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P 발행액
약 1,650억원
기초자산 규모
1억 5,000만 달러
매수 후 부도까지
3일
법원 인정 배상비율
50%

01 · 핵심 요약 · 90초

국내 증권사와 은행이 중국 기업 채권을 담보로 한 어음 1,650억원어치를 샀다. 사흘 뒤 그 기업의 다른 채권이 부도났다. 이 사건은 해외 자산을 담은 상품을 국내에서 팔 때 누가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에 관한 8년짜리 기록이다.

2018년 5월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특수목적회사 금정제12차를 통해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약 1,65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기초자산은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역외 자회사가 발행하고 CERCG가 지급보증한 1억 5,000만 달러 규모 외화채권이었다. 국내 증권사와 은행이 이를 인수한 직후, CERCG가 지급보증한 다른 채권 3억 5,000만 달러가 상환에 실패했다. 교차부도가 발생해 기초자산의 가치가 무너졌다.

얼마나 큰 사건인가

현대차증권 500억원, 부산은행 200억원, KB증권 200억원, BNK투자증권 200억원, 유안타증권 150억원, 하나은행 35억원 등 국내 증권사와 은행이 인수했다. 신용평가사는 이 ABCP 등급을 A2에서 C로 낮췄다. 2018년 11월 만기가 돌아왔으나 원리금이 지급되지 않아 부도 처리됐다. 같은 해 10월 12일 국정감사에서 주관사 책임 문제가 다뤄졌고, 검찰은 두 증권사 관계자들을 기소했으나 2022년 2월 1심과 그해 11월 항소심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투자기관들이 주관사 두 곳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의 청구액은 합계 1,135억원이었다. 2023년 1월 13일 서울고등법원은 주관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피해액의 50%로 인정했고, 2026년 5월 대법원이 이 비율을 유지하면서 지연손해금 부분만 파기환송했다.

왜 지금 중요한가

2026년 7월 15일 서울고등법원의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되면서 8년간 이어진 분쟁이 종결됐다. 원금 기준 지급액은 현대차증권 245억 6,410만원, BNK투자증권 98억 2,564만원, KB증권 98억 2,767만원이며 부산은행에는 지연손해금이 정해졌다. 이 사건 이후 2024년 1월 12일 개정 자산유동화법이 시행돼 유동화자산 보유자에게 유동화증권 5% 의무보유가 부과됐고, 예탁결제원의 유동화증권 통합정보시스템으로 발행내역과 기초자산 정보가 공개된다. 다만 주관사가 해외 기초자산을 어디까지 실사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사안별 판단으로 남아 있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8

중국 기업 채권이 국내 어음이 됐다

2018년 5월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특수목적회사 금정제12차를 세워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을 발행했다. 기초자산은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의 역외 자회사가 발행하고 모회사가 지급보증한 1억 5,000만 달러 규모 외화채권이었다.

국내에서는 원화 표시 어음으로 바뀌어 팔렸다. 발행 규모는 약 1,650억원이다. 현대차증권이 600억원어치를 사서 그중 100억원을 부산은행에 다시 넘겼고, KB증권 200억원, BNK투자증권 200억원, 유안타증권 150억원, 하나은행 35억원 등이 인수했다.

투자 판단의 근거는 CERCG의 신용도였다. 신용평가사들은 이 어음의 등급을 지급보증을 제공한 CERCG의 신용도에 준해 평가했다. 중국 지방 공기업 성격이라는 점이 상환 위험이 낮다는 인식으로 이어졌다.

사흘 뒤 다른 채권이 부도났다

매수 사흘 뒤, CERCG의 또 다른 자회사가 발행하고 CERCG가 지급보증한 3억 5,000만 달러 규모 달러 표시 채권이 원리금 상환에 실패했다. 2018년 5월 말 이 사실이 알려졌다.

채권 계약에는 교차부도 조항이 있다. 같은 보증인이 보증한 다른 채무가 부도나면 이 채무도 함께 부도로 본다. 국내 ABCP의 기초자산에 대한 지급보증 채무가 즉시 문제가 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 ABCP의 신용등급을 A2에서 C로 내렸다. 2018년 11월 만기가 돌아왔으나 원리금이 지급되지 않아 어음은 부도 처리됐다.

2018년 10월 12일 국정감사에서 이 사건이 다뤄졌다. 당시 금융감독원장은 ABCP 발행에 법적 책임이 있는 주관사가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라고 답했다.

형사 재판은 무죄로 끝났다

검찰은 두 증권사 관계자들을 기소했다. CERCG로부터 52만 5,000달러, 약 5억 6,500만원을 받고 국내 증권사들에 어음을 판매하면서 위험을 알리지 않았다는 혐의였다.

