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핵심 요약 · 90초
증권사 한 곳이 파산에 이르는 데 걸린 거래 시간은 143초였다. 주문을 낸 것은 사람이 아니라 프로그램이었고, 프로그램에 값을 잘못 넣은 사람은 그 증권사 직원도 아니었다. 그리고 잘못 체결된 거래는 취소되지 않았다.
2013년 12월 12일 오전, 한맥투자증권이 코스피200 12월물 콜옵션과 풋옵션 42개 종목에서 시장가격과 크게 다른 가격에 매수와 매도 주문을 냈다. 개장과 동시에 143초 동안 3만 7,900여 건이 체결됐다. 원인은 외주 소프트웨어 업체 직원이 자동주문 프로그램에 만기까지 남은 기간을 계산하는 값을 잘못 입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그램은 모든 종목에서 차익이 난다고 판단해 주문을 계속 내보냈다. 회사가 시스템을 멈췄을 때 손실은 462억원이었다.
한맥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200억원이었다. 회사가 결제대금을 낼 수 없게 되자 한국거래소가 회원사들이 함께 적립한 손해배상공동기금에서 403억원을 대신 냈다. 58개 증권사가 줄어든 공동기금을 다시 채웠다. 한맥은 이익을 본 상대방들에게 반환을 요청했으나 외국 투자자들은 거부했다. 금융위원회는 2014년 12월 24일 정례회의에서 한맥의 영업 인가와 등록을 취소하기로 의결했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5년 2월 16일 파산을 선고했다. 주문 실수가 난 지 432일 만이었다. 주문 착오 하나로 증권사가 없어진 첫 사례이고, 개인 고객의 예탁금과 주식은 별도로 예치돼 있어 함께 사라지지는 않았다.
한국거래소가 파산재단을 상대로 낸 구상금 소송은 2023년 5월 확정됐다. 법원은 한맥이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고 파산재단이 411억 5,400여만원을 갚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반대로 예금보험공사가 이익을 본 싱가포르 투자회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 반환 소송은 패소가 확정됐다. 파산 절차는 2025년 10월 23일 종결 공고로 끝났다. 배당 대상 채권 435억원 가운데 실제 배당된 금액은 34억원이었다. 주문 착오 사고는 그 뒤에도 이어졌다. 2018년 삼성증권에서 우리사주 배당을 잘못 입력해 없는 주식이 시장에 나왔고, 같은 해 케이프투자증권도 코스피200 옵션 주문 착오로 손실을 봤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약 8분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장내 파생상품 거래는 체결되는 순간 결제 의무가 생긴다. 그 의무를 누가 대신 지는지가 이 사건의 핵심이다.
주문을 내는 것은 프로그램이다
차익거래는 사람이 판단할 수 없는 속도로 이뤄진다. 프로그램이 이론가격을 계산하고 조건에 맞으면 자동으로 주문을 낸다. 계산에 들어가는 값 하나가 틀리면 프로그램은 그 값을 그대로 믿고 계속 주문을 낸다. 143초 동안 3만 7,900여 건이 나간 이유다.
→체결은 취소되지 않는다
장내 파생상품은 체결되는 순간 한국거래소가 거래상대방이 된다. 매수자와 매도자가 서로를 몰라도 되는 대신, 거래소가 결제를 보증한다. 그래서 착오였다는 이유만으로 거래를 없던 것으로 되돌릴 수 없다.
→결제대금은 공동기금에서 나간다
회원사가 결제하지 못하면 거래소는 회원사들이 함께 적립한 손해배상공동기금에서 대신 낸다. 이 사건에서는 403억원이 여기서 나갔다. 시장 전체가 멈추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손실은 다른 회사로 넘어간다
공동기금이 줄면 나머지 회원사들이 다시 채워야 한다. 58개 증권사가 추가로 부담했다. 한 회사의 사고가 업계 전체의 비용이 되는 구조이고, 그래서 거래소는 회원사의 사전 위험관리를 요구한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주문이 나가기 전에 걸러내는 장치가 부족했다. 시장가격에서 크게 벗어난 주문, 짧은 시간에 몰리는 대량 주문을 회사와 거래소 양쪽에서 막았어야 했다. 사고 당시에는 그 장치가 충분하지 않았다.
자기자본 200억원인 회사가 하루에 462억원을 잃을 수 있는 시장에 있었다. 파생상품은 적은 증거금으로 큰 규모의 거래를 할 수 있다. 이익이 클 수 있는 만큼 손실도 자기자본을 넘어설 수 있다.
착오거래를 되돌릴 제도가 좁았다. 사고 당시 거래소 규정으로는 이 규모의 착오를 구제할 방법이 사실상 없었다. 이익을 본 쪽에 돌려달라고 요구할 법적 근거도 약했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2014년 6월 금융위원회가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을 내놨고, 한국거래소는 2014년 9월 1일부터 실시간 가격제한제도를 도입했다. 직전 체결가에서 일정 범위를 벗어난 가격에는 체결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다. 착오거래 구제제도도 함께 개선돼, 착오로 100억원 이상 손실이 난 회사가 30분 이내에 거래소에 신고하고 요건을 갖추면 구제받을 수 있게 됐다.
