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률
99.97% (38,694원 → 12원)
억류 화물
약 140억 달러 (12만TEU)
청산·계속기업가치
1조 8,000억원 / 9,000억원
채권자 배당
0원

01 · 핵심 요약 · 90초

예금금리가 1%대였을 때 이 회사의 회사채 금리는 연 5.7%였다. 대기업이니 설마 망하겠느냐는 판단으로 사람들이 샀다. 회사는 망했고, 8년이 지나 배당은 0원으로 끝났다.

한진해운은 2016년 4월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채권단은 부족자금 1조 2,000억~1조 3,000억원 중 7,000억원을 회사와 그룹이 조달하라고 요구했고, 한진그룹은 5,600억원을 제시했다. 차이는 1,400억원이었다. 협상은 결렬됐고 2016년 8월 31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원은 9월 1일 회생절차를 개시했지만 2017년 2월 2일 폐지 결정을 내렸고, 2월 17일 파산을 선고했다. 당시 컨테이너 선복량 기준 세계 7위 해운사였다.

얼마나 큰 사건인가

회생절차 개시와 동시에 전 세계 항만에서 한진해운 선박의 입항과 하역이 거부됐다. 회사가 집계한 억류 현황 기준으로 억류된 선박에 실린 화물은 12만TEU, 금액으로 약 140억 달러였다. 법원 조사에서 청산가치는 1조 8,000억원, 계속기업가치는 9,000억원으로 나왔다. 주가는 2011년 1월 최고 38,694원에서 정리매매 마지막 날 12원이 됐다. 최고점 대비 99.97% 하락이다. 회사채에 투자한 개인은 2016년 9월 시점 언론 집계로 650억원 규모의 손실을 떠안았다. 회사가 2011년에 낸 영업손실은 4,926억원, 당기순손실은 8,239억원이었고 그 뒤로도 적자가 이어졌다. 파산 절차는 2025년 1월 23일 종결됐는데, 채권자에게 돌아간 배당은 없었다.

왜 지금 중요한가

파산 절차는 2025년 1월 23일 법원의 파산폐지 결정으로 종결됐다. 파산관재인이 40여개 해외법인을 청산하고 20여개 이상의 해외 미수채권을 회수하며 150여건의 소송을 처리했지만, 남은 재산이 파산 절차 비용에도 미치지 못해 채권자에게 배당하지 못했다. 회사채와 주식에 투자한 사람은 전액을 잃었다. 이 사건 이후 정부는 2018년 4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세우고 같은 해 7월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해 국적선사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회사 하나의 정리가 산업 전체의 재건 비용으로 이어진 사례다. 회사채 투자자가 구조조정 협상의 당사자가 되면서도 협상 내용을 알기 어려운 구조는 그대로 남아 있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8

1,400억원에서 협상이 멈췄다

한진해운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해운 운임이 내려가면서 실적이 나빠졌다. 2011년 영업손실 4,926억원, 당기순손실 8,239억원을 기록했고 이후 적자가 이어졌다.

2016년 4월 회사는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채권단은 앞으로 필요한 부족자금을 1조 2,000억~1조 3,000억원으로 보고, 그중 7,000억원을 회사와 대주주가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한진그룹이 내놓은 금액은 5,600억원이었다.

차이는 1,400억원이었다. 2016년 8월 30일 채권단은 추가 지원을 하지 않기로 했고, 다음 날 회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법원은 9월 1일 절차를 개시했다.

한진해운은 1977년 설립된 국적 해운사로, 당시 컨테이너 선복량 기준 세계 7위였다. 대기업 계열의 1위 국적선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간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에 알려지지 않은 시나리오였다.

배가 항구에 들어가지 못했다

회생절차가 시작되자 전 세계 항만에서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입항과 하역이 거부되기 시작했다. 항만 이용료와 하역료를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 조치였다. 배에 실린 화물은 화주의 것이었지만 배와 함께 묶였다.

회사가 집계한 억류 현황에 따르면 억류 선박에 실린 화물은 12만TEU, 금액으로 약 140억 달러였다. 컨테이너 한 개가 20피트 길이 기준이다.

화물을 내리려면 하역비를 미리 내야 했고, 회생절차에 들어간 회사에는 그 돈이 없었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여러 차례 회의 끝에 600억원 지원을 결의했다. 이 돈은 채권 회수 절차에 따라 두 달 만에 다시 빠져나갔다.

미국에서는 델라웨어 파산법원에 국제도산 절차를 신청해 현지 자산에 대한 보호를 받았다. 다만 각국 항만의 조치를 한꺼번에 풀 수단은 없었다. 국내 법원의 결정이 외국 항만과 채권자에게 자동으로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 이때 드러났다.

