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손실
약 3,800억원
대출잔액 증가
761억원(2012) → 3,801억원(2016)
사기 규모
14개 금융사 약 5,800억원
주범 형량
징역 15년

01 · 핵심 요약 · 90초

부동산에 담보를 잡으면 등기부에 기록이 남는다. 냉동창고 안의 고기에는 그런 기록이 없다. 같은 고기를 여러 금융회사에 담보로 내놓아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이 차이가 3,800억원의 손실로 이어졌다.

육류담보대출은 냉동창고에 보관된 수입 육류를 담보로 유통업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유통업자가 창고업자에게 받은 담보확인증을 금융회사에 내면 대출이 나간다. 기한은 보통 3개월이고 고기를 팔아 갚는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유통업자와 창고업자가 공모해 같은 고기의 담보확인증을 여러 곳에 내고, 고기 가격을 부풀려 적은 심사평가서를 만들어 돈을 빌렸다. 부동산과 달리 등기부가 없어 다른 곳에 이미 담보로 잡혀 있는지 확인할 수단이 없었다. 2016년 12월 동양생명이 연체 경위를 조사하면서 드러났다.

얼마나 큰 사건인가

검찰 수사 결과 육류 유통업자 등 40여명이 약 2년 동안 14개 금융회사에서 약 5,8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았다. 2017년 9월 45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가 가장 큰 곳은 동양생명이었다. 육류담보대출 잔액은 2012년 말 761억원에서 2016년 말 3,801억원으로 늘었고 전액이 부실화됐다. 동양생명은 2016년 결산에 2,662억원을 추정손실로 반영했다. 그해 매출은 7조 4,295억원으로 58.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억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당기순이익은 344억원으로 78.2% 줄었다. 형사 재판에서 주범인 유통업자는 징역 15년, 공범 두 명은 징역 10~15년을 선고받았다. 담보확인증을 발급한 냉동창고 업체 대표는 방조 혐의로 징역 4년을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2018년 5월 동양생명에 기관경고를 의결했다.

왜 지금 중요한가

동산을 담보로 하는 대출에서 담보물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문제는 지금도 남아 있다. 동산담보등기 제도는 2012년 6월부터 시행됐지만 이 대출에서는 쓰이지 않았고, 창고업자가 발급한 종이 한 장이 담보의 근거였다. 사건 이후 금융회사들이 이 시장에서 물러났다가 2019년부터 일부가 다시 들어왔다. 담보물의 실재와 중복 여부를 한 곳에서 조회할 체계가 없으면 같은 구조의 사고는 다른 물건에서도 생길 수 있다. 동양생명은 2015년 중국 안방보험에 1조 1,600억원에 인수됐다가, 2024년 8월 우리금융지주가 다자보험그룹과 주식매매계약을 맺어 2025년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 사건은 그 사이 회사의 실적과 건전성 지표를 악화시킨 요인으로 남았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8

종이 한 장이 담보였다

육류담보대출의 절차는 단순했다. 수입업자와 유통업자가 매매계약을 맺는다. 유통업자가 보관료를 내고 냉동창고에 고기를 맡긴다. 창고업자가 담보확인증을 써준다. 유통업자가 그 증서를 금융회사에 내면 대출이 나간다.

부동산이라면 등기부에 저당권이 기록된다. 다른 금융회사가 같은 부동산에 담보를 잡으려 할 때 앞선 권리가 보인다. 냉동육에는 그런 장부가 없었다. 2012년 6월부터 동산담보등기 제도가 시행되고 있었지만 이 대출에서는 이용되지 않았다.

확인 수단은 창고업자가 써준 증서뿐이었다. 창고업자가 같은 물량에 대해 여러 장을 발급하면 금융회사는 알 수 없었다. 실제로 창고에 가서 물량을 세어보는 절차도 정기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대출은 제2금융권에서 활발했다. 담보가 있는 데다 기한이 짧고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 저금리로 자산운용 수익률이 낮아진 시기에 취급이 늘었다.

가격을 부풀리고 담보를 겹쳤다

수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고기 가격을 부풀려 적은 담보물 심사평가서를 만들어 실제 가치보다 많은 돈을 빌리는 것이다. 부위를 속이는 방식도 쓰였다.

