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까지 걸린 시간
4일 (3.22 → 3.26)
수정된 항목
203개 중 152개
당기순손실 변화
1,050억 → 1,959억원
부채비율 변화
625% → 649%

01 · 핵심 요약 · 90초

회계법인이 감사보고서에 '한정'이라고 쓰는 순간, 국내 2위 항공사의 주식 거래가 멈췄다. 나흘 뒤 숫자를 다시 계산했더니 순손실이 두 배 가까이 늘어 있었다. 그 나흘 사이에 무엇이 바뀐 것인지가 이 사건의 핵심이다.

2019년 3월 22일 아시아나항공은 외부감사인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범위 제한으로 인한 한정' 의견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감사인이 요구한 자료를 회사가 제출하지 않아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얻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국내 2위 항공사이자 대기업집단 소속 상장사가 한정의견을 받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같은 날 주식 거래가 정지됐고 3월 25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회사는 요구받은 자료를 제출하고 재감사를 받아 3월 26일 적정의견으로 정정된 감사보고서를 냈다.

얼마나 큰 사건인가

한정의견 감사보고서의 연결 기준 실적은 매출 6조 7,893억원, 영업이익 887억원, 당기순손실 1,050억원이었다. 재감사 후 적정의견 보고서에서는 매출 7조 1,834억원, 영업이익 282억원, 당기순손실 1,959억원으로 바뀌었다. 영업이익은 88.5% 줄었고 순손실은 909억원 늘었다. 부채비율은 625%에서 649%로 24%포인트 올랐다. 언론 보도 기준 전체 203개 항목 중 152개, 약 75%의 수치가 수정됐다. 나흘 사이에 회사가 발표한 실적의 4분의 3이 다시 계산된 것이다. 재감사 전 증권가 일부에서는 부채비율이 1,000%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적정의견을 받은 3월 26일에도 주가는 15% 떨어졌다. 지분법 대상 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영향으로 모회사 금호산업도 같은 날 한정의견을 받고 거래가 정지됐다.

왜 지금 중요한가

이 사건은 2018년 11월 시행된 새 외부감사법 아래에서 나온 첫 대형 사례다.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와 표준감사시간이 도입되면서, 감사인이 회사와 다른 결론을 내고 그것을 감사의견에 적을 수 있게 된 제도가 실제로 작동한 결과였다. 파장은 회계에서 끝나지 않았다. 2019년 3월 28일 박삼구 회장이 퇴진했고 4월 15일 금호산업 이사회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했다. 2019년 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과의 거래가 2020년 무산된 뒤, 회사는 2024년 12월 12일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2026년 12월 통합 항공사 출범이 예정돼 있다. 감사의견 한 줄이 지배구조와 산업 구조를 함께 바꾼 사례로 남았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8

감사인이 자료를 받지 못했다

2019년 3월 22일 오전, 삼일회계법인은 아시아나항공 2018년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범위 제한으로 인한 한정의견을 제출했다. 회계법인이 대기업 집단 소속 상장사에 한정의견을 내는 것은 드문 일이다.

감사인이 밝힌 근거는 다섯 가지다. 운용리스 항공기의 정비의무와 관련한 충당부채, 마일리지 이연수익의 인식과 측정, 손상징후가 발생한 유·무형자산의 회수가능액, 당기 중 취득한 관계기업 주식의 공정가치 평가, 그리고 에어부산의 연결 대상 포함 여부와 연결 재무정보였다. 이 항목들에 대해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회사 설명은 달랐다. 아시아나항공은 담화문에서 운용리스 항공기 정비충당금, 마일리지 이연수익 충당금 설정 규모, 에어부산에 대한 회계처리를 지분법에서 연결로 소급 변경하는 문제에 대해 감사인과 이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항목들은 2018년에 새로 생긴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있던 것이라는 취지였다.

정리하면 회사는 이견이라고 했고 감사인은 증거를 받지 못했다고 적었다. 감사보고서에 적히는 것은 감사인의 판단이다. 그 판단이 그대로 공시됐다.

거래정지와 관리종목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사가 감사의견 한정을 받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아시아나항공 주식은 3월 22일 거래가 정지됐고 3월 25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모회사 금호산업도 같은 날 한정의견을 받았다. 지분법 대상 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감사범위 제한이 모회사 연결재무제표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두 회사 주식이 동시에 멈췄다.

회사는 즉시 재감사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인이 요구했던 자료, 특히 운용리스 항공기 정비 비용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김수천 당시 대표이사는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거래정지 사흘 동안 시장의 관측은 나빴다. 증권가에서는 재감사 후 부채비율이 1,000%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회사채와 주식이 함께 묶이면서 자금 조달 경로도 막혔다.

