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사

국민의 안전한 금융생활을 위한 지식 기반을 만듭니다

『넥서스 금융경영연구소』 창립 및 『넥서스 금융 브리핑』 창간에 부쳐

작성자 박종길

감독 현장에 쌓인 33년의 경험을 누구나 다시 찾아 쓸 수 있는 공익 금융지식으로 바꾸는 일, 『넥서스 금융 브리핑』이 시작합니다.

하나. 손실이 결정되는 날

금융에서 손실이 결정되는 순간은 뉴스가 나오는 날이 아닙니다. 계약서에 서명하는 날입니다.

저는 1993년부터 2025년까지 33년간 금융감독원에서 기업공시와 자본시장 감독·조사, 금융상품 분석 업무를 했습니다. 그 시간의 대부분은 이미 벌어진 일을 확인하는 일이었습니다. 조사는 사건이 발생한 뒤에 시작되고, 제재는 그보다 더 늦게 도착합니다. 그것이 감독의 역할이고, 동시에 감독의 한계입니다.

조사 과정에서 만난 분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성실하게 일해 모은 돈이었습니다. 대부분 창구에서 권유받은 상품이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자신이 무엇에 서명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분들에게 부족했던 것은 판단력이 아니었습니다. 판단할 재료였습니다. 계약서에 적힌 문장이 실제로 무엇을 뜻하는지, 이 돈이 어디로 가서 무엇이 되는지, 최악의 경우 얼마를 잃을 수 있는지를 서명 전에 확인할 방법이 없었을 뿐입니다.

그 재료를 만드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둘. 반복되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1999년 대우채, 2003년 MMF, 2010년 옵션만기 충격, 2018년 유령주식, 2020년 사모펀드 환매중단, 그리고 2026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

상품의 이름은 매번 달랐습니다. 그러나 구조는 닮아 있었습니다. 설명되지 않은 위험이 팔렸고, 정보는 파는 쪽에만 있었으며, 책임은 손실이 확정된 뒤에야 따졌습니다. 20년의 간격을 두고 벌어진 두 사건의 계약 구조가 거의 같았던 경우도 있습니다.

반복이 우연이 아니라면 다음 사건도 예고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 판매되는 어떤 상품은 몇 년 뒤 분쟁 사건의 이름이 될 것입니다. 그 사실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큽니다.

문제는 이 지식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있습니다. 감독당국의 보도자료에, 법원의 판결문에, 규제 자료와 공공 연구기관의 보고서에 흩어져 있습니다. 다만 전문 용어와 개별 문서로 나뉘어 있어 정작 그 지식이 필요한 사람에게 닿지 않습니다.

광고는 넘칩니다. 의견도 넘칩니다. 그러나 계약의 구조와 비용과 손실 가능성을 같은 순서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정보의 격차는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넥서스 금융경영연구소』와 『넥서스 금융 브리핑』은 이 격차를 좁히기 위해 설립했습니다. 감독 현장에 쌓인 33년의 경험을 누구나 다시 찾아 쓸 수 있는 공공의 지식으로 바꾸는 것. 그것이 창립의 배경이자 창간의 이유입니다.

셋. 우리의 미션

미션은 한 문장입니다.

국민의 안전한 금융생활을 위한 지식 기반을 만듭니다.

여기서 안전이란 큰 수익을 얻는 것이 아닙니다. 이해하지 못한 위험 때문에 평생 모은 재산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계약 전에 이해할 것. 무엇을 계약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하는 서명은 선택이 아닙니다. 상품의 이름이 아니라 계약의 구조를 알아야 선택이 됩니다.

문제 뒤에 순서를 알 것. 손실이 발생한 다음 날, 어느 기관에 어떤 절차로 언제까지 신청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금융 피해구제에서 기한을 놓치는 것은 사실관계를 다투는 것보다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반복을 기억할 것. 과거의 사건은 지나간 이야기가 아니라 다음 상품을 판단하는 기준입니다.

이 셋을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넥서스 금융 브리핑』입니다. 연구소의 이름에 넣은 넥서스(Nexus)는 연결을 뜻합니다. 상품과 사건을 잇고, 제도와 행동을 잇고, 국민의 판단과 기업의 책임을 잇겠다는 뜻입니다.

넷. 무엇을 싣고, 무엇을 하지 않는가

창간과 함께 464편의 기록을 공개합니다.

금융상품 226편은 예금부터 대출·펀드·보험·카드·가상자산까지 국내 금융상품의 계약 구조와 비용, 손실 가능성을 같은 순서로 설명합니다. 금융사건 150편은 1999년부터 2026년까지의 사건에서 돈과 정보와 책임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그리고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리했습니다. 금융제도 74편과 피해구제 절차 14편은 어떤 제도가 나를 보호하는지, 어디에 어떻게 신청하는지를 담았습니다. 47개 구제 기한은 따로 일람표로 제공합니다.

기록을 쓰는 방식에는 원칙을 두었습니다. 확인된 사실과 필자의 판단을 구분해 표시합니다. 비유가 아니라 숫자와 절차로 설명합니다. 확인하지 못한 숫자와 조문과 판결번호는 쓰지 않습니다. 그리고 모든 글은 독자가 오늘 할 수 있는 일 하나를 남기고 끝냅니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문장으로 마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하지 않을 일도 분명히 밝힙니다. 『넥서스 금융 브리핑』은 투자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특정 상품의 매수나 매도를 권하지 않고, 판매 조건을 비교해 순위를 매기지 않으며, 수익률을 전망하지 않습니다. 어떤 금융회사로부터도 대가를 받고 특정 상품을 다루지 않습니다.

브리핑은 판단을 대신하는 곳이 아니라, 판단의 기준을 드리는 곳입니다.

『넥서스 금융 브리핑』은 연구소의 경영자문·교육사업에서 나온 성과를 다시 투입해 운영합니다. 재원의 독립이 곧 서술의 독립이기 때문입니다.

다섯. 창간의 바람

『넥서스 금융 브리핑』이 모든 금융사건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 약속은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만들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서명하기 직전에 한 번 멈추게 하는 문장. 손실이 확인된 다음 날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절차. 20년 전의 사건이 오늘 권유받은 상품과 어떻게 닮았는지 보여주는 기록.

부모님이 창구에서 권유받은 상품의 설명서를 이해하지 못하실 때, 처음 대출을 알아보는 사회초년생이 어떤 조건을 확인해야 할지 모를 때, 이미 손실을 본 뒤에 어디부터 가야 할지 막막할 때—그때 열어볼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랍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이 무엇을 계약하는지 알고, 문제가 생겼을 때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는 상태에서 금융을 이용하는 것. 그것이 제가 바라는 안전한 금융생활입니다.

감독의 경험을 공익의 지식으로, 기업의 더 나은 판단으로 연결하는 일에 앞으로의 시간을 쓰겠습니다. 창간호의 464편은 시작입니다. 기록은 계속 쌓이고, 틀린 것은 고쳐지며, 오래된 것은 갱신될 것입니다. 그 과정에 독자 여러분의 질문과 지적이 함께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넥서스 금융경영연구소』 연구소장 · 『넥서스 금융 브리핑』 책임편집인

박 종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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