다른 하나가 중복담보다. 이미 한 금융회사에 담보로 잡힌 고기를 다른 금융회사에 다시 담보로 내놨다. 유통업자, 창고업자, 대출중개업자가 역할을 나눠 움직였다. 중개업자는 허위 심사평가서를 작성해 금융회사에 제출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2018년 1월 12일 주범인 유통업자에게 징역 15년을, 함께 기소된 두 명에게 징역 10~15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2015년 5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3,300억원을 빌린 것으로 인정됐다. 2018년 4월에는 이 범행을 알고도 담보확인증을 발급한 냉동창고 업체 대표가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한 회사에 4,000억원 가까이 몰렸다

동양생명은 2007년부터 이 상품을 취급했다. 초기에는 누적 대출액이 850억원 수준이었다. 잔액은 2012년 말 761억원이었다가 2013년 이후 빠르게 늘어 2016년 말 3,801억원이 됐다. 4년 만에 다섯 배다.

이 기간에 특정 유통회사의 대출잔액이 급격히 늘어나는데도 대출은 계속 나갔다. 금융감독원은 차주의 신용상태와 담보물의 실재성을 확인하는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사태는 2016년 12월 동양생명이 일부 대출의 연체 경위를 조사하면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12월 27일부터 현장조사에 들어갔다. 2017년 1월 4일 동양생명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채권 회수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보험계약자에게는 피해가 없다고 했다.

손실은 회사 실적으로 나타났다. 2016년 결산에 2,662억원이 추정손실로 반영됐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제재는 감경됐고 소송은 회사가 이겼다

금융감독원은 2018년 3월 동양생명에 기업대출 일부 영업정지와 임직원 문책경고 등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회사가 사기의 피해자인지 내부통제를 소홀히 한 책임자인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2018년 5월 10일 제10차 제재심의위원회는 기관경고를 의결했다. 영업정지는 빠졌다. 임원은 주의적 경고, 직원은 면직에서 주의 사이의 조치를 받았다. 같은 해 11월에는 애큐온저축은행이 기관주의, 한화저축은행 직원이 주의 조치를 받았다.

징계를 받은 임원 한 명이 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 임원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자산운용본부장으로 대출 심사와 관리를 맡았다. 서울행정법원은 2020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금융회사 직원의 비위 정도에 비춰 일정한 자격 제한이 필요하다고 봤다.

담보를 겹쳐 잡은 금융회사들 사이에서는 같은 고기의 소유권을 두고 분쟁이 이어졌다. 물량이 서류보다 적은 상태에서 채권자만 여럿이면 회수액은 나눠 가질 몫도 되지 않는다.

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이 사건은 담보의 존재를 무엇으로 확인하느냐의 문제다.

01 · 단계

고기를 창고에 맡긴다

유통업자가 수입 냉동육을 창고에 보관하고 보관료를 낸다. 물건은 창고업자가 관리하고, 소유 관계는 창고업자가 발급하는 서류로 표시된다.

02 · 단계

담보확인증을 받아 대출을 받는다

유통업자가 그 서류를 금융회사에 제출하면 대출이 나간다. 금융회사는 물건을 직접 보지 않고 서류로 담보를 확인한다. 기한은 보통 3개월이다.

03 · 단계

같은 물건에 서류가 여러 장 나간다

창고업자가 같은 물량에 대해 여러 장을 발급하면 각 금융회사는 자기가 유일한 담보권자라고 믿는다. 등기 같은 공적 장부가 없어 확인할 방법이 없다.

04 · 단계

상환이 멈추면 담보가 겹친다

한 곳에서 연체가 발생해 담보를 처분하려 하면 다른 금융회사도 같은 물건에 권리를 주장한다. 실제 물량이 서류상 물량보다 적으면 대부분이 회수되지 않는다.

누가 내고 누가 최종 손실을 부담했는가
정보누가 무엇을 언제 알았고 설명했는가
책임계약·공시·통제·감독의 빈틈은 어디였는가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공적 장부가 쓰이지 않았다. 동산담보등기 제도는 2012년 6월부터 시행되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 대출은 창고업자가 써준 사문서에 의존했다. 담보 설정 사실이 공시되지 않으면 중복담보를 막을 방법이 없다.

담보물 실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창고에 실제로 얼마만큼의 고기가 있는지 정기적으로 세어보는 절차가 작동하지 않았다. 서류를 발급하는 창고업자가 범행에 가담하면 검증 수단이 사라지는 구조였다.

