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핵심 요약 · 90초
주식시장에서 정보는 모두에게 동시에 도착해야 한다. 그것이 공시 제도의 목적이다. 이 사건은 그 원칙이 회사 안에서 어떻게 무너졌는지, 그리고 그 대가가 얼마였는지에 관한 기록이다.
이동채 전 에코프로그룹 회장은 2020년 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계열사 에코프로비엠의 중장기 공급계약 정보가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되기 전에 미리 주식을 사들였다가 되팔았다. 사용된 계좌는 본인 명의가 아니라 차명계좌와 자녀 명의 계좌였다. 확인된 시세차익은 11억여원이다. 이 기간 에코프로비엠은 SK이노베이션과 약 2조 7,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소재 공급계약을 맺었다. 같은 방식의 거래는 회장 한 사람에게 그치지 않았고, 계열사 임직원 5명이 함께 기소됐다.
2022년 5월 이 전 회장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전·현직 임직원 5명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2022년 10월 1심은 이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35억원을 선고했다. 2023년 5월 11일 서울고등법원은 징역 2년, 벌금 22억원, 추징금 11억여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룹 총수의 지위와 범행의 중대성에 비춰 1심 처벌이 현저히 가볍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는 2023년 8월 18일 상고를 기각해 형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임직원 5명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확정됐다. 이 전 회장은 부당이득을 에코프로비엠에 환원했고, 그 점은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됐다.
이 전 회장은 2024년 8월 13일 발표된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잔형집행면제 대상에 포함됐다. 24개월 형 가운데 15개월을 복역한 시점이었다. 사면 이후 에코프로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고, 2025년 11월 헝가리 공장 준공식에도 참석했다. 한편 미공개정보 이용에 대한 제재는 이 사건 이후 크게 바뀌었다. 2024년 1월 19일부터 3대 불공정거래에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물릴 수 있게 됐고, 2025년 4월 23일부터는 계좌 지급정지와 최대 5년의 금융투자상품 거래제한, 상장사 임원 선임 제한이 시행됐다. 다만 2026년 7월 언론 보도 기준으로 과징금이 실제 부과된 사례는 두 건에 그쳤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약 8분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미공개정보 이용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범죄가 아니다. 순서를 바꾸는 것만으로 성립한다.
회사 안에서 정보가 먼저 생긴다
대형 공급계약은 협상, 내부 승인, 계약 체결, 공시의 순서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경영진과 실무 담당자는 공시보다 며칠에서 몇 주 앞서 내용을 안다. 이 시차 자체는 불가피하다.
→공시 전에는 정보가 한쪽에만 있다
일반 투자자는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뒤에야 같은 사실을 안다. 이 시차 동안 회사 내부자가 주식을 사면, 같은 시장에서 한쪽만 결과를 알고 거래하는 상태가 된다.
→차명계좌가 흔적을 가린다
임원과 주요주주는 본인 명의로 거래하면 소유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차명계좌나 가족 명의 계좌를 쓰면 이 보고를 피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사용된 것이 차명계좌와 자녀 명의 계좌였다.
→공시 뒤 되팔아 차익을 실현한다
공시로 주가가 오르면 매도해 차익을 남긴다. 이 사건의 확인된 차익은 11억여원이다. 법원은 이 금액을 추징하고, 그 두 배인 22억원을 벌금으로 부과했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적발이 어렵다. 미공개정보 이용은 거래 기록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누가 언제 무엇을 알았는지를 입증해야 하는데, 차명계좌가 개입되면 계좌의 실소유자부터 밝혀야 한다. 한국거래소의 시장감시, 금융감독원의 조사, 검찰의 수사를 거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형사처벌만으로는 억제력이 부족했다. 이 사건 당시 자본시장법에는 3대 불공정거래에 대한 과징금 제도가 없었다. 형사 절차가 끝나야 제재가 완료되고, 그 사이 부당이득의 처리도 늦어졌다. 1심이 집행유예였다가 2심에서 실형으로 바뀐 과정도 양형 기준이 정착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정보가 한 사람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는 회장뿐 아니라 임직원 5명이 함께 기소됐다. 대형 계약 정보는 여러 부서를 거치므로 내부통제가 없으면 여러 경로로 새어 나간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2024년 1월 19일 시행된 개정 자본시장법은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에 대해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했다. 부당이득이 없거나 산정이 곤란하면 40억원 이하다. 부당이득 산정방식도 법에 명시됐고, 자진신고자 감면 제도가 도입됐다.
2025년 4월 23일부터 비금전 제재가 추가됐다. 불공정거래에 사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에 최장 1년간 지급정지가 가능하고, 위반자에게는 최대 5년간 금융투자상품 거래제한명령과 상장사·금융회사 임원 선임·재임 제한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 조치들은 과징금과 함께 부과하는 것이 원칙이다.
