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핵심 요약 · 90초
은행에서 대출이 거절되는 이유는 대개 담보와 상환능력이다. 그런데 같은 은행에서 4년 가까이 같은 인맥으로 연결된 차주들에게 730억원이 나갔고, 그 대부분이 돌아오지 않았다. 문제는 창구 직원의 판단이 아니라 그 판단을 건너뛰게 만든 경로였다.
2020년 4월 3일부터 2024년 1월 16일까지 우리은행에서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된 차주들에게 대출이 실행됐다. 손 전 회장의 재임 기간은 2018년 12월부터 2023년 3월까지이고, 대출은 그 기간과 퇴임 이후에 걸쳐 나갔다. 금융감독원은 2024년 8월 이 관련 대출 616억원을 확인했고, 그중 350억원을 부당대출로 판단해 발표했다. 여신심사와 사후관리가 부적정했다는 것이 검사 결론이었다. 우리은행은 이 사실을 자체 감사로 확인하고도 감독당국에 즉시 보고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2025년 2월 4일 정기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380억원을 추가로 적발했다.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은 730억원으로 늘었고, 이 중 84.6%가 부실화된 것으로 집계됐다. 730억원 가운데 451억원은 임종룡 현 회장 취임 이후 취급된 것이다. 같은 검사에서 우리은행 전체 부당대출은 2,334억원(101건)으로 확인됐다. 함께 검사받은 KB국민은행은 892억원(291건), NH농협은행은 649억원(90건)으로, 3개 은행 합계는 3,875억원(482건)이었다. 검찰은 2025년 1월 21일 손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혐의 금액은 517억 4,500만원, 대출 횟수는 23차례, 기간은 2021년 9월부터 2023년 8월까지다. 이 중 약 433억원이 변제되지 않은 상태로 조사됐다.
이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손 전 회장은 2025년 2월 11일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고, 2026년 8월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형사 판결은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유죄로 단정할 수 없다. 감독당국의 기관·임직원 제재도 확정 발표되지 않았다. 한편 이 사건을 계기로 도입 논의가 앞당겨진 책무구조도 제도는 2024년 7월 3일 개정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시행과 함께 시작됐고, 금융지주와 은행은 2025년 1월 2일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했다. 이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는지는 다음 사고에서 확인된다. 또 하나 남은 문제가 있다. 같은 정기검사에서 3개 은행 3,875억원이 함께 적발됐고, 금융감독원은 검사 대상이 아닌 다른 금융지주와 은행에도 자체 점검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그 점검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약 8분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부당대출은 심사 기준이 없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기준을 건너뛰는 경로가 있어서 생긴다.
차주를 나눈다
한 사람에게 큰 금액을 주면 동일인 여신한도에 걸린다. 관련된 법인과 개인을 여러 명으로 나누면 각각은 한도 안에 들어간다. 실질적으로 자금을 쓰는 사람이 같아도 서류상 차주가 다르면 심사 단계에서 묶이지 않는다.
→심사 단계에 신호를 넣는다
여신 승인 라인에 있는 임직원이 차주의 배경을 알게 되면 심사의 강도가 달라진다. 담보 평가, 사업성 검토, 상환계획 확인이 형식적으로 처리된다. 검사에서 지적된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사후관리를 느슨하게 한다
대출 실행 후 자금 용도를 확인하고 연체를 관리하는 절차가 있다. 이 단계가 작동하지 않으면 부실이 드러나는 시점이 늦어진다. 그 사이 추가 대출이 나간다.
→인지 후 보고를 미룬다
은행이 문제를 확인하고도 감독당국에 보고하지 않으면 외부 검사가 늦어진다. 손실은 그동안 커진다. 이 사건에서 부실화율이 84.6%에 이른 배경이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여신 결정 권한이 최고경영진과 가까운 라인에 집중되면 심사 부서의 독립성이 사라진다. 심사 담당자가 승인 거부의 책임을 홀로 져야 하는 구조에서는 위에서 내려온 건을 거절하기 어렵다.
내부통제 실패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은 오랫동안 최고경영자에게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부과했을 뿐, 어떤 임원이 어떤 업무의 내부통제에 책임을 지는지를 정하지 않았다. 사고가 나면 책임이 실무자에게 내려가고 경영진 제재는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같은 검사에서 3개 은행 3,875억원이 함께 적발됐다는 사실은 이것이 한 은행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다만 우리은행 건은 금액이 크고 최고경영진의 친인척이 관련됐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개정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2024년 7월 3일 시행되면서 책무구조도가 도입됐다. 임원별로 담당 업무와 그에 따르는 내부통제 책무를 문서로 특정하고, 그 임원에게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다. 금융지주와 은행은 2025년 1월 2일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제출에 앞서 시범운영을 실시했다.
