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핵심 요약 · 90초
이 사건의 피해자는 북한이탈주민과 재외동포, 노인이 많았다. 이들은 금융회사를 이용해본 경험이 적고, 주변 사람의 소개를 신뢰의 근거로 삼는다. 사기 조직은 그 점을 정확히 겨냥해 6단계 조직을 만들고 원금의 300%를 약속했다.
QRC뱅크는 QR코드 암호화 기술로 법정화폐와 가상화폐의 송금, 환전, 결제를 함께 할 수 있는 통합 금융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내세웠다. 핀테크에 기반한 디지털 은행이라는 표현을 썼다. 실제로는 그런 사업이 확정되거나 실현되지 않은 상태였다. 자체 발행한 코인을 주고 원금의 300%를 벌게 해주겠다며 2019년 말부터 투자금을 모았다. 새로 데려온 사람의 투자금이 먼저 들어온 사람의 수당이 되는 구조였고, 유입이 멈추면 지급도 멈추게 돼 있었다. 법원은 이 사업이 확정되지도 실현되지도 않은 구상에 불과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기소한 피해 규모는 피해자 5,400여명, 피해액 2,200억원이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피해자가 5,000여명으로 파악됐고, 피해자들은 전체 피해가 7,000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대표 고씨는 서울중앙지법에서 2023년 2월 9일 1심 징역 10년, 2023년 8월 3일 2심 징역 10년과 추징 약 130억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3부는 2023년 11월 30일 상고를 기각해 징역 10년과 추징금 129억 8,600만원을 확정했다. 임원 안씨는 징역 5년과 추징금 3억 4,600만원, 다른 임원 김씨는 징역 2년 6개월을 받았다. QRC뱅크, QRC코리아, 월드체인 등 법인에도 양벌규정에 따라 각각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검찰은 자산 추적으로 130억원을 환수했다.
같은 방식은 사라지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신고센터에 접수된 유사수신 신고와 제보는 2024년 410건이다. 금감원이 수사의뢰한 유형을 보면 신기술과 신사업 투자를 내세운 경우가 48.6%, 가상자산과 주식, 채권 등 금융상품 투자를 내세운 경우가 34.3%다. 2024년 7월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됐지만 이 법은 거래소를 통한 가상자산 거래를 대상으로 한다. 거래소 밖에서 자체 코인을 발행해 투자금을 모으는 행위는 여전히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과 형법상 사기로만 다뤄진다. 코인 발행과 공시를 규율하는 2단계 입법은 2026년 8월 현재 추진 단계에 있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약 8분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자체 코인을 앞세운 유사수신은 구조가 단순하다. 돈이 어디서 나와 어디로 가는지만 보면 된다.
코인과 사업계획서를 만든다
실제 사업 없이 코인을 발행하고 사업계획서를 만든다. 발행 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다. 이 코인은 어디에도 상장돼 있지 않거나, 국내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해외 거래소에만 있다. 그래서 가격은 회사가 제시하는 숫자가 전부다.
→원금의 몇 배를 약속한다
일정 기간 안에 원금 이상을 현금과 코인으로 돌려주겠다고 한다. QRC뱅크는 원금의 300%를 제시했다. 어떤 사업에서 그 수익이 나오는지는 신기술이라는 말로 대체한다.
→새 투자금으로 먼저 온 사람에게 준다
실제 수익이 없으므로 지급 재원은 새로 들어온 투자금뿐이다. 초기 참여자는 실제로 돈을 받는다. 그 사실이 다음 사람을 설득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된다.
→유입이 멈추면 전부 멈춘다
새 투자금이 줄어드는 순간 지급이 끊긴다. 이때 남은 것은 값이 없는 코인뿐이다. 마지막에 들어온 사람일수록 잃는다. 이 구조는 처음부터 다수의 피해자가 나오도록 짜여 있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가상자산이라는 형식이 확인을 어렵게 만들었다. 예금이나 펀드라면 어느 금융회사의 상품인지 확인할 수 있다. 자체 발행 코인은 발행 주체가 회사 자신이고, 가격을 매기는 주체도 회사다. 투자자가 검증할 수 있는 외부 기준이 없다.
다단계 조직은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든다. 자기 돈을 넣은 사람이 다음 사람을 데려오면서 수당을 받고, 수사가 시작되면 그 사람도 조사 대상이 된다. 그래서 초기에 신고하지 않고 버티는 경우가 많다.
취약계층을 고른 것은 우연이 아니다. 금융 경험이 적고 정보를 확인할 통로가 좁으며 공동체 안의 신뢰가 강한 집단일수록 이 방식이 잘 작동한다. 같은 이유로 피해 회복도 어렵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금융감독원은 불법사금융신고센터를 통해 유사수신 신고와 제보를 받아 혐의가 구체적인 사건을 수사의뢰한다. 수사의뢰 건수는 2020년 58건, 2021년 61건, 2022년 65건으로 늘었고, 2024년에는 유사수신 신고와 제보가 410건 접수됐다. 우수 제보자에게는 포상금을 지급한다.
