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핵심 요약 · 90초
공모주 청약은 개인이 참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투자 절차다. 청약자가 판단의 근거로 삼는 것은 증권신고서 하나다. 그 문서에 회사의 최근 매출이 적혀 있지 않아도 되던 시기가 있었다.
반도체 설계회사 파두는 2023년 8월 7일 기술특례 방식으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공모가는 희망범위 최상단인 3만 1,000원, 공모금액은 약 1,937억원, 상장 시 시가총액은 약 1조 4,898억원이었다. 증권신고서에 적힌 2023년 연간 매출 추정치는 1,203억원이었다. 그러나 상장 석 달 뒤인 11월 8일 공시된 분기보고서에서 2분기 매출 5,900만원, 3분기 매출 3억 2,080만원이 확인됐다.
공시 다음 날인 11월 9일부터 주가가 급락했다. 상장 후 4만 5,000원까지 올라 시가총액이 2조 2,930억원에 이르렀던 주가는 11월 중순 1만 8,500원대로 내려갔다. 2023년 연간 매출은 225억원으로 전년 564억원 대비 약 60% 줄었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2024년 3월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증권관련집단소송 소장과 소송허가신청서를 제출했고, 2025년 11월 청구 대상을 공모 청약자에서 상장 후 장내 매수자까지 넓혔다. 상장 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으로 인수수수료는 각각 31억원, 13억원이었다.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은 2024년 12월 22일 파두와 주관사 관계자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2025년 12월 18일 파두 법인과 경영진 3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한국거래소는 다음 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검토하며 주식 거래를 정지했고, 2026년 2월 2일 심사 대상에서 제외해 2월 3일 거래가 재개됐다. 첫 공판은 2026년 6월 18일 열렸고 피고인들은 혐의를 부인했다. 2026년 8월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약 8분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공모가가 어떻게 정해지고 어떤 정보가 공개되는지 알면, 이 사건에서 무엇이 빠져 있었는지 보인다.
회사가 미래 매출을 추정한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술기업은 과거 실적 대신 미래 추정 실적으로 기업가치를 계산한다. 파두의 증권신고서에는 2023년 매출 1,203억원이라는 추정치가 담겼다. 이 숫자가 공모가의 출발점이다.
→주관사가 검증하고 공모가를 산정한다
상장 주관 증권사는 회사 실사를 거쳐 추정의 근거를 확인하고 공모가 범위를 제시한다. 주관사는 인수수수료를 받는다. 파두 건에서 NH투자증권은 31억원, 한국투자증권은 13억원이었다.
→기관 수요예측으로 가격이 확정된다
기관투자자가 희망 물량과 가격을 제출하고 그 결과로 공모가가 확정된다. 파두는 희망범위 최상단인 3만 1,000원으로 정해졌다. 개인 청약자는 이 가격을 받아들이거나 청약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실적은 분기보고서에서 확인된다
상장 후 회사는 분기보고서를 공시한다. 8월 상장한 회사의 2분기 실적은 11월 공시에서 처음 드러난다. 당시 서식은 신고서 제출 직전 분기의 잠정 실적을 적도록 요구하지 않았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정보의 시차가 구조적으로 존재했다. 회사는 상장 시점에 직전 분기 실적을 알고 있지만 청약자는 알 수 없었다. 이 시차는 규정의 공백에서 나왔고, 회사가 굳이 불리한 숫자를 자발적으로 공개할 이유는 없었다.
추정 실적으로 가격을 정하는 방식은 검증 주체가 이해관계자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주관사는 상장이 성사돼야 인수수수료를 받는다. 회사가 제시한 추정을 낮게 조정하면 공모가가 내려가고 수수료도 줄어든다.
상장 기한이 정해진 사전 투자계약도 압력으로 작동한다. 검찰이 지목한 주주계약상 의무처럼 특정 시점까지 일정 규모 이상으로 상장해야 하는 조건이 있으면, 시장 상황이 나빠져도 일정을 미루기 어렵다. 이 계약 내용은 청약자에게 보이지 않는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금융감독원은 2024년 5월 9일 금융투자협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IPO 주관업무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주관사의 독립성 제고, 기업실사 항목과 절차의 의무화, 공모가 산정에 관한 내부기준 마련 의무화, 부실 실사에 대한 제재가 담겼다. 이어 증권신고서 공시서식을 개정해 신고서 제출 직전 달까지의 잠정 매출액과 영업손익을 명시적으로 기재하도록 했다. 상장 전후 회계심사도 강화했다.
직전 달까지의 잠정 실적을 적게 한 것은 이 사건의 직접 원인을 겨냥한 조치다. 다만 미래 추정 실적으로 가격을 정하는 방식 자체는 그대로다. 추정이 크게 빗나갔을 때 누가 어떤 책임을 지는지에 관한 기준은 여전히 개별 재판으로 정해진다.
