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핵심 요약 · 90초
보험사가 실제로 번 돈은 그대로인데 장부상 이익만 달라질 수 있다. 미래에 나갈 보험금을 얼마로 볼 것인지, 계약자가 얼마나 해지할 것인지를 회사가 스스로 정하기 때문이다. 그 숫자를 조금 바꾸면 이익이 수천억원씩 움직인다.
2023년 1월 1일 보험업계에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이 적용됐다. 보험부채를 계약 당시 금액이 아니라 현재 시점의 가치로 다시 계산하고, 앞으로 남은 계약에서 벌 이익을 보험계약마진(CSM)이라는 항목으로 부채에 넣어뒀다가 기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이익으로 인식하는 방식이다. 이 계산에는 미래 손해율과 해지율 같은 계리적 가정이 들어간다. 가정을 정하는 것은 각 보험회사다. 시행 첫해 보험사 실적이 급증하자 가정을 낙관적으로 잡아 이익을 부풀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23년 보험사 합산 당기순이익은 13조 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5.5% 늘었다. 1분기에만 약 5조 2,000억원이었다. 금융감독원은 2023년 5월 31일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2024년 11월 4일 제4차 보험개혁회의에서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산출 방식을 다시 지정했다. 2024년 순이익은 14조 1,440억원으로 역대 최대였으나, 2025년에는 12조 2,172억원으로 14.5% 줄었다. 생명보험사 22곳이 4조 9,680억원으로 11.8%, 손해보험사 30곳이 7조 2,492억원으로 16.2% 감소했다.
금융감독원은 2026년 초 계리감리팀을 신설하고 계리가정 보고서 제도를 도입했다. 1분기 시범 운영을 거쳐 2분기부터 공식 시행에 들어갔고 정기감리가 진행 중이다. 소비자 쪽 영향도 이어진다. 해지율 가정이 바뀌면서 무·저해지보험의 보험료는 2025년 4월부터 올랐다. 어느 회사의 가정이 적정한지에 대한 판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약 8분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새 기준에서 보험사의 이익은 실제로 받은 돈이 아니라 앞으로 받을 돈과 나갈 돈의 차이를 추정한 결과다.
계약 시점에 미래 현금흐름을 추정한다
보험사는 계약을 맺을 때 앞으로 들어올 보험료와 나갈 보험금·사업비를 기간별로 추정한다. 여기에 손해율, 해지율, 사망률, 사업비율 같은 가정이 들어간다. 가정은 각 회사가 자체 경험통계를 근거로 정한다.
→차액을 부채에 넣어둔다
들어올 돈이 나갈 돈보다 많으면 그 차액이 보험계약마진(CSM)이다. CSM은 곧바로 이익으로 잡지 않고 부채 항목에 넣어둔다. 계약 초기에 이익을 한꺼번에 인식하지 못하게 한 장치다.
→기간이 지나면서 이익으로 인식한다
보험서비스를 제공한 만큼 CSM을 헐어 이익으로 옮긴다. 이를 상각이라 한다. CSM 잔액이 크면 앞으로 인식할 이익도 크다.
→가정이 바뀌면 이익이 바뀐다
손해율 가정을 낮추거나 해지율 가정을 높이면 CSM이 커지고 인식할 이익이 늘어난다. 반대로 가정을 현실화하면 CSM이 줄고 손실계약이 늘어난다. 실제 경험이 가정과 다르면 그 차이가 예실차로 당기 손익에 바로 반영된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첫째, 원칙 중심 기준의 재량이 넓었다. IFRS17은 각국 시장의 차이를 인정해 세부 산출방법을 회사 판단에 맡긴다. 감독당국이 항목마다 지침을 내리는 방식은 이 원칙과 충돌한다. 그러나 지침이 없으면 회사마다 다른 가정을 써 재무제표를 비교할 수 없게 된다. 국내에서는 후자의 문제가 먼저 나타났다.
둘째, 가정을 정하는 사람과 그 결과로 평가받는 사람이 같았다. 이익이 늘면 성과급과 배당이 늘고 주가가 오른다. 가정을 결정하는 것은 그 회사의 경영진이다. 2023년 실적 급증 직후 성과급 지급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셋째, 확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가정이 맞았는지는 계약이 진행되면서 몇 년에 걸쳐 드러난다. 그동안 잘못된 가정에 기초한 이익은 이미 배당과 성과급으로 나간 뒤다. 2025년에 손실계약 증가로 이익이 줄어든 것은 그 시차가 작동한 사례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023년 5월 31일 IFRS17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위험조정 산출기준을 제시했다. 적용은 2023년 6월 결산부터이며 전진법이 원칙이고 2023년에 한해 조건부 소급이 허용됐다. 2024년 11월 4일 제4차 보험개혁회의에서는 완납시점 해지율이 0%로 수렴하는 로그-선형모형을 원칙모형으로 정하고 완납 후 최종 해지율 0.8%를 적용하도록 했다. 2026년에는 계리감리팀이 신설되고 계리가정 보고서 제도가 도입돼 정기·수시 감리가 시작됐다.