자동주문을 쓰는 회사는 주문이 나가기 전에 가격과 수량, 누적 주문금액을 점검하는 장치를 두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법원이 인정한 것도 그 점검을 소홀히 한 중대한 과실이었다.
구제제도는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작동한다.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손실은 그대로 회사가 진다. 그리고 사고는 계속됐다. 2018년 삼성증권 배당 착오, 같은 해 케이프투자증권 옵션 주문 착오가 이어졌다. 사람이 값을 입력하는 한 같은 종류의 사고가 다시 날 수 있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최종 부담투자자·시장가격·신뢰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증권사가 파산해도 내 주식과 예탁금은 남는다. 다만 그 사실을 미리 알고 있어야 대응이 빨라진다.
지금 확인할 것
- 보유 주식과 채권은 한국예탁결제원에 예탁돼 증권사 고유재산과 분리된다. 투자자예탁금도 자본시장법에 따라 한국증권금융에 별도로 예치된다. 증권사가 파산해도 이 재산은 증권사 채권자에게 넘어가지 않는다.
- 거래 증권사의 자기자본과 순자본비율을 확인한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fisis.fss.or.kr)과 각 사 분기보고서에서 볼 수 있다.
- 파생상품 계좌를 열기 전 사전교육과 모의거래 이수 요건, 기본예탁금 수준을 확인한다. 옵션 매도는 손실이 원금을 넘을 수 있는 거래다.
- 자동주문 프로그램을 쓴다면 계좌 단위로 주문 가격 범위와 하루 최대 주문금액 한도가 걸려 있는지 확인한다.
일이 생겼을 때
- 본인의 주문 착오로 체결됐다면 즉시 증권사에 알린다. 장내 파생상품 착오거래 구제에는 신고 시한과 요건이 정해져 있어 시간이 지나면 구제받을 수 없다.
- 증권사 전산 장애나 시스템 오류로 손해를 봤다면 장애 발생 시각, 화면, 주문 시도 내역을 즉시 기록하고 증권사에 배상을 청구한다.
- 합의가 되지 않으면 금융감독원 1332 또는 e-금융민원센터(fcsc.kr)에 분쟁조정을 신청한다.
- 증권사가 파산하면 예금보험공사가 파산관재인이 되어 채권 신고를 받는다. 신고 기한을 넘기면 배당에서 빠진다. 공고 내용을 확인하고 기한 안에 신고한다.
어디에 신고하나
- 증권거래 관련 분쟁은 금융감독원 1332 또는 e-금융민원센터(fcsc.kr)에 접수한다.
- 증권사 임직원의 불법행위나 내부통제 부실은 금융감독원(www.fss.or.kr) 신고 창구에 제보한다.
- 시세조종이나 이상 거래가 의심되면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제보한다.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 01
자동주문 프로그램을 쓰면서 하루 최대 주문금액 한도를 정해 두지 않고 있지 않은가.
- 02
손실이 원금을 넘을 수 있는 거래를 하고 있는지 스스로 확인했는가.
- 03
거래 증권사의 자기자본 규모를 알고 있는가.
- 04
주문 실수를 뒤에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장내 체결은 원칙적으로 취소되지 않는다.
- 05
시스템 오류가 났을 때 바로 연락할 증권사 비상 연락처를 갖고 있는가.
상설 확인 창구
- 금융민원·분쟁조정금융감독원 1332 · fcsc.kr
- 내 계좌 조회·일괄 지급정지어카운트인포 payinfo.or.kr
- 내 명의 휴대전화 조회엠세이퍼 msafer.or.kr
- 내 보험 전체 조회내보험 찾아줌 cont.insure.or.kr
- 기업 공시 확인전자공시시스템 dart.fss.or.kr
- 금융소비자 정보포털파인 fine.fss.or.kr
05 · 필자의 결론
이 사건에서 잘못한 사람은 명확하다. 값을 잘못 넣은 사람과 그 값을 점검하지 않은 회사다. 그러나 그 잘못의 결과는 회사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결제대금 403억원이 다른 증권사들이 모아둔 기금에서 나갔고, 58개 회사가 그 돈을 다시 채웠다. 이익을 본 쪽은 돌려주지 않았고, 손실을 낸 쪽은 파산했다. 10년 뒤 배당된 돈은 채권액의 10분의 1도 되지 않았다. 이 구조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체결된 거래는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규제는 사고가 난 뒤가 아니라 주문이 나가기 전에 있어야 한다. 실시간 가격제한제도가 2014년에 도입된 이유가 그것이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
- 비즈한국, 143초 만에 460억 손실…'주문 실수' 한맥투자증권 파산 종결 (2025.10.31)
- 연합인포맥스, 거래소, 착오거래 알고도 묵살…한맥사태 책임론 (2014.1.14)
- 한국경제, '462억 주문 손실' 한맥투자증권 결국 퇴출 (2014.12.25)
- 뉴스1, 한맥투자증권 파산선고…462억 주문실수 432일만 (2015.2.17)
- 조선비즈, 주문 실수로 파산한 한맥證, 소송서 잇단 패배…거래소, 411억 받는다 (2023.5.14)
- 매일경제, 거래소, '제2 한맥사태 방지' 실시간 가격제한 도입·구제제도 개선 (2014.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