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기업
738개사
손실액
3조 2,247억원
분조위 배상비율
15~41% (평균 23%)
분조위 배상액
255억원

01 · 핵심 요약 · 90초

환율이 오르내려도 수출대금이 흔들리지 않게 하려고 맺은 계약이었다. 그런데 환율이 오르자 그 계약이 손실의 원인이 됐다. 738개 기업이 3조 2,247억원을 잃었고, 배상 결정이 나오기까지 11년이 걸렸으며, 배상을 받은 기업은 네 곳이었다.

키코는 환율이 미리 정한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시장환율보다 높은 약정환율로 달러를 팔 수 있게 한 통화옵션 계약이다. 이름은 계약이 사라지는 조건인 녹아웃과 의무가 생기는 조건인 녹인을 붙인 것이다. 2007년부터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율 하락에 대비해 이 계약을 맺었다. 2008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상한을 넘겼고, 기업들은 약정금액의 몇 배를 시장환율보다 싼 값에 팔아야 했다. 환위험을 줄이려던 계약이 손실을 만들었다. 계약을 맺을 때 기업이 따로 낸 돈은 없었고, 그래서 비용이 없는 상품으로 받아들여졌다.

얼마나 큰 사건인가

금융감독원이 2010년 6월 말을 기준으로 집계한 피해기업은 738개사, 손실액은 3조 2,247억원이다. 태산엘시디, 재영솔루텍처럼 상장기업도 포함됐다. 기업들은 계약 무효와 손해배상을 주장하며 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2013년 9월 26일 전원합의체로 네 건을 한꺼번에 선고했다. 2019년 12월 12일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4개 기업에 대해 6개 은행이 손실액의 15~41%, 평균 23%인 255억원을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기업별로 원글로벌미디어 41%에 42억원, 남화통상 20%에 7억원, 재영솔루텍 15%에 66억원, 일성하이스코 15%에 141억원이었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이 권고됐다. 이 가운데 실제로 지급된 것은 우리은행의 42억원뿐이다.

왜 지금 중요한가

분쟁조정 권고에는 강제력이 없다. 2020년 2월 3일 우리은행이 이사회를 열어 재영솔루텍과 일성하이스코 두 곳에 42억원을 배상하기로 결정했다. 신한은행은 150억원, 산업은행은 28억원이 권고됐으나 두 은행을 포함해 하나·씨티·대구은행은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다른 피해기업을 위한 은행협의체가 논의됐으나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은행 창구에서 손익이 대칭이 아닌 상품이 팔리는 문제는 2019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2024년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으로 반복됐다. 배상비율이 손실의 일부에 그친다는 점도 같다. 그리고 키코 계약 당시에는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를 정한 법률 규정이 없었다. 지금은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있다.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지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9

환율이 오르면 손실이 커지는 헤지

수출기업은 달러를 받는다. 환율이 내려가면 원화로 바꿀 때 손해다. 그 위험을 줄이려고 은행과 계약을 맺는다. 키코도 그런 상품으로 팔렸다.

구조는 세 층이다. 환율이 미리 정한 하한과 상한 사이에 있으면 기업은 시장환율보다 높은 약정환율로 달러를 팔 수 있다. 여기까지가 기업에 유리한 부분이다.

환율이 하한 아래로 내려가면 계약이 사라진다. 이것이 녹아웃이다. 환율이 떨어질수록 손해가 커지는 상황인데 정작 그때 계약이 없어진다. 보호가 필요한 구간에서 보호가 사라지는 셈이다.

환율이 상한을 넘으면 기업의 의무가 생긴다. 이것이 녹인이다. 이때 기업은 약정금액의 두 배 이상을 시장환율보다 낮은 약정환율에 팔아야 한다. 환율이 오를수록 손실이 커지고 상한이 없다.

2008년, 환율이 올랐다

2007년까지 원달러 환율은 내림세였다. 은행들은 환율이 더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이 계약을 권했다. 계약을 맺을 때 기업이 따로 내는 돈은 없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등했다. 상한을 넘긴 계약들이 한꺼번에 작동했다. 기업들은 실제 수출대금보다 많은 달러를 시장가보다 싼 값에 넘겨야 했다.

수출대금 범위를 넘는 계약을 맺은 기업일수록 손실이 컸다. 실제로 받을 달러가 없는데 팔아야 하니 시장에서 비싸게 사서 싸게 넘기는 일이 벌어졌다.

금융감독원이 2010년 6월 말 기준으로 집계한 피해기업은 738개사, 손실액은 3조 2,247억원이었다.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거나 상장이 폐지된 기업도 나왔다.

