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핵심 요약 · 90초
독일 국채 금리가 내려가면 손실이 나는 상품이 은행 창구에서 팔렸다. 3,243명이 샀다. 몇 달 뒤 원금의 절반이 사라졌다. 이 사건은 한국 금융감독의 여러 제도가 왜 지금의 모습이 됐는지를 설명하는 출발점이다.
2019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창구에서 해외 금리에 연동된 파생결합펀드가 팔렸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와 영국, 미국의 이자율스와프 금리가 일정 수준 아래로 내려가지 않으면 약속한 이자를 주고, 내려가면 내려간 폭의 몇 배로 원금이 줄어드는 구조였다. 2019년 여름 이들 금리가 급락했다. 9월부터 만기가 돌아왔고 원금의 절반 이상이 사라졌다. 이 상품은 49명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사모펀드로 여러 개로 나눠 설정됐고, 판매는 예금 고객이 오는 은행 창구에서 이뤄졌다.
2019년 8월 7일 기준 두 은행의 판매잔액은 7,950억원이다. 우리은행 4,012억원, 하나은행 3,938억원이다. 210개 펀드가 설정됐고 투자자는 3,243명이었다. 이 가운데 법인이 222곳이다. 2019년 9월과 10월에 만기가 돌아온 2,080억원의 평균 손실률은 52.7%였다. 우리은행 상품은 9월 17일 첫 만기에 60.1%, 하나은행 상품은 9월 22일 첫 만기에 46%의 손실이 났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2019년 12월 5일 대표사례 6건에 대해 손실액의 40~80%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당시 기준 역대 최고 비율이다. 2020년 3월 금융위원회는 두 은행에 6개월 업무 일부정지를 내리고 과태료를 부과했다. 우리은행 197억원, 하나은행 167억 8,000만원으로 당시 역대 최고 금액이다.
이 사건은 이후 한국 금융규제의 여러 축을 만들었다. 2019년 11월 금융위원회는 은행의 고위험 사모펀드 판매를 제한하고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올렸다. 2021년 3월에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됐다. 2024년 7월 시행된 개정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의 책무구조도 역시 이 사건이 직접적 계기다. 반대로 감독당국이 은행 임원에게 내린 중징계는 법원에서 모두 취소됐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은 2022년 12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2024년 7월 25일 대법원에서 징계 취소가 확정됐다. 내부통제 부실을 근거로 개인을 제재할 수 있느냐는 물음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약 8분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이 상품이 왜 은행 창구에 있었는지를 보면, 사건의 원인이 창구 직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금리에 원금을 건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와 영국, 미국 이자율스와프 금리가 기준선 위에 있으면 약속한 이자를 준다. 아래로 내려가면 내려간 폭에 배수를 곱한 만큼 원금이 줄어든다. 이익은 연 몇 퍼센트로 막혀 있고 손실은 막혀 있지 않다.
→사모펀드로 만들어 창구에서 판다
이 상품은 49명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사모펀드로 설정됐다. 사모펀드는 공모펀드보다 규제가 가볍다.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없고 상품 설명 요건도 다르다. 그런데 판매는 예금 고객이 오는 은행 창구에서 이뤄졌다.
→본점이 목표를 정하고 창구가 채운다
본점이 수수료 수익 목표를 올리면 영업점은 판매 실적으로 평가받는다. 이 압력 아래에서 투자자 성향 진단은 형식이 된다.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직원이 투자자 성향을 임의로 작성한 사례가 확인됐다.
→손실은 고객에게만 간다
금리가 기준선 아래로 내려가면 원금이 줄어든다. 은행은 이미 받은 판매 수수료를 돌려주지 않는다. 손실은 전부 고객이 진다. 사후 배상은 손실의 일부만 회복시킨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은행 창구라는 장소 자체가 상품에 신뢰를 붙인다. 예금을 맡기러 온 사람에게 은행 직원이 권하면, 그 상품은 은행이 검증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판매사는 그 신뢰 위에서 파생상품을 팔았다.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완화가 배경에 있었다. 2015년 사모펀드 규제가 크게 완화되면서 설정이 쉬워졌다. 규제가 가벼운 상품이 규제가 무거운 판매 창구를 통해 나갔다. 상품의 위험과 판매 경로의 성격이 어긋난 것이다.
내부통제를 개인에게 물을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았다. 감독당국은 본점의 판매정책이 원인이라고 보고 최고경영자를 제재했으나, 법원은 당시 법령이 그 근거로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나온 것이 책무구조도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2019년 11월 14일 금융위원회는 대책을 발표했다. 은행에서 고위험 사모펀드를 팔 수 없게 하고,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올렸다. 은행 신탁을 통한 판매도 제한했다. 다만 지수형 공모 주가연계증권은 예외로 남았고, 이 예외가 2024년 홍콩 지수 연계 상품 사태의 판매 경로가 됐다.
2021년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됐다.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 청약철회권과 위법계약해지권이 법에 들어갔다. 2024년 7월에는 개정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이 시행돼, 임원별로 내부통제 책임을 나눠 적는 책무구조도를 두게 했다. 은행과 금융지주부터 적용됐다.