한 회사에 대출이 집중됐다. 동양생명의 잔액은 4년 만에 다섯 배가 됐고 특정 차주에게 쏠렸다. 같은 상품, 같은 유형의 담보에 이렇게 몰리면 사고가 났을 때 분산 효과가 없다. 저금리로 자산운용 수익률이 낮아진 시기에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대출을 늘렸다는 지적이 있었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감독당국

금융감독원은 2018년 5월 10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동양생명에 기관경고를, 임직원에게 주의적 경고와 면직에서 주의 사이의 조치를 내렸다. 같은 해 11월에는 애큐온저축은행에 기관주의, 한화저축은행 직원에게 주의 조치를 했다. 금융위원회는 2018년부터 동산담보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남은 과제

동산담보에서 담보물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이미 다른 곳에 잡혀 있지 않은지를 확인하는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창고에 보관된 물건의 소유와 담보 상태를 한 곳에서 조회할 수 있는 체계가 없으면 같은 구조의 사고가 다시 생길 수 있다.

금융회사

이 사건에서 제재의 근거는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대출 심사와 사후관리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차주 신용상태 확인, 담보물 실재성 확인, 특정 차주 편중 관리는 규정상 이미 요구되던 절차다.

최종 부담계약자·보험금·장기 신뢰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이 사건은 보험계약자가 직접 겪은 피해는 아니지만, 보험회사의 자산이 어떻게 운용되는지를 확인할 방법은 있다.

01

지금 확인할 것

  • 가입한 보험회사의 재무 상태는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과 전자공시시스템 DART(dart.fss.or.kr)에서 확인한다. 사업보고서에 대출채권의 종류별 잔액과 부실 규모가 나온다.
  • 보험회사의 지급여력비율(K-ICS 비율)을 확인한다. 이 비율은 보험금을 지급할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이며 각 사 공시자료와 금융감독원 자료에 공개된다.
  • 보험회사가 제재를 받은 이력은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의 제재 공시에서 조회할 수 있다. 기관경고 이상은 신사업 진출 제한 등 후속 효과가 따른다.
  • 본인이 가입한 계약 전체는 내보험찾아줌(cont.insure.or.kr)에서 조회한다.
02

일이 생겼을 때

  • 보험회사가 부실화되더라도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1인당 5,000만원까지는 예금보험공사가 보호한다. 다만 보호 대상과 산정 방식이 상품별로 다르므로 계약별로 확인해야 한다.
  • 회사의 경영 상태가 나빠졌다는 이유만으로 해지하면 해지환급금이 납입액보다 적을 수 있다. 해지 전에 환급금과 보장 내용을 비교한다.
  • 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거나 빌려주는 거래를 한다면 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에 따른 담보등기 여부를 확인한다. 등기하지 않은 담보는 제3자에게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다.
  • 창고에 보관된 물건을 담보로 잡을 때는 보관업자가 발급한 서류만 믿지 말고 현물을 직접 확인한다.
03

어디에 신고하나

  • 금융회사의 불건전 대출이나 내부통제 위반이 의심되면 금융감독원 1332 또는 e-금융민원센터(fcsc.kr)에 제보한다.
  • 허위 서류를 이용한 대출 사기는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ecrm.police.go.kr) 또는 관할 경찰서에 신고한다.
  • 보험회사의 공시 자료와 제재 이력은 DART(dart.fss.or.kr)와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에서 확인한다.
스스로에게 물을 질문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1. 01

    담보로 잡은 물건이 등기나 공적 장부에 기록되는 종류인지 확인했는가.

  2. 02

    담보 확인을 서류 한 장에만 의존하고 있지 않은가.

  3. 03

    같은 물건에 이미 다른 담보권이 설정돼 있는지 확인할 수단이 있는가.

  4. 04

    한 차주에게 대출이 계속 늘어나는데 그 이유를 확인했는가.

  5. 05

    담보물이 실제로 있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있는가.

상설 확인 창구

05 · 필자의 결론

이 사건에서 동양생명은 사기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제재 대상이었다. 두 가지가 함께 성립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속인 쪽에는 징역 15년이 선고됐고, 속은 쪽에는 기관경고가 내려졌다. 대출 심사와 담보물 확인은 사기를 막기 위해 존재하는 절차이고, 그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은 사기와 별개의 책임이다. 잔액이 4년 만에 다섯 배로 늘어나는 동안 이를 멈춰 세운 내부 절차가 없었다는 사실도 남는다. 동산담보에서 무엇으로 담보의 존재를 확인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등기부가 있는 자산에서는 벌어지지 않는 일이 등기부가 없는 자산에서 벌어졌다. 담보의 종류가 달라지면 확인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이 사건이 남긴 결론이다.
사실과 판단의 구분동양생명 육류담보대출 사기

확인된 사실, 감독당국의 판단, 법원의 판단과 필자의 해석은 각각 다른 기준으로 쓴다. 위 결론은 필자의 판단이며, 앞의 서술은 감독당국 발표와 판결, 공시자료를 근거로 한다. 진행 중인 절차는 확정된 것으로 쓰지 않는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