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핵심 요약 · 90초
부실 사모펀드 사태에서 원금을 전부 돌려받은 경우는 드물다. 이 사건이 그중 하나다. 기준은 판매 과정의 설명이 부족했는지가 아니라, 상품제안서에 적힌 사실 자체가 틀렸는지였다. 그 차이가 배상률 40%와 100%를 갈랐다.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은 독일에서 기념물로 보존 등재된 오래된 건물을 사들여 리모델링한 뒤 분양하는 사업에 자금을 대는 상품이다. 국내 증권사가 파생결합증권을 발행하고 신탁 형태로 개인에게 팔았다. 2017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증권사와 은행 6곳에서 약 4,835억원이 판매됐다. 2019년 7월 첫 만기 도래분부터 상환이 밀렸고, 독일 현지 시행사가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자금 회수 경로가 사라졌다. 투자자는 국내 판매사와만 계약을 맺었고, 실제 사업은 두 나라 건너에 있었다.
판매금액은 4,835억원, 계좌 수는 1,849좌,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분쟁 민원은 190건이다. 판매사별로는 신한투자증권이 3,907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NH투자증권 243억원, 우리은행 223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일반투자자 몫은 약 4,300억원이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2022년 11월 21일 분쟁조정 신청 6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이유로 판매사가 일반투자자에게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라고 권고했다. 불완전판매로 처리했다면 배상비율은 통상 30~80% 사이에서 정해졌을 사안이다. 착오취소가 적용되면서 배상률은 100%가 됐다. 같은 해 결정된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분쟁조정에서는 기본배상비율 40%, 최대 80%가 권고됐다. 두 사건의 결과가 60%포인트 넘게 갈렸다.
판매사들의 대응 방식이 갈렸다. SK증권이 먼저 조정안을 받아들였고, 신한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2022년 12월 27일 이사회에서 조정안 자체는 법리적 이견을 이유로 수용하지 않되 사적화해 방식으로 원금 전액을 반환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2023년 1월 12일, 우리은행은 2023년 1월 17일 각각 반환을 결정했다. 투자자에게 돈은 돌아갔지만 착오취소 법리는 판례로 확정되지 않았다. 판매사와 자산운용사 사이의 책임 배분 소송은 계속되고 있으며, 2025년 10월에는 자산운용사가 판매사에 112억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투자자 구제는 끝났지만 책임 소재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약 8분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국내 투자자와 독일 건물 사이에는 최소 세 개의 회사와 두 개의 국경이 있었다.
독일 시행사가 자금을 구한다
독일에서 기념물로 등재된 건물을 사서 고친 뒤 분양하는 사업에는 초기 자금이 필요하다. 현지 시행사는 이 자금을 해외에서 조달했다. 사업이 지연되거나 분양이 안 되면 상환이 불가능해진다.
→해외 운용사와 신탁회사를 거친다
국내에서 모인 자금은 싱가포르 소재 자산운용회사와 신탁회사를 통해 독일 시행사로 전달됐다. 각 단계마다 계약이 별도로 존재하고, 국내 투자자는 그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다.
→국내 증권사가 파생결합증권을 발행한다
국내 증권사가 이 대출채권의 상환 여부에 따라 손익이 정해지는 파생결합증권을 발행한다. 이 증권을 특정금전신탁에 담아 개인에게 판다. 투자자가 서명하는 것은 신탁계약이다.
→시행사가 파산하면 경로가 끊긴다
2020년 시행사가 파산하자 회수 경로가 사라졌다. 투자자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상대는 국내 판매사뿐이었고, 그 책임의 근거는 상품제안서의 기재와 판매 당시의 설명이었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상품제안서의 사실관계를 국내에서 검증한 주체가 없었다. 자산운용사는 해외에서 받은 자료를 옮겼고, 판매사는 운용사가 만든 제안서를 그대로 사용했다. 2025년 법원이 자산운용사의 책임을 인정한 근거도 상품제안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파생결합증권과 신탁이 겹친 구조에서 투자자는 판매사와만 계약한다. 위험이 실현되는 장소는 독일이지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상대는 국내 창구다. 그 창구가 위험을 검증할 수단을 갖지 못하면 구조 전체가 서류 한 장에 의존하게 된다.
착오취소가 인정된 이유는 판매 과정이 아니라 판매 대상에 관한 사실이 틀렸다는 데 있다. 설명을 얼마나 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설명했느냐가 기준이 됐다. 이것이 부분배상과 전액반환을 가른 지점이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2022년 11월 21일 분쟁조정 신청 6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적용하고 투자원금 전액 반환을 권고했다. 상품제안서에 적힌 시행사의 사업이력과 신용도, 재무상태가 사실과 달라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는 것이 근거였다.
판매사 대부분이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고 사적화해 방식으로 돈만 돌려줬다. 그 결과 착오취소가 이 유형의 해외 대체투자 상품에 적용되는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다음 사건에서 같은 결론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에서 상품제안서의 사실관계를 누가 확인하고 그 기록을 어떻게 남길지가 명확하지 않다. 2025년 10월 법원이 자산운용사에 112억원 배상을 명한 판단은 운용사의 검토 의무를 인정한 것이지만, 판매사의 자체 검증 의무 기준은 여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최종 부담예금자·차주·은행 건전성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에서 개인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상품제안서와 계약서뿐이다.
