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핵심 요약 · 90초
예금 금리보다 조금 높은 이자를 주면서 만기가 세 달인 상품이 증권사 앱에 올라온다. 신용등급도 붙어 있다. 홈플러스가 발행한 그 상품은 발행 7일 뒤 회생 신청과 함께 최하 등급으로 떨어졌고, 개인이 산 약 3,000억원은 아직 회수되지 않았다.
2025년 3월 4일 홈플러스가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신청 나흘 전인 2월 28일 신용평가사들이 이 회사의 단기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내렸고, 3월 5일에는 부도를 뜻하는 D로 떨어졌다. 문제는 그 직전까지 이 회사의 매출채권을 담보로 만든 단기 증권이 개인에게 팔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마지막 발행일은 2월 25일, 회생 신청 7일 전이다.
카드 매출채권을 유동화한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발행잔액은 4,019억원이었다. 특수목적법인 에스와이플러스제일차가 3,739억원, 제이차가 280억원이다. 이 가운데 개인에게 소매로 팔린 물량이 약 3,000억원으로 파악됐다. 별도로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 잔액이 3월 4일 기준 1,880억원 있었다. 발행 주관은 신영증권이 맡았고, 개인 판매는 하나증권, 현대차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을 통해 이뤄졌다. 금융감독원은 2026년 7월 2일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직무정지를 포함한 중징계를 결정했다.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한 중징계는 처음이다.
회생절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서울회생법원은 2026년 7월 3일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가, 메리츠금융그룹의 2,000억원 규모 운영자금 지원이 확정되면서 절차를 되살렸다. 회생 여부를 최종적으로 정하는 관계인집회는 2026년 9월 4일로 잡혀 있다. 전 매장은 2026년 7월 13일 영업을 멈췄고 8월 초 재개가 추진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026년 8월 초 판매 증권사에 제재 통지서를 보내 8월 말 제재심의위원회에 올릴 예정이다. 검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약 8분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이 상품의 담보가 무엇이었는지 알면, 왜 회사가 멈추는 순간 담보도 함께 사라졌는지 알 수 있다.
카드 매출채권이 생긴다
소비자가 마트에서 카드로 결제하면 마트는 카드사에 받을 돈이 생긴다. 이 돈이 담보의 원천이다. 마트가 영업을 해야만 생긴다.
→특수목적법인이 증권을 발행한다
마트는 이 채권을 특수목적법인에 넘긴다. 법인은 이를 담보로 만기 세 달 안팎의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한다. 회사 이름이 아니라 유동화 법인 이름으로 나가지만 상환 재원은 마트의 매출이다.
→증권사가 개인에게 판다
증권사는 이 증권을 사들여 개인 고객에게 쪼개 판다. 만기가 짧고 금리가 예금보다 높아 단기 자금 운용 상품으로 소개된다. 홈플러스 물량 중 약 3,000억원이 이렇게 팔렸다.
→회생 신청과 함께 순서가 바뀐다
회사가 회생을 신청하면 새 매출채권이 생기지 않고 기존 채권 회수도 중단된다. 투자자는 담보 실행이 아니라 회생계획에 따른 변제를 기다리는 위치가 된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짧은 만기가 안전으로 오해됐다. 만기가 세 달이면 그 안에 회사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다. 그러나 신용등급 하락과 회생 신청은 며칠 안에 일어날 수 있다. 이 사건에서는 발행 7일 뒤였다.
담보의 성격이 설명되지 않았다. 카드 매출채권은 회사가 영업을 계속할 때만 생긴다. 부동산이나 예금 같은 담보와 다르다. 회사가 멈추면 담보도 함께 멈춘다는 점이 상품 설명의 중심에 있어야 했다.
발행과 판매의 이해관계가 겹쳐 있었다. 발행 주관사는 물량을 소화해야 하고, 판매 증권사는 고금리 단기 상품을 원하는 고객을 확보하고 있었다. 발행사의 신용 상태가 나빠질수록 금리는 올라가고 판매는 더 잘된다. 이 유인을 끊는 장치가 필요했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금융감독원은 2025년 3월 10일 검사에 착수해 판매 과정의 불완전판매와 발행 과정의 위법 여부를 나눠 조사했다. 2026년 7월 2일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직무정지를 포함한 중징계를 결정했고, 2026년 8월 초 판매 증권사에 제재 통지서를 보내 8월 말 제재심의위원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유동화 전자단기사채는 공모가 아닌 방식으로 발행돼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없는 경우가 많다. 개인에게 판매될 때 발행사의 재무 상태를 어디까지 알려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발행 주관사가 발행사의 부실을 알고 있었을 때 지는 책임의 범위도 이 사건의 재판과 제재로 처음 정해진다.