경찰은 가상자산 관련 불법행위를 특별단속 대상으로 삼아왔다. 2021년 한 해 가상자산 관련 불법행위 피해액은 3조원을 넘었고 검거인원은 1,976명이었다. 검찰은 이 사건에서 자산을 추적해 확정된 추징금 전액을 환수했다.
2024년 7월 19일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거래소 이용자의 예치금과 가상자산 보호,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처벌, 사업자 감독을 규정한 1단계 입법이다. 코인의 발행과 공시, 유통을 규율하는 2단계 입법은 2026년 8월 현재 추진 중이다. 그때까지 거래소 밖에서 자체 코인을 발행해 돈을 모으는 행위는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과 형법상 사기로만 다뤄진다. 유사수신행위법의 법정형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최종 부담피해자·가족·생계 기반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유사수신은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걸러내는 것 외에 확실한 대응이 없다. 돈이 나간 뒤에는 회수가 거의 되지 않는다.
지금 확인할 것
- 그 업체가 금융회사인지 확인한다.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에서 제도권 금융회사 조회를 하면 등록된 회사인지 알 수 있다. 등록되지 않은 곳이 원금이나 수익을 보장한다면 그 자체가 위법이다.
- 약속한 수익이 어떤 사업에서 나오는지 문서로 확인한다. 신기술, 인공지능, 블록체인 같은 단어만 있고 매출 구조가 없으면 수익의 원천은 다른 투자자의 돈일 가능성이 높다.
- 코인이 어디에 상장돼 있는지 확인한다. 국내 원화 거래소에 없고 이름을 들어본 적 없는 해외 거래소에만 있다면 가격을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 사람을 데려오면 수당을 준다는 조건이 있는지 확인한다. 이 조건이 있으면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이 금지하는 다단계 구조일 가능성이 있다.
일이 생겼을 때
- 이미 돈을 넣었다면 송금 내역, 계약서, 홍보자료, 대화 기록을 즉시 보관한다. 조직은 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을 닫는 방식으로 증거를 없앤다.
- 지인을 데려온 적이 있다면 그 사실도 함께 정리한다. 다단계 유사수신에서는 모집에 관여한 피해자도 조사 대상이 된다. 먼저 신고하고 경위를 밝히는 편이 낫다.
-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사기죄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 함께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형사 고소와 별도로 민사상 반환 청구를 검토한다.
어디에 신고하나
-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신고센터에 신고한다. 전화는 1332이고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서도 접수할 수 있다.
- 경찰 신고는 경찰청 온라인 접수 사이트(ecrm.police.go.kr)에서 할 수 있다.
- 보이스피싱과 투자사기를 함께 다루는 통합신고대응센터(counterscam112.go.kr)에도 접수할 수 있다.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 01
원금이 보장된다거나 원금의 몇 배를 벌게 해준다는 말을 듣고 있지 않은가.
- 02
사람을 데려오면 수당을 준다는 조건이 붙어 있지 않은가.
- 03
그 회사가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제도권 금융회사인지 확인했는가.
- 04
받은 코인의 가격을 회사 말고 다른 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가.
- 05
지금 넣지 않으면 자격이 없어진다는 말을 듣고 있지 않은가.
상설 확인 창구
- 금융민원·분쟁조정금융감독원 1332 · fcsc.kr
- 내 계좌 조회·일괄 지급정지어카운트인포 payinfo.or.kr
- 내 명의 휴대전화 조회엠세이퍼 msafer.or.kr
- 내 보험 전체 조회내보험 찾아줌 cont.insure.or.kr
- 기업 공시 확인전자공시시스템 dart.fss.or.kr
- 금융소비자 정보포털파인 fine.fss.or.kr
05 · 필자의 결론
이 사건에서 확정된 형은 징역 10년이고 환수된 범죄수익은 130억원이다. 그러나 검찰이 기소한 피해액은 2,200억원이다. 회수된 돈은 피해액의 6% 남짓이다. 유사수신 사건의 실체는 여기 있다. 처벌은 이뤄지지만 돈은 대부분 돌아오지 않는다. 이미 다른 사람의 수당으로 지급됐거나 소비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유형의 범죄에서는 사후 처벌보다 사전 차단이 유일하게 유효한 대응이다. 그리고 조직이 북한이탈주민과 재외동포, 노인을 고른 것은 그들이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확인할 통로가 없는 사람을 고르면 사업이 없어도 사업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확인 통로를 넓히는 일이 처벌 수위를 높이는 일보다 앞선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