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핵심 요약 · 90초
2015년 국민은행 신입 채용에서 남성 지원자 113명의 서류전형 점수가 올라갔고 여성 지원자 112명의 점수가 내려갔다. 이 사실은 7년 뒤 대법원 판결로 확정됐다. 그 해에 떨어진 사람들은 지금도 아무 통지를 받지 못했다.
2017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 채용 청탁 문건이 공개된 뒤 금융감독원이 은행권 채용 실태를 검사했다. 2017년 12월과 2018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11개 은행을 현장검사한 결과 5개 은행에서 22건의 채용비리 정황이 확인됐다. 청탁에 따른 특혜채용, 임원 면접 점수 조작, 남녀 차별이 확인된 유형이었다. 금융감독원은 2018년 2월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2018년 6월 우리·KB국민·KEB하나·부산·대구·광주 등 6개 은행 채용비리와 관련해 38명을 기소했고 이 가운데 12명을 구속했다.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도 기소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당시 회장이 불구속 기소됐다. 우리은행 이광구 전 행장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서류전형이나 1차 면접에서 불합격권이던 지원자 37명을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시킨 혐의로 2020년 3월 3일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이 확정됐다. KB국민은행 전 인사팀장은 2015년 상반기 채용에서 남성 지원자 113명의 서류전형 점수를 올리고 여성 지원자 112명의 점수를 내린 혐의 등으로 2022년 1월 14일 징역 1년이 확정됐다.
재판은 2026년 1월 29일에야 끝났다. 대법원은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업무방해 혐의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고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확정했다.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2022년 6월 30일 무죄가 확정됐다. 8년이 걸린 재판에서 반복해 확인된 법리는 업무방해죄의 피해자가 탈락한 지원자가 아니라 해당 기업이라는 점이다. 부정하게 떨어진 지원자에게 재응시 기회나 손해배상을 주는 절차는 지금도 법에 없다.
02 · 자세한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약 8분03 · 금융구조
돈·정보·책임은 어떻게 움직였나
채용비리가 반복된 이유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절차와 처벌 구조의 문제다.
청탁이 명부로 남는다
외부 기관, 거래처, 내부 임직원의 청탁이 문서로 정리된다. 명부가 있다는 것은 이 일이 개인의 판단이 아니라 조직의 업무로 처리됐다는 뜻이다.
→평가 뒤에 점수를 고친다
심사위원이 매긴 점수를 인사부가 사후에 수정한다. 서류전형 점수를 조정하거나 면접 점수를 덮어쓴다. 심사위원은 자기가 매긴 점수가 바뀐 것을 모른다.
→정원이 정해져 있다
합격 정원은 고정돼 있다. 한 명을 올리면 한 명이 떨어진다. 국민은행 사례에서 남성 113명의 점수를 올리는 것과 여성 112명의 점수를 내리는 것은 같은 조작의 앞뒤였다.
→탈락자는 법적 피해자가 아니다
업무방해죄의 피해자는 채용업무를 수행하는 회사다. 형이 확정돼도 탈락자에 대한 통지나 구제는 따르지 않는다. 회사가 스스로 조치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은행 채용은 청탁이 오는 자리였다. 감독기관, 정치권, 대형 거래처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관계가 형성돼 있었고, 그 요구를 처리하는 절차가 인사부 안에 만들어졌다. 명부라는 물증이 여러 은행에서 동시에 나온 것은 이 처리가 예외가 아니라 관행이었음을 보여준다.
처벌 근거가 우회적이었다. 채용비리를 직접 처벌하는 법이 없어 형법상 업무방해죄나 배임죄를 적용해야 했다. 이 구성요건에서는 최종 결정권자의 지시를 입증하기 어렵고, 그 결과 실무자만 유죄가 되는 경우가 반복됐다.
행정 제재도 약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기소된 KB국민은행 법인에 확정된 형은 벌금 500만원이었다. 채용비리로 얻는 이익과 비교하면 억지력이 되기 어려운 수준이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은행연합회는 2018년 6월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제정했다. 임직원 추천제를 폐지하고, 서류·필기·면접 중 한 가지 이상을 반드시 실시하며, 전형을 외부기관에 위탁할 수 있게 했다. 제31조는 부정 청탁으로 합격한 사실이 확인되면 채용 취소나 면직을 할 수 있다고 정했다.