논란이 생길 때마다 항목별 지침을 내리는 방식은 원칙 중심 회계기준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업계와 학계 양쪽에서 나온다. 그렇다고 지침을 걷으면 회사 간 비교가 다시 어려워진다. 어떤 가정을 왜 썼는지를 회사가 충분히 공시하고 그 근거를 검증받는 체계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계리가정 보고서가 그 방향이지만 공시 범위와 외부 검증 수준은 아직 정해지는 중이다.
가정 변경의 부담은 소비자에게도 넘어간다. 무·저해지보험 해지율을 낮게 잡으면 회사가 쌓아야 할 부채가 늘고 이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2025년 4월부터 무·저해지 상품의 보험료가 올랐다. 회계기준 변경이 상품 가격에 반영되는 과정을 판매 시점에 설명하는 절차는 아직 없다.
최종 부담계약자·보험금·장기 신뢰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이 사안은 회계 문제지만, 소비자에게는 보험료와 해지환급금이라는 형태로 도달한다.
지금 확인할 것
- 가입한 상품이 무·저해지형인지 표준형인지 증권과 약관에서 확인한다. 무·저해지형은 납입기간 중 해지하면 환급금이 없거나 매우 적다. 상품명에 '무해지', '저해지', '해지환급금 미지급형'이 들어간다.
- 내가 가진 보험 목록은 내보험찾아줌(cont.insure.or.kr)이나 파인(fine.fss.or.kr)에서 조회한다.
- 가입한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K-ICS)과 경과조치 적용 여부를 각 협회 공시실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fisis.fss.or.kr)에서 확인한다.
- 해지환급금 예시표를 연도별로 본다. 납입기간이 끝나기 전에 해지할 가능성이 있다면 그 시점의 환급금을 숫자로 확인한다.
- 같은 보장을 다른 회사와 비교하려면 보험다모아(e-insmarket.or.kr)에서 보험료를 대조한다.
일이 생겼을 때
- 청약철회: 계약서류를 받은 날부터 15일, 계약체결일부터 30일 가운데 먼저 오는 날까지 철회할 수 있다(금융소비자보호법 제46조). 철회하면 보험료를 전액 돌려받는다.
- 품질보증해지: 약관과 청약서를 받지 못했거나, 중요 내용을 설명받지 못했거나, 자필서명이 없으면 계약 성립일부터 3개월 이내에 취소하고 보험료와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다.
- 위법계약해지: 설명의무, 적합성 원칙, 부당권유 금지를 위반한 계약은 위반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계약체결일부터 5년 이내에 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제47조).
- 해지 대신 납입유예, 감액완납, 보험료 자동대출납입이 가능한지 먼저 확인한다. 무·저해지형은 해지하는 순간 낸 돈의 대부분이 사라질 수 있다.
어디에 신고하나
- 보험 민원과 분쟁조정은 금융감독원 1332, e-금융민원센터(fcsc.kr)에 접수한다.
- 보험사의 재무제표와 경영공시는 전자공시시스템(dart.fss.or.kr)과 각 협회 공시실에서 확인한다.
- 숨은 보험금과 미청구 보험금은 내보험찾아줌(cont.insure.or.kr)에서 조회한다.
- 회계처리 위반이 의심되면 금융감독원에 신고한다. 외부감사법상 회계부정 신고에는 포상금 제도가 있다.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 01
'해지만 안 하면 손해 없다'는 설명을 듣고 무·저해지형에 가입하고 있지 않은가.
- 02
납입기간 중 해지했을 때 돌려받는 금액을 연도별 숫자로 확인했는가.
- 03
보험료가 싼 이유가 보장 축소인지 환급금 포기인지 구분하고 있는가.
- 04
가입하려는 회사의 지급여력비율이 경과조치를 적용한 수치인지 확인했는가.
- 05
회사가 발표한 사상 최대 이익이 보험영업에서 나온 것인지 투자손익에서 나온 것인지 구분할 수 있는가.
상설 확인 창구
- 금융민원·분쟁조정금융감독원 1332 · fcsc.kr
- 내 계좌 조회·일괄 지급정지어카운트인포 payinfo.or.kr
- 내 명의 휴대전화 조회엠세이퍼 msafer.or.kr
- 내 보험 전체 조회내보험 찾아줌 cont.insure.or.kr
- 기업 공시 확인전자공시시스템 dart.fss.or.kr
- 금융소비자 정보포털파인 fine.fss.or.kr
05 · 필자의 결론
이 사안에는 횡령도 사기도 없다. 회사가 미래를 어떻게 볼 것인지 스스로 정하고, 그 판단이 곧 그해 이익이 되는 구조가 있을 뿐이다. 문제는 그 판단이 틀렸는지가 몇 년 뒤에야 드러난다는 점이다. 그 사이 이익은 배당과 성과급으로 나간다. 2023년에 45.5% 늘었던 이익이 2025년에 14.5% 줄어든 것은 가정이 현실에 맞춰 조정되는 과정이다. 감독당국이 항목마다 지침을 내리는 방식은 임시방편이다. 지침은 논란이 터진 항목만 다루고 다음 논란은 다른 항목에서 나온다. 실손보험 손해율, 무·저해지 해지율, 장기보험 손해율로 3년 연속 초점이 옮겨간 것이 그 증거다. 필요한 것은 어떤 가정을 왜 정했는지 회사가 먼저 공개하고 그 근거를 외부가 검증하는 절차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