숫자가 다시 계산됐다

3월 26일 삼일회계법인은 적정의견으로 수정된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 한정의견이 나온 지 나흘 만이다. 주식 거래가 재개되고 관리종목 지정도 해제됐다.

그런데 숫자가 달라져 있었다. 연결 기준 매출은 6조 7,893억원에서 7조 1,834억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은 887억원에서 282억원으로 88.5%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1,050억원에서 1,959억원으로 909억원 늘었다. 부채비율은 625%에서 649%가 됐다. 언론 보도 기준 203개 항목 중 152개의 수치가 수정됐다.

적정의견을 받았는데도 주가는 그날 15% 떨어졌다. 우려하던 1,000% 수준은 아니었지만, 회사가 처음 제시한 숫자와 감사 후 숫자의 차이가 시장에 남았다.

회사는 충당금을 추가로 설정하면서 일시적으로 실적이 나빠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순손실 1,959억원은 당시 최근 5년 실적 가운데 가장 나쁜 수치였다.

감사보고서 이후

3월 28일 박삼구 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물러났다. 감사보고서 사태의 책임을 지겠다는 이유였다. 4월 15일 금호산업 이사회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했다.

매각은 순탄하지 않았다. 2019년 말 HDC현대산업개발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2020년 거래가 무산됐다. 이후 산업은행 관리 체제를 거쳐 대한항공과의 결합이 추진됐다. 대한항공은 2020년 11월 신주인수 계약을 맺었고, 이후 약 3년간 각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았다.

2024년 12월 11일 대한항공은 신주 인수 잔금을 납입해 총 1조 5,000억원의 거래를 마쳤고, 12월 12일 지분 63.88%를 취득해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통합 항공사 출범은 2026년 12월로 예정돼 있다.

2019년 3월의 감사보고서가 이 모든 과정의 출발점이었다. 회계법인이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적은 문장 하나에서 시작해, 국내 항공산업의 구조가 바뀌었다.

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감사의견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면, 왜 한 줄이 거래정지로 이어지는지도 알 수 있다.

01 · 단계

회사가 재무제표를 만든다

재무제표를 만드는 것은 감사인이 아니라 회사다. 충당부채를 얼마로 잡을지, 마일리지 부채를 얼마로 인식할지는 회사의 추정이 들어간다.

02 · 단계

감사인이 증거를 요구한다

감사인은 그 추정이 회계기준에 맞는지 확인할 자료를 요구한다. 정비계약서, 마일리지 사용 이력, 자회사 재무정보 같은 것이다.

03 · 단계

증거를 못 받으면 범위가 제한된다

자료를 받지 못하면 감사인은 그 부분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적는다. 이것이 감사범위 제한이다. 틀렸다는 뜻이 아니라 확인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04 · 단계

한정의견은 상장 지위에 연결된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감사의견 한정은 관리종목 지정 사유다. 회계 판단이 곧바로 매매거래 정지와 상장 지위 문제로 이어진다.

누가 내고 누가 최종 손실을 부담했는가
정보누가 무엇을 언제 알았고 설명했는가
책임계약·공시·통제·감독의 빈틈은 어디였는가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쟁점이 된 항목들은 모두 회사가 숫자를 정하는 항목이었다. 항공기 정비충당부채, 마일리지 이연수익, 자산 손상, 자회사 연결 여부가 그렇다. 이런 항목은 가정을 조금만 바꿔도 이익과 부채가 크게 달라진다. 재감사에서 순손실이 909억원 늘어난 것이 그 폭을 보여준다.

2018년 11월 새 외부감사법이 시행되면서 감사인의 위치가 달라졌다.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와 표준감사시간이 도입됐고, 감사인이 회사와 다른 판단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 사건은 그 제도가 적용된 첫 대형 사례였다.

정보의 시차도 문제였다. 투자자가 본 첫 숫자는 3월 22일 한정의견 보고서의 숫자였고, 나흘 뒤 그 숫자가 바뀌었다. 그 사이 주식은 거래가 정지돼 있었다. 시장은 결론이 나온 뒤에야 반응할 수 있었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감독당국

금융위원회는 2019년 6월 13일 회계감독 선진화 방안을 내놨다. 경미한 회계처리기준 위반은 수정공시 권고로 처리하고 중대한 위반에 감리를 집중하는 방향, 감사인 지정제 운영 개선이 포함됐다. 회계감독을 사후 제재 중심에서 사전 예방과 지도 쪽으로 옮기겠다는 취지였다.

남은 과제

감사인과 회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에서 감사보고서 제출 기한이 닥치면 한정의견이 먼저 나오고 정정이 뒤따르는 구조는 그대로다. 그 사이 거래정지와 관리종목 지정이 이뤄지고, 정정 후에도 지정 이력은 남는다. 이견 조정 절차를 기한 전에 처리할 방법이 제도에 없다.

