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횡령액
680억원 (기소 기준)
주가조작 차익
250억여원
주가 최고가
15,250원 (연초 2,250원)
특검 수사기간
105일

01 · 핵심 요약 · 90초

상장사 세 곳이 인수됐고, 그 회사들에서 680억원이 빠져나갔다. 그 뒤 해저 보물 발굴이라는 재료 하나로 주가가 두 달이 되지 않아 약 6.8배 올랐다. 그 주식을 산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샀는가. 그 질문은 지금도 유효하다.

이용호는 1998년부터 1999년 사이에 상장사 KEP전자와 삼애인더스, 인터피온을 잇달아 인수했다. 인수 도구는 부실기업을 사서 정상화하라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였다. 인수한 회사에서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인 전환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빼냈고, 전남 진도 앞바다 해저 보물 발굴이라는 재료를 시장에 알려 주가를 끌어올렸다. 2001년 9월 그는 계열사 자금 680억원을 횡령하고 주가조작으로 250억여원의 차익을 얻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얼마나 큰 사건인가

횡령 규모는 기소 기준 680억원이다. 일부 언론은 계열사 자금 800억원대로 보도했다. 주가조작 차익은 250억여원으로 집계됐다. 삼애인더스 주가는 2001년 1월 2일 2,250원에서 2월 19일 15,250원까지 올랐다. 약 6.8배다. 이 회사는 2002년 10월 22일 상장폐지됐다. 사건은 형사재판에서 끝나지 않았다. 2001년 11월 22일 특별검사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차정일 특별검사팀이 105일간 수사해 2002년 3월 25일 결과를 발표했다. 대통령 처조카인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는 2003년 6월 24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이용호는 파기환송을 거쳐 2005년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6년과 벌금 250만원이 확정됐다(언론 보도 기준).

왜 지금 중요한가

상장사를 인수한 뒤 전환사채로 자금을 만들고,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사업 계획을 알려 주가를 올리는 방식은 이후에도 반복됐다. 2018년에도 해저 침몰선을 내세운 투자 모집 사건이 있었다. 제재는 그동안 강화됐다. 2024년 1월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시세조종·미공개중요정보 이용·부정거래에 대해 형사처벌과 별도로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 2025년 10월 22일에는 자본시장조사 업무규정이 개정돼 기본 과징금 범위가 부당이득의 1배에서 2배로 올라갔다. 다만 2026년 7월 언론 보도 기준, 제도 시행 2년여 동안 실제로 과징금이 부과된 사례는 2건에 그친다. 지금 상장사 공시를 읽는 방법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8

회사를 사는 회사부터 만들었다

이용호는 1998년과 1999년에 걸쳐 상장사를 인수했다. KEP전자, 삼애인더스, 인터피온이다. 인수의 통로는 G&G구조조정전문이라는 회사였다. 외환위기 뒤 정부는 부실기업을 사서 정상화하라는 취지로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 제도를 만들었고, 이 자격을 가진 회사는 법정관리 기업이나 부실 상장사를 낮은 값에 인수할 수 있었다.

인수한 회사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방식은 전환사채였다. 전환사채를 발행하면 회사에 현금이 들어온다. 그 현금이 회사 밖으로 돌았다. 해외에서 발행하는 전환사채를 이용한 사례, 청약되지 않은 주식인 실권주를 제3자에게 배정한 사례도 조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이 단계까지는 주가와 직접 관계가 없다. 회사에 남은 것은 갚아야 할 채무이고, 밖으로 나간 것은 현금이다. 주가는 그다음 단계에서 필요했다.

공시 한 건과 두 달

2000년 12월 21일, 이용호는 해저 발굴 허가를 가진 사업자에게 전남 진도 앞바다 금괴 발굴 사업 투자를 구두로 약속했다. 2001년 1월 10일 삼애인더스 안에 자원개발사업부가 설치됐다. 이 무렵 20조원 규모의 보물선 발굴 사업이라는 말이 시장에 퍼졌다.

2001년 2월 8일 해상 매장물 발굴 협정서가 체결됐다. 2월 15일에는 약 15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이 공시됐다. 공시 뒤 주가는 사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주가는 1월 2일 2,250원에서 2월 19일 15,250원까지 올랐다. 5월 14일에도 15,000원대를 회복했다. 그사이 발굴된 금괴는 없었고, 회사의 매출로 잡힌 것도 없었다.

