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증거금 송금
10조 1,000억원 (2020년 3월)
ELS 미상환잔액
53조 7,000억원 (2020년 2월말)
CP 91일물 금리
1.57% → 2.20%
원·달러 환율
1,191원 → 1,285원

01 · 핵심 요약 · 90초

이 사건에는 피해자로 지목된 개인이 없다. 문제는 증권사들이 달러를 구하려고 한꺼번에 채권을 판 결과였다. 그 결과 기업어음 금리가 한 달 새 0.63%포인트 올랐고, 원·달러 환율은 1,285원까지 갔다.

2020년 3월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과 유럽, 홍콩의 주가지수가 한 달 만에 30% 넘게 떨어졌다. 국내 증권사들은 주가지수에 따라 원금과 이자가 달라지는 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을 발행하면서 그 위험을 스스로 관리하는 자체헤지를 해왔고, 이를 위해 해외 거래소에 선물 포지션을 갖고 있었다. 지수가 급락하자 해외 거래소는 증거금을 더 넣으라고 요구했다. 그 증거금은 달러로 내야 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그 달러를 갖고 있지 않았고, 원화 자산을 팔아 달러를 사야 했다.

얼마나 큰 사건인가

2020년 3월 한 달간 국내 증권사가 ELS 관련 계약으로 해외 거래소에 송금한 외화증거금은 10조 1,000억원이다. 2020년 2월 말 기준 증권사의 ELS 미상환잔액은 53조 7,000억원이었다. 증권사들은 달러를 마련하려고 보유 채권과 기업어음(CP)을 한꺼번에 팔거나 새로 발행했다. CP 91일물 금리는 2월 말 1.57%에서 3월 말 2.20%로 0.63%포인트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3월 11일 1,191원에서 3월 19일 1,285원까지 올랐다. 같은 날 한국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고, 환율은 다음 날부터 내려갔다. 언론 보도 기준 CP 금리가 일주일 사이 1%포인트 이상 오른 구간도 있었다. 국제 주가지수가 30% 넘게 떨어진 한 달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왜 지금 중요한가

정부는 2020년 7월 30일 파생결합증권시장 건전화 방안을 발표했고, 2021년부터 증권사는 자체헤지 규모에 상응하는 외화 유동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언론 보도 기준 그 비율은 20% 이상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원인이 된 상품 구조 자체는 남아 있다. 2021년 상반기에 팔린 홍콩H지수 연계 ELS는 2024년 대규모 손실로 이어졌다. 2022년 하반기에도 지수 하락과 원화 약세가 겹치면서 마진콜 재발 우려가 제기됐다. 2026년에도 증권사의 순자본비율이 1,000%를 넘어도 위기 때 유동성 부족을 막지 못한다는 지적이 감독당국 안팎에서 계속 나온다. 상품은 그대로 남아 있고 규제는 유동성 쪽에만 걸려 있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8

지수가 떨어지자 증거금 요구가 왔다

증권사가 ELS를 발행하면 투자자에게 약속한 수익구조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방법은 두 가지다. 외국 금융회사에서 그 구조를 통째로 사오는 백투백헤지, 그리고 직접 선물과 옵션을 사고팔며 관리하는 자체헤지다. 자체헤지는 수수료를 아낄 수 있지만 시장이 크게 움직이면 증권사가 직접 부담을 진다.

2020년 2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의 ELS 미상환잔액은 53조 7,000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자체헤지였고, 기초자산은 대부분 해외 주가지수였다. 해외 지수 선물은 해외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증거금은 그 나라 통화로 낸다.

2020년 3월에는 주요국 지수가 하루에 10% 넘게 떨어지는 날이 반복됐다. 해외 거래소들은 증거금을 더 넣으라고 요구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3월 한 달간 해외 거래소에 보낸 외화증거금은 10조 1,000억원이다.

증거금은 손실이 확정돼서 내는 돈이 아니다. 앞으로 손실이 날 가능성이 커졌으니 담보를 더 넣으라는 요구다. 지수가 다시 오르면 돌려받는다. 문제는 돌려받기 전까지 그 돈을 어디선가 구해와야 한다는 점이다.

달러를 구하려고 원화 자산을 팔았다

증권사들은 달러를 쌓아두고 있지 않았다. 평소에는 외환스와프 시장에서 원화를 주고 달러를 빌려 썼다. 그런데 3월에는 전 세계가 동시에 달러를 찾았고, 스와프 시장에서 달러 조달 비용이 급등했다.

남은 방법은 보유 자산을 파는 것이었다. 증권사들은 국채와 여신전문금융회사채를 시장에 내놨고 기업어음을 대량으로 발행했다. 공급이 한꺼번에 늘자 단기금리가 올랐다. CP 91일물 금리는 2월 말 1.57%에서 3월 말 2.20%가 됐다.

