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비율
제일모직 1 : 삼성물산 0.35
국민연금 지분
삼성물산 11.21%
주총 찬성률
69.53%
국가 배상 지급
746억원 (메이슨)

01 · 핵심 요약 · 90초

국민연금은 국민이 낸 보험료로 주식을 산다. 2015년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고, 한 건의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 표 하나를 둘러싸고 형사재판 두 건, 국제중재 두 건, 민사소송 한 건이 10년 넘게 이어졌다.

2015년 5월 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제일모직 1주에 삼성물산 0.35주를 주는 비율로 합병하기로 결의했다. 삼성물산 지분 11.21%를 가진 최대주주 국민연금공단은 합병에 찬성했다. 이 결정은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부의되지 않고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에서 이뤄졌다. 2015년 7월 17일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는 찬성률 69.53%로 합병안을 가결했다. 의결권 있는 주식의 참석률은 83.57%였다.

얼마나 큰 사건인가

합병에 반대한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메이슨캐피털은 2018년 각각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을 제기했다. 엘리엇은 정부의 개입으로 약 7억 7,000만 달러, 원화 약 1조 1,00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는 2023년 6월 엘리엇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약 1,300억원 지급을 판정했고, 2024년 4월에는 메이슨에 438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정부는 2025년 7월 메이슨에 총 746억원을 지급했다. 국민연금 자신도 2024년 9월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삼성물산 등 9인을 상대로 약 5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왜 지금 중요한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2022년 4월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됐다. 반면 이재용 회장 등이 미래전략실 주도로 합병을 계획·추진하고 회계 부정과 부정거래를 저질렀다는 혐의는 2025년 7월 17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두 결론이 갈린 상태에서 국민연금의 손해배상 소송은 2026년 3월 19일 첫 변론이 열렸고 6월 4일 두 번째 변론이 이어졌다. 엘리엇 중재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9

합병비율은 주가로 정해졌다

2015년 5월 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을 결의했다. 비율은 제일모직 1주당 삼성물산 0.35주였다. 삼성물산 주주는 자기 주식 1주를 내주고 제일모직 주식 0.35주를 받는다는 뜻이다.

이 비율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76조의5에 따라 계산됐다. 상장법인 간 합병에서는 합병을 결정하기 전 일정 기간의 주가를 평균한 기준시가로 합병가액을 정한다. 회사의 자산이나 수익성을 따로 평가하지 않는다.

삼성물산은 건설과 상사를 하는 회사였고 여러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었다. 제일모직은 패션과 급식, 리조트 사업을 했다. 자산 규모로 보면 삼성물산이 컸지만 주가로 계산한 비율은 반대 방향이었다.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주식을 사들인 뒤 이 비율이 부당하다며 반대했다. 법원에 주주총회 소집 금지 등을 요구하는 가처분을 냈으나 기각됐다.

국민연금의 찬성표

국민연금공단은 삼성물산 지분 11.21%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동시에 제일모직 주주이기도 했다. 이 합병의 승인 여부를 사실상 결정할 수 있는 위치였다.

국민연금은 논란이 큰 안건을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안건은 전문위원회에 부의되지 않았고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가 찬성을 결정했다.

2015년 7월 17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계약서 승인의 건은 찬성률 69.53%로 가결됐다. 참석률은 83.57%였다. 제일모직 주주총회에서는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합병에 반대한 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삼성물산이 제시한 매수청구가격은 1주당 5만 7,234원이었다.

두 갈래로 갈린 재판

국정농단 사건 수사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외부 압력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2022년 4월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을 확정했다. 국민연금에 불리한 합병비율인데도 찬성을 유도해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 홍 전 본부장의 유죄 이유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은 2020년 9월 별도로 기소됐다.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미래전략실을 통해 합병을 계획·추진하고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회계 부정을 저질렀다는 혐의였다.

1심은 2024년 2월 5일, 2심은 2025년 2월 3일 모두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2025년 7월 17일 무죄를 확정했다.

같은 합병을 두고 국민연금 쪽 인사에게는 유죄가, 삼성 쪽 인사에게는 무죄가 확정된 상태가 됐다.