차입으로 기업을 인수한 뒤 자산을 팔아 원리금을 갚는 방식 자체는 금지돼 있지 않다. 다만 그 과정에서 남은 유일한 담보가 일반 개인에게 팔릴 때 어떤 규제를 둘 것인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이 사건은 대주주 규제와 투자자 보호 규제가 서로 다른 법에 흩어져 있을 때 생기는 공백을 보여준다.
최종 부담이용자·소비자·공적 구제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증권사에서 단기 고금리 상품을 권유받았을 때 확인할 것들이다.
지금 확인할 것
- 발행 주체가 회사인지 특수목적법인인지 확인한다. 이름이 '제일차', '제이차'처럼 끝나면 유동화 법인이다. 상환 재원은 그 뒤에 있는 회사의 영업이다.
- 담보가 무엇인지 한 문장으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카드 매출채권이나 미래 매출이 담보이면 회사가 멈추는 순간 담보도 멈춘다.
- 발행사의 신용등급과 그 등급이 언제 바뀌었는지 확인한다. A3는 투자적격 중 가장 낮은 단기등급이다.
- DART(dart.fss.or.kr)에서 발행사의 최근 감사보고서와 부채비율, 차입금 만기 구조를 본다.
- 만기가 짧다는 이유로 안전하다고 설명받았다면 그 근거를 서면으로 남겨 달라고 요구한다.
일이 생겼을 때
- 위법계약해지권: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를 위반한 계약은 위반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이내, 계약체결일부터 5년 이내에 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금융소비자보호법 제47조).
- 자료열람요구권: 분쟁조정이나 소송을 위해 금융회사가 가진 판매 당시 녹취와 서류의 열람을 요구할 수 있다(같은 법 제28조 제3항).
- 발행사가 회생을 신청하면 법원이 공고한 채권신고 기간 안에 채권을 신고한다. 기간을 넘기면 회생계획에서 제외될 수 있다.
어디에 신고하나
- 불완전판매가 의심되면 금융감독원 1332 또는 e-금융민원센터(fcsc.kr)에 분쟁조정을 신청한다.
- 발행사의 공시 내용과 실제 상황이 다르면 DART(dart.fss.or.kr)에서 공시를 확인한 뒤 금융감독원에 신고한다.
- 사기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ecrm.police.go.kr) 또는 검찰에 고소한다.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 01
이 상품의 담보가 무엇인지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는가.
- 02
발행사의 신용등급이 최근 3개월 안에 내려간 적이 있는지 확인했는가.
- 03
만기가 짧다는 설명 외에 원금 손실 시나리오를 들었는가.
- 04
예금 금리보다 얼마나 높은지, 그 차이가 어디서 나오는지 설명을 들었는가.
- 05
발행사 이름과 판매 증권사 이름을 구분하고 있는가.
상설 확인 창구
- 금융민원·분쟁조정금융감독원 1332 · fcsc.kr
- 내 계좌 조회·일괄 지급정지어카운트인포 payinfo.or.kr
- 내 명의 휴대전화 조회엠세이퍼 msafer.or.kr
- 내 보험 전체 조회내보험 찾아줌 cont.insure.or.kr
- 기업 공시 확인전자공시시스템 dart.fss.or.kr
- 금융소비자 정보포털파인 fine.fss.or.kr
05 · 필자의 결론
이 사건에서 개인이 산 것은 만기 세 달짜리 증권이었고 담보는 마트의 카드 매출채권이었다. 그 담보는 마트가 문을 여는 동안만 존재한다. 2025년 3월 4일 회생 신청과 함께 담보는 더 이상 생기지 않았고, 발행일은 그 7일 전이었다. 짧은 만기는 위험을 줄이지 않는다. 위험이 실현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만기보다 짧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상품은 증권신고서 없이 발행되고 증권사 창구에서 개인에게 나눠 팔렸다. 발행사의 재무 상태를 어디까지 알려야 하는지, 발행 주관사가 무엇을 알고 있었을 때 책임을 지는지는 지금 진행 중인 제재와 재판에서 처음 정해진다. 그 기준이 정해지기 전까지 같은 구조의 상품은 계속 판매될 수 있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