외환시장에서도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몰렸다. 원·달러 환율은 3월 11일 1,191원에서 3월 19일 1,285원까지 올랐다. 같은 날 한국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600억 달러 규모 통화스와프를 체결했고, 환율은 다음 날부터 내려갔다.

3월 말은 분기 말이기도 했다. 은행들이 자기 재무비율을 맞추느라 자금 공급을 줄이는 시기다. 달러 수요가 몰린 시점과 공급이 줄어드는 시점이 겹쳤다.

상품 하나가 세 시장을 동시에 눌렀다

이 사건에서 손실을 본 개인 투자자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3월 급락 이후 지수가 회복되면서 대부분의 ELS는 조기상환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금융감독원은 2020년 상반기 ELS 헤지 운용에서 큰 손실을 낸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에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증권사의 헤지 포지션 하나가 외환시장과 채권시장, 단기자금시장에 동시에 압력을 가했다.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의 차환도 함께 막혔다. 증권사는 회계상 이익을 내고 있었지만 당장 쓸 현금이 없었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에 5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고 정책금융기관이 우량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를 매입하도록 했다. 한국은행은 2020년 3월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 매입에 나섰다. 이 조치들이 나온 뒤 단기금리는 안정을 찾았다.

규제는 유동성 쪽으로 바뀌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020년 7월 30일 파생결합증권시장 건전화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발행 규모를 줄이고 헤지자산을 분산시키는 것이었다.

자기자본 대비 원금비보장 파생결합증권 발행잔액이 50%를 넘으면 레버리지비율을 계산할 때 부채를 최대 200%까지 가중한다. 헤지자산 가운데 여신전문금융회사채 비중은 10%로 제한했다. 파생결합증권을 발행한 모든 증권사에 원화 유동성비율 규제를 적용했다.

외화 쪽도 손봤다. 2021년부터 증권사는 자체헤지 규모의 일정 비율을 단기간에 현금화할 수 있는 외화 유동자산으로 보유해야 한다. 언론 보도 기준 그 비율은 20% 이상이다. 이후 증권사들은 자체헤지 비중을 줄이고 백투백헤지를 늘렸다. 자체헤지 잔액은 그 뒤 줄었고, 2022년 지수 급락기에는 2020년과 같은 규모의 마진콜이 발생하지 않았다.

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ELS는 개인이 사는 상품이지만, 그 위험은 증권사의 재무제표를 거쳐 시장 전체로 옮겨간다.

01 · 단계

증권사가 ELS를 발행한다

투자자는 원금을 내고 증권사는 지수 조건에 따른 수익을 약속한다. 이 돈은 증권사의 부채가 된다. 증권사는 받은 돈을 채권 등으로 운용하면서 약속한 수익구조를 따로 만들어야 한다.

02 · 단계

자체헤지로 해외 선물을 거래한다

약속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 증권사는 기초지수의 선물과 옵션을 사고판다. 기초자산이 해외 지수면 거래소도 해외에 있고, 증거금은 달러 등 외화로 낸다.

03 · 단계

지수가 급락하면 증거금이 커진다

지수가 크게 움직이면 거래소는 손실 가능성만큼 증거금을 더 요구한다. 이것이 마진콜이다. 정해진 시간 안에 넣지 못하면 포지션이 강제 청산된다. 2020년 3월 이 요구가 국내 증권사 전체에 동시에 들어왔다.

04 · 단계

원화 자산을 팔아 달러를 만든다

증권사는 채권과 기업어음을 팔거나 새로 발행해 원화를 만들고 그 원화로 달러를 산다. 여러 증권사가 동시에 같은 행동을 하면 채권값이 떨어지고 금리와 환율이 오른다.

누가 내고 누가 최종 손실을 부담했는가
정보누가 무엇을 언제 알았고 설명했는가
책임계약·공시·통제·감독의 빈틈은 어디였는가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자체헤지는 비용을 아끼는 선택이었다. 백투백헤지는 외국 금융회사에 수수료를 내는 대신 위험도 함께 넘긴다. 자체헤지는 그 수수료가 증권사 이익이 되지만 시장이 급변하면 위험이 그대로 남는다.

규제가 자본 중심으로만 짜여 있었다. 2019년 말 연결기준 순자본비율은 미래에셋증권 1,728.1%, NH투자증권 1,307.7%, 한국투자증권 1,260.1%, 삼성증권 875.6%였다. 그런데 2020년 3월에 문제가 된 것은 자본의 크기가 아니라 몇 시간 안에 동원할 수 있는 달러였다.

