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핵심 요약 · 90초
2020년 주식시장에서 가장 강한 재료는 실적이 아니라 단어였다. '코로나19 치료제'라는 다섯 글자가 붙으면 주가가 움직였다. 그 단어가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을 때 손실을 떠안은 쪽과, 그 전에 정리한 쪽이 갈렸다.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한다고 밝힌 제약·바이오 종목에 매수가 몰렸다. 신풍제약은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한다고 밝힌 뒤 주가가 급등했다. 2019년 12월 7,000원대이던 주가는 2020년 9월 21만원대까지 올랐다. 임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개발 계획 발표만으로 주가가 30배 오른 것이다. 이후 임상 2상에서 목표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는 1만원대로 내려갔다. 같은 시기 일양약품도 백혈병 치료제의 코로나19 효과를 발표해 주가가 올랐다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증권선물위원회는 2025년 2월 12일 회의에서 장원준 전 신풍제약 대표와 지주회사 송암사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상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금지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의결하고 17일 발표했다. 증선위는 장 전 대표가 임상 2상에서 주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할 것을 미리 알고 2021년 4월 보유 주식 200만주를 주당 8만 4,016원, 총 1,680억원 규모로 시간외 대량매매했다고 판단했다. 회피한 손실은 약 369억원으로 산정됐다. 이 사건은 2025년 9월 검찰의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됐다. 일양약품도 2020년 3월 백혈병 치료제의 코로나19 효과를 발표한 것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았고, 2024년 11월 검찰에 송치됐으나 2025년 4월 무혐의 불기소 처분됐다.
테마주 자체는 사라지지 않았다. 한국거래소 집계로 2021년 시장경보 지정은 2,599건이었다. 투자주의 2,231건, 투자경고 285건, 투자위험 26건, 매매거래정지 57건이다. 2024년 8월에는 코로나19와 엠폭스 재확산으로 관련 15개 종목의 주가가 20일 만에 평균 82.7% 올랐고, 거래소는 그달에만 33회 시장경보 조치를 하고 8월 21일 투자유의를 발동했다. 같은 구조가 감염병 이름만 바꿔 반복되고 있다. 제재 수단은 2024년 1월과 2025년 4월에 걸쳐 크게 늘었지만, 2026년 7월 언론 보도 기준으로 불공정거래 과징금이 실제 부과된 사례는 두 건에 그쳤다. 임상 단계 정보를 어떻게 공시할지에 관한 기준도 아직 정비되지 않았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약 8분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테마주가 만들어지는 순서는 정해져 있다. 각 단계에서 이익을 보는 쪽이 다르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공시된다
임상시험계획 제출, 비임상 결과, 개발 착수 같은 내용이 공시나 보도자료로 나온다. 이 단계에서는 약효가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공시 자체는 사실이므로 허위공시가 아니다.
→매수가 몰리고 주가가 오른다
결과를 기다리는 기대가 가격에 먼저 반영된다. 거래량이 작은 종목일수록 상승 폭이 크다. 한국거래소는 5거래일간 60% 이상 또는 15일간 100% 이상 오르면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한다.
→내부자가 정리한다
임상 결과를 가장 먼저 아는 사람은 회사 안에 있다. 결과가 나쁘면 공시 전에 매도할 유인이 생긴다.
→결과가 나오고 주가가 무너진다
임상 실패나 개발 중단이 알려지면 기대만으로 만들어진 가격은 유지되지 않는다. 이 시점에 주식을 들고 있는 쪽은 대개 뒤늦게 산 개인투자자다. 신풍제약 주가는 21만원대에서 1만원대로 내려갔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임상 정보의 공시 기준이 느슨했다. 임상시험계획을 제출했다는 사실, 비임상에서 효과가 관찰됐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정보가 최종 결과와 얼마나 먼지는 공시에 드러나지 않는다. 투자자가 단계별 성공 확률을 판단할 근거가 없었다.
제재 수단이 형사처벌에 치우쳐 있었다. 이 시기 자본시장법에는 3대 불공정거래에 대한 과징금 제도가 없었다. 형사 절차에서 고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아무 제재도 남지 않는다.
적발까지 시간이 걸렸다. 신풍제약의 매도는 2021년 4월이었고 증권선물위원회의 고발 의결은 2025년 2월이었다. 그 사이 주가는 2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고, 손실을 본 투자자에게 남은 선택지는 거의 없었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한국거래소는 시장경보제도를 투자주의, 투자경고, 투자위험 3단계로 운영한다. 투자경고 이후에도 주가가 오르면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되고 신용거래가 정지되며 매매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 2024년 8월 코로나19·엠폭스 테마 과열 때 거래소는 한 달 동안 33회 시장경보 조치를 하고 8월 21일 투자유의를 발동했다.
