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 교체 사업비
2,000억원대
갈등 기간
2013년 10월~2014년 9월
물러난 최고경영자
2명
회장 최종 징계
직무정지 3개월

01 · 핵심 요약 · 90초

은행 전산기를 어느 회사 제품으로 바꿀 것인가. 이 질문 하나로 국내 최대 금융지주의 회장과 은행장이 같은 날 중징계를 받았고, 두 사람 모두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두 달 뒤 은행은 원래 쓰던 기종을 다시 골랐다.

2013년 10월 국민은행은 차기 주전산시스템으로 기존 IBM 메인프레임 대신 유닉스 방식을 고르기로 했다. 사업 규모는 2,000억원대였다. 2014년 4월 24일 이사회가 전환사업 추진계획을 통과시키자 이건호 은행장과 은행 감사위원이 결정 과정에 하자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은행 감사팀은 전환에 따르는 위험이 축소돼 보고됐다고 지적했다. 5월 19일 사외이사들이 감사보고서 채택을 거부하자 감사 쪽은 금융감독원에 특별검사를 요청했고, 은행 내부의 다툼이 감독당국의 검사로 넘어갔다.

얼마나 큰 사건인가

금융감독원은 2014년 6월 9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8월 22일 제재심의위원회는 두 사람에게 경징계를 의결했으나, 9월 4일 금융감독원장이 문책경고 중징계로 올렸다. 이건호 행장은 그날 사퇴했다. 임영록 회장은 거부했고, 9월 12일 금융위원회는 그의 징계를 직무정지 3개월로 한 단계 더 올렸다. 임 회장은 9월 16일 서울행정법원에 처분 취소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냈고, 다음 날 KB금융 이사회는 해임안을 의결했다. 국민은행은 2014년 11월 14일 차기 주전산기로 IBM 메인프레임을 다시 선정했다. 갈등의 원인이 된 유닉스 전환은 실행되지 않았다. 은행의 대형 전산 사업은 2014년 5월 30일 보류된 뒤 반년 넘게 멈춰 있었고, 그 사이 국민은행은 전산 담당 임원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왜 지금 중요한가

이 사건은 금융지주 회장과 자회사 은행장의 권한이 겹칠 때 누가 무엇을 결정하는지 정해져 있지 않으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 금융당국은 KB금융지주 사외이사의 역할이 미흡했다고 지적했고, 2014년 9월 15일 금융감독원은 사외이사들에게 자진 사퇴를 권고했다. 그해 말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만들어졌고, 2015년 7월 31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2016년 8월 1일 시행됐다. 그 뒤에도 금융지주 회장 선임과 제재를 둘러싼 이사회와 감독당국의 충돌은 여러 차례 반복됐다. 최고경영자 제재를 놓고 금융회사가 행정소송으로 맞서는 방식도 이 사건 이후 일반적인 대응이 됐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8

유닉스로 바꾸기로 했다

국민은행의 주전산시스템은 IBM 메인프레임이었다. 메인프레임은 한 대의 큰 컴퓨터가 모든 거래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유닉스는 여러 대의 서버가 나눠 처리하는 방식으로, 장기 비용이 낮다는 것이 바꾸자는 쪽의 논리였다.

2013년 10월 31일 국민은행 임시 운영위원회가 차기 시스템으로 유닉스를 골랐다. 11월 11일 경영협의회가 유닉스 전환을 의결했고, 12월에는 성능을 비교하는 시험이 진행됐다.

2014년 4월 14일 한국IBM 대표가 이건호 행장에게 수정 가격제안을 이메일로 보냈다. 기존 방식을 유지하면 값을 낮추겠다는 내용이었고, 이 행장은 이를 임원들에게 전달했다. 열흘 뒤인 4월 24일 이사회는 유닉스 전환사업 추진계획을 통과시켰다.

메인프레임은 안정성이 높지만 특정 제조사에 묶인다는 지적이 있었고, 유닉스는 값이 싸지만 대형 은행에서 검증된 사례가 적다는 반론이 있었다. 어느 쪽도 명백히 틀린 주장은 아니었다. 문제는 그 선택을 누가, 어떤 근거로 하느냐였다.

은행 안에서 갈라졌다

4월 28일 은행 감사팀이 감사에 들어갔다. 5월 16일 감사가 끝났고, 전환에 따르는 위험이 축소돼 보고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종 선택 자체가 아니라 이사회에 올라간 자료가 문제가 됐다.

5월 19일 임시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은 감사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 감사 쪽은 이 사실을 금융감독원에 보고했고 금융감독원이 검사에 들어갔다. 은행 내부의 의견 차이가 감독당국의 검사 사안이 된 것이다.

