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직전 매도액
2조 4,400억원
코스피 하락폭
약 50포인트
도이치 측 이익
448억 7,800만원
국내 투자자 손실
약 1,400억원

01 · 핵심 요약 · 90초

주식시장의 마지막 10분은 하루의 종가를 정하는 시간이다. 그 종가로 수천억원 규모의 옵션 손익이 확정된다. 2010년 11월 11일 그 10분에 2조 4,400억원의 매도 주문이 들어왔고, 이 사건의 형사재판은 13년 뒤 무죄로 끝났다.

2010년 11월 11일은 코스피200 지수옵션의 최종거래일이었다. 이날 오후 2시 50분경부터 장 마감까지 10분 동안 도이치증권 창구를 통해 2조 4,400억원 규모의 주식 매도 주문이 들어왔다. 코스피 지수는 약보합에서 약 50포인트 급락한 채 마감했다. 도이치은행 홍콩지점은 지수가 떨어지면 이익이 나는 풋옵션을 미리 사둔 상태였다. 이 거래에서 448억 7,800만원의 이익이 발생했고, 반대 방향에 있던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은 약 1,400억원으로 집계됐다.

얼마나 큰 사건인가

증권선물위원회는 2011년 1월 특별조사 결과를 근거로 외국인 4명과 한국인 1명, 도이치은행과 한국도이치증권을 검찰에 고발했다. 한국도이치증권에는 일부 영업정지 6개월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한국도이치증권 법인과 박모 전 상무를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했다. 2016년 1월 1심은 박 전 상무에게 징역 5년, 법인에 벌금 15억원과 추징금 약 11억 8,0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2023년 12월 21일 상고를 기각해 무죄를 확정했다.

왜 지금 중요한가

형사재판은 무죄로 끝났지만 손실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외국계 헤지펀드 에버레스트 캐피탈 소속 펀드 7곳이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도 2023년 12월 21일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사건 발생부터 마지막 판결까지 13년이 걸렸다. 그사이 종가 결정 방식과 프로그램매매 신고 제도는 여러 차례 손질됐지만, 마지막 10분에 대량 주문이 집중될 수 있는 구조 자체는 남아 있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8

그날의 마지막 10분

2010년 11월 11일 오후, 코스피는 약보합권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이날은 코스피200 지수옵션의 최종거래일이었다. 서울에서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오후 2시 30분을 지나면서 선물과 연계된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나오기 시작했다. 2시 50분부터는 장 마감까지 종가를 결정하는 동시호가 시간이다. 이 10분 동안 도이치증권 창구를 통해 2조 4,400억원 규모의 매도 주문이 접수됐다.

코스피 지수는 약 50포인트 하락한 채 마감했다. 코스피200 지수도 함께 내려갔고, 그 종가로 그날 만기가 된 모든 옵션의 손익이 확정됐다.

반대편에는 풋옵션이 있었다

도이치은행 홍콩지점은 그전에 코스피200 풋옵션을 대량으로 매수해둔 상태였다. 풋옵션은 지수가 정해진 수준보다 아래로 내려가면 그 차이만큼 돈을 받는 계약이다.

지수가 떨어질수록 풋옵션의 값은 커진다. 이날 지수 하락으로 도이치 측이 얻은 이익은 448억 7,800만원으로 산정됐다.

반대 방향에 있던 투자자들은 손실을 봤다. 지수가 오르거나 유지되면 이익이 나는 콜옵션을 산 사람들, 풋옵션을 판 사람들이다. 개인투자자를 포함한 국내 투자자의 손실은 약 1,4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루 만에 계좌가 사라진 사례가 나왔다.

행정제재는 두 달 만에 나왔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은 특별조사팀을 꾸렸다. 증권선물위원회는 2011년 1월 조사 결과를 의결했다.

외국인 4명과 한국인 1명, 도이치은행과 한국도이치증권이 검찰에 고발됐다. 한국도이치증권에는 일부 영업정지 6개월 처분이 내려졌다. 국내에서 외국계 증권사가 받은 제재로는 이례적인 수위였다.

쟁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풋옵션을 미리 사두고 현물을 대량 매도한 것이 시세를 인위적으로 움직이려는 의도였는지다. 다른 하나는 만기일 프로그램매매를 거래소에 사전 보고해야 하는 절차를 제대로 지켰는지다.

