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핵심 요약 · 90초
회사가 자회사를 어떻게 분류하느냐에 따라 재무제표의 이익이 4조원 넘게 달라질 수 있다. 감독당국은 그것을 고의 분식회계라고 판단했고, 법원은 회계기준의 해석 문제라고 판단했다. 같은 숫자를 두고 두 기관이 7년 넘게 다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세웠다. 바이오젠은 에피스 지분을 49.9%까지 살 수 있는 콜옵션을 갖고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회계연도에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꿨다.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실질적 권리가 됐다는 이유였다. 이 변경으로 에피스 지분의 장부가액 2,900억원이 시장가액 4조 8,000억원으로 바뀌었고, 재무제표에 약 4조 5,000억원의 이익이 반영됐다.
증권선물위원회는 2018년 7월 이 회사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공시하지 않은 것을 고의 위반으로 보고 담당 임원 해임 권고와 감사인 지정 3년의 1차 제재를 의결했다. 같은 해 11월 14일에는 2015년 회계처리 변경을 고의 분식회계로 판단하고 대표이사·임원 해임 권고, 과징금 80억원, 재무제표 재작성 요구, 검찰 고발의 2차 제재를 의결했다. 이 회사는 2016년 11월 10일 공모가 13만 6,000원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고, 상장 당일 시가총액은 9조 5,278억원이었다. 2018년 5월 회계 논란이 불거지자 사흘 만에 시가총액 8조 5,000억원이 줄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의 부당합병·회계부정 형사 사건은 2025년 7월 17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증선위 1차 제재를 취소하라는 판결도 2025년 9월 29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과징금 80억원이 포함된 2차 제재 취소소송은 2024년 8월 1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겼고, 2025년 9월 기준 서울고법 행정4-1부에서 항소심이 진행됐다. 소액주주 352명이 2019년 4월 낸 손해배상 소송은 6년 넘게 멈춰 있다가 2025년 9월 11일 첫 변론이 열렸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약 9분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이 사건의 쟁점은 하나다. 자회사를 지배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가.
지배력이 있으면 합쳐 적는다
국제회계기준 제10호는 지배력이 있는 회사를 종속회사로 보고 연결재무제표에 자산과 부채를 그대로 합쳐 적도록 한다. 적자 자회사를 연결하면 모회사의 이익도 줄어든다.
→지배력을 잃으면 다시 평가한다
지배력을 잃으면 남은 지분을 공정가치로 다시 측정하고 그 차액을 손익에 반영한다. 장부가액이 2,900억원이던 지분을 4조 8,000억원으로 다시 적으면 그 차액이 이익이 된다. 회사가 돈을 벌어서 생긴 이익이 아니라 분류를 바꿔서 생긴 숫자다.
→콜옵션이 판단을 바꾼다
상대방이 지분 49.9%까지 살 수 있는 콜옵션을 갖고 있다면, 그 권리가 실질적인지가 지배력 판단을 좌우한다. 실질적 권리가 되는 시점을 언제로 보느냐에 따라 회계처리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증선위는 그 시점 판단이 자의적이라고 봤고, 법원은 2015년에 실질적 권리가 됐다는 회사의 판단을 인정했다.
→재무제표가 기업가치를 만든다
적자 회사가 4조 5,000억원의 이익을 적으면 자기자본이 늘어난다. 자기자본은 상장 요건이자 합병비율 산정의 근거가 된다. 그래서 이 회계처리는 상장 심사와 계열사 합병 문제로 이어졌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국제회계기준은 규정 중심이 아니라 원칙 중심이다. 구체적 숫자를 정해 놓지 않고 회사가 경제적 실질을 판단해 적용하도록 한다. 판단의 폭이 넓다는 뜻이고, 같은 사실에 대해 회사와 감독당국의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감독당국이 판단을 뒤집으려면 그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증선위가 제시한 근거만으로 고의 분식회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원칙 중심 기준에서 회계 부정을 제재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 사례다.
그 사이 손해를 본 것은 주가 변동을 겪은 투자자다. 2018년 5월 회계 논란이 불거졌을 때 사흘 만에 시가총액 8조 5,000억원이 줄었다. 그 손해에 대한 소송은 형사와 행정 사건이 끝날 때까지 6년 넘게 진행되지 못했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 사건 이후 회계감리 절차와 감사인 지정 제도를 운영해 왔다. 다만 이 사건에서 내려진 두 차례 제재 가운데 1차 제재는 2025년 9월 대법원에서 취소가 확정됐다. 같은 사안을 나눠 두 번 제재한 방식 자체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원칙 중심 회계기준에서 회사의 판단과 감독당국의 판단이 갈릴 때 이를 사전에 조정할 절차가 없다. 회사가 중요한 회계정책을 바꾸기 전에 감독당국의 의견을 구하고 그 내용을 공시하도록 하는 장치는 아직 제도화되지 않았다.
