준으로 주요 8개 계열사의 총차입금은 11조원을 넘었고 평균 부채비율은 363.1%였다. 은행권이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은 2,500억원,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여신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의 회사채 회수율은 통상 20~30% 수준이며, STX팬오션의 회수율은 약 20%로 파악됐다. 채권단이 STX조선해양에 38개월 동안 투입한 지원금은 4조 5,000억원 이상이었다. 개인 채권투자자에게는 그런 지원 절차가 없었다.
구조조정 자체는 끝났다. STX팬오션은 2015년 하림그룹에 인수돼 2년 만에 회생절차를 마쳤다. ㈜STX는 2014년 1월 채권금융기관협의회와 경영정상화계획 이행 약정을 맺고 2014년 3월 채권단과 사채권자가 6,288억원을 출자전환했으며 2018년 8월 공동관리절차를 마쳤다. 그러나 개인 채권투자자의 손실을 다루는 제도는 그대로다. 회사채와 기업어음은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고, 자율협약에서 회사채는 협약채권에 들어가지 않아 조정 대상 밖에 놓인다. 같은 구조가 2013년 동양, 2025년 홈플러스에서 반복됐다. 회사채 투자자가 손실을 어디까지 감당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사건마다 다르게 정해진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약 8분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회사가 무너질 때 은행 대출과 회사채는 다른 절차를 밟는다. 그 차이를 알아야 개인이 어디에 서 있는지 보인다.
고금리 회사채가 팔린다
신용등급이 BBB면 투자적격의 가장 아래 구간이다. 금리는 연 6~7%로 예금보다 훨씬 높다. 증권사 창구에서 이 금리만 보고 사는 개인이 많았다. 등급이 낮다는 것은 돈을 못 받을 확률이 높다는 뜻인데, 그 확률은 숫자로 설명되지 않았다.
→자율협약이 시작된다
자율협약은 채권은행들이 모여 대출 만기를 미루고 이자를 깎는 사적 절차다. 여기에 참여하는 것은 협약채권, 즉 은행 여신이다. 회사채와 기업어음은 비협약채권으로 이 절차 밖에 있다. 은행 빚은 조정되는데 개인이 산 채권은 그대로 만기가 돌아온다.
→법정관리로 간다
자율협약으로 버티지 못하면 기업회생절차로 간다. 신청과 동시에 모든 채권과 채무가 동결된다. 이때부터 개인 채권자는 법원이 정한 기간 안에 회생채권을 신고해야 한다. 신고하지 않으면 계획에서 빠질 수 있다.
→회생계획으로 정리된다
법원이 인가하는 회생계획에 따라 채권의 일부는 깎이고 일부는 주식으로 바뀐다. 현금으로 돌아오는 비율은 통상 20~30%다. STX팬오션은 약 20% 수준이었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개인이 회사채 위험을 가장 늦게 안다. 신용평가사의 등급 하향, 채권단의 신용위험평가, 회사의 자구계획은 기관투자자가 먼저 본다. 기관이 빠져나간 자리를 개인이 채운 것이 STX팬오션 회사채 1조 1,000억원 중 9,000억원이라는 숫자다.
자율협약 구조가 위험을 개인에게 남긴다. 은행 여신은 협약으로 만기가 연장되지만 회사채는 그대로 만기가 온다. 회사가 그 만기를 감당하지 못하면 결국 법정관리로 가고, 그때는 은행과 개인이 함께 동결된다. 비협약채권 투자자를 어떻게 다룰지는 당시에도 논란이었다.
책임을 묻는 절차가 길다. 강덕수 전 회장의 형사 재판은 기소부터 확정까지 6년 반이 걸렸고 분식회계 혐의는 무죄가 됐다. 그사이 회사채 투자자의 손실은 이미 확정돼 있었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금융위원회는 2013년 7월 회사채 시장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새로 발행해 산업은행이 인수하는 차환발행 지원과 신용보증기금의 채권담보부증권 발행이 핵심이었다. 다만 이 방안은 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는 조치였고, 이미 손실을 본 개인 채권투자자를 구제하는 내용은 아니었다.
2020년 제정돼 2021년 3월 25일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를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하고, 설명의무 위반이 다퉈질 때 금융회사가 고의·과실이 없었음을 입증하도록 정했다. 위법계약해지권도 도입됐다.
자율협약에서 비협약채권인 회사채 투자자를 어떻게 다룰지는 여전히 정해져 있지 않다. 등급이 내려간 회사채를 개인에게 파는 행위에 대한 제한도 없다. 개인 투자자에게 회수율의 실제 분포를 알리는 표준 설명 자료도 마련되지 않았다.
최종 부담투자자·시장가격·신뢰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회사채는 예금이 아니다. 사기 전에 확인할 것과 회사가 무너진 뒤에 해야 할 절차를 나눠 정리한다.