1심 유죄, 2심 무죄, 13년 뒤 확정

검찰은 한국도이치증권 법인과 박모 전 상무를 기소했다. 법인은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됐다. 홍콩과 영국에 있던 외국인 관련자들은 국내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2016년 1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상무가 한국거래소에 사전 보고를 고의로 늦게 하는 등 시세조종에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징역 5년, 법인에는 벌금 15억원과 추징금 약 11억 8,000만원이 선고됐다.

항소심은 결론을 뒤집었다. 박 전 상무가 투기적 포지션을 구축했거나 시세조종에 필요한 착안점을 제공하는 등 범행에 본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대법원은 2023년 12월 21일 상고를 기각했다.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기소부터 확정까지 13년, 사건 발생부터는 14년이 걸렸다. 같은 날 외국계 헤지펀드가 낸 손해배상 청구도 패소가 확정됐다.

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옵션의 손익이 언제 어떻게 확정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01 · 단계

옵션은 종가로 정산된다

코스피200 지수옵션은 실물을 주고받지 않는다. 최종거래일의 코스피200 종가를 기준으로 차액을 현금으로 정산한다. 종가가 얼마인지에 따라 모든 미결제 계약의 손익이 한 번에 결정된다.

02 · 단계

종가는 마지막 10분에 정해진다

장 마감 전 10분은 동시호가 시간이다. 이 시간에 들어온 주문을 모아 하나의 가격으로 체결한다. 이 방식은 특정 시점의 가격 왜곡을 막기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그 10분에 들어오는 물량이 종가를 좌우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03 · 단계

현물을 팔면 지수가 내려간다

코스피200은 200개 종목의 가격으로 계산되는 지수다. 이 종목들을 한꺼번에 대량 매도하면 지수가 내려간다. 2조 4,400억원은 당시 하루 거래대금에 견줘 매우 큰 규모였다.

04 · 단계

풋옵션이 이익을 낸다

지수가 내려간 만큼 미리 사둔 풋옵션의 정산금이 커진다. 현물을 팔면서 본 손실보다 옵션에서 얻는 이익이 크면 전체로는 이익이 남는다. 이 구조를 만들려면 옵션 포지션을 먼저 쌓아야 한다.

누가 내고 누가 최종 손실을 부담했는가
정보누가 무엇을 언제 알았고 설명했는가
책임계약·공시·통제·감독의 빈틈은 어디였는가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현물시장과 파생상품시장이 하나의 지수로 연결돼 있다. 현물을 움직이면 파생상품의 정산 결과가 바뀐다. 두 시장의 규모 차이가 크면, 상대적으로 작은 현물 거래로도 큰 파생상품 손익을 만들 수 있다.

만기일 종가는 한 번뿐이다. 다시 계산하거나 되돌릴 수 없다. 마감 후에 이상이 발견돼도 이미 정산은 끝나 있다. 사후 조사와 제재로는 손실을 복원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시세조종의 입증이 어렵다. 대량 매도 자체는 정상적인 차익거래 청산일 수도 있다. 형사처벌을 하려면 시세를 인위적으로 움직이려는 목적이 있었음을 증거로 보여야 한다. 항소심과 대법원이 무죄로 판단한 지점이 여기다. 행정제재는 2011년에 이미 확정됐지만 형사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감독당국

증권선물위원회는 2011년 1월 한국도이치증권에 일부 영업정지 6개월 처분을 내리고 관련자와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한국거래소는 이후 만기일 프로그램매매 사전신고 제도를 손질했다. 종가 동시호가에서 매도 물량이 몰려 수급 불균형이 생길 경우 반대 주문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사후신고 절차가 도입됐고, 종가가 급변할 때 호가 접수시간을 연장하는 기준도 조정됐다.

남은 과제

종가를 마지막 10분의 동시호가로 정하는 방식은 그대로다. 사건 직후 만기일 종가를 일정 시간의 평균가격으로 산출하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국외 법인이 국외에서 포지션을 쌓고 국내 창구로 주문을 내는 구조에서는 조사와 재판의 관할도 문제가 된다. 이 사건에서 외국인 관련자들은 국내 형사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회와 정부

이 사건 이후 자본시장법에는 시장질서 교란행위 규제가 신설돼 2015년 7월부터 시행됐다. 형사처벌 요건인 목적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행위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이 규정은 사건 이후에 만들어진 것이므로 이 사건 자체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최종 부담투자자·시장가격·신뢰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파생상품 계좌를 열기 전과 만기일 전후에 확인할 것들이다.

