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대출액
1조 8,000억원 (463회)
대출 금융회사
16곳 (은행 3곳·저축은행 13곳)
미상환액
약 2,900억원
주범 형량
징역 20년 확정

01 · 핵심 요약 · 90초

한 회사가 물건을 납품한 적이 없는데도 세금계산서를 만들었다. 은행은 그 서류를 담보로 잡고 돈을 내줬다. 이런 대출이 5년 8개월 동안 463차례 이어졌고 누적 금액은 1조 8,000억원이었다. 은행이 이상을 발견한 것은 마지막 대출이 나간 뒤였다.

KT의 자회사인 KT ENS의 협력업체들이 휴대전화 단말기와 충전기 등을 납품한 것처럼 가짜 세금계산서를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허위 매출채권, 즉 KT ENS로부터 받을 돈이 있다는 서류를 담보로 특수목적법인을 세워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았다. 담보의 실재를 확인하는 절차가 있었으나 KT ENS의 담당 간부가 여기에 가담했다. 이 대출은 2008년 5월부터 2014년 1월까지 5년 8개월 동안 이어졌고, 새 대출로 앞의 대출을 갚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연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얼마나 큰 사건인가

대출은 하나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과 13개 저축은행 등 16개 금융회사에서 463회에 걸쳐 이뤄졌고 누적 금액은 1조 8,000억원이다. 앞선 대출을 뒤의 대출로 갚는 방식이 반복됐기 때문에 최종 미상환액은 약 2,900억원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집계 기준 금융회사별 잔액은 하나은행 1,571억원, NH농협은행 296억원, KB국민은행 296억원, BS저축은행 234억원, OSB저축은행 150억원, 현대저축은행 100억원, 기타 247억원이다. 금융감독원은 2015년 2월 12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하나은행에 기관경고, 당시 은행장에게 경징계를 의결했고 3개 은행 임직원 20여명이 정직 등 징계를 받았다.

왜 지금 중요한가

형사 절차는 마무리됐다. 1심은 2014년 8월 27일 협력업체 중앙티앤씨 대표에게 징역 20년, KT ENS 부장에게 징역 17년, 협력업체 대표 6명에게 징역 4~7년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는 2015년 2월 12일 같은 형을 유지했고, 대법원은 2015년 5월 28일 상고를 기각해 형이 확정됐다. 해외로 도피했던 또 다른 주범은 2015년 11월 18일 국내로 송환돼 12월 16일 구속기소됐다. 손실 분담은 별도로 다퉈졌고, 2014년 8월 KT ENS 회생 절차의 회생채권조사 확정심판에서 금융회사 책임이 85%로 정해져 금융회사는 대출액의 15%만 회생채권으로 인정받았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8

납품하지 않고 세금계산서를 만들었다

구조는 단순했다. KT ENS의 협력업체들이 휴대전화 단말기와 충전기 등을 KT ENS에 납품한 것처럼 가짜 세금계산서를 작성했다. 그 서류를 근거로 KT ENS로부터 받을 돈이 있다는 매출채권을 만들었다.

매출채권은 담보가 된다. 대기업 계열사가 갚기로 돼 있는 돈이므로 금융회사는 회수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 사건에서 금융회사가 본 것은 KT라는 이름이었다.

협력업체들은 특수목적법인을 세워 이 채권을 넘겼고, 그 법인이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았다. KT ENS에서 협력업체를 담당하던 간부가 서류 확인 과정에 가담했다.

금융회사가 채권이 진짜인지 확인하려면 대금을 지급할 회사에 물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그 회사의 담당자가 가담했으므로 확인 절차는 통과됐다. 검증 창구가 하나뿐이었고 그 하나가 무력화된 것이다.

5년 8개월 동안 463번 반복됐다

첫 대출은 2008년 5월에 나갔다. 마지막은 2014년 1월이었다. 그 사이 하나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과 13개 저축은행 등 16개 금융회사에서 463회에 걸쳐 모두 1조 8,000억원이 대출됐다.

1조 8,000억원이 한꺼번에 사라진 것은 아니다. 만기가 돌아오면 새 대출로 앞의 대출을 갚는 방식이 반복됐다. 상환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금융회사는 이상을 감지하지 못했다.

이 구조가 유지되려면 새 대출이 계속 나와야 한다. 2014년 초 대출 연장이 막히면서 구조가 멈췄고, 그 시점의 잔액 약 2,900억원이 회수되지 않은 채 남았다.

손실 분담이 다시 쟁점이 됐다

사건이 드러난 뒤 KT ENS와 금융회사는 책임 소재를 두고 대립했다. 금융회사는 KT ENS 직원이 가담했으므로 회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봤고, KT ENS는 대출 심사는 금융회사의 몫이라고 맞섰다.

