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핵심 요약 · 90초
워크아웃은 부실기업을 살리기 위해 채권은행들이 돈을 더 넣는 절차다. 그 전에 대주주가 먼저 손실을 지는 것이 무상감자다. 이 사건에서는 그 순서가 뒤집혔고, 뒤집은 사람은 은행을 감독하는 기관의 간부였다.
경남기업은 2013년 10월 29일 세 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의 의뢰로 실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2013년 12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출자전환과 함께 대주주 지분의 무상감자가 불가피하다고 보고했다. 감자 비율은 2.3대 1이었다. 그런데 2014년 1월 금융감독원이 실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대주주 무상감자 없이 출자전환만 하도록 요구했고, 채권단은 2014년 3월 감자 없이 1,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실행했다. 부실 책임을 대주주가 먼저 지는 순서가 빠진 것이다.
감사원은 2015년 4월 23일 이 개입을 확인하고 금융감독원에 관련자 문책을 요구했다. 무상감자를 피하면서 당시 대주주였던 성완종 전 회장이 얻은 이익은 158억원으로 추산됐고, 채권단은 100억원대 손실을 본 것으로 봤다. 성 전 회장은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었다. 정무위원회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담당하는 상임위원회다. 개입한 김진수 전 금융감독원 기업금융개선국장은 2013년 4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재직하면서 농협은행 등에 경남기업에 대한 300억원 여신지원을 요구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경남기업은 출자전환을 받고도 회복하지 못했다. 2014년 당기순손실은 2,657억원이었고, 2015년 4월 15일 상장 42년 만에 증권시장에서 퇴출됐다. 채권단에 남은 주식도 가치를 잃었다.
1심은 무죄였다. 채권단에 대한 권고는 감독기관의 직무 범위에 속한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2018년 1월 24일 이를 뒤집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유죄로 보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2022년 1월 13일 이를 확정하면서, 금융기관에 대한 포괄적 감독 권한을 가진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특정 기업의 이익을 위해 금융기관의 대출 권한을 침해하고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감독당국이 개별 기업의 여신 결정에 개입할 수 없다는 기준이 이 판결로 정해졌다. 사건 발생부터 확정까지 8년이 걸렸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약 8분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워크아웃은 법원이 아니라 채권은행들이 진행하는 기업 구조조정이다. 그래서 누가 무엇을 결정하는지가 중요하다.
부실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한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주채권은행이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소집한다. 협의회가 개시를 결정하면 채권 회수가 일시 멈추고 회사는 시간을 번다. 법원이 관여하는 기업회생절차와 달리 채권단의 합의로 굴러간다.
→회계법인이 실사한다
자산과 부채를 다시 계산해 얼마를 출자전환하고 대주주 지분을 얼마나 감자할지 제시한다. 무상감자는 부실에 책임이 있는 대주주가 먼저 손실을 지는 절차이고, 이것이 있어야 채권은행이 추가 지원을 정당화할 수 있다.
→채권단이 의결한다
채권액 기준으로 일정 비율 이상이 찬성해야 안건이 통과된다. 은행은 자기 돈을 주식으로 바꾸는 것이므로 손실 위험을 직접 진다. 그래서 대주주 감자 없이 출자전환만 하는 안은 은행에 불리하다.
→감독당국이 그 사이에 들어온다
금융감독원은 은행을 검사하고 제재할 권한을 갖는다. 그 권한을 가진 사람이 특정 안건을 요구하면 은행은 거절하기 어렵다. 법에는 이 개입의 범위가 적혀 있지 않았고, 조정과 압박의 경계도 정해져 있지 않았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워크아웃은 법률 절차이면서 사실상 협상이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채권단의 자율에 맡기는 방식으로 설계됐고, 감독당국이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는지는 정하지 않았다. 그 빈칸에서 이 사건이 일어났다.
대주주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었다. 정무위원회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예산과 업무를 심의하는 상임위원회다. 감독을 받는 쪽과 감독하는 쪽, 그리고 감독기관을 감독하는 쪽의 자리가 한 사람에게서 겹쳤다.
결과의 책임은 은행이 졌다. 무상감자 없는 출자전환으로 채권단은 100억원대 손실을 봤고, 회사는 1년 만에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 그 주식도 가치를 잃었다. 반면 요구한 사람에게 형사 책임을 확정하는 데는 8년이 걸렸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감사원은 2015년 4월 23일 기관운영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금융감독원에 관련자 문책을 요구했다. 감독기관 내부의 구조조정 업무 처리 과정이 외부 감사로 드러난 사례다.
