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핵심 요약 · 90초
가상자산 거래소를 표방했지만 실제로 판 것은 계좌였다. 600만원을 내고 계좌를 하나 열면 1,800만원어치를 돌려준다고 했다. 1년 남짓한 기간에 5만명이 넘는 사람이 이 약속에 돈을 냈고, 그 돈은 뒤에 들어온 사람의 돈이었다.
브이글로벌은 2020년부터 2021년 7월까지 가상자산 거래소의 외형을 갖추고 영업했다. 핵심 상품은 거래가 아니라 계좌였다. 600만원짜리 계좌를 최소 한 개 이상 개설하면 자체 발행한 가상자산 브이캐시로 원금의 300%를 돌려준다고 약속했다. 계좌를 산 사람이 다른 사람을 데려오면 수당이 붙었고, 직급이 오를수록 수당이 커졌다. 신규 가입자의 돈으로 기존 가입자에게 지급하는 구조였고, 자금 유입이 끊기자 무너졌다. 경찰은 2021년 3월 수사에 착수해 7월 대표를 구속했다.
경찰청 집계 기준으로 피해자는 5만 2,000여명, 수신 금액은 2조 2,400억원이다. 수사 초기 언론 보도에서는 확인된 피해자 7만여명, 피해액 4조원에 육박한다는 추산도 나왔다. 경찰청은 2021년 한 해 가상자산 관련 불법행위 피해액이 3조원을 넘었다고 밝혔는데, 그 대부분이 이 사건에서 나왔다. 수원지방법원은 2022년 2월 11일 대표 이모씨에게 징역 22년과 추징 1,064억원을 선고했다. 수원고등법원은 2022년 9월 22일 이를 파기하고 징역 25년과 100억원 몰수를 선고했다. 대법원 3부는 2023년 1월 12일 상고를 기각해 징역 25년을 확정했다. 다만 사기로 얻은 이익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추징은 인정되지 않았다. 함께 기소된 운영진 3명에게는 징역 4년에서 14년이 선고됐다.
피해 회복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2022년 7월 이 사건과 관련해 3,200억원을 추징보전했다고 밝혔지만, 2022년 4월 기준 법인 계좌에 실제로 남아 있던 돈은 약 120억원이었다. 관계사를 통해 범죄수익 일부가 빠져나간 혐의로 2023년 7월 별도 기소가 이어졌고, 2025년 9월 14일에는 하위 조직 공범들에 대한 선고가 있었다.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벌칙을 강화하는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논의됐으나 처리되지 않았다. 같은 방식의 사건은 계속 나오고 있다. 2026년 7월 검찰은 다른 코인 다단계 사건을 처리하면서 이 사건을 모방한 범행으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약 8분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이 사건의 구조는 가상자산과 무관하다. 브이캐시는 계산 단위로 쓰였을 뿐이다.
계좌를 산다
회원이 되려면 600만원짜리 계좌를 최소 한 개 개설해야 한다. 이 돈은 투자금이 아니라 가입비 성격이다. 계좌 수가 많을수록 받을 수 있는 수익과 수당이 커지므로, 여러 개를 사도록 유도된다.
→3배를 약속받는다
회사는 자체 발행한 브이캐시로 원금의 300%를 지급한다고 약속했다. 가격을 정하는 쪽과 지급하는 쪽이 같으면 그 약속은 언제든 조정될 수 있다.
→사람을 데려오면 수당이 붙는다
가입자를 소개하면 수당이 지급되고, 직급이 올라가면 하위 조직의 실적에서도 수당이 나온다. 이 단계에서 회원은 투자자가 아니라 모집인이 된다. 형사 책임의 경계도 여기서 흐려진다.
→신규 자금이 끊기면 무너진다
지급 재원은 사업 수익이 아니라 새로 들어온 가입비다. 신규 가입이 줄면 지급이 지연되고, 지연이 알려지면 신규 가입이 더 줄어든다. 이 구조는 반드시 무너지며, 마지막에 들어온 사람이 가장 많이 잃는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법이 이 구조를 정면으로 겨냥하지 못했다.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은 1999년에 만들어졌고, 제6조의 벌칙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2조원대 사건에 적용하기에는 형량이 낮다. 실제 중형은 유사수신법이 아니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죄로 나왔다.
돈의 흐름을 미리 볼 수 없었다. 은행이나 증권사와 달리 이런 업체는 감독당국의 상시 보고 대상이 아니다. 문제는 피해자가 신고한 뒤에야 드러난다. 이 사건에서도 영업 개시 약 1년, 수사 착수 4개월여가 지난 뒤에야 대표가 구속됐다.
회수 수단이 부족했다. 판결이 확정될 무렵 자금은 이미 여러 경로로 빠져나간 뒤였다. 추징보전 금액과 실제 남은 자금 사이의 차이가 이를 보여준다. 대법원은 이익 산정이 곤란하다는 이유로 추징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2023년 7월 제정돼 2024년 7월 19일 시행됐다. 이용자 예치금과 가상자산의 분리 보관, 시세조종과 부정거래 금지가 법에 들어갔다. 다만 이 법은 가상자산사업자의 거래 행위를 규율하는 것이지, 이 사건과 같은 다단계 자금모집 자체를 겨냥한 법은 아니다.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21년 3월부터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제도가 시행됐다. 신고하지 않은 업체의 영업은 그 자체로 처벌 대상이다. 거래 전에 신고 수리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방어 수단이 됐다.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벌칙 수준과 피해 회복 절차는 이 사건 이후에도 그대로다. 배상명령 대상 확대, 범죄수익 조기 보전, 피해자의 소송 부담 완화 같은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판결이 나오는 데 2년 가까이 걸리는 동안 자금이 흩어지는 구조 자체가 바뀌지 않았다.