핵심 쟁점은 중국 외환당국의 지급보증 등록 문제였다. 검찰은 등록 허가가 나지 않으면 CERCG의 지급보증이 실효성을 잃는다는 점을 알면서도 알리지 않았다고 봤다.

2022년 2월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2022년 11월 16일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유지됐다.

민사 소송은 8년을 끌었다

현대차증권, KB증권, BNK투자증권, 부산은행, 하나은행이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과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청구액 합계는 1,135억원이었다. CERCG가 중국 지방 공기업이어서 상환 위험이 없는 것처럼 투자자를 오인하게 했다는 주장이었다.

1심에서는 원고들이 졌다. 2023년 1월 13일 서울고등법원 항소심은 결론을 뒤집어 주관사의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배상 범위는 피해액의 50%로 제한했다. 근거는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책임이었다. 재판부는 주관사의 기초자산 실사 의무가 모든 유동화증권에 동일하지 않으며 기초자산의 성질과 구조, 투자자의 전문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양측 모두 상고했다. 2026년 5월 대법원은 책임 비율 50%를 유지하면서 지연손해금 산정 부분만 파기환송했다. 주관사가 투자자보호의무를 위반했지만 은행들도 전문성을 갖춘 투자자로서 실사가 부족했다는 판단이었다.

파기환송심에서 2026년 6월 조정이 성립하지 않았고, 2026년 7월 15일 서울고등법원의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됐다. 원금 기준 지급액은 현대차증권 245억 6,410만원, BNK투자증권 98억 2,564만원, KB증권 98억 2,767만원이고 부산은행에는 지연손해금이 정해졌다. 한화투자증권은 지연손해금으로 43억원을 추가 부담하게 됐다. 언론 보도 기준 하나은행은 35억원 중 약 17억원, 부산은행은 200억원 중 약 100억원을 회수했다.

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면, 위험이 어디에 있는지도 보인다.

01 · 단계

기초자산을 고른다

특수목적회사가 채권 같은 자산을 사서 담는다. 이 사건에서는 중국 기업의 역외 자회사가 발행하고 모회사가 지급보증한 외화채권이었다. 상환 능력은 이 기초자산에 달려 있다.

02 · 단계

특수목적회사가 어음을 발행한다

금정제12차 같은 회사는 자산을 담기 위해 세운 서류상의 회사다. 자체 영업이나 자본이 없다. 투자자는 이 회사를 보는 것이 아니라 안에 담긴 자산을 본다.

03 · 단계

신용등급이 붙는다

신용평가사는 지급보증을 제공한 모회사의 신용도에 준해 등급을 매겼다. 투자자는 이 등급을 보고 판단한다. 등급은 보증인의 신용을 옮겨온 것이지 기초자산 자체를 검증한 결과가 아니다.

04 · 단계

주관사가 판매한다

발행과 인수를 주선한 증권사가 다른 금융회사에 판다. 사모로 발행되면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없어 공시가 남지 않는다. 위험 정보는 주관사가 전달하는 만큼만 전달된다.

누가 내고 누가 최종 손실을 부담했는가
정보누가 무엇을 언제 알았고 설명했는가
책임계약·공시·통제·감독의 빈틈은 어디였는가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지급보증의 법적 효력이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에서 역외 채무에 대한 지급보증은 외환당국 등록 절차를 거쳐야 실효성이 확보된다. 그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증을 근거로 등급이 매겨지고 어음이 팔렸다. 이 지점이 형사 재판의 쟁점이 됐다.

교차부도 위험이 드러나지 않았다. 투자자는 기초자산인 특정 채권만 봤지만, 실제 위험은 같은 보증인이 보증한 다른 채무 전체에 있었다. 보증인의 다른 채무가 부도나면 이 채권도 함께 부도로 처리되는 구조였다. 매수 사흘 만에 그 일이 일어났다.

기관 사이의 거래였기 때문에 실사 책임의 경계가 모호했다. 법원은 주관사가 투자자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보면서도, 매수한 쪽도 전문 투자자로서 실사가 부족했다고 판단해 책임을 50%로 나눴다. 전문성을 이유로 개인투자자보다 보호 수준이 낮게 설정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국회와 정부

2024년 1월 12일 개정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유동화자산 보유자에게 발행한 유동화증권의 5%를 계속 보유하도록 하는 위험보유 의무가 도입됐다. 자산을 만든 쪽이 위험을 함께 지도록 한 조치다.