제도는 만들어졌지만 활용은 아직 적다. 2026년 7월 언론 보도 기준으로 과징금 제도 시행 2년여 동안 실제 부과 사례는 두 건이었다. 형사 절차와 과징금 절차의 관계, 부당이득 산정의 실무 기준이 정리되지 않으면 제도가 선언에 머문다. 사면 제도와의 관계도 정리되지 않았다. 확정판결의 형기가 절반 남짓 지난 시점에 면제되면, 양형을 다투는 재판의 의미가 줄어든다.
최종 부담투자자·시장가격·신뢰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개인투자자가 미공개정보 이용을 미리 알아내기는 어렵다. 다만 공시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신호는 있다.
지금 확인할 것
- 전자공시시스템 DART(dart.fss.or.kr)에서 '임원·주요주주 특정증권등 소유상황보고서'를 확인한다. 큰 공시 직전이나 직후의 매매 기록이 여기에 남는다.
-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 이른바 5% 보고를 함께 본다. 지분 5% 이상 보유자의 변동이 공시된다.
- 호재성 공시가 나오기 전 며칠 동안 주가와 거래량이 이미 움직였는지 확인한다. 공시 전 상승은 정보가 먼저 새어 나갔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다.
- 상장공시시스템 KIND(kind.krx.co.kr)에서 조회공시 요구와 답변 이력을 본다. 회사가 '중요 공시사항 없음'이라고 답한 직후 공시가 나왔다면 그 시차를 따져본다.
- 회사가 임직원 거래를 사전에 점검하는 내부통제 제도를 운영하는지 확인한다.
일이 생겼을 때
- 불공정거래가 의심되면 신고할 수 있다. 2026년 5월 20일 시행령 개정으로 신고포상금 지급 상한이 폐지돼 부당이득이나 과징금의 최대 30%까지 지급된다.
- 미공개정보 이용으로 손해를 봤다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인과관계 입증이 필요하므로 매매 시점과 공시 시점을 기록해 둔다.
- 증권선물위원회의 조치 내용은 금융위원회(fsc.go.kr)와 금융감독원 보도자료로 공개된다. 보유 종목 관련 조치가 있었는지 확인한다.
어디에 신고하나
-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의 불공정거래 신고 창구(krx.co.kr)에 제보한다.
- 금융감독원 홈페이지(fss.or.kr)의 증권 불공정거래 신고 창구를 이용한다. 금융 상담은 1332다.
-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에서 제재 정보와 금융회사 조회가 가능하다.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 01
호재성 공시 며칠 전부터 주가와 거래량이 이미 움직이지 않았는가.
- 02
임원·주요주주의 매매 보고가 큰 공시 직전에 몰려 있지 않은가.
- 03
회사가 조회공시 요구에 '없음'이라고 답한 직후 같은 내용을 공시하지 않았는가.
- 04
내가 들은 정보를 공시에서 확인할 수 있는가, 아니면 누군가에게서 들은 것인가.
- 05
그 정보를 알려준 사람이 회사와 어떤 관계인지 설명할 수 있는가.
상설 확인 창구
- 금융민원·분쟁조정금융감독원 1332 · fcsc.kr
- 내 계좌 조회·일괄 지급정지어카운트인포 payinfo.or.kr
- 내 명의 휴대전화 조회엠세이퍼 msafer.or.kr
- 내 보험 전체 조회내보험 찾아줌 cont.insure.or.kr
- 기업 공시 확인전자공시시스템 dart.fss.or.kr
- 금융소비자 정보포털파인 fine.fss.or.kr
05 · 필자의 결론
이 사건에서 확인된 부당이득은 11억원이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 주식을 공시만 보고 산 사람들은 2023년의 급등과 이후의 하락을 그대로 겪었다. 시장이 성립하려면 정보가 동시에 도착해야 한다는 원칙은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이 차이를 뜻한다. 항소심이 1심의 집행유예를 실형으로 바꾼 것은 그 원칙을 확인한 판단이었다. 그러나 확정된 24개월 가운데 15개월이 지난 시점에 잔형이 면제됐다. 형을 정하는 절차와 형을 면제하는 절차가 서로 다른 기준으로 움직이면, 앞의 절차가 시장에 보내는 신호는 약해진다. 2024년과 2025년에 도입된 과징금과 거래제한 제도가 실제로 쓰이는지가 다음 질문이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
- 법률신문, [판결] '미공개 정보 이용'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 2심 법정구속 (2023.5.11)
- 법률신문, [판결] '미공개정보 이용'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 징역 2년 확정 (2023.8.18)
- 한국일보, 미공개 정보 이용, 11억 시세차익…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 징역 2년 확정 (2023.8.18)
- 법률신문,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대상자 발표 (2024.8.13)
- 조선비즈, 아슬아슬 쌓은 수익률…에코프로 뛰자 코스닥150·2차전지 ETF도 상승 (2023.7.18)
- 뉴시스, '불공정거래도 최대 2배 과징금'…개정안, 내일부터 시행 (2024.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