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핵심 요약 · 90초
카드 이용대금 명세서에 매달 몇천 원에서 몇만 원이 빠져나가고 있어도 대부분은 그 항목을 읽지 않는다. 채무면제·유예상품은 그렇게 팔렸다. 가장 많을 때 346만명이 가입해 있었고, 그중 상당수는 자신이 가입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채무면제·유예상품은 카드사가 회원에게서 매달 수수료를 받고, 회원이 사망하거나 질병·상해로 사고를 당하면 카드 이용대금 중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면제하거나 결제를 미뤄주는 상품이다. 영문 약칭은 DCDS다. 2005년 1월 삼성카드가 처음 취급했고 2011년 4월부터는 모든 전업 카드사가 팔았다. 판매는 대부분 전화로 이뤄졌고, 가입 사실을 모르는 회원이 다수 발생했다.
국회 국정감사 자료 기준 2011년부터 2015년 6월까지 7개 카드사가 걷은 수수료는 9,645억원이다. 이 가운데 위험을 넘기기 위해 보험사에 낸 보험료가 1,688억원, 카드사가 가져간 몫이 7,957억원이다. 같은 기간 회원에게 실제로 지급된 보상금은 938억원으로, 수수료 대비 9.7% 수준이었다. 가입자는 2011년 213만명에서 2015년 346만명으로 늘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이 상품 관련 민원의 77.4%가 불완전판매였다. 금융감독원이 2015년 표본으로 뽑은 판매 녹취 700건은 모두 불완전판매로 확인됐다.
신규 판매는 2016년 8월 이후 중단됐지만 기존 계약은 그대로 남았다. 여신금융협회 자료를 인용한 언론 보도 기준 2023년 1분기 가입자는 105만 3,000명이다. 이들은 지금도 매달 수수료를 내고 있다. 그리고 카드사가 다른 회사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함께 파는 구조는 사라지지 않았다. 카드 부수업무로 팔리는 상품은 보험업법의 모집 규제를 그대로 적용받지 않는다. 규제가 상품이 아니라 회사의 업종을 기준으로 짜여 있는 한 같은 문제가 다른 이름으로 반복될 수 있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약 8분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이 상품에서 돈이 어디로 갔는지 따라가면 왜 보상률이 낮았는지 알 수 있다.
카드사가 수수료를 걷는다
회원이 매달 쓴 카드 결제금액에 요율을 곱해 수수료를 부과한다. 금융감독원 자료 기준 요율은 0.14%에서 0.59%다. 쓰는 금액이 많을수록 수수료도 커진다. 보험료처럼 정액이 아니라 사용액에 연동된다.
→위험을 보험사에 넘긴다
카드사는 계약상보상책임보험에 가입해 보상 책임을 보험사에 넘긴다. 2011~2015년 6월 수수료 9,645억원 중 보험료로 나간 돈은 1,688억원이다. 나머지 7,957억원이 카드사에 남았다.
→보상은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나간다
사망, 중대한 후유장해, 특정 질병 등 약관이 정한 사고여야 하고 한도가 있다. 회원이 스스로 청구해야 지급된다. 같은 기간 실제 지급된 보상금은 938억원, 수수료의 9.7%였다.
→해지해도 돌려받는 돈은 없다
이 상품에는 해약환급금이 없다. 낸 수수료는 그대로 소멸한다. 불완전판매가 확인된 경우에만 이미 낸 수수료를 돌려받을 수 있다. 그래서 가입 사실을 아는지 여부가 환급 여부를 갈랐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규제가 상품이 아니라 회사의 업종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내용이 보장성 보험과 같아도, 카드사가 부수업무로 팔면 보험업법의 모집 자격과 설명의무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같은 위험을 다루는 상품에 다른 규제가 적용된 것이다.
판매 방식이 전화였다. 서면 계약서에 서명하는 절차가 없으면 소비자가 무엇에 동의했는지 남는 기록은 통화 녹취뿐이다. 상담원이 읽는 긴 안내문 끝에 동의 여부만 묻는 방식에서는 동의했다는 사실은 남지만 이해했다는 사실은 남지 않는다.
수수료가 사용액에 연동되고 금액이 작았다. 매달 다른 금액이 명세서의 한 줄로 표시되면 가입 여부를 확인하려는 동기가 생기지 않는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해지 요청이 적은 안정적인 수입이었고, 2011년 1,201억원이던 연간 수수료 수입은 2014년 2,044억원으로 늘었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금융감독원은 2013년 2월 20일 이 상품의 개선과 미지급 보상금 환급 추진 방안을 발표해, 보상 대상인데 지급되지 않은 건을 찾아 돌려주도록 했다. 2016년 5월 17일에는 카드사의 불합리한 영업관행 개선 방안을 통해 불완전판매가 확인된 계약의 수수료 환급 이행을 분기마다 점검하고, 미흡한 카드사는 준법성 검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신규 판매는 2016년 8월 이후 중단됐다.
2021년 3월 25일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설명의무와 부당권유 금지를 모든 금융상품 판매에 적용하고, 위반 시 위법계약해지권과 과징금을 두었다. 이 상품이 팔리던 시기에는 이런 수단이 없었다. 검사와 행정지도, 그리고 회사의 자율적 환급이 사실상 전부였다.