감독당국

한국예탁결제원의 유동화증권 통합정보시스템이 개정법 시행에 맞춰 확대됐다. 발행내역, 기초자산, 신용보강, 의무보유 현황이 SEIBro에서 공개되고 감독당국이 5% 의무보유 이행을 모니터링한다. 2025년 12월에는 의무보유 정보 수집 절차가 강화됐고, 2026년 기준 49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남은 과제

주관사가 해외 기초자산을 어디까지 실사해야 하는지는 법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법원은 기초자산의 성질과 구조, 투자자의 전문성을 함께 봐야 한다고 했다. 사안별 판단이라는 뜻이다. 해외 자산을 담은 유동화증권에 대해 최소한의 확인 항목을 정하는 기준은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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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이 어음은 개인에게 직접 팔리지 않았다. 다만 채권형 펀드나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개인의 돈이 이런 상품에 들어갈 수 있다.

01

지금 확인할 것

  • 가입한 채권형 펀드나 특정금전신탁의 편입 자산 명세를 확인한다. 자산운용보고서에 종목별로 표시된다. 이름에 유동화, ABCP, ABSTB, 제○차 같은 표현이 들어 있으면 유동화증권이다.
  • 유동화증권 정보는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SEIBro(seibro.or.kr)에서 발행내역과 기초자산을 확인할 수 있다. 2024년 1월 개정 자산유동화법 시행 이후 공개 범위가 넓어졌다.
  • 기초자산이 해외 발행 채권이면 보증인이 누구인지, 그 보증이 현지 당국의 등록이나 승인을 받았는지 확인한다. 보증의 존재와 보증의 효력은 다른 문제다.
  • 신용등급이 무엇을 근거로 매겨졌는지 본다. 보증인의 신용도를 옮겨온 등급이면 보증인의 다른 채무 상황까지 함께 봐야 한다.
02

일이 생겼을 때

  • 펀드나 신탁에서 편입 자산의 부도가 발생하면 운용사와 판매사의 공지를 먼저 확인한다. 환매 연기나 상각 결정이 있으면 그 근거가 공시된다.
  • 판매 과정에서 위험 설명이 없었다면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7조에 따라 위반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계약체결일부터 5년 안에 위법계약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
  • 분쟁조정이나 소송을 준비한다면 같은 법 제28조 제3항에 따라 판매 당시 자료의 열람을 요구한다. 상품 설명자료와 녹취가 여기에 포함된다.
03

어디에 신고하나

  • 펀드와 신탁 상품의 불완전판매, 손실 분쟁은 금융감독원 1332 또는 e-금융민원센터(fcsc.kr)에 신청한다.
  • 유동화증권 발행내역과 기초자산 정보는 한국예탁결제원 SEIBro(seibro.or.kr), 기업 공시는 DART(dart.fss.or.kr)에서 확인한다.
  • 상장사의 소송 진행 상황은 DART의 소송 등의 제기 공시와 한국거래소 KIND(kind.krx.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스로에게 물을 질문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1. 01

    내가 가입한 채권형 상품에 어떤 자산이 담겨 있는지 확인해본 적이 있는가.

  2. 02

    신용등급이 높다는 설명만 듣고 그 등급이 무엇을 근거로 매겨졌는지는 묻지 않고 있지 않은가.

  3. 03

    해외 기업의 지급보증이 붙어 있다는 설명에서, 그 보증이 현지에서 법적 효력을 갖는지 확인했는가.

  4. 04

    만기가 짧은 어음을 안전하다고 설명받고 있지 않은가. 만기가 짧다는 것은 차환에 실패하면 즉시 문제가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상설 확인 창구

05 · 필자의 결론

이 사건에서 손실을 본 쪽도, 판 쪽도 모두 금융회사였다. 개인 피해자가 없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남은 기록은 분명하다. 매수 사흘 만에 기초자산이 부도났고, 8년간 소송이 이어졌으며, 법원은 주관사 책임을 절반으로 정했다. 절반이라는 숫자는 주관사가 위험을 다 알리지 않았지만 산 쪽도 스스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유동화증권은 자산을 담기 위해 서류상의 회사를 세워 파는 구조다. 자산을 만들어 넘긴 쪽이 위험을 함께 지도록 5% 의무보유가 도입된 것은 이 사건 이후의 진전이다. 다만 해외 기초자산을 어디까지 확인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사안별 판단으로 남아 있다. 그 기준이 정해지지 않는 한 같은 분쟁은 다시 8년을 끌 수 있다.
사실과 판단의 구분CERCG ABCP 부도

확인된 사실, 감독당국의 판단, 법원의 판단과 필자의 해석은 각각 다른 기준으로 쓴다. 위 결론은 필자의 판단이며, 앞의 서술은 감독당국 발표와 판결, 공시자료를 근거로 한다. 진행 중인 절차는 확정된 것으로 쓰지 않는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