화물을 제때 받지 못한 화주와 운송을 주선한 업체들이 손해를 입었다. 이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는 파산 절차의 채권으로 편입됐다.

계속 운영하는 것보다 청산이 낫다는 결론이 나왔다

법원 조사에서 청산가치는 1조 8,000억원, 계속기업가치는 9,000억원으로 나왔다. 회사를 계속 굴리는 것보다 자산을 팔아 나누는 편이 채권자에게 유리하다는 뜻이다.

2017년 2월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회생절차를 폐지했다. 2월 17일 파산을 선고했다. 회생절차 개시부터 파산까지 다섯 달 반이었다.

주식은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갔다. 2011년 1월 38,694원이던 주가는 정리매매 마지막 날 12원으로 끝났다. 최고점 대비 99.97% 하락이다.

회사채도 같은 길을 갔다. 예금금리가 1%대이던 시기에 한진해운 회사채 금리는 연 5.7%였다. 과거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의 채권을 싸게 사서 수익을 낸 사례가 알려지면서 파산 선고 직전까지 매수세가 붙기도 했다.

8년 뒤 배당 없이 끝났다

파산관재인은 남은 자산을 팔아 채권자에게 순위대로 나눠주는 일을 맡는다. 한진해운의 주요 자산은 파산 전에 이미 상당 부분 처분된 상태였다.

관재인은 40여개 해외법인을 청산하고 20여개 이상의 해외 미수채권을 회수했다. 컨테이너 화물을 처리하고 장비를 팔았으며 150여건의 소송을 진행했다.

2025년 1월 23일 법원은 파산폐지를 결정했다. 남은 재산이 파산 절차를 진행하는 비용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채권자에 대한 배당은 없었다. 파산 선고로부터 약 8년 만이다.

회사채를 산 개인, 주식을 산 개인, 대금을 받지 못한 협력업체가 모두 같은 결과를 받았다. 앞 순위인 절차 비용과 임금, 조세에서 재산이 소진되면 일반 채권자에게 갈 몫은 남지 않는다.

형사 절차도 있었다. 최은영 전 회장은 자율협약 신청 직전에 보유 주식을 팔아 손실을 피한 혐의로 기소됐고, 2018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이 확정됐다.

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회사채에 투자한 돈이 왜 한 푼도 돌아오지 않는지는 변제 순위에서 정해진다.

01 · 단계

회사가 회사채를 발행한다

기업은 은행 대출 외에 회사채를 발행해 돈을 빌린다.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금리가 높다. 한진해운 회사채 금리는 연 5.7%였고, 당시 예금금리는 1%대였다. 금리 차이는 위험의 대가다.

02 · 단계

구조조정에서 손실을 나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채권단, 대주주, 사채권자, 주주가 손실을 나눠 부담하는 협상을 한다. 합의가 되면 회생절차 없이 정상화를 시도한다. 한진해운에서는 대주주가 낼 금액을 두고 합의가 되지 않았다.

03 · 단계

회생 대신 파산으로 간다

법원은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비교한다. 청산가치가 크면 회생절차를 폐지하고 파산을 선고한다. 한진해운은 1조 8,000억원 대 9,000억원이었다.

04 · 단계

순위에 따라 배당한다

파산재단의 재산은 절차 비용, 임금과 조세 같은 재단채권, 담보권, 일반 파산채권 순으로 나간다. 회사채 투자자는 일반 파산채권이다. 앞 순위에서 재산이 소진되면 배당은 0원이 된다. 주주는 그보다 뒤다.

누가 내고 누가 최종 손실을 부담했는가
정보누가 무엇을 언제 알았고 설명했는가
책임계약·공시·통제·감독의 빈틈은 어디였는가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손실 분담 협상이 실패했다. 자율협약은 채권단과 대주주가 자율적으로 손실을 나누는 절차다. 1,400억원의 차이에서 합의가 되지 않아 절차가 법원으로 넘어갔다. 법원으로 가면 자율 협상의 여지가 사라지고 법정 순위가 그대로 적용된다.

해운업의 자산 구조가 회생을 어렵게 했다. 선박은 대부분 담보가 잡혀 있고, 나머지 자산은 매출채권과 컨테이너 장비다. 영업이 멈추면 매출채권 회수가 어려워지고 장비 가치도 빠르게 떨어진다. 회생절차 개시 직후 세계 항만에서 하역이 거부되면서 영업 자체가 정지됐다.

회사채 투자자에게 정보가 충분하지 않았다. 신용등급과 재무제표는 공시됐지만, 구조조정 협상의 진행 상황과 결렬 가능성은 실시간으로 알기 어려웠다.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부도를 상정하지 않은 판단이 널리 있었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국회와 정부

정부는 2018년 4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2018년 7월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설립했다. 공사는 선박 투자와 보증, 중고선박 매입 후 재용선 등을 통해 국적선사를 지원한다. 2023년 5월 기준 출범 이후 120개 사에 8조 9,507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이 이뤄졌다.