책무구조도는 사고가 난 뒤 누구를 제재할지를 명확히 하는 제도다. 사고 자체를 막는 것은 심사 라인의 독립성이다. 여신 승인 권한과 영업 목표가 같은 지휘계통에 있는 한, 위에서 내려온 건에 대한 거절은 여전히 개인의 용기에 달려 있다.
금융감독원은 검사 대상이 아닌 다른 금융지주와 은행에도 자체 점검계획을 업무계획에 반영하도록 했다. 자체 점검은 스스로 문제를 찾아 보고할 유인이 있을 때만 작동한다. 이 사건에서 우리은행이 자체 인지 후 보고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된 이상, 그 유인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관건이다.
최종 부담예금자·차주·은행 건전성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일반 예금자가 은행의 여신 심사에 직접 개입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은행의 부실 상태와 제재 이력은 공개돼 있고, 확인할 수 있다.
지금 확인할 것
- 거래 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과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금융통계정보시스템(fisis.fss.or.kr)에서 확인한다. 부당대출은 결국 부실채권으로 나타난다.
- 금융감독원 홈페이지(www.fss.or.kr)의 제재 공시에서 거래 금융회사의 최근 제재 이력을 확인한다. 기관경고, 기관주의, 과태료 부과 내역이 공개된다.
- 상장 금융지주의 경우 DART(dart.fss.or.kr) 사업보고서에서 '제재 현황'과 '우발부채' 항목을 확인한다. 진행 중인 소송과 감독당국 조치가 기재된다.
- 예금자보호 한도를 확인한다. 2025년 9월 1일부터 예금자보호 한도는 금융회사별 1인당 1억원이다. 예금보험공사(www.kdic.or.kr)에서 대상 상품을 조회할 수 있다.
일이 생겼을 때
- 본인 명의가 도용된 대출이 있는지 확인하려면 어카운트인포(payinfo.or.kr)에서 계좌와 대출 내역을 일괄 조회한다.
- 명의도용이 의심되면 금융감독원 개인정보 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pd.fss.or.kr)에 등록해 신규 계좌 개설과 대출을 차단할 수 있다.
- 은행 직원의 부당한 대출 알선이나 금품 요구를 겪었다면 금융감독원 불법금융신고센터에 신고한다. 은행법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 금융회사와 분쟁이 생기면 금융소비자보호법 제28조 제3항에 따라 회사가 보유한 자료의 열람을 요구할 수 있다.
어디에 신고하나
- 금융감독원 1332 또는 e-금융민원센터(fcsc.kr)에 민원과 분쟁조정을 신청한다.
- 금융감독원 불법금융신고센터(www.fss.or.kr)에 대출 관련 부당 요구와 알선을 신고한다.
- 국민권익위원회 청렴포털 부패공익신고(www.clean.go.kr)를 통해 금융회사 내부 비리를 신고할 수 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른 보호 대상이다.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 01
대출 심사가 통상보다 빠르게, 서류 보완 요구 없이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 02
담보 감정가가 인근 실거래가와 크게 다르지 않은가.
- 03
대출 상담 과정에서 특정 인물의 소개를 강조하는 말이 나오고 있지 않은가.
- 04
거래 은행의 최근 제재 이력과 부실채권비율을 한 번이라도 확인해봤는가.
- 05
예금이 예금자보호 한도를 넘어 한 금융회사에 몰려 있지 않은가.
상설 확인 창구
- 금융민원·분쟁조정금융감독원 1332 · fcsc.kr
- 내 계좌 조회·일괄 지급정지어카운트인포 payinfo.or.kr
- 내 명의 휴대전화 조회엠세이퍼 msafer.or.kr
- 내 보험 전체 조회내보험 찾아줌 cont.insure.or.kr
- 기업 공시 확인전자공시시스템 dart.fss.or.kr
- 금융소비자 정보포털파인 fine.fss.or.kr
05 · 필자의 결론
이 사건에서 확인된 사실은 두 가지다. 첫째, 730억원이 나가는 동안 심사와 사후관리가 작동하지 않았고 그 84.6%가 부실이 됐다. 둘째, 은행이 문제를 먼저 알고도 감독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 형사 재판은 진행 중이고 감독 제재도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개인의 유무죄를 여기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제도의 문제는 판결과 별개로 이미 드러났다. 같은 검사에서 3개 은행 3,875억원이 함께 적발됐다는 것은 이 경로가 특정 인물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책무구조도는 사고 뒤 책임자를 특정하는 장치다. 사고 자체를 막으려면 여신 승인 라인이 영업 지휘계통에서 분리돼야 한다. 그 분리가 없으면 책무구조도는 제재의 지도일 뿐이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