판매가 중단됐다고 계약이 정리된 것은 아니다. 언론 보도 기준 2023년 1분기에도 105만 3,000명이 가입 상태로 매달 수수료를 내고 있다. 가입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환급을 신청하지도, 사고가 났을 때 보상을 청구하지도 못한다. 판매사가 보유한 녹취를 근거로 대상자를 먼저 찾아 통지하는 절차가 제도로 정착되지 않았다.
최종 부담이용자·소비자·공적 구제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이 상품은 새로 가입할 수 없지만, 이미 가입돼 있는지 확인하고 정리하는 일은 지금 할 수 있다.
지금 확인할 것
- 카드 이용대금 명세서에서 채무면제·유예, DCDS, 결제안심 등의 이름이 붙은 수수료 항목이 있는지 확인한다. 최근 1개월이 아니라 최근 12개월치를 본다.
- 카드사 앱이나 홈페이지의 부가서비스 가입내역 화면에서 가입 여부와 가입일, 그동안 낸 수수료 총액을 확인한다.
- 본인 명의로 몇 장의 카드가 있는지 모르면 어카운트인포(payinfo.or.kr)에서 카드 보유 현황을 먼저 확인한 뒤 카드사별로 조회한다.
- 가입돼 있다면 약관에서 면제·유예 사유, 보상 한도, 대기기간, 면책사항을 확인한다. 카드사에 따라 한도는 3,000만원에서 5,000만원 수준으로 안내됐다.
-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에서 본인의 금융거래 내역을 함께 점검한다.
일이 생겼을 때
- 가입한 기억이 없다면 카드사에 가입 당시 통화 녹취의 확인과 이미 낸 수수료의 환급을 요구한다. 판매 녹취는 카드사가 보관한다.
- 카드사가 환급을 거부하면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한다. e-금융민원센터(fcsc.kr) 또는 1332를 이용한다.
- 과거에 사망·질병·상해 사고가 있었는데 청구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카드사에 보상 청구가 가능한지 문의한다. 진단서, 입원확인서, 사망진단서 등 증빙을 함께 준비한다.
- 가입 사실을 알고 있으나 필요 없다고 판단되면 해지한다. 해약환급금은 없으며 해지 시점 이후의 수수료만 중단된다.
-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는 계약이라면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7조의 위법계약해지권 적용 여부를 카드사와 금융감독원에 확인한다.
어디에 신고하나
- 금융감독원 1332 또는 e-금융민원센터(fcsc.kr)에 민원과 분쟁조정을 신청한다.
-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에서 금융상품과 제도 정보를 확인한다.
- 한국소비자원 1372 소비자상담센터(www.ccn.go.kr)에도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 여신금융협회(www.crefia.or.kr)에서 카드사별 부가상품 안내를 확인한다.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 01
카드 명세서에 내가 내용을 모르는 수수료가 매달 빠져나가고 있지 않은가.
- 02
몇 개월 무료라는 안내를 받고 가입한 뒤, 유료로 바뀌는 시점을 확인했는가.
- 03
전화 상담에서 안내문을 끝까지 듣지 않고 동의만 하고 있지 않은가.
- 04
이 상품이 어떤 경우에 얼마를 보장하는지 약관에서 직접 확인했는가.
- 05
사고가 났을 때 카드사에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가족도 알고 있는가.
상설 확인 창구
- 금융민원·분쟁조정금융감독원 1332 · fcsc.kr
- 내 계좌 조회·일괄 지급정지어카운트인포 payinfo.or.kr
- 내 명의 휴대전화 조회엠세이퍼 msafer.or.kr
- 내 보험 전체 조회내보험 찾아줌 cont.insure.or.kr
- 기업 공시 확인전자공시시스템 dart.fss.or.kr
- 금융소비자 정보포털파인 fine.fss.or.kr
05 · 필자의 결론
이 사건의 숫자는 단순하다. 4년 반 동안 회원이 낸 9,645억원 중 회원에게 돌아간 돈은 938억원이었다. 나머지는 보험료 1,688억원과 카드사 수입 7,957억원으로 나뉘었다. 상품이 나쁜 것이 아니라 팔린 방식이 문제였다. 내용이 보험과 같은데 보험 규제를 받지 않았고, 전화로 동의만 받으면 계약이 성립했으며, 수수료는 명세서의 한 줄로 표시됐다. 판매는 2016년에 멈췄지만 100만명 넘는 계약이 아직 남아 있다. 남은 일은 제재가 아니라 확인이다. 가입 사실을 모르는 사람에게 그 사실을 알리는 절차가 있어야 환급도 보상도 시작된다.
이 사건과 관련된 금융상품
- 휴대폰보험휴대전화가 부서지거나 없어졌을 때 수리비나 교체비의 일부를 돌려주는 손해보험이다. 대부분 통신사 가입 창구에서 부가서비스처럼 붙어 자기부담금 구조를 모른 채 가입되는 경우가 많다.
-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리볼빙)카드값 중 미리 정한 비율만 내면 나머지가 다음 달로 넘어가는 약정이다. 넘어간 금액에는 이자가 붙고 만기가 없어 스스로 끊지 않으면 잔액이 계속 남는다.
- 채무면제·유예상품(DCDS)카드 회원이 매달 수수료를 내고, 사망·질병·실업 같은 사고가 나면 그 시점의 카드빚을 면제받거나 결제를 미루는 계약이다. 보험처럼 보이지만 보험이 아니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