통화의 불일치가 핵심이다. 증권사는 원화로 자금을 조달하고 원화 자산을 갖고 있었지만 증거금은 달러로 내야 했다. 평소에는 외환스와프로 메울 수 있지만, 전 세계가 동시에 달러를 찾을 때는 그 통로가 먼저 막힌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감독당국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020년 7월 30일 파생결합증권시장 건전화 방안을 발표했다. 자기자본 대비 원금비보장 파생결합증권 잔액이 50%를 넘으면 레버리지비율 산정에서 부채를 최대 200%까지 가중하고, 헤지자산 중 여신전문금융회사채 비중을 10%로 제한하며, 발행 증권사 전체에 원화 유동성비율 규제를 적용하는 내용이다. 2021년부터는 자체헤지 규모에 상응하는 외화 유동자산 보유가 의무화됐다.

한국은행과 정부

2020년 3월 19일 한국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정부는 증권사 유동성 지원과 채권시장안정펀드로 대응했다. 다만 통화스와프는 상설 장치가 아니라 그때그때 체결하는 계약이다.

남은 과제

규제는 증권사의 외화 유동성 쪽으로 보완됐지만, 손익이 비대칭인 상품을 개인에게 대량으로 파는 구조는 그대로다. 2021년 상반기에 팔린 홍콩H지수 연계 ELS는 2024년 대규모 손실로 이어졌다. 발행 규모가 다시 커지면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최종 부담투자자·시장가격·신뢰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이 사건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이 가입한 상품이 어떤 위험을 만드는지 아는 것이다.

01

지금 확인할 것

  • 가입한 ELS나 DLS의 발행 증권사와 기초자산을 확인한다. 기초자산이 해외 지수면 발행사가 외화 증거금 위험을 진다.
  •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dis.kofia.or.kr)에서 증권사별 파생결합증권 발행 현황을 볼 수 있다.
  • 증권사의 순자본비율만으로 안전을 판단하지 않는다. 순자본비율은 자본의 크기를 보는 지표이고, 위기 때 문제가 되는 것은 즉시 동원 가능한 현금과 외화다.
  •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fisis.fss.or.kr)에서 증권사의 유동성비율과 재무 지표를 확인할 수 있다.
02

일이 생겼을 때

  • 가입한 파생결합증권의 조기상환 조건과 손실 발생 조건을 계약서류에서 다시 확인한다. 손실 조건은 지수 하락률과 낙인 수준으로 표시된다.
  •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은 계약서류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서면이나 전자우편, 문자로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금융소비자보호법 제46조). 보낸 시점에 효력이 생긴다.
  • 설명의무나 적합성 원칙 위반이 있었다면 위반을 안 날부터 1년, 계약체결일부터 5년 이내에 위법계약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제47조).
03

어디에 신고하나

  • 금융감독원 1332 또는 e-금융민원센터(fcsc.kr)에 상담과 분쟁조정을 신청한다.
  • 금융투자협회(kofia.or.kr) 분쟁조정센터에서도 증권 관련 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에서 본인이 가입한 금융투자상품 내역을 조회할 수 있다.
스스로에게 물을 질문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1. 01

    가입하려는 상품의 기초자산이 무엇인지 이름과 현재 지수 수준까지 말할 수 있는가.

  2. 02

    이 상품이 최악의 경우 얼마를 잃는지 금액으로 계산해 봤는가.

  3. 03

    과거에 손실이 난 적이 없다는 설명을 근거로 판단하고 있지 않은가.

  4. 04

    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약속하는 이유를 설명받았는가.

  5. 05

    만기까지 이 돈을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인가.

상설 확인 창구

05 · 필자의 결론

2020년 3월의 이 사건에는 배상받아야 할 개인 피해자 명단이 없다. 지수가 회복되면서 대부분의 상품이 조기상환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사건은 상대적으로 덜 기록됐다. 그러나 남은 사실은 분명하다. 개인이 가입한 상품 하나가 증권사의 헤지 포지션을 거쳐 외환시장과 단기자금시장을 동시에 흔들었고, 그 결과 아무 관계 없는 기업들의 자금조달 금리가 올랐다. 규제는 그 뒤 유동성 쪽으로 보완됐다. 그러나 2021년에 같은 구조의 상품이 다시 대량으로 팔렸고 2024년 손실로 확정됐다. 판매 규제만큼이나 발행 규모를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 사건이 남긴 기록이다. 개인의 선택과 시장 전체의 안정이 별개가 아니라는 사실도 함께 남았다.
사실과 판단의 구분2020년 ELS 마진콜과 증권사 외화유동성

확인된 사실, 감독당국의 판단, 법원의 판단과 필자의 해석은 각각 다른 기준으로 쓴다. 위 결론은 필자의 판단이며, 앞의 서술은 감독당국 발표와 판결, 공시자료를 근거로 한다. 진행 중인 절차는 확정된 것으로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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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