지금 확인할 것
- 상품제안서에서 최종 자금이 어느 나라의 어느 회사로 가는지 확인한다. 중간에 낀 회사 이름과 국적을 모두 적어 두면 나중에 책임 소재를 따질 때 근거가 된다.
- 제안서에 적힌 시행사나 차주의 '사업이력', '신용도', '재무상태' 같은 표현이 어떤 자료에 근거한 것인지 묻는다. 근거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면 그 문장은 검증되지 않은 것이다.
- 내가 서명하는 계약이 무엇인지 확인한다. 신탁계약인지 펀드 가입인지, 발행사와 판매사가 다른지 확인한다. 손실이 나면 책임을 물을 상대가 달라진다.
- 중도환매가 되는지, 만기에 상환되지 않으면 어떤 절차가 진행되는지 문서로 확인한다. 해외 시행사가 파산하면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일이 생겼을 때
-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는 민법 제109조에 근거한다. 계약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었고 그 착오가 상대방이 제공한 정보에서 비롯됐다면 계약 자체를 취소할 수 있다. 이 경우 원금 전액이 반환 대상이 된다.
- 자료열람요구권: 분쟁조정이나 소송을 위해 금융회사가 보유한 자료의 열람을 요구할 수 있다(금융소비자보호법 제28조). 상품제안서 원본과 내부 검토자료가 여기에 포함된다.
- 위법계약해지권: 설명의무나 부당권유 금지를 위반한 계약은 위반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계약체결일부터 5년 이내에 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금융소비자보호법 제47조).
- 판매사가 사적화해를 제안하면 합의서에 부제소 조항이 있는지 확인한다. 서명하면 이후 소송이 막힐 수 있다.
어디에 신고하나
- 금융감독원 1332 또는 e-금융민원센터(fcsc.kr)에 분쟁조정을 신청한다.
- 같은 상품 피해자가 다수라면 신청을 모아 제출하는 편이 사실관계 확인에 유리하다. 분쟁조정 신청 건수 자체가 검사 착수의 근거가 된다.
-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에서 판매사와 운용사의 제재 이력을 확인한다.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 01
이 상품의 자금이 최종적으로 어느 나라 어느 회사로 가는지 말할 수 있는가.
- 02
상품제안서에 적힌 차주의 재무상태가 어떤 자료로 확인된 것인지 물어봤는가.
- 03
내가 계약한 상대와 실제로 돈을 굴리는 회사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 04
'해외 부동산이라 안전하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그 나라의 도산 절차는 확인하지 않았는가.
- 05
중도에 돈을 뺄 수 없는 기간이 몇 년인지 숫자로 알고 있는가.
상설 확인 창구
- 금융민원·분쟁조정금융감독원 1332 · fcsc.kr
- 내 계좌 조회·일괄 지급정지어카운트인포 payinfo.or.kr
- 내 명의 휴대전화 조회엠세이퍼 msafer.or.kr
- 내 보험 전체 조회내보험 찾아줌 cont.insure.or.kr
- 기업 공시 확인전자공시시스템 dart.fss.or.kr
- 금융소비자 정보포털파인 fine.fss.or.kr
05 · 필자의 결론
이 사건에서 투자자들은 원금을 전부 돌려받았다. 부실 사모펀드 사태에서 흔치 않은 결과다. 그 이유는 판매 과정이 특별히 나빴기 때문이 아니라, 판매의 근거가 된 서류의 내용 자체가 사실과 달랐기 때문이다. 설명을 충분히 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설명했느냐가 기준이 됐고 그 차이가 배상률 40%와 100%를 갈랐다. 그러나 판매사 대부분이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고 사적화해로 처리하면서 이 기준은 판례로 남지 않았다. 해외 자산의 사실관계를 국내에서 누가 검증할 것인가라는 질문도 답을 얻지 못했다. 돈은 돌아갔지만 구조는 그대로다. 다음 상품의 제안서에 적힌 문장이 사실인지 확인할 사람은 여전히 정해져 있지 않다.
이 사건과 관련된 금융상품
- DLS(파생결합증권)금리, 환율, 원자재, 신용사건처럼 주가가 아닌 것을 기준으로 삼아, 조건을 지키면 이자를 주고 조건을 깨면 원금을 잃는 증권이다. 손실에 배수가 곱해지는 구조가 흔하다.
- 부동산펀드여러 사람의 돈을 모아 건물을 사거나 부동산 사업에 빌려주고 그 결과를 나누는 펀드다. 대부분 만기까지 환매가 되지 않고, 자산 가격은 시장 시세가 아니라 감정평가로 정해진다.
- 특별자산·인프라펀드증권도 부동산도 아닌 자산에 돈을 모아 넣는 펀드다. 선박, 발전소, 도로, 항공기, 매출채권 같은 것을 담으며 대부분 만기까지 환매가 되지 않고 가격은 시장 시세가 아니라 평가로 정해진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