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핵심 요약 · 90초
보험은 20년, 30년짜리 계약이다. 그런데 그 계약을 판 사람은 1년 안에 절반 이상이 그만둔다. 담당자가 없어진 계약은 보험금 청구 방법을 물을 곳이 없고, 다른 설계사가 찾아와 새 상품으로 바꾸자고 할 때 비교해 줄 사람도 없다.
보험계약을 모집한 설계사가 이직하거나 그만두면 그 계약은 담당자가 없어진다. 이것을 고아계약이라고 부른다. 다른 설계사에게 넘겨진 계약은 이관계약이다. 담당자가 없는 상태에서 새 설계사가 접근해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비슷한 상품에 새로 가입하게 하는 것이 부당승환이다. 보험업법 제97조는 이 행위를 금지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자료 기준으로 2020년 한 해 고아계약은 439만 건, 담당자가 바뀐 이관계약까지 합치면 3,500만 건이었다. 월평균 36만 건꼴이다. 원인은 설계사가 오래 남지 않는 데 있다. 신규 등록 설계사가 1년 뒤에도 남아 있는 비율인 13월차 설계사등록정착률은 2020년 생명보험사 평균 40.9%, 손해보험사 평균 56.7%였다. 2023년 상반기에는 생명보험사 35.9%, 손해보험사 52.5%로 더 내려갔다. 제재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026년 6월 25일 글로벌금융판매에 보험 갈아타기 616건의 비교안내가 미흡했다는 이유로 과태료 5억 4,000만원을 부과했고, 6월 29일에는 지에이코리아 보험대리점에 과태료 8,680만원을 부과했다.
설계사 스카우트 경쟁이 다시 과열되고 있다. 2026년 6월 30일부터 법인보험대리점에도 1200%룰이 확대 적용됐다. 계약 첫해 모집수수료를 월보험료의 12배 이내로 제한하는 규제다. 금융감독원은 2026년 6월 23일 생명보험사 22곳과 손해보험사 17곳의 감사부서 임직원을 모아 내부통제 워크숍을 열고, 설계사 유치용 정착지원금 경쟁이 부당승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보험회사에 관리 책임을 물겠다고 밝혔다. 2026년부터는 회사별 승환계약률도 공개된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약 8분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고아계약과 부당승환은 별개의 문제로 보이지만 하나의 수수료 구조에서 나온다.
수수료는 첫해에 몰린다
설계사가 받는 모집수수료는 계약 첫해에 집중된다. 계약을 오래 유지시켜서 얻는 수입은 그에 비해 작다. 새 계약을 만드는 것이 유지 관리보다 항상 유리하다.
→설계사가 이탈한다
첫해 수수료를 받은 뒤 실적이 이어지지 않으면 설계사는 그만두거나 다른 회사로 옮긴다. 13월차 정착률이 40% 안팎인 이유다. 남겨진 계약은 담당자를 잃는다.
→관리 공백이 생긴다
고아계약은 보험료 미납 안내, 보장 점검, 보험금 청구 안내를 받지 못한다. 계약자는 자기 보험의 내용을 확인할 통로가 없어진다. 이 상태가 판단의 근거를 없앤다.
→갈아타기 권유가 들어온다
새 설계사가 접근해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새 계약을 권한다. 계약자는 비교할 정보가 없으므로 권유하는 쪽의 설명에 의존한다. 새 계약이 체결되면 첫해 수수료가 다시 발생하고 같은 순환이 시작된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수수료가 첫해에 몰린 것이 출발점이다. 금융당국은 이 문제를 1200%룰로 다뤘다. 계약 첫해 모집수수료를 월보험료의 12배 이내로 제한하는 규제다. 보험회사에는 먼저 적용됐고, 법인보험대리점에는 2026년 6월 30일부터 확대 적용됐다.
설계사 스카우트 경쟁이 부당승환을 만든다. 새로 영입된 설계사가 기존 고객을 데려오면서 유지 중인 계약을 해지하고 새 상품에 가입시키는 방식이다. 영입할 때 지급하는 정착지원금이 클수록 그 금액을 실적으로 회수해야 하는 압박이 커진다.
책임의 소재가 흐렸다. 계약을 모집한 것은 법인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이고, 상품을 만들고 계약을 인수한 것은 보험회사다. 문제가 생기면 서로 상대를 가리켰다. 금융감독원은 2026년 6월 23일 워크숍에서 대리점 관리 부실로 인한 소비자 피해의 최종 책임이 보험회사에 있다고 명시했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금융감독원은 2023년 10월 24일 '부당승환 방지를 위한 유의사항'을 안내하고 법인보험대리점의 위반 사례를 공개했다. 2026년 1월부터 금융당국과 보험업계, 한국신용정보원이 승환계약을 통합 조회할 수 있는 체계를 가동했고, 2026년부터는 회사별 승환계약률이 공개된다. 2026년 6월 30일부터 법인보험대리점에도 1200%룰이 확대 적용됐다.