국제중재와 세금

엘리엇과 메이슨캐피털은 2018년 각각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국제투자분쟁을 제기했다. 정부가 국민연금에 압력을 행사해 손해를 입혔다는 주장이었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는 2023년 6월 엘리엇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약 1,300억원 지급을 판정했다. 정부는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소송을 냈고, 2026년 2월 관할권 문제로 승소했다. 이후 환송된 중재절차가 다시 진행됐다.

메이슨 사건에서는 2024년 4월 중재판정부가 한국 정부에 438억원과 지연이자 지급을 명했다. 정부는 싱가포르 법원에 취소소송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2025년 7월 총 746억원을 지급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소멸시효 만료를 약 10개월 앞둔 2024년 9월 13일 이재용 회장, 삼성물산 법인,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문형표 전 장관, 홍완선 전 본부장 등 9인을 상대로 약 5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는 2026년 3월 19일 첫 변론을 열었다.

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합병비율을 무엇으로 정하느냐가 이 사건의 출발점이다.

01 · 단계

주가로 합병가액을 정한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76조의5는 상장법인 간 합병에서 합병가액을 기준시가로 정하도록 한다. 기준시가는 합병 결정 이전 일정 기간의 주가를 평균한 값이다. 회사가 실제로 가진 자산이나 벌어들이는 이익은 계산에 들어가지 않는다.

02 · 단계

주가는 관리될 수 있다

합병하려는 회사가 자기 주가를 낮게, 상대 회사 주가를 높게 만들 유인이 생긴다. 배당을 줄이거나 실적 발표 시점을 조정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이런 행위 하나하나가 위법인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03 · 단계

최대주주의 표가 결과를 만든다

합병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이다.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지분 11.21%를 가진 최대주주가 어느 쪽에 서느냐가 결과를 좌우한다.

04 · 단계

국민연금의 손해가 국민의 손해가 된다

국민연금은 국민이 낸 보험료로 주식을 산다. 불리한 비율의 합병에 찬성하면 기금 자산이 줄어든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가 제기한 국제중재에서 정부가 패소하면 그 배상금은 세금으로 지급된다. 손해가 두 번 발생하는 구조다.

누가 내고 누가 최종 손실을 부담했는가
정보누가 무엇을 언제 알았고 설명했는가
책임계약·공시·통제·감독의 빈틈은 어디였는가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합병가액 산정 규정이 주가 하나에 의존했다. 계열사 간 합병에서도 외부 평가기관의 평가가 의무가 아니었고, 이사회가 왜 그 비율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는지 설명할 의무도 없었다. 규정을 그대로 지키면 어떤 비율이 나오든 위법이 아니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절차가 압력에 노출돼 있었다. 논란이 큰 안건을 외부 전문가에게 넘길 수 있는 장치가 있었지만 의무가 아니었다. 이 안건은 그 장치를 거치지 않고 내부에서 결정됐다.

국내 절차에서 정리되지 않은 문제가 국제중재로 넘어갔다. 국내 형사재판에서 삼성 쪽 인사에게 무죄가 확정된 것과 별개로, 중재판정부는 정부의 개입 사실을 인정해 배상을 명했다. 국내 판단과 국제 판단이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았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감독당국

금융위원회는 2024년 11월 19일 인수합병 제도 개선을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고 11월 26일부터 시행했다. 합병 시 이사회가 합병의 목적과 기대효과, 합병가액 등 거래조건의 적정성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해 공시하도록 의무화했다. 계열사 간 합병의 경우 외부평가기관을 선정할 때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의 동의를 받도록 했고, 합병가액 산정과 외부평가를 같은 기관이 동시에 수행하는 것을 금지했다.

국회와 정부

계열사 간 합병가액을 공정가액으로 정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2026년 5월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국민연금은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고 이후 의결권 행사 기준과 공개 범위를 넓혔다.