감독당국

구조조정 과정에서 회사채 투자자가 손실 분담 협상의 당사자가 되는 구조는 이 사건 이후 대우조선해양 사례에서 다시 확인됐다. 자율적 채무재조정이 실패하면 법정관리로 간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사채권자집회의 역할과 정보 제공 절차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남은 과제

개인이 회사채에 투자할 때 회사의 구조조정 진행 상황을 확인할 통로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신용등급 변동과 공시는 사후적이다. 파산 절차가 8년 가까이 걸리고 결국 배당이 없었다는 사실도 남는다.

최종 부담투자자·시장가격·신뢰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회사채나 주식에 투자하기 전에, 그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 내 순위가 어디인지 확인할 수 있다.

01

지금 확인할 것

  • 회사채를 사기 전에 발행회사의 신용등급과 등급 변동 이력을 확인한다. 신용평가사 홈페이지와 전자공시시스템 DART(dart.fss.or.kr)에서 조회한다. 등급이 계속 내려가고 있다면 금리가 높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 재무제표에서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을 감당하는지 본다. 여러 해 연속 영업손실이면 원리금 상환은 새 차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 회사가 채권단 자율협약, 워크아웃, 회생절차 신청 같은 절차에 들어갔는지는 DART와 한국거래소 KIND(kind.krx.co.kr)의 공시에서 확인한다. 이 공시는 회사가 직접 내는 것이다.
  • 같은 회사의 주식과 회사채를 함께 갖고 있으면 위험이 겹친다. 회사가 무너지면 두 자산이 동시에 사라진다.
02

일이 생겼을 때

  • 발행회사가 회생절차나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 법원이 정한 기간 안에 회생채권 또는 파산채권을 신고해야 한다. 기간을 넘기면 권리를 잃거나 배당에서 빠진다. 신고 안내는 관할 법원 공고와 채권자 통지로 이뤄진다.
  • 사채권자집회가 소집되면 참석하거나 의결권을 위임한다. 채무 재조정안은 여기서 결정되고, 결의된 내용은 참석하지 않은 사채권자에게도 적용된다.
  • 판매 과정에서 위험을 제대로 설명받지 못했다면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설명의무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된다.
  • 회사채는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다. 증권사에 맡긴 예탁금과는 다르다는 점을 확인한다.
03

어디에 신고하나

  • 불완전판매나 허위 설명이 의심되면 금융감독원 1332 또는 e-금융민원센터(fcsc.kr)에 민원을 제기한다.
  • 회사의 허위 공시나 미공개정보 이용이 의심되면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에 제보한다.
  • 기업 공시와 재무 정보는 DART(dart.fss.or.kr), 상장기업 수시공시는 KIND(kind.krx.co.kr)에서 확인한다.
스스로에게 물을 질문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1. 01

    금리가 예금보다 훨씬 높은 이유를 설명들었는가.

  2. 02

    이 회사가 몇 년째 영업손실을 내고 있는지 확인했는가.

  3. 03

    '대기업이라 망하지 않는다'는 말이 판단 근거가 되고 있지 않은가.

  4. 04

    파산했을 때 내 채권이 몇 번째 순위인지 알고 있는가.

  5. 05

    한 회사에 투자금이 몰려 있지 않은가.

상설 확인 창구

05 · 필자의 결론

이 사건에서 자주 인용되는 숫자는 1,400억원이다. 협상이 멈춘 지점의 금액이다. 그 뒤에 벌어진 일은 화물 140억 달러의 억류, 주가 99.97% 하락, 그리고 배당 0원이었다. 다만 1,400억원을 더 넣었으면 달라졌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의 두 배였다는 조사 결과는 회사가 이미 그 지점을 지났음을 보여준다. 남는 것은 다른 문제다. 회사채를 산 개인은 손실 분담 협상의 당사자였지만 협상 내용을 알 수 없었고, 파산 절차가 끝날 때까지 8년을 기다려 0원을 받았다. 회사채가 예금이 아니라는 사실은 금리 차이에 이미 적혀 있었다. 남은 과제는 그 차이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투자자가 사기 전에 알 수 있게 하는 일이다.
사실과 판단의 구분한진해운 파산과 회사채

확인된 사실, 감독당국의 판단, 법원의 판단과 필자의 해석은 각각 다른 기준으로 쓴다. 위 결론은 필자의 판단이며, 앞의 서술은 감독당국 발표와 판결, 공시자료를 근거로 한다. 진행 중인 절차는 확정된 것으로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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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