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핵심 요약 · 90초
공적자금이 투입돼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였던 은행이 1조 6,000억원을 잃었다. 그런데 이 손실을 이유로 내려진 개인 제재는 4년 뒤 법원에서 취소됐다. 손실은 남았고 책임은 남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투자은행 업무를 확대한다는 목표 아래 미국의 부채담보부증권과 신용부도스와프에 투자했다. 부채담보부증권은 여러 대출채권을 한데 모아 담보로 삼고 그 담보에서 나오는 돈을 받을 권리를 등급별로 나눠 파는 증권이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확산되면서 이 자산의 가치가 급락했고, 2008년 국제 금융위기를 거치며 손실이 확정됐다.
언론 보도 기준 투자액은 약 15억 달러였고 손실은 약 1조 6,000억원이다. 한겨레21 보도에 따르면 투자액의 90%에 해당하는 1조 6,200억원을 잃었다. 2009년 9월 9일 금융위원회는 투자 당시 우리은행장이던 황영기 씨에게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확정했다. 우리은행 자체에는 기관경고를 내렸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단계에서 논의된 일부 영업정지는 금융위원회에서 기관경고로 완화됐다. 황 씨는 2009년 9월 23일 당시 맡고 있던 KB금융지주 회장직에서 사임했다.
황 씨가 낸 제재처분 취소소송에서 1심과 2심 모두 원고가 이겼고, 2013년 2월 14일 대법원 3부가 이를 확정했다. 손실은 확정됐지만 개인에 대한 제재는 남지 않았다. 이 판결은 뒤에 2019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제재를 둘러싼 소송에서 '법령에 근거가 있어야 제재할 수 있다'는 선례로 인용됐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에게 어떤 근거로 어디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2026년 현재도 정리되지 않았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약 8분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부채담보부증권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면, 왜 가장 안전하다는 등급까지 무너졌는지 알 수 있다.
대출채권을 한데 모은다
주택담보대출 수천 건을 하나의 묶음으로 만든다. 개별 대출은 부실 위험이 있지만, 지역과 차주가 서로 다르면 동시에 부실해질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전제다. 이 전제 위에서 묶음 전체의 위험이 개별 대출보다 낮다고 계산된다.
→받을 권리를 등급으로 나눈다
묶음에서 나오는 원리금을 받을 순서를 정해 여러 층으로 나눈다. 맨 위층은 먼저 받고 맨 아래층은 나중에 받는다. 손실이 나면 아래층부터 사라진다. 맨 위층은 아래층이 전부 없어진 뒤에야 손실을 본다는 이유로 AAA 등급을 받는다.
→부도 위험을 따로 사고판다
신용부도스와프는 특정 채무가 부도나면 손실을 물어주기로 하고 수수료를 받는 계약이다. 부도가 나지 않는 동안에는 수수료가 계속 들어온다. 이 계약을 이용해 실제 대출채권 없이도 같은 위험을 만들어내는 상품이 만들어진다.
→전제가 깨지면 위층도 무너진다
모든 계산의 출발점은 대출들이 동시에 부실해지지 않는다는 전제다. 미국 주택가격이 전국에서 함께 떨어지자 이 전제가 깨졌다. 아래층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AAA 등급도 손실을 봤다. 우리은행의 손실률은 투자액의 약 90%였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등급을 위험 판단으로 대체했다. AAA는 신용평가회사가 부여한 표시일 뿐 원금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은행이 직접 기초자산을 확인하고 손실 시나리오를 계산했어야 하는데, 등급이 그 절차를 대신했다. 등급 자체가 어떻게 산출되는지도 검증되지 않았다.
성장 목표가 위험관리보다 앞섰다. 은행이 외형 확대 목표를 세우면 각 조직은 목표를 달성할 방법을 찾는다. 위험관리 부서가 성장 목표를 세운 최고경영자 아래에 있으면 제동 기능이 약해진다. 이 사건에서 제재 사유로 지적된 것도 무리한 외형 확대 목표와 내부통제 기준 미준수였다.
제재의 법적 근거가 정리돼 있지 않았다. 감독당국은 위험관리를 소홀히 한 최고경영자에게 책임을 물으려 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떤 행위가 어떤 조항 위반인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제재는 유지되지 않는다. 이 문제는 이후 파생결합펀드 사건에서 다시 반복됐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국제결제은행은 금융위기 이후 바젤Ⅲ 규제를 마련해 은행이 보유한 유동화증권과 재유동화증권에 더 높은 자기자본을 쌓도록 했다. 한국은 2013년 12월부터 바젤Ⅲ 자본규제를 단계적으로 적용했다. 신용평가회사 등급에만 의존하지 않고 은행이 자체적으로 위험을 평가하도록 요구하는 방향도 이때 정해졌다.