01

지금 확인할 것

  • 옵션과 선물은 원금 이상을 잃을 수 있는 상품이다. 옵션 매도와 선물 거래는 손실이 투입 원금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계좌 개설 전에 이 점을 서면으로 확인한다.
  • 파생상품 계좌를 열려면 사전교육과 모의거래 이수, 기본예탁금 예치가 필요하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가 정한 요건이므로 절차를 건너뛰라는 권유는 정상이 아니다.
  • 코스피200 선물과 옵션의 최종거래일은 한국거래소 홈페이지(krx.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만기일 전후에는 종가 변동성이 커진다는 점을 계산에 넣는다.
  • 본인 계좌의 증거금 수준과 반대매매 기준을 확인한다. 지수가 급변하면 장 마감 후 추가 증거금 요구가 발생할 수 있다.
  • 프로그램매매 동향과 외국인 선물 순매수·순매도 규모는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data.krx.co.kr)에서 일별로 조회할 수 있다.
02

일이 생겼을 때

  • 시세조종으로 손해를 입었다면 자본시장법 제177조에 따라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배상 청구권은 위반 사실을 안 날부터 일정 기간, 행위가 있었던 때부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소멸한다.
  • 형사 무죄가 확정돼도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자동으로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관련 민사소송도 원고 패소로 확정됐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 증권회사의 주문 처리나 반대매매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을 신청한다. 주문 기록과 체결 내역은 증권회사에 서면으로 요구해 확보한다.
  • 손실이 감당 범위를 넘었다면 추가 거래로 만회하려 하지 말고 포지션 규모부터 줄인다. 파생상품에서 손실은 시간이 아니라 규모로 관리한다.
03

어디에 신고하나

  • 불공정거래가 의심되면 금융감독원 증권불공정거래 신고센터(1332)에 제보한다.
  •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불공정거래 신고센터에 신고할 수 있다.
  • 금융회사와의 분쟁은 금융감독원 e-금융민원센터(fcsc.kr)에서 조정을 신청한다.
  • 미등록 업체가 해외선물이나 옵션 투자를 권유하는 경우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에서 제도권 금융회사인지 먼저 확인하고, 아니면 통합신고대응센터(counterscam112.go.kr)에 신고한다.
스스로에게 물을 질문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1. 01

    만기일 마지막 10분에 포지션을 그대로 두고 있지 않은가.

  2. 02

    옵션을 매도하면서 최대 손실이 얼마인지 숫자로 계산해봤는가.

  3. 03

    원금의 몇 배를 잃어도 생활에 문제가 없는 금액만 넣고 있는가.

  4. 04

    지수가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전망 하나에 계좌 전체를 걸고 있지 않은가.

  5. 05

    증거금이 부족해질 때 어떤 순서로 반대매매가 이뤄지는지 확인했는가.

상설 확인 창구

05 · 필자의 결론

이 사건은 두 개의 결론을 남겼다. 하나는 2011년 1월 증권선물위원회의 행정제재다. 다른 하나는 2023년 12월 대법원의 무죄 확정이다. 두 결론 사이에 13년이 있었고, 그동안 약 1,400억원의 손실을 본 투자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없다.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이유는 행위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시세를 인위적으로 움직이려는 목적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파생상품 정산은 단 한 번의 종가로 끝나고, 그 종가는 10분 안에 정해진다. 사후에 조사하고 재판하는 방식으로는 그 10분에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 없다. 남은 선택지는 그 10분의 구조를 바꾸는 것뿐인데, 사건 이후 그 논의는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사실과 판단의 구분2010년 옵션 쇼크

확인된 사실, 감독당국의 판단, 법원의 판단과 필자의 해석은 각각 다른 기준으로 쓴다. 위 결론은 필자의 판단이며, 앞의 서술은 감독당국 발표와 판결, 공시자료를 근거로 한다. 진행 중인 절차는 확정된 것으로 쓰지 않는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