5월 30일 임시 이사회는 전산 교체 사업을 보류하기로 했다. 6월 23일에는 한국IBM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로 의결했다. 8월 26일 국민은행은 전산 담당 임원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8월 31일 이건호 행장은 임영록 회장이 2013년 은행 정보기술본부장 교체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을 담아 검찰에 고발장을 냈다고 밝혔다. 9월 1일에는 기자회견을 열어 거취를 포함한 모든 것을 이사회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징계가 두 번 올라갔다

6월 9일 금융감독원은 두 사람에게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그러나 8월 22일 제재심의위원회는 두 사람에게 경징계를 의결했다.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부분은 나중에 따로 다루기로 했다.

9월 4일 금융감독원장은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뒤집고 두 사람에게 문책경고 중징계를 내렸다. 문책경고를 받으면 일정 기간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 이건호 행장은 그날 사퇴했다.

임영록 회장은 물러나기를 거부하고 9월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징계 내용을 반박했다. 9월 12일 금융위원회는 임 회장의 징계를 직무정지 3개월로 한 단계 더 올렸다. 9월 15일 금융감독원은 관계자 4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KB금융 사외이사들에게 자진 사퇴를 권고했다.

징계 수위는 넉 달 사이에 중징계 사전 통보, 경징계 의결, 중징계 확정, 직무정지 상향으로 네 번 바뀌었다. 같은 사실관계를 두고 판단이 계속 달라진 셈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감독원과 감사원, 금융위원회의 견해가 엇갈렸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다시 IBM으로 돌아갔다

9월 16일 임 회장은 서울행정법원에 직무정지 처분 취소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냈다. 다음 날 KB금융 이사회는 자진 사퇴를 마지막으로 요청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해임안을 의결했다. 회장은 이사회 결의로 자리에서 물러났고, 소송의 실익은 사라졌다.

국민은행은 2014년 11월 14일 차기 주전산기로 IBM 메인프레임을 다시 선정했다.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단이 검토한 결과였다. 유닉스로 바꾸면 사업 예산이 최소 1,900억원 이상으로 잡힌다는 점도 고려됐다.

두 사람은 2016년 5월 재직 기간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받았다. 이 사건에서 고객이 돈을 잃거나 은행이 손실을 낸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남은 것은 국내 최대 금융지주의 최고경영자 두 명이 반년 만에 동시에 물러난 기록이다.

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금융지주와 은행은 법적으로 다른 회사다. 이 사건은 그 둘의 권한이 어디서 겹치는지 보여준다.

01 · 단계

지주가 은행 지분을 전부 갖는다

금융지주회사는 은행 주식을 전부 보유한 모회사다. 은행의 유일한 주주이므로 은행장 선임과 큰 투자에 사실상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은행의 일상적 경영은 은행장과 은행 이사회가 맡는다. 두 회사는 각각 이사회를 따로 두고 있다.

02 · 단계

전산 시스템은 어느 쪽 결정인가

주전산기 교체는 은행 영업에 직결되는 사업이면서 그룹 전체 정보시스템과 연결된다. 그래서 은행이 단독으로 결정할 사안인지 지주가 조정할 사안인지 규정이 명확하지 않았다. 이 사건에서 회장과 행장은 서로 다른 답을 갖고 있었다.

03 · 단계

이사회와 감사가 개입한다

은행 이사회는 사외이사가 다수를 이루고, 상근감사위원은 경영진을 견제하며 감사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한다. 감사보고서가 이사회에서 채택되지 않으면 내부 절차로는 더 갈 곳이 없다. 그래서 갈등이 회사 밖으로 나갔다.

04 · 단계

감독당국이 마지막 결정을 한다

금융감독원은 검사와 제재를 담당하고, 임원 제재의 최종 수위는 금융위원회가 정한다. 문책경고 이상을 받으면 임원 자격이 제한되므로 제재는 사실상 인사 결정과 같은 효과를 낸다.

누가 내고 누가 최종 손실을 부담했는가
정보누가 무엇을 언제 알았고 설명했는가
책임계약·공시·통제·감독의 빈틈은 어디였는가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지주와 은행의 권한 배분이 문서로 정해져 있지 않았다. 회장과 행장이 같은 사안을 놓고 각각 자기 권한이라고 주장할 수 있었고, 두 사람 모두 임기 중이어서 서로를 물러나게 할 수 없었다.

이사회가 조정 기능을 하지 못했다. 은행 사외이사들은 감사보고서 채택을 거부했고 지주 이사회는 회장 쪽에 섰다. 갈등이 이사회 안에서 정리되지 않자 양쪽 모두 감독당국과 검찰을 끌어들였다. 그 뒤로 결정권은 회사 밖으로 넘어갔다.

제재가 인사 수단이 됐다. 금융감독원은 경징계에서 중징계로, 금융위원회는 문책경고에서 직무정지로 수위를 두 번 올렸다. 두 사람 모두 물러났지만 어떤 기준으로 수위가 정해졌는지에 대한 설명은 남지 않았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감독당국

2014년 말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만들어졌다. 사외이사 임기 규정, 최고경영자 승계 프로그램 마련, 지배구조 연차보고서 공시가 들어갔다. 금융회사들은 2015년부터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공시하기 시작했다.