남은 과제

국민연금이 특정 안건을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반드시 넘기도록 하는 기준은 여전히 내부 규정에 맡겨져 있다. 국제중재에서 지급한 746억원에 대한 구상권 행사 여부도 정해지지 않았다. 합병으로 손해를 본 소액주주가 개별적으로 배상을 받은 사례도 확인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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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합병은 주주총회 안건으로 공시된다. 반대할 권리와 주식을 팔 권리가 법에 정해져 있다.

01

지금 확인할 것

  • 전자공시시스템 DART(dart.fss.or.kr)에서 주요사항보고서의 '회사합병 결정'을 찾는다. 합병비율과 그 산출 근거, 외부평가기관의 평가의견이 여기에 들어 있다.
  • 2024년 11월 26일 이후 공시된 합병에는 이사회 의견서가 첨부된다. 이사들이 합병가액이 적정하다고 본 이유와 반대 의견이 있었는지를 확인한다.
  • 합병 발표 전 몇 달간 두 회사의 주가 흐름을 비교한다. 합병가액은 발표 직전 주가를 기준으로 계산되므로 그 기간의 주가가 결과를 좌우한다.
  • 주식매수청구가격과 현재 주가를 비교한다. 청구가격이 더 높다면 반대 의사를 밝히고 매수를 청구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홈페이지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02

일이 생겼을 때

  • 합병에 반대하려면 주주총회 전에 회사에 서면으로 반대 의사를 통지해야 한다. 통지하지 않으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 주식매수청구권은 상법 제522조의3과 자본시장법 제165조의5에 따른 권리다. 주주총회 결의일부터 20일 이내에 서면으로 청구한다.
  • 회사가 제시한 매수가격에 동의할 수 없으면 법원에 매수가격 결정을 신청할 수 있다. 매수 청구 뒤 30일 안에 협의가 되지 않은 경우다.
  • 합병 절차에 위법이 있으면 합병 등기일부터 6개월 안에 합병무효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03

어디에 신고하나

  • 합병 공시의 허위나 누락이 의심되면 금융감독원 1332 또는 e-금융민원센터(fcsc.kr)에 접수한다.
  • 불공정거래나 시세조종이 의심되면 금융감독원 홈페이지(fss.or.kr)의 증권 불공정거래 신고 창구를 이용한다.
  •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관한 의견은 국민연금공단 고객센터 1355로 문의할 수 있다.
스스로에게 물을 질문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1. 01

    합병 발표 직전 몇 달간 한쪽 회사의 주가만 눈에 띄게 낮아지지 않았는가.

  2. 02

    합병비율의 근거가 주가뿐이고 자산이나 수익성 평가가 없지 않은가.

  3. 03

    이사회 의견서에 반대 의견이 하나도 적혀 있지 않은가.

  4. 04

    주식매수청구가격이 최근 주가나 순자산가치보다 낮게 제시되지 않았는가.

  5. 05

    합병 결과 특정 개인이나 가족의 지배력이 커지는 구조는 아닌가.

상설 확인 창구

05 · 필자의 결론

이 사건에서 확정된 사실은 두 가지다. 국민연금에 찬성을 압박한 공무원과 기금운용책임자는 유죄가 확정됐고, 합병을 추진한 기업 쪽 인사는 무죄가 확정됐다. 그 사이 정부는 국제중재 판정에 따라 메이슨에 746억원을 지급했다. 형사재판의 결론이 어느 쪽이든 이 금액은 세금으로 나갔다. 합병비율을 주가만으로 정하도록 한 규정은 2024년에 와서야 바뀌기 시작했다. 국민연금이 논란이 큰 안건을 외부 위원회에 반드시 넘기도록 하는 기준은 아직 내부 규정에 머물러 있다. 제도가 바뀌기까지 10년이 걸렸고, 그 10년의 비용은 이미 지불됐다.
사실과 판단의 구분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확인된 사실, 감독당국의 판단, 법원의 판단과 필자의 해석은 각각 다른 기준으로 쓴다. 위 결론은 필자의 판단이며, 앞의 서술은 감독당국 발표와 판결, 공시자료를 근거로 한다. 진행 중인 절차는 확정된 것으로 쓰지 않는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