지금 확인할 것
- 신용등급을 확인한다. BBB는 투자적격 중 가장 낮은 구간이고 BB 이하는 투자부적격이다. 최근 6개월 안에 등급이 내려갔는지, 등급 전망이 부정적인지도 함께 본다.
- 전자공시시스템 DART(dart.fss.or.kr)에서 발행 회사의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확인한다. 감사의견에 계속기업 관련 불확실성이 적혀 있으면 그것이 가장 강한 경고다.
- 주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 결과나 자율협약 신청 여부가 공시됐는지 KIND(kind.krx.co.kr)에서 확인한다. 조회공시 요구와 매매거래 정지는 중요한 신호다.
- 회사채와 기업어음은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다. 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원금의 상당 부분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계약 전에 서면으로 확인한다.
- 금리가 같은 만기의 국채보다 크게 높다면 그 차이가 위험의 값이다. 그 위험이 무엇인지 직원에게 묻고 답변을 기록한다.
일이 생겼을 때
- 발행 회사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 법원이 정한 채권신고 기간 안에 회생채권을 신고한다. 기간을 놓치면 회생계획에서 제외될 수 있다.
- 회생계획안이 나오면 현금 변제 비율과 출자전환 비율을 나눠 확인한다. 출자전환된 주식의 가치는 상장 여부와 감자 비율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 판매 과정에서 위험 설명이 없었다면 금융소비자보호법 제19조의 설명의무와 제44조의 손해배상책임을 근거로 판매사에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 판매 당시 녹취와 투자자정보 확인서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제28조에 따라 열람을 요구할 수 있다.
어디에 신고하나
- 금융감독원 1332 또는 e-금융민원센터(fcsc.kr)에 불완전판매 분쟁조정을 신청한다.
- 발행 회사의 회계 부정이나 허위 공시가 의심되면 금융감독원 회계 부정 신고와 증권 불공정거래 신고를 이용한다.
- 금융회사의 제재 이력과 민원 건수는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에서 확인한다.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 01
이 채권의 신용등급과 등급 전망을 숫자로 확인했는가.
- 02
금리가 높은 이유를 판매 직원이 위험으로 설명했는가, 아니면 회사의 규모로 설명했는가.
- 03
발행 회사가 속한 그룹의 다른 계열사가 이미 자율협약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지 않은가.
- 04
회사가 무너졌을 때 돌려받을 수 있는 비율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 05
이 채권이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서면으로 확인했는가.
상설 확인 창구
- 금융민원·분쟁조정금융감독원 1332 · fcsc.kr
- 내 계좌 조회·일괄 지급정지어카운트인포 payinfo.or.kr
- 내 명의 휴대전화 조회엠세이퍼 msafer.or.kr
- 내 보험 전체 조회내보험 찾아줌 cont.insure.or.kr
- 기업 공시 확인전자공시시스템 dart.fss.or.kr
- 금융소비자 정보포털파인 fine.fss.or.kr
05 · 필자의 결론
STX 사태에서 개인은 가장 나중에 알았고 가장 늦게까지 남았다. 기관투자자가 빠진 자리를 개인이 채운 결과가 회사채 1조 1,000억원 중 9,000억원이라는 숫자다. 은행 여신은 자율협약으로 조정됐고 개인이 산 회사채는 조정 대상 밖에서 만기를 기다리다 법정관리와 함께 동결됐다. 돌아온 것은 원금의 20% 수준이었다. 경영진의 형사 재판은 6년 반이 걸렸고 분식회계 혐의는 무죄로 끝났다. 남은 것은 회사채가 예금이 아니라는 사실뿐이다. 그 사실을 판매 시점에 숫자로 알리는 절차가 아직 없다. 등급이 무엇을 뜻하는지, 회수율이 대체로 어느 수준인지를 계약 전에 서면으로 알리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것이 되지 않는 한 다음 구조조정에서도 같은 자리에 개인이 남는다.
이 사건과 관련된 금융상품
- 회사채기업이 돈을 빌리려고 발행하는 차용증서다. 약속한 이자와 원금을 주기로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는지는 오직 그 기업의 사정에 달려 있다. 발행회사가 못 갚으면 원금 손실이 난다.
- 신주인수권부사채(BW)회사채에 그 회사의 새 주식을 정해진 값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붙인 채권이다. 이자를 덜 받는 대신 주가가 오르면 권리를 써서 이익을 얻는다. 회사가 갚지 못하면 두 가지가 함께 값을 잃는다.
- 하이일드펀드신용등급이 투자적격에 못 미치는 채권을 일정 비율 이상 담는 펀드다. 그 위험을 지는 대가로 공모주를 우선 배정받고 세제 혜택을 받지만, 발행사가 부도를 내면 그 채권은 돌아오지 않는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