국회와 정부

2015년 7월 31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2016년 8월 1일 시행됐다. 은행, 금융지주, 보험, 증권 등 업권별 법률에 나뉘어 있던 임원 자격과 이사회 구성, 내부통제 규정이 하나로 묶였다. 법 시행에 따라 모범규준은 폐지됐다.

남은 과제

법이 정한 것은 절차다. 지주 회장과 자회사 대표의 권한 경계는 여전히 각 회사의 내부 규정에 맡겨져 있다. 제재 수위를 정하는 기준을 공개하고 그 근거를 문서로 남기는 문제도 정리되지 않았다. 최고경영자 선임을 둘러싼 이사회와 감독당국의 충돌은 이후에도 반복됐다.

최종 부담예금자·차주·은행 건전성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이 사건은 고객에게 직접 손해를 남기지 않았다. 그러나 은행의 결정 구조가 흔들리면 결국 이용자에게 영향이 온다.

01

지금 확인할 것

  • 거래 은행과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확인한다. 이사회 구성, 최고경영자 승계계획, 사외이사 활동 내역이 담겨 있고 전자공시시스템 DART(dart.fss.or.kr)에서 회사명으로 검색하면 볼 수 있다.
  •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에서 금융회사별 민원 건수와 제재 내역을 확인한다.
  • 예금과 급여이체, 카드결제, 대출을 한 은행에 모두 몰아두지 않았는지 점검한다. 전산 장애가 나면 그 은행의 이체와 출금, 결제가 동시에 멈춘다.
  • 어카운트인포(payinfo.or.kr)에서 본인 명의 계좌와 자동이체를 한 번에 조회해 어느 은행에 얼마나 몰려 있는지 확인한다.
02

일이 생겼을 때

  • 전산 장애로 이체나 출금이 막혀 손해를 봤다면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금융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금융회사는 사고 원인이 자기 책임이 아니라는 점을 스스로 밝혀야 한다.
  • 장애 발생 시각과 화면, 거래 시도 내역을 즉시 기록한다. 화면 사진과 상담 통화 기록이 뒤에 증빙이 된다.
  • 금융회사가 배상을 거부하면 금융감독원 1332 또는 e-금융민원센터(fcsc.kr)에 분쟁조정을 신청한다.
  • 금융지주 주식을 갖고 있다면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한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회장을 추천하고 감독하는 자리다.
03

어디에 신고하나

  • 금융거래 피해와 분쟁은 금융감독원 1332 또는 e-금융민원센터(fcsc.kr)에 접수한다.
  • 금융회사 임직원의 불법행위와 불공정 영업은 금융감독원(www.fss.or.kr) 신고 창구에 제보한다.
  • 상장 금융지주의 공시 내용은 DART(dart.fss.or.kr)와 한국거래소 KIND(kind.krx.co.kr)에서 확인하고, 허위 공시가 의심되면 금융감독원에 신고한다.
스스로에게 물을 질문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1. 01

    거래 은행의 최고경영자와 이사회가 공개적으로 대립하고 있지 않은가.

  2. 02

    은행의 대규모 전산 교체나 시스템 통합 일정이 예고돼 있는지 확인했는가.

  3. 03

    예금과 급여이체, 카드결제, 대출이 한 은행에 모두 묶여 있지 않은가.

  4. 04

    전산 장애가 났을 때 바로 쓸 수 있는 다른 은행 계좌를 하나라도 갖고 있는가.

  5. 05

    금융회사가 사고를 알린 시각과 실제 장애가 시작된 시각이 같은지 확인했는가.

상설 확인 창구

05 · 필자의 결론

이 사건에서 고객이 돈을 잃지는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오래 남는다. 국내 최대 은행의 최고경영진 두 명이 전산기 기종을 놓고 반년 동안 다투다 동시에 물러났고, 그 사이 은행의 대형 사업은 멈췄다. 그리고 결론은 원래 쓰던 기종이었다. 어느 쪽이 옳았는지는 지금도 정리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결정 권한이 어디에 있는지 미리 정해두지 않으면 그 빈자리를 감독당국의 제재가 채우게 된다는 사실이다. 제재로 사람을 바꾸는 방식은 빠르지만 기준을 남기지 않는다. 지배구조법이 만들어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법은 절차를 정할 뿐이고, 권한의 경계를 문서로 남기는 일은 결국 각 회사의 몫이다.
사실과 판단의 구분KB금융 주전산기 교체 갈등

확인된 사실, 감독당국의 판단, 법원의 판단과 필자의 해석은 각각 다른 기준으로 쓴다. 위 결론은 필자의 판단이며, 앞의 서술은 감독당국 발표와 판결, 공시자료를 근거로 한다. 진행 중인 절차는 확정된 것으로 쓰지 않는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