KT ENS는 2014년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그해 8월 법정관리 인가를 앞두고 진행된 회생채권조사 확정심판에서 금융회사 책임이 85%로 정해졌다. 금융회사는 대출액의 15%만 회생채권으로 인정받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2015년 2월 12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하나은행에 기관경고를 의결하고 당시 하나은행장에게 경징계를,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임직원에게 주의를 결정했다. 3개 은행 임직원 20여명이 정직 등 징계를 받았다.

형은 확정됐고 재발방지 논의가 이어졌다

2014년 8월 27일 1심은 협력업체 중앙티앤씨 대표에게 징역 20년, KT ENS 부장에게 징역 17년, 협력업체 대표 6명에게 징역 4~7년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는 2015년 2월 12일 항소를 기각하고 같은 형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2015년 5월 28일 상고를 기각해 형을 확정했다.

또 다른 주범은 사건이 드러난 직후 해외로 나가 1년 9개월간 도피했다. 2015년 11월 18일 국내로 송환돼 12월 16일 구속기소됐다.

금융감독원은 2014년 8월 저축은행 업계와 함께 여신업무 선진화 작업반을 꾸리고 매출채권 담보대출 사기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출거절 사유 고지 제도 개선 등도 함께 논의됐다.

제재는 2015년 2월에 마무리됐지만 손실은 이미 확정된 뒤였다. 하나은행 손실만 1,600억원 수준이었다. 금융회사는 회생 절차에서 대출액의 15%만 채권으로 인정받았고, 나머지는 자기 부담으로 남았다.

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매출채권 담보대출이 어떤 절차로 이뤄지는지 알면, 어디가 비어 있었는지도 보인다.

01 · 단계

납품 사실을 서류로 만든다

협력업체가 대기업에 물건을 납품하면 대금을 받을 권리가 생긴다. 이 권리를 매출채권이라 한다. 존재를 증명하는 서류는 세금계산서와 발주서, 검수 확인서다. 이 사건에서는 납품이 없는 상태에서 이 서류들이 만들어졌다.

02 · 단계

채권을 특수목적법인으로 넘긴다

협력업체는 채권을 별도로 세운 특수목적법인에 넘기고, 그 법인이 채권을 담보로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는다. 이 단계를 거치면 원래 협력업체의 신용상태보다 채권 자체의 회수 가능성이 중심이 된다.

03 · 단계

금융회사는 대기업의 신용을 본다

금융회사가 심사하는 것은 돈을 갚을 주체다. 매출채권 담보대출에서 그 주체는 채권을 결제할 대기업이다. 대기업 계열사가 결제하기로 돼 있으면 회수 위험이 낮다고 판단한다. 서류가 진짜인지를 채무자에게 직접 확인하는 절차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면 이 판단은 무너진다.

04 · 단계

새 대출로 앞의 대출을 갚는다

만기마다 새 대출이 나가면 겉으로는 연체가 없다. 금융회사별로 나눠서 받으면 한 금융회사가 보는 규모는 크지 않다. 16개 금융회사에 나눠 463회로 쪼개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체 그림은 어느 한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누가 내고 누가 최종 손실을 부담했는가
정보누가 무엇을 언제 알았고 설명했는가
책임계약·공시·통제·감독의 빈틈은 어디였는가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첫째, 확인 절차가 서류에서 끝났다. 매출채권이 진짜인지 확인하려면 대금을 지급할 회사에 직접 조회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그 회사의 직원이 가담했다. 확인 창구가 하나뿐이고 그 창구가 뚫리면 검증은 작동하지 않는다.

둘째, 대기업 이름이 심사를 대신했다. KT 계열사가 결제 주체라는 사실이 회수 위험을 낮게 보게 만들었다. 담보의 존재 자체를 다시 검증할 유인이 줄어든 것이다. 대기업 협력업체 대출에서 반복되는 문제다.

셋째, 전체를 보는 곳이 없었다. 같은 협력업체가 16개 금융회사에서 동시에 대출을 받고 있었지만, 개별 금융회사는 자기 몫만 봤다. 5년 8개월 동안 463회가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어느 곳도 전체 잔액을 합산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감독당국

금융감독원은 2015년 2월 12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하나은행에 기관경고, 당시 은행장에게 경징계,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임직원에게 주의를 의결했다. 3개 은행 임직원 20여명이 정직 등 징계를 받았다. 또한 2014년 8월 저축은행 업계와 함께 여신업무 선진화 작업반을 구성해 매출채권 담보대출 사기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회사

매출채권 담보대출에서 핵심은 채권의 실재 확인이다. 결제 주체에게 직접 조회하되 담당자 한 사람의 확인에 의존하지 않는 절차, 같은 차주와 같은 결제 주체에 걸린 전체 여신을 합산해 보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 사건에서 실패한 지점이 정확히 이 둘이다.