설계사가 이탈한 계약에 담당자를 즉시 지정하는 체계를 갖춘 회사는 고아계약이 상대적으로 적다. 계약 유지 관리를 성과평가에 반영하지 않으면 이관받은 설계사에게 관리 유인이 생기지 않는다.
정착률 자체는 개선되지 않았다. 2020년 생명보험사 40.9%였던 13월차 정착률은 2023년 상반기 35.9%로 오히려 낮아졌다. 수수료 상한을 정해도 계약 첫해에 수입이 몰리는 구조 자체는 남아 있다. 부당승환 적발은 사후 제재이고, 계약자가 이미 해지한 계약은 부활 청구를 하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는다.
최종 부담계약자·보험금·장기 신뢰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담당 설계사가 바뀌었거나 없어진 계약이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갈아타기 권유를 받았을 때 쓸 수 있는 권리를 알아 둔다.
지금 확인할 것
- 내보험찾아줌(cont.insure.or.kr)에서 본인 명의로 가입된 모든 보험계약을 조회한다. 잊고 있던 계약과 실효된 계약이 함께 나온다.
- 가입한 보험회사 고객센터에 전화해 현재 담당 설계사가 누구인지 확인한다. 담당자가 지정돼 있지 않으면 지정을 요청할 수 있다.
- 보험료 자동이체 계좌와 연락처가 최신 상태인지 확인한다. 담당자가 없는 계약은 미납 안내가 제대로 가지 않아 실효되는 경우가 있다.
- 갈아타기를 권유받았다면 기존 계약과 새 계약의 보험료, 보험기간, 보장내용, 면책기간, 해약환급금을 나란히 적은 비교안내 문서를 요구한다. 이는 보험업법 시행령 제43조의2에 따른 의무다.
- 생명보험협회(klia.or.kr)와 손해보험협회(knia.or.kr) 공시에서 회사별 13월차 설계사등록정착률과 계약유지율을 확인한다.
일이 생겼을 때
- 부활청구권과 신계약 취소권: 부당승환에 해당하면 기존 계약 소멸일부터 6개월 이내에 소멸된 계약의 부활을 청구하고 새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보험업법 제97조). 보험회사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부활을 승낙해야 하고, 청구일부터 30일 안에 통지하지 않으면 승낙한 것으로 본다.
- 청약철회권: 보험계약은 계약서류를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철회할 수 있다(금융소비자보호법 제46조). 새로 가입한 계약이 이 기간 안이면 먼저 이 권리를 쓴다.
- 품질보증해지: 자필서명 누락, 약관 미교부, 중요사항 설명 누락이 있으면 청약일부터 3개월 이내에 계약 취소를 요구할 수 있다.
- 자료열람요구권: 판매 당시 비교안내 문서와 상담 기록의 열람을 요구할 수 있다(금융소비자보호법 제28조 제3항). 부당승환 여부를 다투려면 이 자료가 근거가 된다.
어디에 신고하나
- 금융감독원 1332 또는 e-금융민원센터(fcsc.kr)에 민원과 분쟁조정을 신청한다.
- 가입한 보험회사와 모집한 법인보험대리점 양쪽에 접수한다. 대리점 관리 부실의 최종 책임은 보험회사에 있다는 것이 금융감독원의 입장이다.
-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에서 해당 대리점의 등록 여부와 제재 이력을 확인한 뒤 신고 내용에 포함한다.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 01
지금 가입한 보험의 담당 설계사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가.
- 02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새로 가입하자는 권유를 받고 있지 않은가.
- 03
권유하는 사람이 두 계약을 항목별로 비교한 문서를 보여 줬는가.
- 04
해지할 경우 돌려받는 금액이 그동안 낸 보험료보다 얼마나 적은지 확인했는가.
- 05
새 계약에서 면책기간이 다시 시작돼 생기는 보장 공백을 설명받았는가.
상설 확인 창구
- 금융민원·분쟁조정금융감독원 1332 · fcsc.kr
- 내 계좌 조회·일괄 지급정지어카운트인포 payinfo.or.kr
- 내 명의 휴대전화 조회엠세이퍼 msafer.or.kr
- 내 보험 전체 조회내보험 찾아줌 cont.insure.or.kr
- 기업 공시 확인전자공시시스템 dart.fss.or.kr
- 금융소비자 정보포털파인 fine.fss.or.kr
05 · 필자의 결론
고아계약과 부당승환은 서로 다른 사건이 아니다. 계약 첫해에 수수료가 몰리는 구조가 설계사를 이탈시키고, 이탈이 남긴 관리 공백이 다음 갈아타기의 조건이 된다. 감독당국은 수수료 상한과 비교안내 의무, 승환계약률 공개로 이 순환에 개입해 왔다. 그러나 13월차 정착률은 2020년보다 낮아졌다. 판매자가 1년을 못 버티는 시장에서 30년짜리 상품을 파는 일이 계속되는 한, 계약자는 자기 보험의 담당자가 누구인지 스스로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이 사건과 관련된 금융상품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