2016년 8월 시행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은 금융회사에 내부통제기준과 위험관리기준을 반드시 두도록 하고, 위험관리책임자를 임명하도록 규정했다. 최고경영자와 이사회의 책임 범위를 법률에 명시한 것이 이 법의 취지다.
최고경영자에게 어떤 근거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2013년 이 사건 판결과 2021년 파생결합펀드 판결이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손실은 확정됐는데 책임은 확정되지 않는 상태가 반복된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에서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이유도 공개적으로 정리되지 않았다.
최종 부담예금자·차주·은행 건전성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은행이 무엇에 투자하고 있는지, 위험을 얼마나 쌓아두었는지는 공개 자료로 확인할 수 있다.
지금 확인할 것
-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fisis.fss.or.kr)에서 은행별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과 유가증권 보유 규모를 확인한다.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지는 추세라면 위험자산이 늘고 있다는 신호다.
- 전자공시시스템 DART(dart.fss.or.kr)에서 은행지주회사 사업보고서의 '파생상품 거래 현황'과 '금융상품 공정가치' 항목을 본다. 시장에서 가격을 확인할 수 없어 자체 모형으로 평가한 자산이 얼마인지가 여기에 적힌다.
-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portal.kfb.or.kr)의 경영공시에서 은행별 당기순이익과 대손비용 추이를 비교한다. 이익이 특정 부문에서만 크게 나오면 그 부문의 위험도 크다.
- 예금자라면 예금보험공사(kdic.or.kr)에서 예금자보호 한도와 대상 상품을 확인한다.
일이 생겼을 때
- 은행이 판매하는 상품에 '신용등급 AAA'가 강조된다면, 그 등급이 누가 매긴 것이고 무엇을 보장하는지 서면으로 확인한다. 등급은 원금 보장과 다르다.
- 원금손실이 가능한 상품에 가입할 때는 최대 손실 금액을 숫자로 확인하고 계약서에 그 숫자가 적혀 있는지 본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19조는 금융회사에 설명의무를 부과한다.
- 적합성 원칙(금융소비자보호법 제17조)에 맞지 않는 권유를 받았다면 같은 법 제47조의 위법계약해지권을 검토한다. 기한은 위반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계약체결일부터 5년이다.
- 은행 주주라면 주주총회에서 위험관리 체계와 파생상품 보유 현황에 대해 질의할 수 있다. 상법 제363조의2에 따라 일정 지분을 가진 주주는 주주제안도 가능하다.
어디에 신고하나
- 금융감독원 1332 / e-금융민원센터 fcsc.kr
-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 fine.fss.or.kr
- 예금보험공사 1588-0037 / kdic.or.kr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 01
'가장 높은 신용등급'이라는 설명 외에 이 상품의 위험을 설명하는 내용이 있는가.
- 02
이 상품의 가격이 시장에서 확인되는가, 아니면 판매사가 계산해 알려주는가.
- 03
최악의 경우 원금의 몇 퍼센트를 잃는지 숫자로 들었는가.
- 04
은행이 새로운 수익원을 강조할 때 그 수익이 어떤 위험을 감수한 대가인지 설명받았는가.
- 05
위험을 관리하는 부서가 영업 목표를 세우는 사람과 분리돼 있는지 확인했는가.
상설 확인 창구
- 금융민원·분쟁조정금융감독원 1332 · fcsc.kr
- 내 계좌 조회·일괄 지급정지어카운트인포 payinfo.or.kr
- 내 명의 휴대전화 조회엠세이퍼 msafer.or.kr
- 내 보험 전체 조회내보험 찾아줌 cont.insure.or.kr
- 기업 공시 확인전자공시시스템 dart.fss.or.kr
- 금융소비자 정보포털파인 fine.fss.or.kr
05 · 필자의 결론
이 사건이 남긴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신용등급은 위험 판단을 대신하지 못한다. AAA는 특정 가정 아래에서 계산된 결과이고, 가정이 깨지면 등급도 의미를 잃는다. 은행이 스스로 기초자산을 확인하지 않으면 등급은 책임을 다른 곳으로 넘기는 근거가 될 뿐이다. 둘째, 제재의 근거는 미리 법에 있어야 한다. 손실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제재하면 법원에서 유지되지 않는다. 2013년 이 판결 이후에도 같은 구조의 소송이 반복됐다. 최고경영자의 위험관리 책임을 묻겠다면 그 책임의 내용과 위반 요건을 법률에 명시하는 것이 먼저다. 그러지 않으면 다음 사건에서도 손실만 남는다. 1조 6,000억원이 사라진 사건에서 확정된 것이 기관경고 하나뿐이라면, 그 기록은 다음 결정을 바꾸지 못한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