남은 과제

손실 분담 기준은 여전히 사건마다 다투게 된다. 이 사건에서는 회생 절차의 회생채권조사 확정심판에서 금융회사 책임이 85%로 정해졌다. 결제 주체 회사의 직원이 가담한 경우 그 회사가 어디까지 책임지는지에 관한 일반 기준은 정립돼 있지 않다.

최종 부담예금자·차주·은행 건전성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이 사건에서 개인이 직접 당사자가 되는 자리는 두 곳이다. 거래하는 금융회사의 건전성, 그리고 사업자로서 매출채권 거래를 요구받는 경우다.

01

지금 확인할 것

  • 거래하는 저축은행의 자기자본비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을 확인한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fisis.fss.or.kr)에 분기마다 공개된다.
  • 예금보험공사(kdic.or.kr)에서 보호 한도를 확인하고, 한도를 넘는 금액은 금융회사를 나눠 예치한다.
  • 사업자라면 거래처가 매출채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겠다며 실제 납품 없이 세금계산서 발행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지 확인한다. 이는 조세범처벌법 위반이자 사기의 수단이 된다.
  • 본인 회사 명의로 발행된 세금계산서 내역을 국세청 홈택스(hometax.go.kr)에서 정기적으로 조회한다. 명의가 도용된 계산서가 발행되는 경우가 있다.
  • 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는 결제 주체가 누구인지, 채권의 실재를 어떻게 확인하는지 설명서에서 찾는다.
02

일이 생겼을 때

  • 실물 거래 없는 세금계산서 발행을 요구받았다면 거절하고 기록을 남긴다. 이미 발행했다면 국세청에 수정세금계산서 발행과 함께 사실을 신고한다. 국세청 상담은 126이다.
  • 회사 명의가 도용된 세금계산서를 발견하면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고 경찰민원포털 ecrm.police.go.kr에 접수한다.
  • 거래 금융회사에 부실이 발생했다면 예금보험공사가 안내하는 절차에 따라 보험금 지급을 신청한다. 예금보험공사 콜센터는 1588-0037이다.
  • 금융회사의 여신 심사나 상품 판매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금융감독원 1332 또는 e-금융민원센터(fcsc.kr)에 민원을 접수한다.
03

어디에 신고하나

  • 금융감독원 1332, e-금융민원센터(fcsc.kr).
  • 예금보험공사 1588-0037, kdic.or.kr.
  • 세금계산서 관련 신고는 국세청 126, 홈택스(hometax.go.kr).
  • 사기 피해 신고는 경찰민원포털 ecrm.police.go.kr 또는 112.
스스로에게 물을 질문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1. 01

    물건이 오가지 않았는데 세금계산서만 주고받자는 제안을 받고 있지 않은가.

  2. 02

    대기업 이름이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서류 확인을 생략하고 있지 않은가.

  3. 03

    같은 거래처에 걸린 채권과 대출의 전체 금액을 합산해 본 적이 있는가.

  4. 04

    만기마다 새 자금으로 앞의 자금을 갚는 구조가 계속되고 있지 않은가.

  5. 05

    거래하는 저축은행의 건전성 지표를 최근 1년 안에 확인한 적이 있는가.

상설 확인 창구

05 · 필자의 결론

이 사건의 규모는 1조 8,000억원이지만 실제 손실은 약 2,900억원이다. 이 차이가 문제의 핵심이다. 앞의 대출을 뒤의 대출로 갚는 동안 연체는 발생하지 않았고, 금융회사의 기록에는 정상 거래로 남았다. 5년 8개월, 463회가 반복되는 동안 어느 금융회사도 이상을 보고하지 않았다. 확인해야 할 것은 서류의 형식이 아니라 거래의 실재였고, 그 확인은 결제 주체 회사의 담당자 한 사람에게 맡겨져 있었다. 제재는 기관경고와 임직원 주의에서 끝났고, 손실의 85%는 금융회사가 졌다. 담보로 잡은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절차는 여신 업무의 기본이다. 기본이 무너진 이유를 개별 직원의 잘못으로 정리하면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난다.
사실과 판단의 구분KT ENS 협력업체 매출채권 대출사기

확인된 사실, 감독당국의 판단, 법원의 판단과 필자의 해석은 각각 다른 기준으로 쓴다. 위 결론은 필자의 판단이며, 앞의 서술은 감독당국 발표와 판결, 공시자료를 근거로 한다. 진행 중인 절차는 확정된 것으로 쓰지 않는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