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액
1,528억원
투자자
약 400명
기본 배상비율
40%
최대 배상비율
80%

01 · 핵심 요약 · 90초

'이탈리아 정부가 망하지 않는 한 원금 손실은 없다.' 이 문장 하나로 1,528억원이 팔렸다. 실제 채무자는 이탈리아 중앙정부가 아니었고, 회수에는 몇 년이 걸렸다. 설명 한 줄이 위험 판단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는 이탈리아 병원들이 지방정부에 청구할 진료비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에 다시 투자하는 재간접 사모펀드다. 하나은행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목표 수익률 연 5%대로 소개하며 약 400명에게 1,528억원어치를 팔았다. 2019년 말부터 상환이 밀리기 시작했고 2020년 환매가 중단됐다. 이 상품은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독일 헤리티지와 함께 2019년 이후 이어진 대형 환매중단 사모펀드 사태의 하나로 다뤄졌다. 다만 판매 경로는 하나은행 한 곳에 사실상 집중돼 있었다.

얼마나 큰 사건인가

판매액 1,528억원 가운데 2019년 한 해에만 1,188억원이 나갔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이 펀드 관련 분쟁조정 신청은 2020년 9월 기준 85건이었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2022년 6월 13일 하나은행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자본시장법상 부당권유 금지 위반이 확인됐다며 기본배상비율을 30%에서 40%로 올려 투자자별로 최대 80%까지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피해자들이 요구한 것은 계약 자체를 취소하는 100% 반환이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2020년 12월 이 펀드를 판매한 하나은행에 대한 검사와 제재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고, 하나은행 제재심의위원회는 2021년 7월 15일 처음 열린 뒤 그해 12월까지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여러 차례 속개됐다.

왜 지금 중요한가

형사와 민사의 결론이 갈리고 있다. 검찰은 2022년 12월 26일 판매를 주도한 하나은행 전 차장을 자본시장법 위반과 사기 혐의로 구속했고 2023년 12월 1심에서 징역 9년이 선고됐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2025년 2월 20일 1심을 뒤집고 사기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민사에서는 2026년 8월 항소심 재판부가 자율조정으로 일부를 돌려받은 투자자에게 하나은행이 남은 투자금까지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판매가 시작된 2017년부터 세면 9년째다. 자율조정 금액에 서명하고 절차를 끝낸 투자자와 소송을 이어간 투자자 사이에 회수 금액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8

정부가 갚는 채권이라는 설명

이 펀드가 최종적으로 담은 자산은 이탈리아 의료기관이 지방정부 산하 보건조직에 청구하는 진료비 매출채권이다. 미국계 자산운용사가 이 채권을 할인해 사들인 뒤 지방정부에 청구해 회수하는 구조였다.

국내 판매는 2017년부터 시작됐다. 목표 수익률은 연 5%대, 만기는 비교적 짧게 제시됐다. 하나은행 프라이빗뱅킹 창구에서 팔렸고 투자자는 약 400명이다. 2020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이 상품이 '이탈리아 정부가 파산하지 않는 한 원금 손실이 나지 않는 안정적인 상품'으로 소개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투자자들은 이후 인터뷰에서 채무자가 이탈리아 정부라고 이해했다고 말했다. 실제로는 지방정부 산하 보건기관에 대한 민간 매출채권이었고, 청구와 정산에는 시간이 걸렸다. 국가 신용도와 개별 채권의 회수 가능성은 다른 문제다. 이탈리아 국채가 부도나지 않는 것과 지방 보건기관이 병원에 진료비를 제때 지급하는 것은 별개의 사실이다.

상환이 밀리기 시작했다

2019년 말부터 상환이 연기됐다. 이듬해 환매가 중단됐다. 회수 가능액을 두고 논란이 이어졌고, 하나은행은 2017년 이전에 발생한 의료비 매출채권의 회수 가능액을 산출한 결과가 35~59%라고 해명했다.

2020년 기준 하나은행이 판매한 환매중단 사모펀드는 라임자산운용 계열 펀드 879억원,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 516억원, 젠투파트너스 427억원, 디스커버리 241억원, 이탈리아 헬스케어 282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이 펀드는 하나은행이 사실상 단독으로 판매한 상품이었다.

피해자들은 사기를 주장하며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판매를 담당한 본점 직원이 국외로 나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2020년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이 펀드의 운용 방식과 매출채권 회수 구조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금융감독원은 2020년 10월 하나은행에 대한 종합검사에 착수했다.