금융감독원은 이 거래에서 부정거래, 미공개정보 이용, 시세조종 혐의를 확인했다. 이용호와 대양상호신용금고 실질 대주주였던 김영준이 각각 수백억원대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별검사가 임명된 이유

2001년 9월 이용호는 구속 기소됐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그가 금융계와 정·관계 인사들을 접촉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이 앞서 관련 내사를 종결한 전력이 있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2001년 11월 22일 국회는 특별검사법을 통과시켰다. 차정일 특별검사팀은 105일간 수사했고, 출범 당시 배정된 예산은 16억 8,000만원이었다. 2002년 3월 22일 이용호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추가 기소했고, 3월 25일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검 수사에서 대통령 처조카인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와 이수동 전 아태재단 이사가 기소됐다. 이형택은 2003년 6월 24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삼애인더스 주가조작에 함께 관여한 김영준도 재판에 넘겨졌고, 이후에도 시세조종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특별검사 제도는 이 사건에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특검이 확인한 것은 로비와 청탁의 경로였다. 주가가 오르는 동안 그 주식을 산 개인투자자의 손실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특검의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

제도는 사건 뒤에 고쳐졌다

삼애인더스는 2002년 10월 22일 상장폐지됐다. 재료를 보고 들어온 개인투자자에게 남은 회수 절차는 없었다.

제도 정비는 사건이 터진 뒤 시작됐다. 2001년 9월 27일 서울지방법원 파산부는 단기 차익을 노린 구조조정전문회사의 법정관리기업 인수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인수자가 취득한 신주의 50%를 일정 기간 예탁하도록 하는 조치도 도입됐다.

그럼에도 2003년까지 구조조정전문회사가 주가조작에 연루된 사건이 이어졌다. 당시 언론은 이 제도가 부실기업 정상화가 아니라 지분 거래의 통로로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 이후에도 상장사 인수, 전환사채 반복 발행, 신규 사업 공시가 한 묶음으로 나타나는 사건은 계속됐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최대주주가 자주 바뀌고 전환사채 발행이 잦은 회사를 불공정거래 점검의 주요 대상으로 보고 있다.

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이 사건의 돈은 네 단계로 움직였다. 회사를 사고, 회사에서 돈을 빼고, 주가를 올리고, 그 자리에서 물량을 넘겼다.

01 · 단계

부실 상장사를 인수한다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는 부실기업을 인수해 정상화하라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도다. 이 자격이 있으면 법정관리 기업이나 부실 상장사를 낮은 값에 살 수 있었다. 인수 비용이 적을수록 이후 주가 상승분이 전부 차익이 된다.

02 · 단계

인수한 회사에서 자금을 만든다

전환사채는 나중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다. 발행하면 회사에 현금이 들어온다. 이 사건에서는 그 현금이 회사 밖으로 빠져나갔다. 회사에는 채무만 남고, 사채가 주식으로 바뀌면 기존 주주 지분은 줄어든다.

03 · 단계

재료를 알려 주가를 올린다

해저 보물 발굴처럼 검증이 어렵고 규모가 큰 사업 계획이 공시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매출이나 이익으로 확인할 수 없는 재료일수록 주가는 빠르게 움직인다. 삼애인더스는 유상증자 공시 뒤 사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04 · 단계

고점에서 물량을 넘긴다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꾸거나 보유 지분을 처분해 이익을 확정한다. 그 물량을 받는 쪽은 재료를 보고 들어온 개인투자자다. 재료가 실현되지 않으면 손실은 그 개인에게 남는다. 회사가 상장폐지되면 손실은 회복되지 않는다.

누가 내고 누가 최종 손실을 부담했는가
정보누가 무엇을 언제 알았고 설명했는가
책임계약·공시·통제·감독의 빈틈은 어디였는가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부실기업 정상화라는 정책 목적과 지분 차익이라는 사적 동기가 같은 제도 안에 들어 있었다. 외환위기 뒤 정부는 부실기업을 빨리 처리해야 했고, 그 수단으로 민간 회사에 인수 자격을 줬다. 인수한 뒤 그 회사를 어떻게 운영하는지는 인수 자격을 준 쪽에서 계속 확인하지 않았다.

공시의 근거를 사전에 검증하는 장치가 약했다. 발굴 협정서를 체결했다는 사실과 발굴에 성공한다는 사실은 다르다. 당시 공시 제도는 계획을 알리는 것까지를 요구했고, 그 계획이 얼마나 실현 가능한지는 투자자 판단에 맡겨졌다.

사건 전에 이미 신호가 있었다. 최대주주가 바뀐 직후 전환사채가 반복 발행됐고, 기존 사업과 무관한 신규 사업부가 만들어졌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법원과 감독당국

2001년 9월 27일 서울지방법원 파산부는 단기 차익 목적의 구조조정전문회사가 법정관리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인수자가 취득한 신주의 50%를 일정 기간 예탁하도록 하는 조치도 함께 도입됐다. 인수 직후 지분을 처분해 차익을 얻는 경로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현행 제도

2024년 1월 개정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시세조종·미공개중요정보 이용·부정거래에 대해 형사처벌과 별도로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 2025년 10월 22일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조사 업무규정을 개정해 기본 과징금 범위를 부당이득의 1배에서 2배로 올렸다. 금융투자상품 거래와 상장사 임원 선임을 최대 5년 제한하는 명령도 함께 운영된다.