최종 부담피해자·가족·생계 기반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이 유형은 피해가 발생한 뒤에는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 돈을 내기 전 단계에서 확인하는 것이 유일하게 효과적인 방법이다.
지금 확인할 것
- 인가 없이 원금 이상의 지급을 약속하고 돈을 받는 행위는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위반이다. '원금 보장', '확정 배당'이라는 말이 나오면 그 자리에서 확인해야 한다.
- 가상자산 관련 업체라면 금융정보분석원(kofiu.go.kr)에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수리 현황을 확인한다.
- 제도권 금융회사인지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에서 확인한다. 여기에 없으면 금융회사가 아니다.
- 가입비나 계좌 개설비를 내고 회원이 되는 구조인지, 다른 사람을 소개하면 수당이 붙는 구조인지 확인한다. 두 가지가 함께 있으면 다단계 또는 유사수신 규제 대상일 수 있다.
- 지급 수단으로 쓰이는 코인의 가격을 누가 정하는지 묻는다. 회사가 정한다면 그 약속은 회사의 의사에 달려 있다.
일이 생겼을 때
- 이미 돈을 냈다면 계약서, 입금 내역, 설명 자료, 대화 기록을 즉시 확보한다. 이 자료가 없으면 무엇을 약속받았는지 입증하기 어렵다.
- 다른 사람을 소개하고 수당을 받았다면 상담 단계에서 그 사실을 밝힌다. 이 유형에서는 모집에 가담한 투자자가 함께 기소된 사례가 실제로 있었다.
- 형사 고소와 별도로 재산 보전을 서두른다. 이 사건에서도 판결이 확정될 무렵 남은 자금은 피해액의 극히 일부였다.
- 소득이 적은 경우 대한법률구조공단(132, klac.or.kr)에서 무료 법률상담과 소송구조를 신청할 수 있다.
어디에 신고하나
-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 1332(3번) 또는 불법금융신고센터(fss.or.kr)에 유사수신 혐의를 신고한다.
-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 ecrm.police.go.kr 또는 112로 신고한다.
- 보이스피싱 통합신고대응센터 counterscam112.go.kr에서도 투자사기 신고를 받는다.
- 다단계 방식이면 공정거래위원회(ftc.go.kr)에서 등록 다단계판매업자인지 조회한다.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 01
돈을 넣는 대상이 상품이 아니라 '계좌'나 '자리'는 아닌가.
- 02
수익이 어디서 나오는지 회사가 숫자로 설명하고 있는가.
- 03
다른 사람을 데려오면 내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는 아닌가.
- 04
지급받는 코인의 가격을 회사가 직접 정하고 있지 않은가.
- 05
출금이 지연되거나 조건이 붙기 시작하지 않았는가.
상설 확인 창구
- 금융민원·분쟁조정금융감독원 1332 · fcsc.kr
- 내 계좌 조회·일괄 지급정지어카운트인포 payinfo.or.kr
- 내 명의 휴대전화 조회엠세이퍼 msafer.or.kr
- 내 보험 전체 조회내보험 찾아줌 cont.insure.or.kr
- 기업 공시 확인전자공시시스템 dart.fss.or.kr
- 금융소비자 정보포털파인 fine.fss.or.kr
05 · 필자의 결론
이 사건에서 확정된 형은 징역 25년이다. 국내 가상자산 관련 사건 중 가장 무거운 축에 든다. 그러나 형량과 피해 회복은 별개다. 2조 2,400억원이 모였고, 판결이 확정될 무렵 남은 돈은 그에 크게 못 미쳤다. 대법원은 이익 산정이 곤란하다며 추징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 유형의 사건에서 반복되는 문제는 처벌의 무게가 아니라 시차다. 영업이 시작되고 수사가 붙고 판결이 나오는 동안 돈은 빠져나간다. 그래서 사후 처벌보다 자금 유입 단계에서 차단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원금 이상의 지급을 약속하며 돈을 받는 행위는 이미 법으로 금지돼 있다. 그 금지가 실제로 작동하는지가 남은 질문이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
- KBS, 브이글로벌 운영진 구속…경찰 '유사수신+다단계 범죄 전형' (2021.7.2)
- 뉴시스, '2조원 사기' 브이글로벌 대표 2심서 형량 가중…징역 25년 (2022.9.22)
- 법률신문, [판결] '2조원대 가상화폐 사기 혐의' 브이글로벌 대표, 징역 25년 확정 (2023.1.13)
- 한겨레, 2조원대 '다단계 가상자산 사기' 브이글로벌 대표 징역 25년 확정 (2023.1.13)
- 연합뉴스, 가상자산 불법행위 피해액 작년 3조 넘어…검거인원도 증가 (2022.7.16)
- 경향신문, 2조원대 가상화폐 투자사기 공범들 집행유예…수억원씩 추징 (2025.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