대법원은 2022년 1월 13일 감독기관 간부가 개별 기업을 위해 금융기관의 여신 결정에 개입한 행위를 직권남용으로 확정했다. 이 판결로 감독당국이 개별 기업의 대출과 구조조정 안건에 관여할 수 없다는 기준이 세워졌다. 감독기관 간부의 구두 요청도 형사 책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여러 차례 효력을 잃었다가 다시 만들어진 한시법이다. 채권단 협의 과정에서 감독당국이 어떤 의견을 언제 전달했는지 기록으로 남기고 사후에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절차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기록이 없으면 다음에도 판단은 8년 뒤에 나온다.
최종 부담예금자·차주·은행 건전성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워크아웃에 들어간 회사의 주식이나 채권을 갖고 있다면, 그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스스로 확인해야 한다.
지금 확인할 것
- 보유 종목이 워크아웃이나 자율협약에 들어가면 전자공시시스템 DART(dart.fss.or.kr)에서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절차 개시 공시를 확인한다.
- 감자 결정 공시를 확인한다. 무상감자 비율이 정해지면 보유 주식 수가 그 비율만큼 줄어들고, 출자전환이 함께 이뤄지면 기존 주주 지분은 더 희석된다.
- 한국거래소 KIND(kind.krx.co.kr)에서 관리종목 지정,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 상장폐지 사유 발생 공시를 확인한다.
- 사업보고서의 재무상태표에서 자본총계와 자본금을 직접 본다.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으면 부분 자본잠식, 자본총계가 음수면 완전자본잠식이고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
일이 생겼을 때
-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정리매매 기간에만 시장에서 팔 수 있다. 이 기간이 지나면 장외에서만 처분할 수 있다. 정리매매 시작일과 마지막 날을 공시에서 확인한다.
-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 법원이 정한 기간 안에 채권을 신고해야 한다. 신고하지 않으면 회생계획에서 빠질 수 있다.
- 허위공시나 분식으로 손해를 봤다면 자본시장법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워크아웃 자체나 감자 결정은 그것만으로 배상 사유가 되지 않는다.
- 공직유관단체 임직원의 부패행위나 부당한 압력을 알게 되면 국민권익위원회 청렴포털(clean.go.kr)에 신고할 수 있다.
어디에 신고하나
- 금융회사와의 분쟁은 금융감독원 1332 또는 e-금융민원센터(fcsc.kr)에 접수한다.
- 공직자와 공직유관단체 임직원의 부패행위는 국민권익위원회(1398, www.acrc.go.kr)에 신고한다. 금융감독원은 공직유관단체다.
- 상장회사의 불공정거래나 허위공시가 의심되면 한국거래소 KIND(kind.krx.co.kr)에서 공시를 확인한 뒤 금융감독원에 제보한다.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 01
보유 종목이 세 번째 워크아웃에 들어가고 있지 않은가. 반복된 워크아웃은 부실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 02
출자전환은 하는데 대주주 무상감자는 없다는 발표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가.
- 03
회사가 정치권과 가깝다는 이유로 지원이 계속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 않은가.
- 04
가장 최근 사업보고서에서 자본총계와 자본금을 직접 확인했는가.
- 05
정리매매 기간과 상장폐지 예정일을 알고 있는가.
상설 확인 창구
- 금융민원·분쟁조정금융감독원 1332 · fcsc.kr
- 내 계좌 조회·일괄 지급정지어카운트인포 payinfo.or.kr
- 내 명의 휴대전화 조회엠세이퍼 msafer.or.kr
- 내 보험 전체 조회내보험 찾아줌 cont.insure.or.kr
- 기업 공시 확인전자공시시스템 dart.fss.or.kr
- 금융소비자 정보포털파인 fine.fss.or.kr
05 · 필자의 결론
감독기관은 은행을 검사하고 제재할 권한을 갖는다. 그 권한은 은행이 위험한 대출을 하지 못하게 막으라고 준 것이다. 이 사건에서는 그 권한이 반대 방향으로 쓰였다. 은행이 하지 않으려는 결정을 하게 만드는 데 쓰였고, 그 결과 대주주는 감사원 추산으로 158억원의 이익을 봤고 채권단은 손실을 봤으며 회사는 1년 만에 사라졌다. 소액주주는 정리매매로 남은 값을 받았다. 대법원이 이를 직권남용으로 확정하는 데 8년이 걸렸다. 판결로 기준은 생겼지만, 감독당국이 채권단에 무엇을 요구했는지 기록으로 남기는 절차는 아직 없다. 기록이 남지 않으면 같은 일이 있어도 확인은 8년 뒤에야 가능하다. 그때는 회사도 주주도 이미 사라진 뒤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