착오취소가 아니라 부당권유였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2022년 6월 13일 분쟁조정 2건에 대해 하나은행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자본시장법상 부당권유 금지 위반이 확인됐다는 이유로 기본배상비율을 30%에서 40%로 올렸고, 투자자별 사정을 반영해 최대 80%까지 배상하도록 권고했다.

피해자들이 요구한 것은 100% 반환이었다. 계약 자체를 취소하는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법리가 적용되면 원금 전액이 돌아온다. 라임 무역금융 펀드와 옵티머스 펀드에서는 이 법리가 적용됐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이 사건에 착오취소를 적용하지 않았다. 판매 시점에 이미 자산이 훼손돼 있었다는 점이 라임과 옵티머스 수준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배상은 부분배상에 그쳤다. 같은 시기 분쟁조정이 진행된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에는 착오취소가 적용돼 원금 전액이 반환됐다. 같은 해에 결정된 두 사건의 결과가 40%와 100%로 갈렸다.

형사와 민사가 갈렸다

검찰은 2022년 12월 26일 하나은행 투자상품부에서 근무하며 2017년 10월부터 2019년 9월까지 1,528억원어치 판매를 주도한 전 차장을 자본시장법 위반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손실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판매한 혐의였다.

1심은 2023년 12월 징역 9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2025년 2월 20일 1심을 뒤집고 사기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프라이빗뱅커들과 사기를 공모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민사는 다른 방향으로 갔다. 2026년 8월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 일부를 취소하고 하나은행이 한 투자자에게 1억 140만원과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자율조정으로 일부를 돌려받은 뒤 남은 투자금까지 반환하라는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공식 자료와 달리 '무조건 상환'된다고 설명한 점을 지적했다.

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이 상품의 위험은 이탈리아에 있었지만, 그 위험을 판단할 정보는 국내 어디에도 충분히 없었다.

01 · 단계

병원이 진료비를 청구한다

이탈리아 의료기관이 지방정부 산하 보건조직에 진료비를 청구한다. 이 청구권이 매출채권이다. 실제 지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금액이 삭감되기도 한다.

02 · 단계

해외 운용사가 채권을 할인해 산다

미국계 자산운용사가 이 채권을 액면보다 싼 값에 사들인다. 나중에 정상 청구해 회수하면 그 차액이 수익이 된다. 회수가 늦어지거나 삭감되면 수익률이 무너진다.

03 · 단계

국내 펀드가 다시 투자한다

국내 자산운용사가 해외 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구조를 만든다. 투자자는 국내 펀드와 계약하고, 국내 펀드는 해외 펀드와 계약한다. 최종 자산 상태는 두 단계 건너에 있다.

04 · 단계

은행 창구에서 개인에게 팔린다

사모펀드는 투자자를 49인 이하로 나눠 설정하면 공모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 상품은 은행 프라이빗뱅킹 창구를 통해 약 400명의 개인에게 나갔다. 위험은 개인이 전부 진다.

누가 내고 누가 최종 손실을 부담했는가
정보누가 무엇을 언제 알았고 설명했는가
책임계약·공시·통제·감독의 빈틈은 어디였는가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재간접 구조에서는 판매사도 최종 자산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 상품제안서에 적힌 내용을 그대로 옮겨 설명하는 것 외에 검증 수단이 사실상 없었고, 그 상품제안서의 내용이 사실과 달랐을 때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몇 년이 걸렸다.

'정부'라는 단어가 신용위험 판단을 바꿨다. 실제 채무자는 이탈리아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방정부 산하 보건기관이었고, 투자 대상은 그 기관에 대한 민간 매출채권이었다. 국가 신용도와 개별 채권의 회수 가능성은 다른 문제다.

은행 창구가 판매 경로였다. 예금을 맡기던 곳에서 프라이빗뱅커가 권유하면 그 상품은 은행이 검증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2019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사태에서 이미 확인된 구조가 그대로 반복됐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감독당국

금융감독원은 2022년 6월 13일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하나은행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기본배상비율 40%, 최대 80%를 권고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2020년 3월 4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사태와 관련해 하나은행에 사모펀드 신규판매 업무 6개월 정지와 과태료 167억 8,0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남은 과제

착오취소가 적용되지 않아 배상은 부분배상에 그쳤다. 형사 항소심에서 사기 혐의가 무죄로 뒤집히면서 민사에서 투자자가 져야 할 입증 부담도 커졌다. 개별 소송으로 남은 투자금을 돌려받는 판결이 2026년 들어 나오고 있지만, 소송을 내지 않은 투자자는 자율조정 금액에 머문다.