증권관련집단소송 제도가 이 사건에서 실제로 사용됐다. 다만 소송허가 절차를 거쳐야 본안 심리가 시작되는 구조여서 피해자가 결과를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상장 당시 손실이 확정된 청약자에게 그 시간은 그대로 비용이 된다.
최종 부담투자자·시장가격·신뢰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공모주 청약을 검토할 때 증권신고서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다.
지금 확인할 것
- DART(dart.fss.or.kr)에서 증권신고서를 열어 최근 분기 실적과 잠정 실적 기재 항목을 확인한다. 2024년 서식 개정 이후에는 신고서 제출 직전 달까지의 잠정 매출액과 영업손익이 기재돼야 한다. 그 칸이 비어 있거나 설명이 없으면 그 이유를 확인한다.
- 공모가 산정 근거를 읽는다. 과거 실적이 아니라 미래 추정 실적을 쓴 경우 어떤 가정으로 그 숫자가 나왔는지, 비교 대상으로 어떤 회사를 골랐는지 적혀 있다.
- 주요 거래처 구성과 매출 집중도를 확인한다. 특정 한두 곳에 매출이 몰려 있으면 그 거래처의 발주 변동이 회사 실적 전체를 바꾼다.
- 기술특례상장인지 확인한다. 기술특례는 이익 요건 없이 상장할 수 있는 제도이므로 적자 상태에서 상장한 것이 예외가 아니라 전제다.
- 상장 전 투자자와의 계약에 상장 시기나 기업가치 조건이 있는지 신고서에서 확인한다.
일이 생겼을 때
- 증권신고서에 중요한 사항이 거짓으로 적혀 있거나 빠져 있어 손해를 입은 경우, 자본시장법 제125조에 따라 발행회사와 인수인, 그 임원 등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 같은 사유로 손해를 본 사람이 다수이면 증권관련집단소송법에 따른 집단소송을 이용할 수 있다. 법원의 소송허가 결정을 받아야 본안 심리가 시작된다.
- 청구권에는 기간 제한이 있다. 자본시장법 제127조는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해당 증권에 관해 신고의 효력이 발생한 날부터 3년 이내에 청구하도록 정하고 있다. 기간을 넘기면 청구할 수 없다.
- 청약 당시 받은 투자설명서와 청약 확인서, 매매내역을 보관한다. 손해액 산정의 기초 자료가 된다.
어디에 신고하나
- 증권신고서의 거짓 기재나 기재 누락이 의심되면 금융감독원 1332 또는 e-금융민원센터(fcsc.kr)에 신고한다.
- 공시 위반과 불공정거래는 금융감독원 증권 불공정거래 신고 창구에서 접수하며 요건을 갖추면 포상금이 지급된다.
- 상장 후 거래정지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진행 상황은 KIND(kind.krx.co.kr)에서 확인한다.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 01
증권신고서에 가장 최근 달까지의 잠정 실적이 숫자로 적혀 있는가.
- 02
공모가의 근거가 과거 실적인가, 앞으로의 추정인가. 추정이라면 그 가정이 무엇인지 읽었는가.
- 03
매출이 특정 거래처 한두 곳에 몰려 있지 않은가. 그 거래처의 최근 발주 상황이 설명돼 있는가.
- 04
공모가가 희망범위 최상단으로 정해졌다면 그 근거가 신고서에 설명돼 있는가.
- 05
상장 일정이 특정 날짜에 맞춰져 있다는 언급이 있지 않은가. 그 이유를 확인했는가.
상설 확인 창구
- 금융민원·분쟁조정금융감독원 1332 · fcsc.kr
- 내 계좌 조회·일괄 지급정지어카운트인포 payinfo.or.kr
- 내 명의 휴대전화 조회엠세이퍼 msafer.or.kr
- 내 보험 전체 조회내보험 찾아줌 cont.insure.or.kr
- 기업 공시 확인전자공시시스템 dart.fss.or.kr
- 금융소비자 정보포털파인 fine.fss.or.kr
05 · 필자의 결론
이 사건은 아직 1심이 진행 중이다. 회사와 경영진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유무죄는 법원이 정한다. 확정되지 않은 것을 두고 결론을 말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확인된 사실이 있다. 시가총액 1조 5,000억원으로 상장한 회사의 직전 분기 매출이 5,900만원이었고, 그 숫자는 청약이 끝나고 석 달이 지난 뒤에 공개됐다. 이것은 누군가의 거짓말 이전에 서식의 문제였다. 금융감독원이 2024년 증권신고서 서식을 고쳐 직전 달까지의 잠정 실적을 적도록 한 것은 그 인정이다. 다만 서식이 바뀌어도 추정으로 가격을 정하는 구조는 남아 있다. 추정이 빗나갔을 때 그 비용을 누가 지는지에 관한 답은 아직 없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