투자자 손해배상 소송이 형사·행정 사건 결과를 기다리며 6년 이상 멈춰 있었다. 관련 사건의 결론을 기다리는 것과 소멸시효 사이에서 투자자가 불리해지지 않도록 하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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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회계처리 방식이 바뀌었다는 사실은 재무제표 주석에 반드시 적혀 있다. 읽는 방법만 알면 확인할 수 있다.
지금 확인할 것
- 전자공시시스템 DART(dart.fss.or.kr)에서 사업보고서를 열고 연결재무제표 주석의 '종속기업 및 관계기업' 항목을 본다. 자회사가 종속기업에서 관계기업으로 바뀌었다면 그 사유가 적혀 있다.
- 손익계산서에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의 차이를 본다. 영업이익은 적은데 당기순이익이 크게 늘었다면 영업 외의 평가이익이 들어간 것이다. 그 내역은 주석에 있다.
- 감사보고서의 감사의견과 강조사항, 핵심감사사항을 확인한다. 회계처리 판단에 논란이 있으면 회계법인이 이 부분에 기재한다.
- 감사인 지정을 받았는지 확인한다. 회계 위반이 있었거나 재무 상태에 문제가 있을 때 금융감독원이 감사인을 직접 정하는 제도다.
일이 생겼을 때
- 회계 부정으로 손해를 봤다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62조와 제170조에 따라 회사와 회계법인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 청구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사업보고서 제출일부터 3년 안에 해야 한다. 형사나 행정 사건 결과를 기다리다 이 기간을 넘기면 청구할 수 없다.
- 같은 피해자가 50명 이상이면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에 따른 집단소송을 검토한다. 법원의 소송 허가 결정을 먼저 받아야 하며 이 절차에만 수년이 걸린다.
- 회계 부정이 의심되면 금융감독원 회계부정 신고 제도를 이용한다. 확인되면 포상금이 지급될 수 있다.
어디에 신고하나
- 금융감독원 1332로 상담하거나 e-금융민원센터(fcsc.kr)에 접수한다.
- 회계 관련 신고는 금융감독원 홈페이지(fss.or.kr)의 회계부정 신고 창구를 이용한다.
- 상장회사의 공시와 제재 내역은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krx.co.kr)에서 확인한다.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 01
영업으로 번 돈이 없는데 당기순이익이 크게 늘어난 해가 있지 않은가.
- 02
자회사의 분류가 바뀐 해에 자기자본이 급격히 늘어나지 않았는가.
- 03
그 회계 변경이 상장이나 합병 직전에 이뤄지지 않았는가.
- 04
재무제표 주석에서 콜옵션이나 풋옵션 같은 계약 조건을 확인했는가.
- 05
회사가 감사인 지정을 받았거나 감리를 받고 있다는 공시가 있지 않은가.
상설 확인 창구
- 금융민원·분쟁조정금융감독원 1332 · fcsc.kr
- 내 계좌 조회·일괄 지급정지어카운트인포 payinfo.or.kr
- 내 명의 휴대전화 조회엠세이퍼 msafer.or.kr
- 내 보험 전체 조회내보험 찾아줌 cont.insure.or.kr
- 기업 공시 확인전자공시시스템 dart.fss.or.kr
- 금융소비자 정보포털파인 fine.fss.or.kr
05 · 필자의 결론
감독당국은 4조 5,000억원의 회계 변경을 고의 분식회계로 판단했고, 법원은 그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형사 재판에서도 무죄가 확정됐다. 여기까지가 확정된 사실이다. 남는 문제는 그 결론에 도달하는 데 7년이 걸렸다는 점이다. 그 사이 주가는 크게 오르내렸고, 손해를 본 주주 352명의 소송은 6년 넘게 열리지 못했다. 회계기준의 해석이 갈릴 수 있다면 그 해석을 사전에 확인할 절차가 있어야 한다. 사후에 제재하고 사후에 취소하는 방식은 회사에도 투자자에게도 비용만 남긴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