2024년 1월 19일 시행된 개정 자본시장법으로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에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 2025년 4월 23일부터는 혐의 계좌 지급정지, 최대 5년의 금융투자상품 거래제한, 상장사 임원 선임 제한이 시행됐다. 형사 절차와 별도로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처음 마련된 것이다.
임상 단계 정보의 공시 기준은 아직 정비되지 않았다. 어느 단계에서 무엇을 공시해야 하는지, 실패했을 때 언제 알려야 하는지가 회사 판단에 맡겨져 있다. 금융감독원은 2023년 신사업을 공시한 기업의 55%가 실제 추진 내역이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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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테마주는 정보가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확인 가능한 정보와 기대를 구분하지 않아서 생긴다. 구분하는 방법은 공개돼 있다.
지금 확인할 것
- 임상 단계를 확인한다. 비임상, 1상, 2상, 3상, 품목허가는 각각 다른 단계다. 임상시험 승인 현황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나라(nedrug.mfds.go.kr)에서 조회할 수 있다.
- 전자공시시스템 DART(dart.fss.or.kr)에서 매출 구성을 본다. 개발 중인 약이 매출에 기여한 적이 없다면 현재 주가는 기대만 반영한 것이다.
- '임원·주요주주 특정증권등 소유상황보고서'를 확인한다. 주가가 오른 구간에서 대주주나 임원이 팔았다면 공시에 남는다.
- 전환사채 발행 이력을 확인한다. 사모 전환사채를 반복 발행한 회사는 주가가 오를 때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
- 상장공시시스템 KIND(kind.krx.co.kr)에서 해당 종목의 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 지정 여부를 확인한다.
일이 생겼을 때
- 투자경고종목이 되면 위탁증거금을 100% 내야 하고, 투자위험종목이 되면 신용거래와 매매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 보유 종목의 지정 여부를 미리 확인한다.
- 회사가 발표한 내용과 공시 내용이 다르다면 그 차이를 기록해 둔다. 보도자료와 공시의 불일치는 부정거래 판단의 근거가 된다.
- 불공정거래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2026년 5월 20일 시행령 개정으로 지급 상한이 폐지돼 부당이득이나 과징금의 최대 30%까지 지급된다.
어디에 신고하나
-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의 불공정거래 신고 창구(krx.co.kr)에 제보한다.
- 금융감독원 홈페이지(fss.or.kr)의 증권 불공정거래 신고 창구를 이용한다. 금융 상담과 민원은 1332 또는 e-금융민원센터(fcsc.kr)다.
- 주식 리딩방이나 유사투자자문 피해는 1332와 경찰청 ecrm.police.go.kr에 함께 신고한다.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 01
회사가 발표한 것이 결과인가, 계획인가.
- 02
그 약이 지금까지 벌어들인 매출이 얼마인지 확인했는가.
- 03
주가가 오르는 동안 대주주나 임원이 팔지 않았는가.
- 04
이 회사가 최근 몇 년간 신규 사업을 몇 번 발표했고, 그중 몇 개가 실제로 진행됐는가.
- 05
지금 사려는 이유가 '더 오를 것 같아서' 말고 다른 문장으로 설명되는가.
상설 확인 창구
- 금융민원·분쟁조정금융감독원 1332 · fcsc.kr
- 내 계좌 조회·일괄 지급정지어카운트인포 payinfo.or.kr
- 내 명의 휴대전화 조회엠세이퍼 msafer.or.kr
- 내 보험 전체 조회내보험 찾아줌 cont.insure.or.kr
- 기업 공시 확인전자공시시스템 dart.fss.or.kr
- 금융소비자 정보포털파인 fine.fss.or.kr
05 · 필자의 결론
이 사건들에서 확인되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 감독당국의 경고는 늦지 않았다. 거래소는 2020년 2월에 관련 종목 집중 감시를 예고했고 금융감독원은 3월에 기획조사를 예고했다. 그럼에도 주가는 30배 올랐다. 둘째, 경고 이후의 절차는 대부분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증권선물위원회가 369억원 손실 회피로 판단해 고발한 사건도, 연구 결과 부풀리기 의혹으로 4년간 수사받은 사건도 검찰 단계에서 종결됐다. 감시와 제재 사이에 큰 공백이 있었던 것이다. 2024년과 2025년 도입된 과징금과 거래제한은 그 공백을 메우려는 장치다. 다만 제도가 생겼다는 사실과 그것이 쓰인다는 사실은 다르다. 그 사이에 다음 테마가 온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
- 조선일보, 임상 실패 미리 알고… 제약사 창업주 2세, 주식 팔아 369억 손실 피했다 (202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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