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핵심 요약 · 90초
상조 상품은 장례가 필요할 때 서비스를 받기로 하고 돈을 몇 년에 걸쳐 미리 내는 계약이다. 그 돈을 받은 회사가 문을 닫으면, 법이 돌려주도록 정한 금액은 낸 돈의 절반이다. 지금 1,131만 명이 이 조건으로 11조원을 맡겨 두고 있다.
상조 상품은 장례 서비스를 나중에 받기로 하고 대금을 먼저 나눠 내는 계약이다. 회사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에 돈을 먼저 받는다. 이 돈이 선수금이다. 2000년대 초 시장이 커지는 동안 이 계약을 규율하는 법은 없었다. 회사가 문을 닫으면 가입자가 낸 돈은 그대로 사라졌다. 규율이 시작된 것은 2010년 9월 18일 개정 할부거래법이 시행되면서다.
공정거래위원회 집계 기준 2026년 3월 말 상조 가입자는 1,131만 명, 선수금은 11조 3,544억원이다. 1년 전보다 가입자는 171만 명, 선수금은 1조 196억원 늘었다. 등록업체는 76개로, 2017년 163개에서 절반 이하로 줄었다. 그동안 폐업이 이어졌다는 뜻이다. 법이 정한 선수금 보전 비율은 50%다. 회사가 폐업하면 가입자는 자신이 낸 돈의 절반을 보상금으로 받는다. 나머지 절반은 회사에 대한 채권으로 남는다. 2013년 이후 폐업한 업체의 피해자 23만 1,304명이 보상금 956억원을 찾아가지 않았다는 집계도 있다.
규제의 위치가 문제로 남아 있다. 상조는 금융상품이 아니라 할부거래법상 선불식 할부거래로 분류돼 공정거래위원회가 관할한다. 자본금 15억원 유지 의무와 선수금 50% 보전 의무는 있지만, 금융회사처럼 지급여력을 상시 감독받거나 자본확충 명령을 받지는 않는다. 2026년 5월 선수금 보호를 강화하는 할부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배주주나 특수관계인에 대한 자금 대여를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개정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폐업은 계속 나오고 있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약 8분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상조 계약에서 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면, 왜 절반만 보호되는지 알 수 있다.
가입자가 먼저 낸다
가입자는 장례 서비스를 받기 전에 대금을 나눠 낸다. 납입 기간은 보통 수년이고, 서비스를 받는 시점은 그보다 훨씬 뒤다. 회사는 서비스 제공 의무를 지고 현금을 먼저 확보한다.
→절반만 따로 보관한다
회사는 받은 선수금의 50%를 은행 예치, 지급보증, 공제조합 담보금 중 한 가지 방법으로 보전해야 한다. 나머지 50%는 회사가 운영자금으로 쓸 수 있다. 이 돈으로 모집 수수료를 주고 광고를 하고 다른 사업에 투자한다.
→새 가입자가 앞선 지출을 메운다
모집 수수료는 계약 초기에 나가고 서비스 비용은 수십 년 뒤에 나간다. 그 사이의 자금은 새로 들어오는 선수금으로 채워진다. 신규 가입이 줄면 자금 흐름이 먼저 막힌다.
→폐업하면 절반이 지급된다
등록말소나 폐업이 확정되면 보전기관이 가입자에게 낸 돈의 50%를 보상금으로 준다. 나머지 절반은 회사에 대한 채권으로 남아 청산 절차에서 순위에 따라 처리된다. 실제 회수는 대부분 이뤄지지 않는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보전 비율이 50%인 이유는 제도 설계 당시의 타협 때문이다. 100%를 요구하면 회사가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없다는 업계 의견이 반영됐다. 그 결과 가입자는 처음부터 절반의 위험을 떠안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게 된다. 계약서에 그렇게 적혀 있지만 그 의미를 이해하고 가입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회사 단위의 보전 비율을 지켜도 개인이 안전한 것은 아니다. 회사 전체 기준으로 50%를 맞췄더라도 개별 고객의 납입 내역이 보전기관에 누락되거나 실제보다 적게 신고돼 있으면, 그 사람이 받는 보상금은 줄어든다. 본인 명의 납입액이 정확히 신고돼 있는지는 가입자가 직접 확인해야 한다.
감독 권한의 위치도 원인이다. 상조는 금융상품이 아니어서 금융당국의 건전성 감독을 받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거래 공정성과 정보공개를 다루는 기관이지 재무 건전성을 상시 관리하는 기관이 아니다. 11조원의 자금이 그 사이에 놓여 있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2010년 9월 18일 개정 할부거래법 시행으로 상조가 선불식 할부거래로 규정되면서 등록제, 선수금 보전 의무, 정보공개 의무가 도입됐다. 2016년 1월 25일 시행 개정법은 자본금 요건을 15억원으로 높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분기마다 선불식 할부거래업체의 등록·변경사항과 선수금·보전비율을 공개하고, 폐업 업체 가입자를 위해 '내상조 그대로' 대체서비스를 운영한다.