2013년 9월 26일, 대법원의 답

기업들은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지나치게 불공정하고, 약관에 해당하며, 은행이 상품 구조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2013년 9월 26일 전원합의체로 네 건을 함께 선고했다. 2011다53683과 53690, 2012다1146과 1153, 2012다13637, 2013다26746이다.

결론은 은행 쪽에 가까웠다. 계약이 민법상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환율 급등이라는 사정변경을 이유로 해지할 수도 없으며, 계약 구조가 약관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봤다. 은행이 옵션의 이론가와 수수료, 계약의 마이너스 시장가치를 알려줄 의무도 없다고 했다.

다만 하나를 남겼다. 은행은 기업의 재산 상태와 거래 목적에 맞지 않는 상품을 권해서는 안 되고, 상품의 위험을 설명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부분에 대한 심리가 부족하다며 일부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고 돌려보냈다. 이 판단이 6년 뒤 분쟁조정의 근거가 됐다.

11년 만의 배상, 그리고 거절

2019년 12월 12일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열렸다. 대상은 그동안 소송이나 분쟁조정을 거치지 않았던 일성하이스코, 남화통상, 원글로벌미디어, 재영솔루텍 네 곳이었다. 상대는 신한·우리·KDB산업·KEB하나·DGB대구·씨티 여섯 개 은행이었다.

위원회는 은행이 기업의 거래 목적과 재무 상태에 맞지 않는 상품을 권했고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봤다. 소멸시효가 지난 사안을 조정 대상으로 삼은 첫 사례이기도 했다. 다만 분쟁조정 권고에는 강제력이 없다. 은행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것으로 끝난다.

2020년 2월 3일 우리은행 이사회가 재영솔루텍과 일성하이스코에 42억원을 배상하기로 의결했다. 은행 중 처음이자 사실상 마지막이었다. 나머지 다섯 은행은 이사회 논의 끝에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은행들이 든 이유는 배임 우려였다. 이미 소멸시효가 지난 채무를 이사회 결의로 갚으면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배상이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로펌 다섯 곳에서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결과를 바꾸지 못했다.

분쟁조정을 신청하지 않은 나머지 피해기업을 위해 은행협의체를 만들자는 논의가 2020년 상반기에 이어졌다. 금융감독원은 2020년 6월 은행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그러나 조정안을 거부한 은행들이 협의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다.

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이 계약이 왜 헤지가 아니었는지는 손실과 이익의 크기를 나란히 놓고 보면 드러난다.

01 · 단계

범위 안이면 유리하게 판다

환율이 미리 정한 하한과 상한 사이에 있으면 기업은 시장환율보다 높은 약정환율로 달러를 판다. 이익은 약정환율과 시장환율의 차이만큼이고 그 차이는 상한선이 있다.

02 · 단계

하한 아래면 계약이 사라진다

환율이 하한 아래로 내려가면 계약이 소멸한다. 환율 하락으로 손해를 볼 때 정작 방어 수단이 없어진다. 기업이 원래 막으려던 위험이 그대로 남는다.

03 · 단계

상한 위면 두 배를 팔아야 한다

환율이 상한을 넘으면 기업은 약정금액의 두 배 이상을 낮은 약정환율에 팔아야 한다. 환율이 오를수록 손실이 커지고 한도가 없다. 이익은 막혀 있고 손실은 열려 있다.

04 · 단계

수출대금보다 계약이 크면 손실만 남는다

실제 받을 달러보다 계약금액이 크면 팔 달러를 시장에서 비싸게 사서 약정환율에 싸게 넘겨야 한다. 이 구간에서는 수출과 무관한 순수 손실이 발생한다.

누가 내고 누가 최종 손실을 부담했는가
정보누가 무엇을 언제 알았고 설명했는가
책임계약·공시·통제·감독의 빈틈은 어디였는가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기업이 계약 시점에 돈을 내지 않았다는 점이 판단을 흐렸다. 실제로는 기업이 은행에 판 옵션의 값으로 기업이 산 옵션의 값을 치르는 구조였다. 비용이 없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은행과 기업의 정보 차이가 컸다. 은행은 옵션 가격을 계산할 수 있었고 기업은 그럴 수 없었다. 대법원은 은행에 이론가와 수수료를 알릴 의무까지는 없다고 봤지만, 상품의 위험을 설명할 의무와 기업에 맞는 상품을 권할 의무는 인정했다.

