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핵심 요약 · 90초
1990년대에 가입한 보험 중에는 연 7%를 만기까지 보장하는 계약이 있다. 지금 시중금리로는 나올 수 없는 조건이다. 보험사에는 매년 손실이고, 가입자에게는 이익이다. 그래서 이 계약을 두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생명보험사들은 연 5%에서 8%대의 이율을 만기까지 보장하는 저축성 보험과 연금보험을 대량으로 팔았다. 당시 시중금리가 두 자릿수였기 때문에 이 조건은 경쟁력이 있었다. 그 뒤 시장금리는 계속 내려갔다.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를 굴려 얻는 수익률이 계약자에게 약속한 이율보다 낮아지면, 그 차이만큼 매년 손실이 난다. 이것을 이차역마진이라고 한다. 계약 기간이 20년, 30년이므로 이 손실은 한 해로 끝나지 않고 계약이 끝날 때까지 매년 반복된다.
2015년 말 기준 생명보험사의 보험료적립금은 486조원이었고 그중 금리확정형이 212조원이었다. 연 7%대 계약만 80조원이다. 2016년 3월 언론 보도 기준 삼성생명의 금리확정형 적립금 61조원 가운데 80% 이상이 연 5%를 넘었고, 7%대가 33조원이었다. 이 부담은 회사 가치에도 반영됐다. 2016년 4월 알리안츠생명은 35억원에 매각됐는데, 당시 이 회사의 확정이율 5% 이상 계약 비중은 46%였다. 2025년 7월 보험연구원은 시장금리가 3% 아래로 내려가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모두 손실을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13년 언론 보도 기준으로는 확정금리형 계약 중 연 7% 이상이 70조 3,000억원이었고, 운용자산이익률을 5%로 가정할 때 연간 1조 4,000억원의 이차역마진이 발생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이 계약들은 여전히 살아 있다. 2026년에도 고금리 확정형 상품이 많이 남은 회사는 매각 협상에서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보험사들은 이 부담을 줄이려 한다. 2020년 6월 도입된 공동재보험은 금리위험을 재보험사로 넘기는 제도이고, 2023년 9월에는 금융감독원이 보험계약 재매입 제도를 논의하는 협의체를 구성했다. 재매입은 계약자에게 돈을 더 주고 계약을 되사는 방식이다. 가입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하나다. 오래된 고금리 확정형 계약은 지금 새로 만들 수 없는 조건이다. 해지하거나 다른 상품으로 바꾸면 그 조건은 되돌릴 수 없다. 그런데 이런 계약의 상당수는 가입자 본인도 조건을 기억하지 못한 채 유지되고 있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약 8분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보험 계약의 손익은 계약 시점이 아니라 그 후 수십 년의 금리로 결정된다.
예정이율을 확정한다
보험료를 계산할 때 회사는 운용해서 낼 수 있다고 보는 수익률을 미리 반영한다. 이것이 예정이율이다. 예정이율이 높으면 같은 보장을 받는 데 필요한 보험료가 줄어든다. 확정형은 이 이율이 만기까지 바뀌지 않는다.
→받은 보험료를 운용한다
회사는 받은 보험료를 채권과 대출 등으로 운용한다. 문제는 만기다. 보험 부채는 20년에서 40년인데, 그만큼 긴 자산은 많지 않다. 자산의 만기가 부채보다 짧으면 중간에 재투자를 해야 한다.
→재투자 시점의 금리가 떨어져 있다
보유하던 채권의 만기가 돌아오면 그 돈을 다시 굴려야 한다. 그 시점의 금리가 예전보다 낮으면 새로 얻는 수익률도 낮아진다. 반면 계약자에게 줘야 할 이율은 그대로다.
→차이가 매년 누적된다
운용자산이익률이 평균 지급이율보다 낮으면 그 차이만큼 매년 손실이 난다. 계약이 끝날 때까지 반복되므로 총액은 남은 기간에 비례해 커진다. 이 손실은 새로 파는 상품의 이익으로 메우거나 자본으로 메워야 한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장기 계약의 위험을 계약 시점의 조건으로 고정했기 때문이다. 30년 뒤의 금리를 아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이율을 확정하면 그 사이의 변화는 전부 한쪽이 진다. 이 경우 회사가 졌다.
자산과 부채의 만기를 맞출 수단이 부족했다. 30년, 40년 뒤에 돈을 내줘야 하는 부채에 대응하려면 같은 기간의 자산이 필요하다. 당시 국내 채권시장에는 그만큼 긴 채권이 충분하지 않았다.
회계가 문제를 늦게 보여줬다. 보험부채를 시가가 아닌 방식으로 평가하는 동안에는 금리가 내려가도 부채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2023년 새 회계기준과 새 건전성 규제가 적용되면서 이 차이가 재무제표에 직접 드러나게 됐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2023년부터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회계기준과 그에 맞춘 지급여력제도가 적용됐다. 금리가 내려가면 앞으로 내줘야 할 돈의 현재 가치가 늘어나고, 그만큼 자본비율이 떨어지는 것이 즉시 나타난다. 회사가 문제를 미룰 수 없게 하는 장치다.