2026년 5월 선수금 보호를 강화하는 할부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폐업 정보를 신속히 공개해 가입자가 빨리 대응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배주주·특수관계인에 대한 자금 대여 제한도 검토하고 있다.
보전 비율 50%는 그대로다. 보전 방법과 보전기관이 한 곳에 집중돼 있으면 그 기관이 부실해질 때 전체가 흔들린다. 무엇보다 회사의 지급여력을 상시 감독하는 주체가 없다는 구조는 개정안 논의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최종 부담이용자·소비자·공적 구제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상조 계약은 가입할 때가 아니라 몇 년 뒤에 결과가 나온다. 지금 확인할 것과 문제가 생겼을 때 할 것을 나눠 정리한다.
지금 확인할 것
- 공정거래위원회 누리집(ftc.go.kr)의 선불식 할부거래사업자 정보공개에서 가입한 회사의 등록 여부, 선수금 규모, 선수금 보전비율, 지급여력비율을 확인한다. 분기마다 갱신된다.
- 본인이 낸 금액이 보전기관에 정확히 신고돼 있는지 확인한다. 회사 전체가 50%를 맞췄어도 개인 납입 내역이 누락되면 보상금이 줄어든다. 보전기관은 계약서에 적힌 은행 또는 공제조합이다.
- 계약서에서 총 납입금액, 납입 기간, 제공되는 장례 서비스의 구체적 내용, 중도 해지 시 환급률을 확인한다. 환급률은 납입 회차별로 다르다.
- 결합상품으로 가입한 경우 상조 부분과 가전제품 등 다른 부분의 금액이 계약서에서 구분돼 있는지 본다. 구분되지 않으면 해지 시 환급 계산이 불리해질 수 있다.
- 회사가 폐업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오래전 가입한 계약이 있다면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에서 그 회사가 아직 등록돼 있는지 확인한다.
일이 생겼을 때
- 가입한 회사가 폐업하거나 등록이 말소되면 보전기관에 피해보상금을 청구한다. 지급액은 납입한 금액의 50%다. 청구하지 않으면 지급되지 않는다.
- 보상금 대신 계약을 이어가려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내상조 그대로' 대체서비스를 이용한다. 다른 회사에서 기존 납입금을 인정받아 계약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 중도 해지는 할부거래법에 따라 언제든 가능하다. 회사가 해지를 거절하거나 법정 환급률보다 적게 지급하면 그 자체가 위법이다.
- 회사가 선수금 보전 의무를 위반한 정황이 있으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다. 보전비율 미달은 공표 대상이다.
어디에 신고하나
- 공정거래위원회 누리집(ftc.go.kr) 신고센터. 선불식 할부거래업자의 법 위반 행위를 접수한다.
- 한국소비자원 1372 소비자상담센터(ccn.go.kr). 해약환급금 분쟁과 피해구제를 상담한다.
- 관할 시·도청 소비자 담당 부서. 선불식 할부거래업 등록과 등록말소는 시·도가 처리한다.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 01
가입한 회사의 선수금 보전비율을 최근에 확인한 적이 있는가.
- 02
내가 낸 금액이 보전기관에 정확히 신고돼 있는지 확인했는가.
- 03
회사가 폐업하면 낸 돈의 절반만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고 가입했는가.
- 04
가전제품이나 여행상품을 함께 준다는 결합 조건에 끌려 계약하고 있지 않은가.
- 05
몇 년째 납입만 하고 회사의 존속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있지 않은가.
상설 확인 창구
- 금융민원·분쟁조정금융감독원 1332 · fcsc.kr
- 내 계좌 조회·일괄 지급정지어카운트인포 payinfo.or.kr
- 내 명의 휴대전화 조회엠세이퍼 msafer.or.kr
- 내 보험 전체 조회내보험 찾아줌 cont.insure.or.kr
- 기업 공시 확인전자공시시스템 dart.fss.or.kr
- 금융소비자 정보포털파인 fine.fss.or.kr
05 · 필자의 결론
이 문제의 핵심은 사기가 아니라 제도 설계다. 선수금의 절반만 보전하도록 정한 순간, 가입자는 나머지 절반의 위험을 감수하는 계약 당사자가 됐다. 시장은 그 조건 위에서 11조원까지 커졌고, 가입자는 1,131만 명이 됐다. 규모가 금융업에 이르렀는데 감독은 거래 공정성과 정보공개에 머물러 있다. 회사가 망한 뒤 절반을 돌려주는 제도보다, 망하기 전에 지급여력을 확인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제도가 먼저 필요하다. 2026년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개정안이 그 지점까지 가는지가 관건이다.
이 사건과 관련된 금융상품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