개인 제재의 근거는 정리되지 않았다. 두 최고경영자의 징계는 모두 대법원에서 취소됐고, 그 뒤 감독당국의 개인 제재는 위축됐다. 손익이 대칭이 아닌 상품을 일반 소비자에게 파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도 지금까지 답이 없다.
최종 부담예금자·차주·은행 건전성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은행 창구에서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상품을 권유받았을 때 서명 전에 확인할 것들이다.
지금 확인할 것
- 핵심설명서에서 최대 원금손실 가능 비율을 숫자로 확인한다. 손실이 기초자산 하락폭의 몇 배로 커지는 구조인지도 확인한다. 배수가 붙어 있으면 하락폭보다 손실이 커진다.
- 이 상품이 공모펀드인지 사모펀드인지 묻는다. 사모펀드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므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fss.or.kr)에서 검증할 자료가 없다.
- 투자자정보 확인서를 본인이 직접 작성했는지, 적어낸 손실감내 수준이 실제 생각과 같은지 본다. 직원이 대신 작성했다면 적합성 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
- 본인이 가입한 금융상품은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이 생겼을 때
- 청약철회권을 쓴다.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은 계약서류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서면이나 전자우편, 문자로 철회 의사를 보내면 수수료 없이 전액 돌려받는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6조다.
- 위법계약해지권을 쓴다.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를 위반한 계약은 위반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이내, 계약체결일부터 5년 이내에 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 같은 법 제47조다. 다만 해지 시점까지 발생한 손실은 돌아오지 않는다.
- 자료열람요구권을 쓴다. 분쟁조정이나 소송을 위해 금융회사가 가진 자료의 열람을 요구할 수 있다. 같은 법 제28조 제3항이다. 판매 당시 녹취와 서류가 여기 포함된다.
어디에 신고하나
- 금융감독원 1332 또는 e-금융민원센터(fcsc.kr)에 분쟁조정을 신청한다.
- 신청 후 합의가 되지 않으면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된다. 위원회가 만든 조정안은 20일 이내에 받아들이지 않으면 거부한 것으로 본다.
- 은행 임직원의 위법 행위가 의심되면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의 불법금융신고센터에도 접수할 수 있다.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 01
예금이나 적금을 하러 갔는데 다른 상품을 권유받고 있지 않은가.
- 02
손실이 기초자산 하락폭의 몇 배가 되는 구조인지 설명을 들었는가.
- 03
지금까지 손실이 난 적 없다는 말을 근거로 권유받고 있지 않은가.
- 04
직원이 최악의 경우 손실 금액을 숫자로 보여줬는가, 아니면 이자율만 말했는가.
- 05
가입을 서둘러야 할 이유를 상대방이 만들고 있지 않은가.
상설 확인 창구
- 금융민원·분쟁조정금융감독원 1332 · fcsc.kr
- 내 계좌 조회·일괄 지급정지어카운트인포 payinfo.or.kr
- 내 명의 휴대전화 조회엠세이퍼 msafer.or.kr
- 내 보험 전체 조회내보험 찾아줌 cont.insure.or.kr
- 기업 공시 확인전자공시시스템 dart.fss.or.kr
- 금융소비자 정보포털파인 fine.fss.or.kr
05 · 필자의 결론
이 사건은 두 가지를 남겼다. 하나는 제도다. 은행의 고위험 사모펀드 판매 제한, 금융소비자보호법, 책무구조도가 모두 여기서 나왔다. 다른 하나는 미해결 문제다. 감독당국이 최고경영자를 제재한 근거는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관에는 역대 최고 과태료가 부과됐지만 그 돈은 국고로 들어갔고, 투자자에게 돌아간 것은 손실의 40~80%였다. 원금의 절반이 사라진 사람에게 그 절반의 절반이 돌아왔다는 뜻이다. 사후 배상으로는 원금이 돌아오지 않는다. 2019년의 제도 개선이 지수형 상품을 예외로 남긴 결과가 2024년에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보면, 예외를 어디에 두느냐가 규제 자체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사건과 관련된 금융상품
- 특정금전신탁돈을 맡기면서 그 돈으로 무엇을 살지 맡긴 사람이 직접 지정하는 신탁이다. 금융회사는 지시대로 사고팔 뿐이고, 결과로 생긴 이익도 손실도 전부 맡긴 사람의 몫이다.
- DLS(파생결합증권)금리, 환율, 원자재, 신용사건처럼 주가가 아닌 것을 기준으로 삼아, 조건을 지키면 이자를 주고 조건을 깨면 원금을 잃는 증권이다. 손실에 배수가 곱해지는 구조가 흔하다.
- DLB(기타파생결합사채)증권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이다. 만기까지 들고 있으면 원금은 계약상 돌아오고, 금리나 환율이 정해진 조건을 채웠을 때만 이자가 붙는다. 발행회사의 신용위험은 그대로 남는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