2020년 6월 공동재보험이 도입됐다. 보험위험뿐 아니라 금리위험과 해지위험까지 재보험사로 넘기는 계약이다. 도입 후 5년간 9건에 그쳤으나 2025년 상반기에만 6건이 이뤄졌고, 금융당국은 2025년 10월 자산을 넘기지 않는 방식을 추가로 도입한다고 밝혔다.
계약 재매입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2023년 9월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했다. 계약자에게 유리한 계약을 돈으로 정리하는 방식이므로, 제안 금액이 남은 기간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는지 확인할 기준이 필요하다. 계약자가 그 비교를 스스로 할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최종 부담계약자·보험금·장기 신뢰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오래된 보험 계약은 지금 새로 만들 수 없는 조건일 수 있다. 먼저 자기 계약의 조건부터 확인한다.
지금 확인할 것
- 본인과 가족 명의로 어떤 보험이 있는지 내보험찾아줌(cont.insure.or.kr)에서 조회한다. 잊고 있던 1990년대 계약이 남아 있을 수 있다.
- 보험증권과 약관에서 적용이율이 금리확정형인지 금리연동형인지 확인한다. 확정형이고 이율이 연 5%를 넘는다면 지금 시장에서 구할 수 없는 조건이다.
- 연동형이라면 최저보증이율을 본다. 공시이율이 떨어져도 그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는다.
- 보험계약도 예금자보호 대상이다. 해약환급금을 기준으로 1인당 1억원까지 보호된다. 보호 한도는 금융회사별로 각각 적용된다.
- 가입한 회사의 지급여력비율은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fisis.fss.or.kr)에서 확인한다.
일이 생겼을 때
-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새 상품에 가입하라는 권유를 받으면 그 자리에서 결정하지 않는다. 보험업법 제97조는 기존 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키고 새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를 위반한 경우 계약자는 새 계약 체결일부터 6개월 이내에 기존 계약의 부활을 청구하고 새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 목돈이 필요할 때 해지부터 하지 않는다. 보험계약대출을 이용하면 계약을 유지하면서 자금을 쓸 수 있다. 다만 고금리 확정형 계약은 대출이자도 그 이율에 가산금리를 더해 산정되므로 이자 부담을 먼저 계산한다.
- 회사로부터 계약을 되사겠다는 제안을 받으면 제시 금액과 남은 기간 동안 받을 금액을 비교한다. 비교 자료를 서면으로 요청하고, 즉시 답하지 않아도 된다.
- 설명과 실제 내용이 다르다고 판단되면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위법계약해지를 검토할 수 있다. 위반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이내, 계약체결일부터 5년 이내에 요구해야 한다.
어디에 신고하나
- 보험 관련 상담과 분쟁조정 신청은 금융감독원 1332로 한다.
- 금융감독원 e-금융민원센터(fcsc.kr)에서 온라인으로 민원을 접수한다.
- 보험료 납입과 보장 내용 등 기본 정보는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에서 확인한다.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 01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새 상품으로 바꾸라는 권유를 받고 있지 않은가.
- 02
내 보험증권의 적용이율이 확정형인지 연동형인지 확인했는가.
- 03
새 상품이 더 유리하다는 설명을 숫자로 비교해 받았는가.
- 04
급한 돈이 필요할 때 해지 외의 방법을 확인했는가.
- 05
1990년대나 2000년대 초에 가족이 가입한 보험이 남아 있지 않은가.
상설 확인 창구
- 금융민원·분쟁조정금융감독원 1332 · fcsc.kr
- 내 계좌 조회·일괄 지급정지어카운트인포 payinfo.or.kr
- 내 명의 휴대전화 조회엠세이퍼 msafer.or.kr
- 내 보험 전체 조회내보험 찾아줌 cont.insure.or.kr
- 기업 공시 확인전자공시시스템 dart.fss.or.kr
- 금융소비자 정보포털파인 fine.fss.or.kr
05 · 필자의 결론
이 사안은 다른 금융사고와 방향이 반대다. 손실을 보는 쪽이 금융회사이고, 이익을 보는 쪽이 계약자다. 그래서 계약자가 주의해야 할 지점도 다르다. 확인해야 할 것은 손실이 아니라, 자기가 가진 조건이 얼마나 좋은지다. 회사가 이 부담을 줄이려는 시도는 계속된다. 재보험으로 넘기는 방법도 있고, 계약자에게 돈을 주고 되사는 방법도 있다. 뒤쪽은 계약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동의 여부를 판단하려면 남은 기간에 받을 금액을 계산해야 한다. 그 계산을 하지 않고 목돈만 보고 응하면, 30년 전에 맺은 조건을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가 된다. 감독당국이 해야 할 일도 여기서 나온다. 계약자가 그 비교를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숫자를 제공하게 하는 것이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