금융회사

재감사 나흘 만에 203개 항목 중 152개가 수정됐다는 사실은, 회사가 처음 제출한 재무제표가 감사 전 자료였음을 보여준다. 재무제표 작성 책임이 회사에 있다는 원칙이 실무에서 지켜지는지에 대한 물음이 남았다.

최종 부담투자자·시장가격·신뢰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감사보고서는 공시로 공개된다. 투자 전에 확인할 수 있는 몇 가지가 있다.

01

지금 확인할 것

  • 전자공시시스템 DART(dart.fss.or.kr)에서 해당 회사의 감사보고서를 열어 감사의견 항목을 먼저 본다. 적정·한정·부적정·의견거절 네 가지 중 무엇인지 확인한다.
  • 적정의견이더라도 '강조사항'과 '핵심감사사항'을 읽는다. 감사인이 위험하다고 본 항목이 여기에 적힌다. 계속기업 관련 불확실성이 있으면 이 부분에 나온다.
  • 감사보고서 제출이 정기주주총회 직전까지 미뤄지는 회사는 그 자체가 확인 대상이다. 제출 지연 공시가 있었는지 DART에서 본다.
  •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 KIND(kind.krx.co.kr)에서 관리종목 지정과 매매거래 정지 이력을 확인한다.
  • 감사인이 최근에 바뀌었는지, 지정감사인인지 자유선임인지 확인한다. 감사보고서 첫 장에 감사인 이름이 있다.
02

일이 생겼을 때

  • 보유 종목이 감사의견 한정이나 의견거절을 받으면 매매거래가 정지된다. 정지 기간에는 매도할 수 없으므로, 회사의 재감사 신청 여부와 사유 해소 계획 공시를 확인한다.
  •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해소되지 않으면 상장폐지 절차로 넘어간다. 한국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는지 KIND 공시에서 확인한다.
  • 재무제표가 정정되면 정정 전후 수치를 비교한다. DART에서 '정정' 표시가 붙은 보고서를 원본과 함께 볼 수 있다.
  • 분식회계가 확인된 경우 투자자는 자본시장법 제162조와 제170조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청구 기한이 있으므로 확정 시점을 확인해야 한다.
03

어디에 신고하나

  • 회계처리 위반이 의심되면 금융감독원 회계포탈의 회계부정 신고 창구에 신고한다.
  • 공시 관련 문의와 민원은 금융감독원 1332, e-금융민원센터(fcsc.kr)를 이용한다.
  • 상장 관련 조치와 매매거래 정지 정보는 한국거래소 KIND(kind.krx.co.kr)에서 확인한다.
스스로에게 물을 질문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1. 01

    감사보고서가 정기주주총회 직전까지 나오지 않고 있지 않은가.

  2. 02

    회사가 감사인과 회계처리를 두고 이견이 있다고 공시하지 않았는가.

  3. 03

    감사의견은 적정인데 핵심감사사항에 충당부채나 자산 손상 항목이 반복해서 올라오고 있지 않은가.

  4. 04

    실적 발표 때의 잠정 수치와 감사 후 확정 수치가 크게 다르지 않은가.

  5. 05

    부채비율과 순손실 같은 핵심 수치를 감사 전 자료로만 보고 판단하고 있지 않은가.

상설 확인 창구

05 · 필자의 결론

회사는 부도가 나지 않았고 사기 사건이 밝혀진 것도 아니다. 감사인이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적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 한 줄로 주식 거래가 멈추고, 나흘 뒤 순손실이 909억원 늘었으며, 회장이 물러나고 회사가 매각됐다. 이 사건이 남긴 것은 재무제표의 숫자가 회사의 추정에 크게 의존한다는 사실이다. 충당부채와 이연수익은 회사가 정한다. 감사인은 그것을 확인할 뿐이고, 확인할 자료를 받지 못하면 확인하지 못했다고 적을 수밖에 없다. 새 외부감사법이 만든 것은 감사인이 그렇게 적을 수 있는 환경이었다. 다만 이견 조정이 제출 기한 안에 끝나지 않으면 시장이 먼저 멈추는 구조는 그대로 남아 있다.
사실과 판단의 구분아시아나항공 감사의견 한정

확인된 사실, 감독당국의 판단, 법원의 판단과 필자의 해석은 각각 다른 기준으로 쓴다. 위 결론은 필자의 판단이며, 앞의 서술은 감독당국 발표와 판결, 공시자료를 근거로 한다. 진행 중인 절차는 확정된 것으로 쓰지 않는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