2019년 7월 17일 개정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채용에 관한 부당한 청탁·압력·강요를 하거나 채용과 관련해 금품을 주고받으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시행령은 1차 위반 1,500만원, 2차 이상 3,000만원으로 정했다. 직무와 무관한 신체조건이나 부모 직업을 묻는 것도 금지됐다.
부정하게 탈락한 지원자를 구제하는 절차가 없다. 형이 확정돼도 탈락 사실이 통지되지 않고 재응시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채용비리를 직접 처벌하고 피해자 구제를 규정하는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으나 제정되지 못했다.
최종 부담예금자·차주·은행 건전성
04 · 국민 행동수칙
확인 · 대응 · 신고
채용 과정에서 부당한 일을 겪었을 때 확인하고 신고할 수 있는 창구는 실재한다. 다만 결과를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점을 함께 알아야 한다.
지금 확인할 것
- 채용 공고에 서류·필기·면접 중 어떤 전형이 있는지, 평가 기준이 공개돼 있는지 확인한다.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은 세 가지 중 한 가지 이상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정한다.
- 면접에서 직무와 무관한 질문을 받았는지 기록한다. 개정 채용절차법은 구직자 본인의 신체조건, 출신지역, 혼인 여부, 부모의 직업과 재산을 묻거나 요구하는 것을 금지한다.
- 채용 관련 서류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채용절차법은 구직자가 제출한 서류의 반환 청구권을 정하고 있다.
- 지원한 회사가 임직원 추천제를 운영하는지 확인한다. 은행권은 2018년 모범규준으로 이를 폐지했다.
일이 생겼을 때
- 부당한 채용 청탁이나 금품 수수 정황을 알게 됐다면 고용노동부에 신고한다. 채용절차법 위반은 3,000만원 이하 과태료 대상이다.
- 채용 관련 부정을 목격했다면 국민권익위원회 부패·공익신고를 이용한다. 신고 전화는 1398, 신고 접수는 국민신문고(epeople.go.kr)에서 할 수 있다.
- 금융회사의 채용 부정이라면 금융감독원 1332로도 제보할 수 있다. 2018년 검사도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문건에서 시작됐다.
- 차별적 채용을 겪었다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수 있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은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대상이기도 하다.
어디에 신고하나
-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1350.
- 국민권익위원회 부패·공익신고 1398, 국민신문고 epeople.go.kr.
- 금융감독원 1332, e-금융민원센터 fcsc.kr.
- 국가인권위원회 1331.
답하기 어렵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결정을 미룹니다.
- 01
면접에서 부모의 직업이나 집안 사정을 묻고 있지 않은가.
- 02
공고에 없던 전형이나 기준이 중간에 추가되지 않았는가.
- 03
누군가를 통해 지원하면 유리하다는 말을 회사 관계자로부터 듣고 있지 않은가.
- 04
채용 결과에 대한 이의 제기 절차가 공고에 적혀 있는가.
- 05
제출한 서류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는가.
상설 확인 창구
- 금융민원·분쟁조정금융감독원 1332 · fcsc.kr
- 내 계좌 조회·일괄 지급정지어카운트인포 payinfo.or.kr
- 내 명의 휴대전화 조회엠세이퍼 msafer.or.kr
- 내 보험 전체 조회내보험 찾아줌 cont.insure.or.kr
- 기업 공시 확인전자공시시스템 dart.fss.or.kr
- 금융소비자 정보포털파인 fine.fss.or.kr
05 · 필자의 결론
이 사건에서 확정된 사실은 명확하다. 명부가 있었고 점수가 고쳐졌으며 남녀 비율이 미리 정해져 있었다. 확정되지 않은 것은 누가 지시했느냐다. 회장급 다섯 명 가운데 두 명은 무죄가 확정됐고 실무를 맡은 인사부 직원들은 유죄가 확정됐다. 그 사이 8년이 지났다. 그리고 그 8년 동안 부정하게 탈락한 지원자에게는 아무 통지도 가지 않았다. 업무방해죄의 피해자가 회사라는 법리를 그대로 두는 한, 채용비리 재판은 회사가 입은 손해를 다투는 절차로 끝난다. 정작 자리를 빼앗긴 사람은 재판의 당사자가 아니다. 제도를 고쳐야 할 지점은 처벌 수위가 아니라 이 자리에 있다.
06 · 근거 자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독자가 판단의 근거를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 발표, 판결, 공시와 연구자료를 제시한다. 사실관계 기준일은 2026.08.06이다.