남은 과제

2026년 7월 언론 보도 기준, 과징금 제도가 시행된 2024년 1월 이후 실제 부과 사례는 2건이다. 제도가 있다는 것과 실제로 적용된다는 것은 다르다. 상장폐지된 회사의 개인투자자가 손실을 되찾는 절차도 여전히 민사소송에 의존한다.

최종 부담투자자·시장가격·신뢰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상장사가 새 사업 계획을 발표했을 때, 투자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료들이 있다.

01

지금 확인할 것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DART(dart.fss.or.kr)에서 그 회사의 최대주주 변경 이력과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내역을 본다. 최근 몇 년 사이 최대주주가 여러 번 바뀌고 사채 발행이 반복됐다면 사업이 아니라 지분이 움직인 회사다.
  •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 KIND(kind.krx.co.kr)에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여부와 조회공시 요구 내역을 확인한다. 계획을 발표한 뒤 정정하거나 철회한 이력이 여기에 남는다.
  • 새 사업 공시는 계약 체결 여부가 아니라 매출과 이익으로 확인된 실적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읽는다. 협정서 체결과 사업 성공은 다른 사실이다. 투자를 권유한 곳이 등록된 금융회사인지는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에서 확인한다.
02

일이 생겼을 때

  • 시세조종행위로 손해를 입은 투자자는 자본시장법 제177조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에 대해서는 제175조가 배상책임을 정하고 있다. 두 조항 모두 소멸시효가 있으므로 손해를 알게 된 뒤 시간을 끌지 않는다.
  • 소송이나 분쟁조정을 준비할 때는 본인의 매매내역, 당시 공시 원문, 관련 보도자료를 함께 확보한다. DART의 공시 원문은 발행 시점이 기록돼 있어 증거가 된다.
  • 상장폐지 절차가 시작되면 정리매매 기간과 사유가 공고된다. KIND에서 일정을 확인하고 기한 안에 판단한다. 형사 수사와 별개로 민사 소멸시효는 따로 진행되므로 시효를 먼저 계산한다.
03

어디에 신고하나

  • 불공정거래가 의심되면 금융감독원 1332로 신고하거나 상담한다.
  • 금융감독원 e-금융민원센터(fcsc.kr)에서 온라인으로 민원과 제보를 접수할 수 있다.
  • 투자를 빙자한 사기가 의심되면 통합신고대응센터(counterscam112.go.kr)와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ecrm.police.go.kr)에 신고한다.
스스로에게 물을 질문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1. 01

    회사가 발표한 새 사업이 매출로 확인된 적이 있는가.

  2. 02

    최근 몇 년 사이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여러 번 바뀌지 않았는가.

  3. 03

    주가가 오른 이유가 실적이 아니라 공시 한 건이 아닌가.

  4. 04

    회사가 전환사채를 반복해서 발행하고 있지 않은가.

  5. 05

    곧 발표될 호재가 있다는 말을 공시가 아닌 경로로 듣고 있지 않은가.

상설 확인 창구

05 · 필자의 결론

이 사건에서 제도는 두 번 쓰였다. 한 번은 부실기업을 정상화하라고 만든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였고, 다른 한 번은 회사에 자금을 대라고 만든 전환사채였다. 두 제도 모두 목적이 있었고, 그 목적과 반대 방향으로 사용됐다. 제도를 설계할 때 반대 방향을 감시할 장치를 함께 넣지 않으면 같은 일이 반복된다. 이 사건에서 감시 장치는 개인투자자가 상장폐지를 겪은 뒤에 붙었다. 2024년 이후 도입된 과징금과 거래제한 명령은 분명한 진전이다. 다만 2026년 7월까지 과징금 부과가 2건이라는 사실은, 제도를 만드는 일과 적용하는 일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어느 쪽이든 상장폐지로 돈을 잃은 개인에게 원금을 돌려주지는 않는다.
사실과 판단의 구분이용호 G&G 주가조작 사건

확인된 사실, 감독당국의 판단, 법원의 판단과 필자의 해석은 각각 다른 기준으로 쓴다. 위 결론은 필자의 판단이며, 앞의 서술은 감독당국 발표와 판결, 공시자료를 근거로 한다. 진행 중인 절차는 확정된 것으로 쓰지 않는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