금융회사

판매사가 상품제안서의 사실관계를 스스로 검증할 의무와 그 기록을 남길 의무가 명확하지 않다. 해외 대체투자 상품에서 최종 자산의 실사 책임을 누가 지는지가 정해지지 않으면 같은 분쟁이 반복된다.

최종 부담예금자·차주·은행 건전성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는 계약 전에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상품제안서뿐이다. 그 한 장을 제대로 읽는 것이 유일한 방어다.

01

지금 확인할 것

  • 상품제안서에서 '최종 투자자산'과 '채무자'가 누구인지 각각 확인한다. '정부', '공공', '국가 보증' 같은 단어가 나오면 그것이 중앙정부인지 산하기관인지, 보증인지 단순 거래상대방인지 물어야 한다.
  • 재간접 펀드인지 확인한다. 국내 펀드가 다른 펀드에 투자하는 구조라면 최종 자산은 두 단계 이상 떨어져 있다. 각 단계의 운용사 이름을 문서로 받는다.
  • 만기와 유동성을 확인한다. 매출채권 회수형 상품은 회수가 밀리면 만기가 사실상 연장된다. 중도환매가 되는지, 안 되면 언제까지 묶이는지 숫자로 확인한다.
  • 투자자정보 확인서에 본인이 적은 손실감내 수준과 권유받은 상품의 최대 손실 가능성이 맞는지 대조한다. 맞지 않으면 적합성 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
02

일이 생겼을 때

  • 자료열람요구권: 분쟁조정이나 소송을 위해 금융회사가 보유한 자료의 열람을 요구할 수 있다(금융소비자보호법 제28조). 상품제안서, 판매 당시 녹취, 투자자정보 확인서가 여기에 포함된다.
  • 위법계약해지권: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를 위반한 계약은 위반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계약체결일부터 5년 이내에 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금융소비자보호법 제47조).
  • 자율조정으로 일부를 돌려받아도 소송이 막히는 것은 아니다. 합의서에 부제소 조항이 있는지 서명 전에 확인한다.
  •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를 확인한다. 환매중단 시점과 손해를 안 시점이 다를 수 있으므로 변호인과 기산점을 정리한다.
03

어디에 신고하나

  • 금융감독원 1332 또는 e-금융민원센터(fcsc.kr)에 분쟁조정을 신청한다.
  • 사기 등 범죄 혐의가 의심되면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 ecrm.police.go.kr 또는 관할 경찰서에 고소한다.
  •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에서 해당 금융회사의 제재 이력과 민원 건수를 확인한다.
스스로에게 물을 질문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1. 01

    '정부가 갚는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그 정부가 어느 정부인지는 확인하지 않았는가.

  2. 02

    '만기가 짧고 회수가 확실하다'는 말과 상품제안서에 적힌 만기가 같은가.

  3. 03

    이 펀드가 다른 펀드에 다시 투자하는 구조인지 알고 있는가.

  4. 04

    최악의 경우 원금 전액을 잃을 수 있다는 설명을 숫자로 들었는가.

  5. 05

    예금이나 안전자산을 맡기러 갔다가 다른 상품을 권유받고 있지 않은가.

상설 확인 창구

05 · 필자의 결론

이 사건에서 판매사는 상품제안서를 그대로 옮겼다고 말했고, 감독당국은 그 설명이 부당권유에 해당한다고 봤으며, 형사 항소심은 사기 공모를 인정하지 않았다. 세 판단이 모두 다르다. 그 사이에서 투자자는 원금의 일부만 돌려받았다. 문제는 판매 시점에 있다. 해외 두 단계 건너의 매출채권을 담은 상품이 은행 창구에서 개인에게 팔릴 때, 그 자산의 상태를 확인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정해져 있지 않았다. 그 공백이 남아 있는 한 사후 배상은 반복되고, 부분배상으로 끝난다. 그리고 부분배상은 언제나 소송을 끝까지 끌고 간 사람과 중간에 합의한 사람 사이에 회수액 차이를 만든다. 손실을 나누는 기준이 상품의 위험이 아니라 개인의 버티는 힘이 되는 것이다.
사실과 판단의 구분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확인된 사실, 감독당국의 판단, 법원의 판단과 필자의 해석은 각각 다른 기준으로 쓴다. 위 결론은 필자의 판단이며, 앞의 서술은 감독당국 발표와 판결, 공시자료를 근거로 한다. 진행 중인 절차는 확정된 것으로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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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