구제 절차가 늦었다. 소송은 5년 넘게 걸렸고 분쟁조정은 계약 11년 뒤에야 나왔다. 그 사이 손실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은 이미 사라졌다. 살아남은 기업만 배상 논의의 대상이 됐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감독당국

금융감독원은 2019년 12월 12일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은행의 불완전판매 책임을 인정하고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도록 권고했다. 소멸시효가 지난 사안에 대해 조정을 시도한 첫 사례였다. 다만 조정안에는 강제력이 없어 여섯 은행 중 한 곳만 수용했다.

국회와 정부

2021년 3월 25일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가 모든 금융상품에 법률상 의무로 규정됐다. 위반 시 위법계약해지권과 자료열람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키코 계약 당시에는 이런 근거 규정이 없었다.

남은 과제

손익이 대칭이 아닌 상품을 파는 문제는 2019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2024년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으로 반복됐다. 배상비율도 키코 15~41%, 파생결합펀드 40~80%, 홍콩 주가연계증권 30~65%로 손실의 일부에 그쳤다. 사후 배상으로는 잃은 돈이 돌아오지 않는다.

최종 부담예금자·차주·은행 건전성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기업이 은행에서 파생상품 계약을 권유받았을 때 서명 전에 확인할 것들이다.

01

지금 확인할 것

  • 계약금액이 실제 예상 수출대금을 넘지 않는지 확인한다. 넘는 부분은 위험 회피가 아니라 별도의 거래다.
  • 환율이 상한을 넘었을 때 얼마를 팔아야 하는지, 그때 예상 손실이 얼마인지 숫자로 받는다. 최대 손실액이 적히지 않은 설명자료는 받지 않는다.
  • 환율이 하한 아래로 내려가면 계약이 소멸하는지 확인한다. 소멸한다면 그 구간의 위험은 그대로 남는다는 뜻이다.
  • 계약 체결 시점에 돈을 내지 않는다고 해서 비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은행에 판 옵션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적정성 원칙에 따라 기업의 재무 상태와 거래 경험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는지 서류로 남긴다.
02

일이 생겼을 때

  • 설명의무나 적합성 원칙 위반이 있으면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7조에 따라 위반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계약 체결일부터 5년 안에 위법계약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
  • 분쟁조정이나 소송에 대비해 같은 법 제28조 제3항의 자료열람요구권으로 판매 당시 서류와 녹취를 확보한다.
  •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를 먼저 확인한다. 불법행위는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이다.
03

어디에 신고하나

  • 금융감독원 1332 또는 e-금융민원센터(fcsc.kr)에 분쟁조정을 신청한다.
  • 중소기업은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벤처기업부 불공정거래 신고 창구를 함께 이용할 수 있다.
  •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에서 해당 은행의 제재 이력과 민원 건수를 확인한다.
스스로에게 물을 질문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1. 01

    이 계약으로 최악의 경우 얼마를 잃는지 숫자로 답할 수 있는가.

  2. 02

    계약금액이 실제 수출대금보다 크지 않은가.

  3. 03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가.

  4. 04

    환율 전망을 근거로 계약을 권유받고 있지 않은가. 전망은 헤지의 근거가 아니다.

  5. 05

    이익은 얼마까지 커질 수 있고 손실은 어디까지 커질 수 있는지 두 숫자를 나란히 확인했는가.

상설 확인 창구

05 · 필자의 결론

키코는 위험을 없애려던 계약이 위험이 된 사건이다. 그러나 남은 문제는 상품 구조만이 아니다. 손실은 2008년에 났고 배상 결정은 2019년에 나왔으며 그중 실제 배상은 42억원에 그쳤다. 손실액 3조 2,247억원과 비교하면 0.13%다. 대법원은 계약 자체를 무효로 보지 않았고, 적합성과 설명의무 위반만을 남겼다. 그 좁은 통로로 11년 뒤 배상이 나왔고 은행 여섯 곳 중 다섯 곳이 이를 거절했다. 강제력 없는 분쟁조정으로는 여기까지가 한계다. 판매 시점에 최대 손실액을 숫자로 적게 하고 그 서류에 서명하지 않으면 계약이 성립하지 않게 하는 것이 사후 배상보다 빠르고 확실하다.
사실과 판단의 구분키코(KIKO)

확인된 사실, 감독당국의 판단, 법원의 판단과 필자의 해석은 각각 다른 기준으로 쓴다. 위 결론은 필자의 판단이며, 앞의 서술은 감독당국 발표와 판결, 공시자료를 근거로 한다. 진행 중인 절차는 확정된 것으로 쓰지 않는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